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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위선과 십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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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드가 남긴 수명 결정의 잔여 에너지는 차갑고도 끈질겼다.


가슴속에 박힌 기계 심장, 아포칼립스 보조기의 부서진 톱니바퀴들이 억지로 맞물리며 불규칙한 맥동을 뱉어낼 때마다 얼음장을 삼킨 듯한 한기가 전신을 타고 흘렀다. 남은 연명 수명은 단 몇 시간. 서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쏟아부었던 자가 치유 고치의 대가는 가혹했지만, 세현은 비틀거리는 몸을 강태윤의 어깨에 기댄 채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주군, 몸을 더 낮추셔야 합니다.”


강태윤이 낮게 경고하며 세현의 회색 후드 코트 깃을 잡아당겼다. 태윤의 어깨 장갑판은 여전히 그을려 있었고, 허리춤에 찬 초진동 대형 합금 단검의 날 끝은 하운드와의 사투로 인해 미세하게 이가 빠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 맹수처럼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당도한 곳은 제18 구역의 심장부, 공동 정수탑 하부에 위치한 ‘정수탑 광장’이었다.


하늘에서는 오염된 산성비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붉게 부식된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로, 뼈만 남은 슬럼가 주민들이 양철 버킷과 낡은 플라스틱 통을 든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서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지 오래였고, 손목에 채워진 수명 측정기는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줄을 맞춰라! 교단의 자비를 의심하는 자에게는 단 한 방울의 정화수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광장 검문소를 지키는 엘리시온 교단 제18지부의 하급 경비병들이 가죽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 그들의 벨트에는 하층민들의 마지막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위한 소형 흡수 장치, ‘드레인 버클’이 기만적인 은빛을 내뿜으며 장착되어 있었다.


세현과 태윤은 주민들 사이에 섞여들기 위해, 광장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태윤이 품속에서 슬럼민들에게서 간신히 구한 ‘수명 칩 [1시간 권]’ 한 장을 꺼내 경비병의 손아귀에 찔러 넣었다.


“한 번만 눈감아 주십시오. 병든 노모에게 줄 물이 필요합니다.”


경비병은 손목 측정기에 칩을 접촉해 수명이 충전되는 것을 확인하더니,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턱짓으로 통과를 허락했다. 귀중한 1시간의 수명을 뇌물로 바친 대가로, 두 사람은 삼엄한 검문망을 우회해 광장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성당의 발코니 위로 한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제18 구역 성당의 지배자, 토마스 신부였다.


그는 굶주림으로 뼈가 앙상한 슬럼민들과는 대조적으로, 탐욕스럽게 비대해진 몸집을 지니고 있었다. 온갖 사치스러운 금실로 정교하게 장식된 사제복을 입은 그의 손에는, 햇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황금빛 오라를 내뿜는 기이한 성배가 들려 있었다. 주민들의 수명을 즉석에서 빨아들이는 ‘수명 수탈 성배’였다.


“가여운 어린양들이여.”


토마스 신부의 기름진 목소리가 확성 장치를 타고 광장 전체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오늘도 신성한 교단은 너희의 죄를 사하고, 오염된 육신을 정화할 생명수를 배급하노라. 신성한 의식에 참여하여 너희의 미천한 수명을 십일조로 바치라. 그것이 영생의 성궤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니라.”


그의 손짓에 따라 성당 아래의 대형 파이프에서 정화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구원을 얻은 것처럼 울부짖으며 양철 통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세현의 눈에는 그 가짜 기적의 실체가 너무나도 똑똑히 보였다.


세현은 왼쪽 눈에 장착된 황동빛 단안경, ‘모노클’의 태엽을 미세하게 회전시켰.


*스우우웅—*


시야가 푸르스름한 격자망으로 전환되는 순간, 세현은 숨을 들이켰다.


성당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수천 명의 주민들. 그들의 머리 위에서부터 뻗어 나온 미세하고 투명한 핏빛 실선들이, 마치 거대한 거미줄처럼 성당 발코니에 서 있는 토마스 신부의 금빛 성배를 향해 연결되어 있었다.


‘슬럼가 주민들의 수명선 연결 진실’이 눈앞에 가시화된 것이다.


주민들이 물 한 바가지를 배급받을 때마다, 그들의 손목 측정기에서 흘러나온 푸른 수명 에너지가 핏빛 실선을 타고 성배 속으로 사정없이 빨려 들어갔다. 물을 마셔 연명하는 것보다, 그 대가로 뜯기는 수명이 훨씬 더 많았다. 마른 수건을 짜내듯 하층민의 생명을 갈취해 상층부로 송출하는 거대한 기생 구조의 최말단이 바로 이 성당이었다.


세현의 가슴속 아포칼립스 보조기가 그의 끓어오르는 분노에 공명하듯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차가운 분노가 혈관을 타고 번졌다. 저 위선적인 사제가 웃으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주군, 장벽이 너무 강합니다.”


옆에 서 있던 태윤이 낮게 속삭였다. 그의 단검 끝이 성당 주변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빛의 장벽을 가리켰다. 토마스 신부가 시전한 ‘신성 보호막’이었다. 광장의 배급 줄에서 직접 성배를 강탈하려던 계획은 저 철통같은 배리어와 수십 명의 무장 초병들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간 배리어가 폭발해 광장의 무고한 주민들이 먼저 몰살당할 터였다.


“우회한다.”


세현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모노클의 초점을 성당 벽면으로 맞췄다. 겉보기에 화려한 대리석 벽면 너머, 핏빛 수명선들이 모여 흘러내리는 거대한 구리 배관망의 흐름이 보였다. 수천 명에게서 빼앗은 생명력은 성배를 거쳐, 성당 지하 깊숙한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태윤이 주변의 초병 동선과 고압 전류 장벽의 스위치 위치를 눈여겨보며 속삭였다.


“지하 배수로를 통하면 성당 내부의 기계실로 바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하에는 침입자를 감지하는 특수 경보 드론들과 정예 초병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상관없다.”


세현이 모노클의 렌즈를 끄며, 성당 지하 벽면의 특정 좌표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지목했다.


“저 성당 지하에 모든 수명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맥동이 숨겨져 있어. 바로 저기다. 오늘 밤, 저 가짜 신성의 목줄을 끊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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