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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골 계곡의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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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북해의 하늘 아래, 용골 계곡(龍骨 溪谷)은 마치 거대한 괴수의 아가리처럼 험악한 입구를 벌리고 있었다. 대지 위로 솟구친 암석들은 천 년 전 전사한 고대 용들의 갈비뼈 형상을 하고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 같은 기괴한 풍음(風音)을 내뿜었다. 살을 에어내는 듯한 혹한의 밤바람 속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계곡의 샛길을 타고 움직였다.


백서진은 품속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청룡의 라반’을 지그시 눌렀다. 계곡 내부에서 풍겨오는 고대 용족의 잔류 마력이 라반의 바늘을 미쳐 날뛰게 만들고 있었지만, 서진의 차가운 눈빛은 오직 전방의 어둠만을 꿰뚫고 있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이미 세로로 찢어진 푸른 용안(龍眼)으로 변해 있었다. 제자 동이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가 그의 심장 제어기를 강제로 과열시키며 뜨거운 용혈을 전신으로 순환시키고 있었다.


“서진 씨, 무리하지 말아요. 심장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옆에서 나란히 신형을 날리던 설하린이 나직한 전음으로 속삭였다. 그녀의 청청색 눈동자에는 서진을 향한 애틋한 걱정과 함께, 가문의 배신자 마평을 향한 서슬 퍼런 살기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 새겨진 신룡의 혈맹 반지는 서진의 분노와 공명하듯 은은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괜찮아, 하린 씨. 동이를 구하기 전까진 내 심장은 멈추지 않아.”


서진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뒤편을 돌아보았다. 전신에 붕대를 감은 채 턱을 악물고 따라오는 바투가 보였다. 기동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였지만, 의형제인 서진의 제자를 구하기 위해 그는 고통조차 잊은 듯 대도의 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그림자 경계선 너머에는 독고성이 붙여준 일류 암살자, 무영(無影)이 형체도 없이 숨죽여 동행하고 있었다.


“앞에 보초가 둘 있습니다. 제가 처리하지요.”


허공에서 들려오는 듯한 무영의 전음과 함께, 서진의 시야에 서재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스스스스ㅡ.


무영이 그림자 보행(그림자 보행)을 전개하자, 그의 신형이 주변의 짙은 어둠 속으로 녹아내리듯 스르륵 사라졌다. 계곡 입구의 좁은 바위틈에서 횃불을 든 채 졸고 있던 조걸의 도적단 보초 두 명은 자신들의 뒤편에서 스며드는 칠흑 같은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스윽. 쩍.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무영의 은빛 연검이 보초들의 목덜미를 소리도 없이 그어버렸다. 비명횡사한 두 구의 시신이 바닥에 쓰러지기도 전에, 무영은 그들의 옷자락을 잡아 소리 없이 바위 뒤로 숨겼다. 완벽한 은밀 침투의 시작이었다.


“가자.”


서진이 나직하게 수신호를 보내며 한 걸음 내딛으려던 찰나, 그의 용안이 공기 중에 흐르는 기이한 마력의 파동을 포착했다. 서진의 시야가 순식간에 흑백으로 반전되며, 붉은색 마법 각인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궤적들이 눈밭 아래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력 흐름 간파(마력 흐름 간파).’


조걸의 도적단이 용 사냥꾼 연합에게 공수받은 ‘용혈 무력화 사슬 덫’들이 계곡 바닥 전체에 촘촘하게 매설되어 있었다.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디디면 사슬이 솟구쳐 서진의 용혈을 억제하고 사지를 묶어버릴 터였다. 조걸은 서진이 분노에 눈이 멀어 무작정 기어들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이런 야비한 덫을 놓았으리라.


“내 발자국만 밟아. 1인치라도 벗어나면 덫이 작동한다.”


서진은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며 붉은 마력선 사이의 유일한 빈틈을 찾아 발을 디뎠다. 하린과 바투는 서진의 지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발자국을 밟으며 전진했다. 조걸이 자신만만하게 구축해 둔 흑철 덫 지대는 서진의 초자연적인 지각 능력 앞에서 한낱 쓸모없는 고철덩어리로 전락해 우회당했다.


마침내 계곡 깊은 곳의 도적단 산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개의 횃불이 타오르는 광장 중앙, 통나무 기둥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묶여 있는 소년이 보였다. 서진의 제자, 동이였다. 동이의 한쪽 다리는 기괴하게 꺾여 있었고, 입술은 터져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가죽 안대를 쓴 거구의 사내, 조걸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동이의 목덜미에 녹슨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이 기특한 꼬맹이 놈, 끝까지 네놈들의 위치를 불지 않더군. 백 의원, 숨어 있지 말고 당장 기어 나와라!”


조걸의 외침이 계곡을 울렸다. 서진의 가슴속 심장 제어기가 분노로 인해 거칠게 째깍거리며 붉은 증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서진은 분노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머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그는 바투와 하린을 향해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다.


