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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세금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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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콰르릉!


낡은 지하실의 나무 문이 비명과 함께 박살 나며 안으로 고꾸라졌다. 문틀을 뜯어내며 밀려든 축축한 바람과 산성비의 비린내가 좁은 지하실 안을 순식간에 채웠다. 어두운 계단 위에서 번뜩이는 교단의 탐지용 푸른 불빛이 어둠을 칼날처럼 갈랐다.


“콜록, 퉤! 이 쥐새끼 소굴은 올 때마다 썩은 시체 냄새가 나는군.”


가죽 군화가 부서진 문짝을 짓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왔. 쇳소리가 섞인 불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두식 계장이었다. 40대 중반의 깡마른 체구에 쥐새끼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눈매. 그의 어깨에는 엘리시온 교단 제18지부의 하급 관리 제복이 걸쳐져 있었고, 허리춤에는 주민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투명한 기계 주사기가 가득 담긴 가방이 무겁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뒤로 붉은 안광의 기계 헬멧을 쓴 하급 경비병 두 명이 총을 든 채 지하실을 포위했다.


민세현은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겨우 일어섰다. 왼쪽 가슴에 박힌 심장 보조기 ‘아포칼립스’가 불규칙하게 웅웅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방금 전 여동생 서윤이에게 자신의 수명을 나눠주느라 전신 혈관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세현은 이빨을 악물고 분노를 삼켰. 지금은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었다.


“배 계장님…….”


세현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이 밤중에 예고도 없이 찾아오신 겁니까?”


“무슨 일?”


배두식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낄낄거리며 지하실 내부의 초라한 집기들을 제팡이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낡은 식탁 위에 놓인 녹슨 기계 부품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민세현, 네놈이 교단의 법률을 우습게 보는 모양이군. 이번 달 제18 구역의 공동 수명 세금 납기일이 사흘이나 지났다. 네놈 가정에 배당된 세금은 수명 칩 [24시간 권] 한 장. 하지만 네놈의 장부에는 단 1분도 기록되어 있지 않아.”


배두식은 가방에서 가죽 장부를 꺼내 세현의 코앞에 흔들어 보였다. 장부 표면에 박힌 교단의 금빛 문양이 지하실의 어둠 속에서 기만적으로 빛났다.


“세금 미납은 반역죄다. 전량 수명 몰수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걸 잊었나?”


세현은 가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포칼립스의 피스톤이 가슴뼈를 때리는 고통에 눈앞이 아른거렸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그는 낡은 서랍장 위에서 겨우 찾아낸 양철 통을 엎었다. 얇은 플라스틱 재질의 수명 칩 [1시간 권] 세 장이 먼지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게……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겨우 세 시간 분량이지만, 먼저 이것이라도 가져가십시오. 남은 세금은 사흘 내에 어떻게든 노역을 뛰어서라도 채워 넣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세현이 고개를 숙이며 칩들을 내밀었다. 자존심 따위는 슬럼가의 산성비에 씻겨 내려간 지 오래였다. 오직 저 유리관 속에 누워 있는 서윤이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배두식은 세현이 내민 수명 칩들을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비열하게 웃으며 구두 굽으로 세현의 손을 걷어찼다.


탁!


“악……!”


세현의 손에서 떨어진 수명 칩들이 지하실 바닥의 더러운 빗물 고인 곳으로 흩어졌다. 배두식은 가죽 장화 밑창으로 칩들을 사정없이 짓밟아 뭉개버렸다.


“이따위 쓰레기 칩 몇 장으로 나를 기만하려 들어? 이 미련한 놈아, 세금의 이자만 해도 이것보다 많다! 교단이 정한 규율은 등가교환이다. 바칠 수명이 없다면, 몸뚱이로 때워야지.”


배두식의 탐욕스러운 눈동자가 세현을 지나 지하실 한가운데에서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는 인큐베이터로 향했다. 산소호흡기를 낀 채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서윤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호오…….”


배두식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는 천천히 인큐베이터로 다가갔다. 세현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이거였군. 네놈이 세금을 내지 않고 숨겨둔 이유가. 이 불법 기계식 인큐베이터가 소모하는 전력과 에너지가 제18 구역의 배당량을 초과하고 있어. 교단의 허가도 받지 않은 무단 장치로 이 쓸모없는 병신 년의 수명을 연명하고 있었다니.”


