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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의 제단과 라이벌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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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운이 잔혹한 광소를 터트리며 손을 치켜들자, 협곡 절벽 위에서 수십 대의 쇠뇌 시위가 일제히 팽팽하게 당겨졌다.


“쏴라!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사마운의 잔혹한 명령과 함께,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수십 발의 흑철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설하린은 이를 악물며 균열이 간 한설검을 뽑아 들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단전은 텅 비어 있었고, 전신을 엄습하는 한독의 오한은 그녀의 무릎을 꺾이게 만들었다.


“하린 씨, 무리하지 마세요!”


백서진은 창백해진 하린의 허리를 안아 끌어당기며, 자신의 목덜미에 새겨진 푸른 용의 낙인을 필사적으로 쥐어짜 투기 방출(投氣 放出)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낙뢰지의 정전기 간섭으로 가슴뼈 중앙의 용골 심장 제어기는 거칠게 삐걱거리며 붉은 증기만을 내뿜을 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고슴도치 신세가 될 판이었다.


“이 병약한 약사 총각은 내 연구 대상이란 말이야! 어디서 감히 숟가락을 얹으려고!”


그 순간, 당예리가 까칠하게 쏘아붙이며 소매 속에서 보랏빛 주머니를 허공으로 던졌다.


‘당가 만천화우(滿天花雨) 변형 초식, 독나비 연막탄!’


펑! 펑! 펑!


허공에서 터진 주머니들이 자욱한 보랏빛 독안개를 사방에 살포했다. 쏟아지던 흑철 화살들이 독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바위에 무참히 박혔다. 사냥꾼들의 시야가 완벽하게 차단되자, 사마운의 일그러진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독술인가? 사천당가의 계집이 기어코 이단 놈의 편을 드는구나! 추적견들을 풀어라!”


멍! 멍! 짖는 소리와 함께 맹수들의 기척이 안개 속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서진은 흐려지는 의식을 청심결로 간신히 붙잡으며 눈동자를 푸른 세로 동공으로 변화시켰다.


‘용안 개안(龍眼 開眼).’


서진의 시야가 순식간에 흑백으로 반전되며, 낙뢰지 대지에 흐르는 미세한 푸른 전류의 궤적들과 하늘에서 떨어질 벼락의 전조 마력이 선명하게 보였다. 서진은 숨을 헐떡이며 하린과 예리의 손을 잡았다.


“하린 씨, 예리 씨. 내 발자국만 정확히 밟으십시오. 3초 뒤, 저 바위 언덕 위로 번개가 떨어질 겁니다. 그 틈을 타 우회합니다!”


서진은 용화 보법의 마지막 반동력을 쥐어짜 다리를 강하게 내디뎠다. 마맥이 비어 육체는 쇠약했지만, 용안으로 읽어낸 대자연의 흐름은 완벽했다.


쿠르릉! 콰쾅!


서진 일행이 언덕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거대한 푸른 낙뢰가 사마운의 사수들이 매복해 있던 절벽 위를 직격했다. 비명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나며 협곡 전체가 흔들렸다. 사마운 일행이 번개의 충격에 휘청이는 사이, 서진 일행은 자욱한 수증기 폭풍을 뚫고 뇌신룡의 낙뢰지 깊숙한 곳으로 신형을 날려 도주했다.


***


얼어붙은 전나무 숲의 거친 바위벽을 지나, 일행이 간신히 당도한 곳은 ‘얼어붙은 신수나무 제단’이었다.


수천 년 동안 만년설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은 고대 신목(神木)이 제단 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전신이 하얀 서리와 얼음 결정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 거대한 줄기의 중심부에서는 은은하고 따뜻한 녹색 생명의 빛이 맥박 치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주변의 차가운 오한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신성한 거처였다.


“하아…… 하아…… 바투 형님!”


서진은 마차 문을 열고 바투를 침상째 제단 위로 끌어내렸다.


