Nhạc nềnHarvest

여론의 여왕과 잔인한 낙인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비가 그친 명성고등학교의 아침은 눅눅하고 불쾌한 습기로 가득했다. 어젯밤 구관을 세차게 때리던 폭우는 멈추었지만, 대기 중에 무겁게 가라앉은 안개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어깨를 축축하게 적셨다. 본관 2학년 3반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송현우는 공기 자체가 평소와 다르게 얼어붙어 있음을 직감했다.


사방이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평화로운 정적이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한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들이 숨을 죽이고 주위를 맴돌 때 발생하는, 비정상적이고 끈적끈적한 침묵이었다.


스마트폰 액정의 푸른 빛들이 어두운 교실 구석구석에서 기괴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우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시선 끝에는 노골적인 혐오와 조롱, 그리고 은밀한 관음증적 쾌감이 서려 있었다. 현우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는 이미 누군가 던져놓은 구겨진 우유갑과 흙먼지가 묻은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야, 진짜 제정신 아니네. 저러고도 학교를 기어 나와?”

“얼굴 좀 봐. 음침한 줄은 알았는데 진짜 약쟁이에 몰카범일 줄이야.”

“구관 물리실에서 맨날 여학생들 불러다가 무슨 짓을 했겠어? 소름 돋는다, 진짜.”


귀를 후벼 파는 듯한 수군거림이 교실 벽면에 부딪쳐 웅성거리는 소음으로 증폭되었다. 현우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켰다. 교내 익명 커뮤니티인 ‘명성고 대나무숲’ 앱의 메인 화면은 이미 붉은색 경고등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최상단에 고정된 게시물의 제목이 현우의 시야를 찔렀다.


[구관 물리실 ‘심리 탐구부’ 소장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합니다.]


게시물 아래에는 몇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첫 번째 사진은 현우가 매일 아침 복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전 봉투였다. 알프라졸람과 세르트라린 정제라는 붉은색 약명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구관 물리실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조작된 메신저 대화 캡처본이 이어졌다. 현우가 익명의 여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겠다’며 구관으로 유인해 신체 접촉을 요구하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는 내용의 악의적인 조작 글이었다. 작성자의 계정은 철저히 익명이었지만, 현우는 이것이 최유리의 심복인 조미정의 대포폰에서 흘러나온 독약임을 단번에 간파했다.


오태식이 무너지자, 여론의 여왕인 최유리가 자신들의 지배망을 지키기 위해 클리닉의 심장부인 현우를 직접 타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장 잔인하고 반박하기 힘든 ‘성범죄자’와 ‘정신병자’라는 낙인을 찍어서.


“이거 다 거짓말이잖아! 너희들 똑바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래!”


교실 저편에서 강민지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민지의 얼굴은 분노와 억울함으로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주먹을 쥔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소문을 퍼뜨리는 동급생들을 향해 악을 쓰며 항의하려 했다.


하지만 현우는 고개를 들어 민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차갑고 예리한 눈빛이 허공에서 민지의 시선과 충돌했다. 현우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응하지 마라. 반응하는 순간, 저들이 원하는 불안의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 된다.’


민지는 현우의 눈빛에 담긴 단호한 경고를 읽고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변 학생들은 그런 민지의 반응마저도 ‘공범들의 발악’이라며 비웃음을 날렸다.


황재필이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현우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래침을 뱉듯 쏘아붙였다.


“야, 약쟁이 몰카범 새끼야. 가방 뒤져서 카메라 나오면 어떡할래? 학생부에 신고하기 전에 좋은 말로 할 때 불어라. 너 물리실에 약 쌓아두고 여고생들 꼬셨냐?”


황재필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교실 안의 웃음소리도 커졌다. 스마트폰 화면 속 자극적인 댓글들이 현우의 눈앞에서 왜곡되어 다가왔다.


[진짜 더럽다, 퇴학시켜라.]