바투가 단단한 대지를 딛고 도약했다. 부상의 고통을 억누르며 야성적인 기운을 폭발시킨 그의 신형이 높은 바위산 위로 솟구쳤다.


‘설표의 기습(설표의 기습)!’


소리도 없이 낙하한 바투의 거구가 동이의 뒤편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조걸의 십인장 머리 위를 정확히 덮쳤다. 육중한 대도의 손잡이가 십인장의 정수리를 강타했고, 사내는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한 채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습격이다! 적대 용혈 무인이다!”


도적들이 경악하며 무기를 뽑아 들려던 찰나, 설하린이 대지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녀의 한설검이 밤하늘을 가르며 은빛 궤적을 그렸다.


‘얼음 사슬 구속!’


하린이 검날을 대지에 꽂아 넣자, 차가운 빙결 마력이 눈밭 아래로 전파되며 도적들의 발밑에서 수십 개의 푸른 얼음 사슬들이 뱀처럼 솟구쳐 올랐다. 순식간에 동이를 둘러싸고 있던 도적 열댓 명의 다리가 얼음 사슬에 묶여 대지에 고정당했다. 그들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렀다.


“비열한 쥐새끼가……! 같이 죽자!”


다급해진 조걸의 부하 하나가 동이의 목을 향해 칼날을 내리치려 했다. 동이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절체절명의 순간.


슝ㅡ!


서진의 손끝에서 한 줄기 푸른 서리 안개를 두른 단검이 화살처럼 날아갔.


‘서리 투척 단검(서리 투척 단검)!’


하린의 빙결 마력이 깃든 은빛 단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이의 목을 겨누던 도적의 오른쪽 손목을 꿰뚫었다. 단검이 박히는 순간, 극도의 한기가 도적의 손목 혈관과 신경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끄아아악! 내 손, 내 손이!”


도적은 비명을 지르며 칼을 떨어뜨렸고, 얼어붙은 그의 손목은 작은 충격에도 유리처럼 바스러질 듯 파랗게 변해 있었다. 서진은 용화 보법의 신법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동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백 의원…… 네놈이 기어코!”


조걸은 전세가 순식간에 기울자 이성을 잃고 광소했다. 그는 소매 속에서 음한 사독 기운이 서린 녹색 독가루 주머니를 꺼내 동이와 서진을 향해 살포하려 했다. 인질과 함께 동귀어진하려는 비열한 발악이었다.


“어림없는 짓을.”


설하린이 차갑게 일갈하며 한설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날에서 방출된 강력한 서리 폭풍 기류가 공중을 휘감으며, 조걸이 뿌린 독가루를 살포되기도 전에 얼려버렸다. 얼어붙은 독가루 파편들이 차가운 눈송이가 되어 조걸의 얼굴 위로 흩날렸다.


“으아악! 내 눈!”


자신의 독에 역으로 노출된 조걸이 얼굴을 움켜쥐며 뒤로 자빠졌다. 도적단은 서진의 완벽한 지략과 하린의 무력, 바투의 기습 연계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궤멸당했다.


그러나 난전의 와중, 쓰러져 가던 도적 하나가 품속에서 독이 묻은 비수를 꺼내 서진의 등 뒤를 노리고 돌격했다. 부상으로 기동력이 떨어진 바투가 이를 먼저 발견하고 몸을 던졌다.


서걱.


“으윽!”


바투가 몸으로 비수를 막아서며 그의 어깨 bandage 위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비수에 발린 사파의 썩은 독 기운이 그의 상처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바투는 신음하며 무릎을 꿇었다.


“바투 형님!”


서진이 급히 다가가 바투의 어깨 맥을 짚었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으나, 독 기운이 혈맥을 타고 흐르려 하고 있었다. 서진은 가슴의 제어기를 진정시키며 동이의 묶인 밧줄을 단검으로 잘라냈다.


“스승님…… 흐윽, 오실 줄 알았습니다…….”


동이가 서진의 품에 안겨 눈물을 터트렸다. 서진은 다친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부드럽게 안아 올렸다. 마침내 제자를 구출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승리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쿠구구구구궁ㅡ!


갑자기 용골 계곡 전체가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계곡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용의 갈비뼈 형상 바위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대지 아래 깊은 균열 틈새에서 불길하고 음산한 검은 안개가 폭발하듯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흐흐흐…… 청룡의 신선한 피를 품은 녀석이 기어코 제 발로 무덤에 들어왔구나.”


계곡 깊은 곳의 어둠 속에서, 해골 지팡이를 쥔 음침한 사내의 목소리가 기괴한 울림과 함께 전해졌다. 사악한 사령술사 제로드(제로드)였다. 그가 지팡이를 대지에 내리꽂자, 검은 마력이 계곡 전체의 해골 뼈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쩍! 쩍!


동이를 무사히 구출해 안아 올린 순간, 계곡 깊은 곳의 거대한 용의 갈비뼈 형상 대지에서 불길한 검은 안개와 함께 거대한 해골 용이 일어서기 시작한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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