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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 로건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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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 구역 엘리시온 교단 지부 상황실.


귀를 찢는 전자기 경보음이 붉은 비명처럼 벽면 가득한 홀로그램 스크린을 뒤덮고 있었다. 상황실 한가운데에 우뚝 선 수석 집행관 로건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분노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거대한 체구를 감싸고 있는 화려한 금빛 장식의 강화 갑옷이 분노에 찬 신성 에너지로 인해 미세하게 떨리며 웅웅거리는 진동음을 냈다.


스크린에는 토마스 신부의 생체 신호가 완벽한 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사망. 그리고 그가 관장하던 성당 지하 정제실의 수명 정수 저장고가 완벽히 텅 비어버렸다는 유실 보고가 붉은 경고창으로 깜빡였다.


“사망……? 토마스가 소멸했다고?”


로건이 이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경악과 함께, 지배자로서의 자존심이 완전히 찢겨 나간 광포한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그 비대하고 영리한 돼지 같은 놈이 하필 이 타이밍에 쓰러지다니! 교단 상부로 송출해야 할 이번 달 수명 정수 할당량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면서 이딴 사고를 쳐?!”


콰아앙!


로건이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메인 제어 콘크리트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의 주먹에서 방출된 금빛 신성 충격파가 단단한 대리석 테이블을 사정없이 으스러뜨리며 사방으로 파편을 튕겼다. 주변에 서 있던 하급 집행관들과 징수원들이 공포에 질려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감히…… 감히 하찮은 슬럼가의 가축 새끼가 교단의 성직자를 죽이고 정수를 도둑질해? ‘회색의 유령’이니 뭐니 하는 소문이 돌 때 진작 그 골목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져서 짓밟아 놓았어야 했다!”


로건이 살기 어린 안광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뒤편 어둠 속에서 두 명의 인물이 걸어 나왔다. 한 명은 키가 2.5미터에 달하는 거구에 두꺼운 중갑옷을 입고 거대한 다연장 로켓포를 어깨에 멘 괴력의 집행관 골리앗이었고, 다른 한 명은 독사 가죽으로 만든 타이트한 슈트를 입고 보라색 독을 입술에 바른 차가운 인상의 여성 집행관 바이퍼였다.


“골리앗, 바이퍼.”


로건의 목소리가 상황실의 얼어붙은 공기를 갈랐.


“지금 즉시 기동대 본대를 이끌고 제18 구역 전체에 전면 봉쇄 및 계엄령을 선포해라. 외곽 검문소의 고압 철조망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주민들의 연명용 수명 배급도 일절 중단한다. 굶어 죽든 늙어 죽든 내 알 바 아니다.”


“그 유령 놈이 숨어 있는 구역은 어떻게 할까요, 대장?”


골리앗이 거친 쇳소리를 내며 어깨의 로켓포를 고쳐 잡았다. 로건이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숨어 있는 은신처를 찾으려 애쓸 필요 없다. 놈이 아끼는 가축들을 먼저 불태우면 제 발로 기어 나오겠지. 철교 밑 천막촌을 비롯해 반란의 싹이 보이지 않는 모든 구역을 샅샅이 수색하고, 의심스러운 은신처는 모조리 불태워라. 그 유령 놈의 목을 내 앞에 가져오기 전까지는 단 한 구역의 방화도 멈추지 않는다.”


“재미있겠군요.”


바이퍼가 보랏빛 입술을 핥으며 나직하게 웃었다. 교단의 정예 무력 세력인 집행관 기동대가 마침내 슬럼가를 완전히 도살장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 *


같은 시각, 제18 구역 외곽의 어두운 폐기 배수관 내부 임시 은신처.


“콜록! 쿨럭……!”


세현은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등을 기댄 채 격렬하게 각혈했다.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 붉은 피가 바닥의 더러운 빗물 고인 곳으로 떨어져 번져나갔다. 가슴에 박힌 심장 보조기 ‘아포칼립스’는 토마스 신부의 성배 흡수 공격을 인과 역류로 막아내느라 피스톤이 비정상적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붉은 증기가 쉭쉭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가슴팍에서 폭발적으로 내뿜어졌다.


