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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기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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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익—! 쾅!


머리 바로 위에서 강철 환기구 덮개가 찢겨 나가는 비명이 울렸다. 기계 사냥개들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쇠발톱이 낡은 철판을 종이장처럼 찢어발기는 소리였다. 그 틈새로 붉은색 레이저 감지선들이 뱀의 혀처럼 좁은 환기구 내부를 날카롭게 훑었다.


“주군, 늦기 전에 내려가야 합니다!”


강태윤이 초진동 단검으로 환기구 하부의 녹슨 쇠창살을 단숨에 베어냈다. 쇳소리와 함께 아래로 뚫린 어두운 수직 통로가 입을 벌렸다.


“하아…… 윽……”


민세현은 왼쪽 가슴을 부여잡은 채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속에 박힌 기계 심장 보조기 ‘아포칼립스’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방금 전 감시망을 교란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전한 ‘교단 감시망 주파수 동조화 규칙’의 반동이었다. 기어들이 제 궤도를 벗어나 비명을 질렀고, 전신 혈관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파열 고통이 밀려왔다. 입안 가득 비릿한 핏물이 고였다.


[잔여 수명: 11시간 42분]


손목의 측정기가 잔인하게 붉은빛으로 깜빡이며 수명이 실시간으로 깎여 나가고 있음을 경고했다. 이능력 시전의 가혹한 대가였다. 수명의 등가교환 법칙은 단 1초의 자비도 없었다.


두 사람은 주저 없이 수직 통로 아래로 몸을 던졌다.


*첨벙!*


발이 닿은 곳은 무릎까지 차오르는 축축하고 차가운 오수였다. 제18 구역의 모든 오염 물질과 산성비가 모여드는 지하 수로망의 가장 깊은 밑바닥, 교단조차 수색을 포기한 금지 구역인 ‘심연의 흑수구’였다.


사방에서 썩은 기름 냄새와 부패한 유기물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천장에는 거대한 녹슨 배관들이 기생충의 혈관처럼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고, 그 틈새로 오염된 물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이곳의 복잡한 수로망이라면 저들의 추적을 일시적으로 따돌릴 수 있습니다.”


태윤이 세현을 부축하며 어둠 속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모노클을 착용한 세현의 왼쪽 눈에는 이미 사태의 심각성이 실시간으로 가시화되고 있었다.


스우우웅—.


모노클의 황동 렌즈가 미세하게 회전하며 흑수구의 어둠을 붉은색 격자망으로 재구성했다. 수로 뒤편, 방금 내려온 수직 통로 너머에서 기괴한 살의의 주파수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온다.”


세현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크르르르릉—! 컹!*


기계 엔진의 배기음과 쇠사슬이 벽면을 긁는 소리가 하수구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운드의 기계 사냥개들이 수로의 오수를 헤치며 전광석화처럼 쫓아오고 있었다. 그들의 기계 코 가면은 세현의 아포칼립스 보조기가 흘리는 미세한 주파수 잔영을 완벽하게 록온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기괴한 몸짓의 사내—수명 추적수 하운드가 쇠사슬을 쥔 채 하수구 벽면을 타고 고속 돌격해 왔다. 그의 가면 너머로 번뜩이는 붉은 안광이 어두운 수로를 가차 없이 비추었다.


“찾았다, 쥐새끼들!”


하운드가 허공을 가르며 기계 사슬을 내던졌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쇠사슬이 뱀처럼 허공을 꿰뚫고 세현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깡—! Chiii익!*


찰나의 순간, 태윤이 앞으로 나서며 초진동 대형 합금 단검으로 사슬을 받아쳤다.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오수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사슬에 흐르는 전류의 충격이 단검을 타고 전해지자, 태윤의 단단한 턱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주군, 제 뒤에 서십시오! 이 자들의 살의는 격이 다릅니다!”