바투의 상태는 절체절명이었다. 하린의 한설검이 뿜어내던 임시 동결 한기는 이미 바닥나 검날의 균열 사이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동결이 풀리자마자 바투의 가슴팍 함몰 부위에서 검푸른 사독의 기운이 괴물처럼 뒤틀리며 목덜미를 타고 심장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바투 오라버니! 제발 정신 좀 차려봐요!”


제자 동이가 눈물을 흘리며 바투의 뺨을 비볐으나, 바투는 이미 호흡이 멈추기 직전의 혼절 상태였다.


“일반 해독제로는 이 사독을 정화할 수 없어. 오직 이 신수나무의 수액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서진은 비틀거리며 신목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신목 주변에 가까이 다가서자, 대지에서 거대한 얼음 나무뿌리들이 뱀처럼 솟구쳐 오르며 날카로운 채찍질을 가해왔다. 제단을 수호하는 고대 정령들의 방어 기전이었다.


“약사 총각! 비켜!”


당예리가 독침을 던져 뿌리를 저지하려 했으나, 신성한 기운 앞에서는 독성이 무력화되어 튕겨 나갔다. 하린 역시 부러진 검을 쥐고 가로막으려 했지만 한독 오한으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서진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는 청룡의 라반을 쥔 왼손을 들어 신목의 굳건한 줄기 위에 직접 얹었다. 그리고 그의 약지에 끼워진 신룡의 혈맹 반지를 나무 표면에 강하게 밀착시켰다.


‘내 피와 생명력을 줄 테니, 공명해라!’


웅웅웅!


그 순간, 신목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신목의 고대 수호령이 서진의 몸에 흐르는 청룡의 순수한 생명 마력을 감지한 것이었다. 나무는 서진의 혈맥을 타고 그의 생명력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서진은 단전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가슴뼈 중앙의 용골 심장 제어기가 미친 듯이 과열되며 붉은 증기를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전신이 창백하게 식어가고 눈가에서 피눈물이 베어 나오는 가혹한 대가였다.


“서진 씨! 안 돼요! 그만두세요!”


하린이 반지를 통해 전해지는 서진의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 심장이 반으로 찢어지는 듯한 절망을 느끼며 소리쳤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서진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어떻게든 자신의 체온을 주입하려 애쓰는 그녀의 소유욕이 반지를 다시금 붉게 빛나게 만들었다.


그 진실한 감정적 동화가 신목에 가닿은 바로 그 순간.


스르륵.


서진을 옭아매던 나무뿌리들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신목의 중심부 갈라진 틈새에서, 눈이 시릴 정도로 영롱한 녹색의 신수나무 수액이 한 방울씩 흘러내려 서진이 들고 있던 청동 잔 위로 떨어졌다.


“간신히…… 얻었군.”


서진은 극심한 빈혈로 쓰러지기 직전이었으나, 이를 악물고 잔을 들고 바투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 황금빛 푸른 광채를 내뿜는 신선한 청룡의 용혈 피가 수액 위로 떨어져 융합되었다.


‘용혈 치유(龍血 治癒)와 신목 수액의 결합이다.’


서진은 붉고 푸른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혼합 약액을 바투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흘려 넣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약액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바투의 전신을 뒤덮고 있던 검푸른 사독의 성에들이 치익 소리를 내며 하얀 김이 되어 증발하기 시작했다. 함몰되어 으스러졌던 흉부의 뼈마디들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제자리를 찾아 맞춰졌고, 찢어진 피부가 황금빛 녹색 광채 속에서 눈부신 속도로 재생되었다.


“어…… 으어어억!”


바투가 거대한 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자리에서 번쩍 일어났다. 그의 야성적인 눈동자가 빛을 되찾았고, 은빛 설표 무늬 귀가 쫑긋 섰다.


“서진아…… 내가 살아난 거냐?”


“바투 형님……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서진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동이와 예리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서진의 신들린 의술과 재생력에 입을 벌렸다. 하린은 눈물을 흘리며 서진의 창백한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묻고 꽉 껴안았다.