[경고: 내부 기어 마모 한계 도달. 코어 파열 위험 92%. 남은 수명: 00:38:12]


단안경 모노클 너머로 보이는 경고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마취 비약의 약효조차 이 근원적인 기계적 붕괴 고통 앞에서는 무력했다.


“주군! 당장 정수를 주입해야 합니다!”


옆에서 세현을 부축하던 태윤이 다급하게 외쳤다. 태윤은 품속에서 토마스 신부의 정제실 바닥에서 수거해 온 투명한 황금빛 앰플을 꺼내 들었다. ‘정제되지 않은 수명 정수’였다. 비록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아 불순물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의 세현에게는 이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


세현은 떨리는 손으로 앰플을 받아 쥐었다. 황금빛 액체가 유리관 속에서 영롱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앰플의 주입구를 아포칼립스 보조기의 중심부 코어 밸브에 직접 꽂아 넣었다.


푸쉭—!


앰플 내부의 고농축 수명 정수가 고압으로 세현의 기계 심장과 혈관 속으로 사정없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으으윽……! 하아아!”


세현의 몸이 순간적으로 활처럼 팽팽하게 꺾였다.


혈관 전체에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듯한 극심한 작열감이 전신을 덮쳤다. 정제되지 않은 불순한 에너지가 세포 하나하나를 강제로 두들겨 깨우는 고통에 눈앞이 하얗게 번뜩였다. 손 끝에 쥔 은방울꽃 펜던트를 터질 듯이 움켜쥐며, 세현은 억지로 비명을 참아냈다. 가슴의 아포칼립스가 요동치며 청색의 냉각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스우우우웅—*


고농축 정수가 아포칼립스의 파손된 내부 기어 틈새를 메우고, 마모된 나노 합금 외벽 코팅막을 강제로 재생시키며 단단하게 굳어갔다. 기계의 하드웨어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붉게 타오르던 경고창이 서서히 녹색의 안정 신호로 전환되었다.


[코어 안정화 완료. 물리 내구도 보강 성공. 남은 수명: 72:00:00]


가슴을 짓누르던 파열의 공포가 가라앉고 차가운 이성이 머릿속을 채웠다. 세현은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비록 몸속 깊은 곳에 불순한 에너지로 인한 미세한 내상이 누적되었지만, 이제 골리앗의 대규모 물리 폭격에도 심장이 단번에 깨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내구성을 확보한 셈이었다.


세현은 남은 앰플 몇 개를 태윤에게 건넸다.


“이걸 가지고 제4 폐기물 창고로 가라. 서윤이의 인큐베이터 전력 코어에 이 정수를 연결해라. 서윤이의 수명 주기를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주군, 로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상의 감시망이……”


“알고 있다. 하지만 서윤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나는 천막촌으로 향하겠다.”


태윤은 세현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더는 만류하지 못했다. 그는 앰플들을 품에 깊숙이 숨긴 채,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세현은 홀로 은신처 밖으로 나와 지상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웅웅웅웅—*


제18 구역의 하늘 높은 곳에 설치된 교단의 거대 홀로그램 스크린들이 일제히 켜지며 붉은 낙인 같은 문양을 뿜어내고 있었다.


[제18구역 전면 계엄령 선포. 무단 출입자 즉시 소멸 처형.]


지부장 로건이 마침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슬럼가 전체를 봉쇄하고 주민들의 수명 배급을 차단해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는, 그리고 자신을 유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는 선전포고였다.


* * *


빗줄기가 더욱 거세게 쏟아지는 철교 밑 천막촌.


가난하고 병든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소박한 안식처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계엄령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천막 사이를 비명 지르며 뛰어다녔고, 자방대장 한도식과 돌격대장 한상태는 굳건한 표정으로 낡은 철교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있었다.


“모두 당황하지 마라! 기어코 올 것이 왔을 뿐이다!”


한도식 대장의 웅장한 목소리가 거친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 퇴역 군인 출신답게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가 쥔 구형 군용 라이플을 잡은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대는 교단의 최정예 무력 집단인 집행관 기동대였다. 구식 소총과 급조한 철판 방패 따위로 저들의 화력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 대장님, 바리케이드 배치를 마쳤습니다!”


