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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 속의 독초와 까칠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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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릉! 콰쾅!


하늘을 찢을 듯한 푸른 번개들이 대지를 뒤흔들며 일행의 앞길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사방이 온통 그을린 검은 바위산뿐인 이곳은 북해 설산의 남쪽 경계이자, 남방 적염령의 후끈한 열기가 미세하게 밀려드는 ‘뇌신룡의 낙뢰지(雷神龍의 落雷地)’였다. 1년 내내 마력 어린 푸른 벼락이 비처럼 쏟아지는 이 죽음의 분지에서, 백서진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우윽, 컥……!”


서진의 입술 사이로 다시금 뜨거운 선혈이 울컥 배어 나왔다. 사방신 천벌을 무리하게 시전한 후유증으로 단전의 마맥은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였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마력을 전혀 쓸 수 없는 완전한 필멸자의 육체. 그 가녀린 몸에 낙뢰지의 전격 정전기 간섭이 가해지자, 가슴뼈 중앙에 이식된 용골 심장 제어기가 사정없이 삐걱거리며 작열통을 유발하고 있었다.


“서진 씨! 제발 무리하지 마세요……!”


설하린이 창백해진 얼굴로 서진을 품에 안았다. 그녀 역시 마맥이 완전히 고갈되어 전신에 심한 한독의 오한이 들고 있었지만, 서진이 고통스러워하자 이성을 잃을 듯한 걱정과 맹목적인 집착이 그녀의 눈동자를 물들였다. 하린은 서진의 가슴팍에 자신의 차가운 뺨을 밀착시키며, 체온으로나마 그의 끓어오르는 심장을 식히려 애썼다. 두 사람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신룡의 혈맹 반지가 붉고 푸른 광채를 깜빡이며 서로의 고통을 나누어 가졌다.


그들의 뒤편 마차 침상에는 흉부가 함몰되고 사독에 중독된 바투가 누워 있었다. 하린의 애검 한설검(雪花劍)이 바투의 가슴 위에 얹혀 임시로 한독의 확산을 동결시키고 있었지만, 검날에 새겨진 거미줄 같은 균열은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웠다. 동결의 한계 시간은 앞으로 반나절도 남지 않았다.


“바투 형님을 살리려면…… 서둘러 고개 너머 신수나무 제단으로 가야 합니다.”


서진은 흐려지는 의식을 청심결로 간신히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지이이이직! 콰앙!


사방에서 벼락이 무차별적으로 내리치는 그 위험천만한 낙뢰지 한가운데, 기이한 보랏빛 실루엣이 서진의 용안(龍眼)에 포착되었다.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었다. 벼락이 지면을 때려 불꽃이 튀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한 소녀가 태연자약하게 바위틈에 피어난 보랏빛 풀을 채집하고 있었다. 사천당가의 이단아로 독과 약초를 연구하기 위해 북해를 찾았다는 천재 소녀, 당예리였다.


그녀는 톡톡 튀는 보라색 가죽 옷을 입고 허리춤에 온갖 약초 주머니를 매단 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벼락이 내리치는 순간을 기다려 약초를 캐내고 있었다.


‘저 독초는…… 뇌전의 기운을 먹고 자라는 자뢰초(紫雷草)다.’


서진은 비록 마력은 쓸 수 없었지만, 평생 쌓아온 약사로서의 지식과 예리한 지각 능력으로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저 바보 같은 채집 방식은 뭐지? 자뢰초는 줄기 세 번째 마디의 뇌전 침을 먼저 제거하지 않고 뿌리째 뽑으면 독성이 역류해 전신 마비를 유발할 텐데.’


“어머?”


서진 일행의 기척을 느꼈는지, 당예리가 고개를 돌렸다. 둥글고 귀여운 얼굴에 까칠하면서도 영악해 보이는 눈매를 지닌 그녀의 시선이, 하린의 품에 안겨 있는 창백한 서진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내 서진의 목덜미에 새겨진 은은한 푸른빛의 용의 낙인(龍의 烙印)을 발견하자,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뭐야? 이 눈보라 치는 국경 구석에 웬 반반하게 생긴 병약 미청년이 있대? 어라…… 그 목덜미에 새겨진 건 혹시 용의 낙인? 대박!”


예리는 뻔뻔할 정도로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서진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몸 주변에서 은은한 약초 향과 톡 쏘는 독기의 냄새가 풍겼다. 예리는 서진의 코앞까지 다가와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게다가 너, 몸 안에 빙맥산(氷魄散) 독의 흔적이 남아 있잖아? 중원 사파에서도 구하기 힘든 지독한 치명독인데, 그걸 품고도 심장이 멀쩡히 뛰고 있다니…… 너 정체가 뭐야?”


