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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성 지하 감옥의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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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성 지하 100미터. 그곳은 만년빙을 깎아 만든 거대한 무덤이자, 산 자의 온기를 한 줌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 영도의 수용소였다.


벽면 전체를 뒤덮은 푸르스름한 얼음벽에서는 쉴 새 없이 살을 에는 한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허파가 얼어붙고 손가락 끝이 괴사하는 혹독한 감옥 한가운데, 백서진이 쇠사슬에 묶인 채 벽에 매달려 있었다.


“째깍…… 지지직…… 째깍, 째깍.”


그의 가슴뼈 중앙에 이식된 용골 심장 제어기가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카일의 저격 화살에 외골격이 반파된 제어 장치는 완전히 어긋난 상태였다. 톱니바퀴가 억지로 맞물려 돌아갈 때마다 차가운 성에와 붉은 용혈 증기가 뿜어져 나와 그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찔렀다. 어깨의 저격 관통상은 검푸른 동상으로 변해 피조차 흐르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단전은 설무진이 채워둔 용혈 무력화 사슬에 묶여 마비된 지 오래였다. 내공의 순환이 막히자, 체온은 급격히 영하로 떨어졌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용의 피가 얼어붙어 서리 결정으로 변하는 듯한 극심한 작열통과 오한이 동시에 뇌리를 난사했다. 심장 과부하 1단계 경고 상태. 당장이라도 심장이 고동을 멈추고 자멸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신 차려야 한다. 여기서 눈을 감으면 정말 끝이다.’


서진은 흐려지는 의식의 끈을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그의 검은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방랑 도사 지명에게 전수받았던 구결, 청심결(淸心道法)이었다.


“천지무영(天地無影), 심경여수(心鏡如水)…… 기화정화(氣化淨化), 도가자연(道家自然)…….”


108자의 구결을 마음속으로 읊조릴 때마다, 그의 머릿속으로 은은한 은백색 도가 문양이 떠오르며 들끓는 용의 살기와 고통을 가라앉혔다. 뼈를 깎는 오한 속에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정신적 방패였다.


그때, 서진의 무의식 심연에서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심장에 깃든 고대 청룡의 사념체, 아스카르였다.


[어리석은 필멸자 놈. 고작 가짜 용 사냥꾼들의 쇠사슬에 묶여 이 차가운 돌방구석에서 얼어 죽을 셈이냐? 내 힘을 개방해라. 이까짓 얼음 감옥쯤은 단숨에 불태워버릴 수 있거늘.]


‘시끄럽다, 아스카르. 네 힘을 무작정 폭주시키면 내 육체도 함께 불타 소멸한다는 것을 모를 줄 아느냐.’


서진은 마음속으로 사념체의 유혹을 단호히 쳐냈다. 그는 쇠사슬에 묶여 감각이 무뎌진 손가락을 은밀히 움직였다. 흑철 족쇄 안쪽, 낡은 가죽 약사복 품속 깊은 곳에 단단하고 차가운 질감의 물건이 만져졌다.


양부 백태현이 남긴 ‘용 사냥꾼 연합의 낡은 흑철 표식’이었다.


압송되는 와중에도 삼엄한 수색을 피해 간신히 지켜낸 마지막 유산. 서진은 손끝으로 표식의 거친 표면을 쓸어내리며 양부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렸다. 전직 용 사냥꾼 최고의 대장이었던 아버지가 남긴 기록에는, 이 철참 기사단의 흑철 갑옷과 감옥의 마력 순환 체계에 치명적인 설계 결함이 존재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 약점을 공략할 기회는 반드시 온다. 하린이 자신을 구하러 올 때까지, 어떻게든 이 오한을 버텨내야만 했다.


***


같은 시각, 빙벽성 외곽의 버려진 약초꾼 오두막.


“아아아아윽!”


침상에 누운 바투가 피를 토하며 신음했다. 브론의 가시 철퇴에 강타당한 그의 가슴뼈는 처참하게 함몰되어 있었고, 조걸의 비수에 당한 사독이 혹독한 설산의 한기와 결합하여 그의 혈맥을 검푸르게 마비시키고 있었다. 자가 호흡조차 힘겨운 생사 경각의 상태였다.


“바투 오라버니! 제발 정신 차려봐요!”