태윤이 단검을 고쳐 잡으며 도주 경로를 확보하려 했다. 수로 우측에 거대한 무쇠 배수 장벽이 보였다. 저 장벽 너머로 빠져나간다면 하운드의 포위망을 끊을 수 있을 터였다. 태윤이 몸을 날려 배수 장벽의 수동 제어판을 단검으로 베어 열려 했다.


*지지지직! 콰쾅!*


“윽!”


제어판 표면에 흐르던 고전압 저항 장벽이 폭발하며 태윤의 신형을 뒤로 세차게 밀쳐냈다. 단검 끝에 그을린 화상 흔적이 남았고, 태윤의 어깨 장갑판이 미세하게 타들어 갔다. 장벽은 교단의 중앙 전력망과 연결되어 차단된 철옹성이었다. 물리적인 절단으로는 결코 열 수 없는 덫이었다.


“막다른 길이군.”


수로 뒤편에서 하운드가 착지하며 기괴하게 허리를 꺾었다. 그의 주변으로 네 마리의 기계 사냥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반원형으로 포위망을 좁혔다. 사냥개들의 등 뒤에 달린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외피를 흐르는 푸른색 전류 배리어가 오수와 닿아 연신 스파크를 일으켰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유령. 네놈의 특이한 심장을 로건 지부장님께 바치면, 나는 중층 도시의 시민권을 얻게 되겠지. 순순히 심장을 내놓아라!”


하운드가 사슬을 팽팽하게 당기며 살의를 폭발시켰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살의의 궤적이 모노클의 렌즈를 통해 세현의 심장 보조기로 촘촘하게 연결되는 것이 보였다. 가슴의 아포칼립스가 그 살의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진동했다. 기어들이 마찰하며 가슴뼈를 짓눌렀고, 세현은 가슴을 쥐어짜며 거칠게 각혈했다.


하지만 세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오수 아래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 어둡고 깊은 흑수구의 바닥에는 인간의 침입을 극도로 혐오하는 다른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오염 물질로 인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기계 괴수들, 흑수구의 지배자인 거대 기계 악어들이었다.


*구구구구궁—.*


오수의 표면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무겁고 거대한 강철 가죽을 지닌 괴수들의 실루엣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올랐다. 녹슨 녹색 센서 안광을 번뜩이는 변종 기계 악어들이 침입자들의 기계 소음과 전류 자극에 반응해 아가리를 벌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운드는 눈앞의 사냥감에 정신이 팔려 발밑의 거대한 이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원인은 저들이 나를 죽이려는 절대적인 살의. 결과는 저 괴수들의 포식 좌표.’


세현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소매 속에 감춰둔 왼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 뻗어 나온 투명하고 핏빛으로 빛나는 미세한 실선들이 빗물과 오수를 뚫고 날아갔.


스스슥—.


인과의 실선들이 허공을 가르며 하운드와 기계 사냥개들의 사지, 그리고 오수 아래에서 아가리를 벌리는 기계 악어들의 주둥이 좌표를 복잡하게 엮어내기 시작했다.


“죽어라!”


하운드가 사슬을 휘두르며 돌격 명령을 내렸다. 네 마리의 기계 사냥개들이 일제히 대지를 박차고 세현을 향해 덮쳐왔다. 그들의 이빨에 고압 전류가 집중되며 공기를 찢는 굉음이 울렸다.


바로 그 순간, 세현의 손가락 끝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살의 전이(Killing Intent Transfer).”


사냥개들과 하운드가 세현을 향해 뿜어내던 절대적인 살의의 방향 벡터가 허공에서 기괴하게 비틀렸다. 그들이 가하려던 파괴적인 타격의 인과가, 오수 아래에서 솟구쳐 오르는 기계 악어들의 거대한 신체 좌표로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기계 사냥개들의 전류 발톱이 세현이 아닌, 수면 위로 돌진하던 거대 기계 악어의 머리 장갑판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파멸적인 충격음과 함께 백색의 전류가 하수구 전체로 퍼져나갔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기계 악어 괴수들이 광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괴수들의 센서 안광이 붉은색 폭주 상태로 변하며, 자신들을 공격한 기계 사냥개들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콰드득! 콰직!*


거대 악어의 강철 이빨이 기계 사냥개 한 마리의 허리를 단숨에 물어뜯어 장갑판을 으스러뜨렸다. 사냥개 내부의 엔진이 역폭발하며 기름과 불꽃이 오수 위로 사방으로 튀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사냥개들이 저 괴물들을 공격한 거지?!”