거구의 사내 한상태가 거대한 강철 철판 방패를 땅에 쿵 내려놓으며 헉헉거렸다. 그의 신체 경화 이능력이 활성화되어 피부가 일시적으로 거친 바위처럼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도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때, 빗속을 뚫고 회색 후드 코트를 깊게 눌러쓴 세현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


“세현이 너……! 몸도 성치 않은 녀석이 왜 여기까지 온 거냐!”


한도식이 깜짝 놀라 세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세현은 낡은 후드 너머로 차가운 안광을 번뜩이며 철교 정면을 응시했다.


“로건의 진짜 목표는 저입니다. 제가 여기 있어야 주민들이 흩어질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네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각성했다고 해도, 이번엔 적들의 정규 기갑 부대다! 정면 충돌은 자살행위야!”


세현은 대답 대신 왼쪽 눈의 모노클을 가볍게 회전시켰다. 렌즈가 빠르게 초점을 맞추며 철교 너머의 어두운 도로망을 붉은 격자선으로 덮어씌웠.


그의 시야에 철교 진입로의 지형지물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 철교는 슬럼가로 들어오는 유일한 병목 구간이었다. 양옆은 깊은 산성 폐수 도랑으로 막혀 있어, 아무리 거대한 전차라 할지라도 이 좁은 철교 위를 일렬로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면 화력은 교단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 좁은 병목 구간에서는 그 화력이 독이 될 수 있지.’


세현은 가슴의 아포칼립스 보조기를 만져보았다. 토마스의 정수로 임시 보강된 기계 심장이 든든한 쇳소리를 내며 규칙적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물리적 충격파를 버텨낼 방어력은 준비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적들의 압도적인 파괴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되돌릴 정교한 인과의 덫이었다.


“태윤이가 알아온 정보에 따르면, 선두에 서는 것은 부대장 골리앗의 거대 중화기 전차입니다.”


세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한도식에게 말했다.


“정면에서 맞서 싸우지 마십시오. 적의 포탄이 발사되는 순간, 그 파괴의 인과를 전차 내부로 되돌릴 길을 설계할 겁니다. 주민들을 최대한 철교 후방의 지하 배수로로 대피시키십시오.”


“하지만……”


한도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대지가 웅장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 듯, 철교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빗물 고인 아스팔트 바닥이 잘게 출렁였고, 저 멀리 어둠 가득한 도로 너머에서 거대한 철제 괴물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2.5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집행관 골리앗이 이끄는 엘리시온 교단의 다연장 로켓 전차였다.


두꺼운 암회색 장갑판으로 둘러싸인 전차는 거친 엔진 굉음과 함께 검은 매연을 뿜어내며 진격해 오고 있었다. 전차 상부에 장착된 수십 개의 로켓 발사관들이 빗속에서도 불길한 붉은색 조준 안광을 번뜩였다.


*쾅! 쿠콰광!*


전차가 진입로에 세워져 있던 녹슨 자동차들과 자방대의 외곽 바리케이드를 거침없이 짓밟으며 뭉개버렸다. 거대한 강철 궤도가 비명 지르는 철판들을 사정없이 으스러뜨리는 소리가 빗소리를 압도했다.


“으악! 괴, 괴물이다!”


“모두 도망쳐!”


바리케이드 뒤에 대기하던 주민들이 전차의 압도적인 위용과 철제 위압감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한상태가 방패를 움켜쥐며 전방을 가로막았지만, 전차포의 거대한 포신이 천막촌 중심부를 향해 천천히 각도를 틀어 올리는 모습은 절망 그 자체였다.


전차 상부의 해치가 열리며, 거구의 골리앗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깨에 거대한 다연장 로켓포를 멘 채, 광기 어린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쥐새끼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군! 유령 놈이 어딨는지 불어라! 그렇지 않으면 이 천막촌을 단 한 발의 포격으로 통째로 증발시켜 버리겠다!”


골리앗의 손가락이 전차포의 발사 스위치 위로 올라갔다. 전차의 다연장 로켓포가 천막촌 입구를 향해 조준을 마치고, 첫 발을 발사하기 위해 붉은 점멸등을 격렬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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