“다시는…… 다시는 이런 무모한 짓 하지 마세요. 당신이 죽으면 저도 죽는단 말이에요.”


그녀의 은밀하고도 살벌한 애정의 온기가 서진의 차가워진 심장을 부드럽게 덥혀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짝, 짝, 짝.”


제단의 어두운 전나무 숲 그늘막 너머로, 소름 끼치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물겨운 형제애로군, 백서진. 그리고 내 가문의 수치인 하린아.”


사마운이었다.


그는 어느새 제단 외곽의 숲을 포위한 채, 검은 가죽 사냥꾼 수트를 뽐내며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용의 피를 적출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용혈 적출 단검’이 음산한 보랏빛 기류를 내뿜으며 쥐어져 있었다.


“낙뢰지의 벼락을 이용해 도망칠 줄은 몰랐다만, 이 제단은 사방이 절벽인 막다른 길이다. 더구나 그 신목의 수액을 채취하느라 네놈의 그 보잘것없는 수명과 생명력은 이미 바닥이 났겠지?”


사마운의 지적은 정확했다. 서진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예리 씨, 하린 씨. 바투 형님을 데리고 뒤로 물러서십시오.”


“헛소리 마라, 서진아! 내 몸은 완벽하게 부활했다! 저 뱀새끼 같은 놈은 내가 찢어발기마!”


바투가 거대한 참마도를 움켜쥐며 포효했다. 그의 야성적인 기공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하린 씨, 검을 잡으세요. 예리 씨는 독술로 적들의 사수들의 시야를 교란해 주십시오. 이 제단에는 우리가 깨우지 않은 수호 석상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마맥을 자극해 사마운의 진형을 무너뜨리겠습니다.”


서진은 용안으로 제단 사방에 서 있는 거대한 얼음 나무 석상들의 내부 맥로를 꿰뚫어 보며 차분하게 지시했다. 비록 마력은 없었지만, 그에게는 전장을 지배하는 지략이 있었다.


“흥, 발악을 하는구나! 쏴라!”


사마운의 명령과 함께 사수들이 다시금 화살을 날렸다.


“이단아의 독술을 보여주마! 만천화우, 암흑 부식포!”


당예리가 소매를 크게 휘두르며 보랏빛 독안개와 부식성 가루를 사방으로 살포했다. 날아오던 화살들이 공중에서 부식되어 부러졌고, 자욱한 독안개가 사냥꾼들의 시야를 완벽히 가로막았다.


그 틈을 타 하린이 균열이 간 한설검을 대지에 강하게 꽂았다.


‘빙화검결, 얼음 사슬 구속!’


쩍쩍쩍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제단 바닥에서 거대한 얼음 사슬들이 솟구쳐 올라 사마운의 사수들의 다리와 제단 수호 석상들의 하체를 동시에 옭아맸다. 석상들이 침입자들의 기척에 반응해 거대한 돌팔을 휘두르며 사냥꾼 연합의 진형을 사정없이 짓밟기 시작했다.


“으아악! 석상들이 폭주한다! 대장, 살려주십시오!”


아수라장이 된 전장 한가운데서, 사마운의 얼굴이 분노로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이 쓸모없는 벌레 놈들이…… 백서진! 네놈의 그 얄팍한 잔머리도 여기까지다!”


사마운이 잔혹한 광소를 터트리며 품속에서 검붉은 빛을 내뿜는 거대한 사슬망을 꺼내 들었다. 사슬의 마디마디마다 용의 심장을 얼리고 마력을 차단하는 고대의 불길한 룬 각인들이 핏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용혈 무력화 사슬망(龍血 無力化 사슬망)! 이 제단 전체를 덮어 이단의 핏줄을 영원히 박제해 주마!”


사마운이 사슬망을 허공을 향해 힘껏 투척하자, 검붉은 쇠사슬들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제단 전체의 하늘을 덮으며 낙하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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