하운드가 경악하며 사슬을 당기려 했지만, 이미 인과의 고리는 그의 통제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세현이 엮어놓은 실선 격자망에 의해, 하운드 부대가 내뿜는 모든 공격 의지가 기계 악어들을 자극하는 도화선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컹! 컹! 콰앙!*


남은 사냥개들이 폭주하는 기계 악어들과 뒤엉켜 서로의 철피를 찢어발기는 기괴한 상호 사륙이 시작되었다. 하수구는 순식간에 찢겨 나가는 금속 파편과 폭발하는 에테르 불꽃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운드가 이성을 잃고 세현을 향해 직접 사슬을 난사하려 몸을 날렸다.


“네놈이……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거냐!”


하지만 세현은 이미 그의 움직임을 한발 앞서 읽고 있었다. 모노클 너머로 하운드의 디딤발 좌표가 선명하게 빛났다.


“인과의 실선 묶기(Causality Thread Binding).”


세현이 손가락을 가볍게 쥐자, 하운드의 발목에 감겨 있던 투명한 실선들이 하수구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육중한 고철 장갑판 잔해들과 단단히 결속되었다.


*턱!*


“어……?!”


공중으로 도약하려던 하운드의 발목이 기괴하게 붙잡히며 오수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찰나, 동료 사냥개들을 모두 씹어 삼킨 거대 기계 악어 한 마리가 피비린내 나는 아가리를 벌리며 하운드를 향해 쇄도했다.


“안 돼! 오지 마! 끄아아아악!”


하운드의 비명이 어두운 하수구의 진동 속에 파묻혔. 거대 악어의 무자비한 이빨이 하운드의 상체를 통째로 물고 오수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수면 위로 붉은 피와 기계 기름이 소용돌이치며 번져나갔고, 이내 차가운 침묵만이 수로를 지배했다.


“하아…… 하아……”


세현은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짚었다. 이능력을 광역으로 시전한 여파로 가슴의 아포칼립스 보조기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되어 청색 증기를 뿜어냈다. 눈앞이 흐려졌고 전신 혈관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세현은 기어 다니듯 오수 위를 움직여, 기계 사냥개들과 하운드가 소멸한 자리로 향했다. 그곳에는 파괴된 기계들의 잔해 사이로 영롱한 푸른빛을 내뿜는 ‘하급 수명 결정 조각’들이 떨어져 있었다. 하운드 부대가 하층민들에게서 강탈해 보관하고 있던 생명의 정수들이었다.


세현은 손가락 끝의 실선을 뻗어 그 결정 조각들을 남김없이 감아올렸다. 푸른빛의 에너지가 실선을 타고 아포칼립스 보조기로 스며들자, 차갑게 식어가던 심장 코어가 다시 활력을 찾으며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잔여 수명: 48시간 확보]


최악의 고사 위기는 넘겼다. 이 에너지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서윤이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동력원이 되어줄 터였다.


“주군, 이쪽입니다! 하수구의 붕괴된 틈새를 찾았습니다!”


태윤이 수로 구석의 무너진 콘크리트 벽면 사이로 흐르는 미세한 바람을 감지하고 길을 열었다. 두 사람은 폭발하는 하수구의 잔해들을 뒤로한 채, 흑수구의 가장 깊은 틈새를 통해 마침내 지상을 향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에 도달한 순간, 세현의 모노클 렌즈 너머로 지상의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교단 순찰조들의 삼엄한 살의 궤적들이 다시 한번 불길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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