[약 처방전 보소, 100% 정신병자네.]

[저런 새끼랑 같은 교실에 앉아 있어야 됨?]


순간, 교실의 벽들이 안쪽으로 빠르게 좁혀지는 듯한 극심한 압박감이 현우의 흉부를 짓눌렀다. 이명 소리가 귓전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이— 하는 고주파 소음과 함께, 교실 안의 차가운 눈동자들이 괴물의 눈빛처럼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과거의 기억이 기습적으로 그의 의식을 덮쳐왔다.


2년 전 겨울의 그 차가운 밤. 동생 민우가 구관 옥상 벼랑 끝에 서서 자신에게 보냈던 마지막 문자 메시지.


[형, 살려줘.]


당시 공부에 몰두해 있다는 핑계로 그 문자를 무시했던 자신의 방관. 그 방관의 대가로 민우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전교생들이 자신을 향해 던졌던 그 끔찍한 방관자들의 눈빛들이 지금 이 교실의 시선들과 완벽하게 오버랩되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들이쉬는 숨만 있고 내쉬는 숨이 없는, 전형적인 과호흡 증세가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고, 시야의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공황 발작의 심연이 그를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대로 주저앉아 호흡을 잃는다면, 최유리가 설계한 ‘정신병자 몰카범’의 프레임은 기정사실이 되어 고착될 터였다. 가해자가 원하는 완벽한 파멸의 시나리오였다.


‘안 돼……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현우는 떨리는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주머니 속에 상시 보관되어 있던 낡은 가죽 다이어리의 단단한 모서리에 닿았다. 민우의 피가 묻어 있는, 그 고통스러운 죄책감의 상징.


현우는 엄지손가락 끝의 하얀 반창고를 뜯어내고, 다이어리의 날카로운 금속 바인더 모서리를 향해 손가락 살점을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손톱 끝으로 그 모서리를 강하게 짓눌렀다.


뿌드득.


날카로운 금속 날이 얇은 살가죽을 찢고 들어가 뼈마디를 직접 누르는 듯한 극렬한 통증이 뇌 신경을 직격했다. 주머니 안쪽에서 뜨거운 선혈이 울컥 배어 나와 가죽 다이어리의 모서리를 붉게 적셨습니다.


‘포커페이스 앵커링(Pokerface Anchoring).’


정신을 마비시키던 공황의 안개가 백색의 날카로운 신체적 통증에 의해 단숨에 찢겨 나갔다. 뇌 신경세포들이 고통이라는 강력한 자극에 집중하면서, 짓눌려 있던 호흡 중추가 강제로 개방되었다. 현우는 아랫배를 깊숙이 집어넣으며 가쁜 숨을 길게 내뱉었다.


들이쉬고, 내쉬고.


그의 심장 박동수가 서서히 일정한 주기를 되찾아갔다. 시야를 가리던 검은 그늘이 걷히고, 왜곡되었던 교실의 풍경이 제자리를 잡았다. 공포로 일그러지려던 그의 얼굴 근육이 차가운 대리석 가면처럼 견고하게 얼어붙었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피 묻은 손을 빼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단 0.1%의 흔들림도, 불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서늘한 지성만이 번뜩이는 사냥꾼의 눈이었다.


현우는 책상 위의 쓰레기들을 쓰다듬듯 조용히 바라보더니, 교실 뒤편에서 자신을 비웃으며 지켜보고 있던 최유리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최유리는 조미정과 함께 팔짱을 낀 채, 현우가 공황으로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우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사랑스러운 가면 뒤에 숨겨진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현우는 최유리의 왼쪽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려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정을 완벽하게 배제한, 포식자의 기세를 비웃는 듯한 여유로운 미소였다.


그 흔들림 없는 미소를 보는 순간, 최유리의 입술 끝이 움츠러들었고, 그녀의 얼굴에 걸려 있던 오만한 미소가 순식간에 깨져 나갔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