예리는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손을 뻗어 서진의 목덜미에 새겨진 용의 낙인을 만지려 했다.


스으으으읍.


그 순간,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손 치워.”


설하린이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한설검의 자루를 반쯤 뽑아 들며 예리의 손길을 가로막았다. 하린의 청청색 눈동자에는 서진을 다른 여자에게 단 1인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극도의 집착과 살벌한 질투가 서려 있었다. 하린의 몸 주변으로 싸늘한 빙결 투기가 피어올랐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동시에 서진의 오른쪽 귀에 걸린 ‘질투 감지 귀걸이’가 미친 듯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귓가를 때리는 격렬한 경보음에 서진은 이마를 짚으며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아욱…… 귀걸이가 너무 시끄럽군.”


“어머나, 언니 무섭네?”


당예리는 하린의 살기 어린 위압 앞에서도 기죽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예리는 하린의 질투 어린 반응을 즐기며, 슬쩍 서진의 어깨에 제 몸을 기대어 밀착시켰다. 얇은 가죽 옷 너머로 예리의 부드러운 체온이 서진의 어깨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난 그냥 의학적 호기심으로 물어본 것뿐인데, 언니가 얘 주인이라도 돼? 질투하는 모습이 꼭 앙칼진 고양이 같네.”


“너……!”


하린의 얼굴이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혈맹 반지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방 바닥의 돌들을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이봐, 약사 총각. 내 질문에 대답해 봐.”


예리는 서진의 귀밑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소근거렸다.


“이 자뢰초의 독성을 다스릴 방법을 아는 모양인데, 나한테 가르쳐 주면 내 품속에 있는 만독 해독 단약이라도 나눠줄까?”


서진은 귀걸이의 소음 속에서도 침착하게 예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자뢰초의 독성을 피하려면 줄기 세 번째 마디의 뇌전 침을 은침으로 먼저 자극해 독을 무력화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백주대낮에 번개가 칠 때 뿌리째 뽑으면, 당신의 그 고운 손가락부터 검게 썩어 들어갈 겁니다.”


서진의 날카로운 의학적 지적에 당예리의 오만한 미소가 일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자뢰초와 서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경악했다.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 사천당가의 비전 의서에도 아주 미세하게 적혀 있는 극비인데!”


까칠하던 소녀의 기세가 서진의 압도적인 지식 앞에 한풀 꺾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평화는 길지 않았다. 하린의 질투 파동이 임계점을 돌파하며 방출된 한기가 낙뢰지의 고압 전류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지직! 콰르릉!


하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차가운 얼음 안개가 공기 중의 정전기를 자극하여,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푸른 벼락이 떨어지려 소용돌이쳤다. 마력이 없는 상태에서 번개를 맞으면 즉사였다.


‘위험하다. 하린의 질투 기운을 역용해야 해.’


서진은 단전의 마맥을 열 수 없는 constraint 속에서, 하린의 질투 에너지를 흡수해 발동하는 패시브 기술인 ‘투기 방출(投氣 放出)’을 본능적으로 가동했다.


웅웅웅!


서진의 전신 주변으로 푸른 한기와 붉은 용혈의 마력이 융합된 반투명한 이중 위압 장막이 형성되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낙뢰가 서진의 장막에 부딪히며 사방으로 거칠게 튕겨 나갔다.


콰앙!


엄청난 전격 충격파와 함께 하린의 얼음 안개가 기화되며 주변 100미터 반경이 자욱한 수증기 폭풍으로 뒤덮였다. 대치가 간신히 소강상태에 접어든 바로 그 순간, 자욱한 안개 너머로 소름 끼치는 살기가 감지되었다.


뱀처럼 음습하고 냉혹한 기운.


서진의 용안이 안개 너머 언덕 위를 투시했다. 검은 가죽 사냥꾼 수트를 입고 잔혹한 미소를 지은 채 서 있는 사내. 용 사냥꾼 연합의 차세대 천재이자 서진의 목숨을 집요하게 노려온 라이벌, 사마운(司馬雲)이었다. 그의 등 뒤로 수십 명의 정예 사수들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채 일행을 조준하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군, 백서진. 그리고 설하린.”


사마운의 잔혹한 목소리가 번개 소리를 뚫고 협곡 전체에 무겁게 메아리쳤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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