제자 동이가 눈물을 흘리며 바투의 가슴에 따뜻한 물수건을 얹었으나, 새어 나오는 독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두막 한구석에 서 있던 설하린의 왼손 약지가 파르르 떨렸다. 신룡의 혈맹 반지가 붉고 푸른 광채를 깜빡이며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반지를 타고 전해지는 것은, 차가운 감옥 속에서 얼어붙어 가며 비명을 지르는 백서진의 처절한 고통과 깨질 듯한 심박수였다.


“으윽……!”


하린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고통 분담. 혈맹 반지의 속박으로 인해 서진이 느끼는 동상의 고통과 제어기의 과열 통증이 그녀의 단전으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신체적인 통증이 아니었다. 주군이자 남편인 서진이 자신을 대신해 사로잡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서진 씨…….’


하린의 청청색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살벌한 복수심과 맹목적인 집착의 광기로 물들었다. 겉으로는 얼음처럼 차가운 검사였으나, 서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그녀 안의 소유욕을 광적으로 자극했다.


“그의 심장은 내 한기가 없으면 단 일주일도 버티지 못해. 오직 나만이 그를 식혀줄 수 있고, 나만이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는데…… 감히 가문의 더러운 자들이 그를 가두고 피를 말려?”


그녀의 전신에서 방출된 한기가 오두막 바닥을 순식간에 하얀 성에로 뒤덮었다. 하린은 부러진 한설검의 검자루를 움켜쥐며 당장이라도 빙벽성으로 쳐들어갈 기세를 보였다.


“소저, 진정하셔야 합니다. 지금 상태로 정면 돌파를 감행하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그때, 오두막의 문이 열리며 하린의 호위 시녀 설영이 한 노인을 데리고 은밀히 난입했다. 단정한 백발에 검은 집사복을 입은 노인, 설가 본가의 늙은 집사이자 하린의 비밀 조력자인 노덕이었다.


노덕은 침상에 누운 바투와 고통스러워하는 하린을 번갈아 본 뒤, 깊은 한숨을 쉬며 품속에서 정교한 가죽 도면을 꺼내 들었다.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군요, 하린 아기씨.”


“노덕 집사님…… 가문의 감시를 피해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노덕의 눈가에 깊은 회한이 서렸다.


“과거 아기씨의 생모이신 미혜 마님께서 가문의 암투 속에서 독살당하시기 직전, 이 늙은이의 목숨과 가족들을 구해내 주셨습니다. 마님의 은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문을 배신하는 대역죄인의 낙인 따위는 얼마든지 짊어질 것입니다.”


노덕은 가죽 도면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그것은 설진천 가주조차 가문의 극비로 취급하는 ‘빙벽성 지하 감옥’의 전체 도면과 비밀 환기구 노선도였다.


“설무진 도련님이 용 사냥꾼 연합과 야합하여 감옥 내부의 감시를 극도로 굳혔습니다.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가는 철참 기사단의 대부대에게 포위당해 백 의원님의 신변마저 위험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교대 시간을 노려야 합니다.”


노덕은 손가락으로 도면의 세 지점을 짚었다.


“철참 기사단은 매일 자시(子時) 정각에 보초를 교대합니다. 그 교대 시간의 틈은 단 3분. 그 사이에 지하 감옥 외곽의 빙결 결계 제어 장치 세 곳을 소리 없이 파괴해야만 감옥의 얼음 벽이 작동을 멈추고 백 의원님의 단전을 묶고 있는 사슬의 마력이 약화될 것입니다.”


“지하 환기구를 통하면 결계 장치까지 은밀히 침투할 수 있겠군요.”


설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면을 분석하며 의견을 보탰다. 하린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의 반지를 움켜쥐었다. 반지를 통해 느껴지는 서진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하린은 자신의 생명력 절반을 서진의 제어 장치에 링크하는 생명 공유 마법을 가동했다. 반지가 눈부신 푸른 안개를 내뿜으며 서진의 차가운 가슴으로 온기를 흘려보냈다.


‘서진 씨,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내 영혼을 통째로 불태워서라도, 당신을 반드시 내 품으로 되찾아올 테니까.’


하린은 부러진 검날을 버리고, 설영이 건넨 예비용 장검을 허리에 찼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의 망설임도, 가문에 대한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서진을 향한 집착 어린 살의만이 서리 검날처럼 예리하게 벼려져 있었다.


“설영, 가자. 주군을 구하러.”


“예, 아기씨.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하린은 대역죄인의 낙인을 비웃듯, 설영과 함께 빙벽성 지하 감옥의 거대한 철문을 향해 차가운 어둠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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