“손대지 마십시오……!”


세현이 이를 갈며 소리쳤지만, 배두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큐베이터의 유리관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런 가축만도 못한 하층민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교단의 거룩한 에너지가 낭비되다니, 신성 모독이 따로 없군. 민세현, 네놈의 미납 세금과 이 불법 장치 사용에 대한 벌금으로, 이 년의 남은 수명을 전량 회수하겠다.”


배두식은 허리춤의 가죽 가방에서 붉은빛의 기계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주사기 끝에 달린 나노 바늘이 서윤의 목덜미를 향해 섬뜩한 빛을 발했다. 수명 강탈 장치였다. 저 바늘이 서윤의 목에 꽂히는 순간, 겨우 나누어준 24시간의 수명은 단 몇 초 만에 결정으로 정제되어 배두식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터였다.


“안 돼! 그 애는 건드리지 마!”


세현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지만, 배두식의 손짓 한 번에 뒤에 대기하던 경비병 두 명이 세현의 양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윽……! 놔라! 이거 놓으란 말이다!”


퍽!


경비병의 개머리판이 세현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강타했다. 세현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졌다. 깨진 시멘트 조각이 뺨을 찢고 피가 흘러내렸다. 경비병들이 무거운 군화로 세현의 등과 어깨를 짓눌렀다. 짓눌린 왼쪽 가슴의 아포칼립스가 찢어지는 듯한 금속 마찰음을 내며 비명을 질렀다. 각혈을 했던 기도가 다시 턱 막히며 뜨거운 피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놔…… 제발…… 서윤이는 건드리지 마십시오…… 차라리 내 걸 가져가……”


세현은 바닥을 기며 배두식의 바짓가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배두식은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세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네놈의 그 부서진 심장 기계에서 나올 수명이 얼마나 되겠느냐? 이 년의 깨끗한 생명력이 훨씬 값어치가 나가지. 게다가 이 기계의 전력 소모도 이제 끝이다.”


배두식은 인큐베이터 뒷벽으로 걸어가 벽면에 조잡하게 연결된 굵은 전력선 플러그를 움켜쥐었다. 손목의 수명 측정기를 슬쩍 확인한 배두식의 눈에 잔인한 탐욕이 번뜩였다.


“이 플러그를 뽑는 순간, 이 불쌍한 어린 양은 고통 없이 신의 품으로 돌아가겠지. 물론 그 남은 생명은 내가 정당한 세금으로 수거할 것이고.”


배두식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전력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인큐베이터의 작동 표시등이 불규칙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저 선이 뽑히는 순간,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서윤이는 즉사할 터였다.


세현의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안 돼.’


어머니의 유언이, 동생을 지키겠다던 약속이, 가슴 속 깊은 심연에서부터 분노의 해일이 되어 솟구쳤다. 하층민의 목숨을 한낱 소모품이자 세금의 담보로 여기는 교단의 저 악랄한 지배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적개심이 세현의 온몸을 지배했다.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현의 왼쪽 가슴 깊숙이 박힌 아포칼립스 보조기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계적 오작동이 아니었다. 심장의 빈 공간에서부터 흘러나온 이질적이고 거대한 우주적 에너지가 보조기의 태엽과 톱니바퀴들을 강제로 회전시키고 있었다.


웅웅웅웅—!


가슴의 기계 틈새로 고압의 붉은 증기가 폭발적으로 내뿜어지며 지하실 바닥을 적셨다. 세현의 등 뒤를 누르고 있던 경비병들이 기이한 진동과 열기에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 어? 이 기계 쪼가리가 왜 이러지?”


배두식이 당황한 눈으로 플러그를 쥔 채 세현을 돌아보았다.


바닥에 엎드린 세현의 양손 손가락 끝에서, 보이지 않던 투명하고 미세한 핏빛 실선들이 아른거리며 허공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실선들은 바둑판 모양의 정교한 궤적을 그리며 배두식의 발목과 그가 쥔 전력선, 그리고 그의 가슴에 박힌 수명 강탈 장치를 향해 소리 없이 엮여 들어갔다.


세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배두식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인과를 자아내는 붉은 직조공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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