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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제단의 부름과 혈통의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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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 마침내, 천 년의 세월을 넘어 위대한 서리용의 유해가 내 손끝에서 다시 숨을 쉬는구나!”


용골 계곡의 음산한 허공을 찢고 사령술사 제로드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해골 지팡이가 대지를 내리칠 때마다, 계곡 중심부에 묻혀 있던 거대한 고대 서리용의 뼈마디들이 스산한 보랏빛 사령 마력을 뿜어내며 결합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뼈와 뼈가 맞물리는 기괴한 마찰음이 계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먼지 섞인 눈보라 속에서 일어선 서리용의 유해는 높이가 무려 십 미터에 달했다. 살점 하나 없이 오직 거대한 백골로만 이루어진 괴수였지만, 그 안광에서 이글거리는 보랏빛 안개는 보는 이의 영혼마저 얼려버릴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스, 스승님…… 저게 대체……”


품에 안긴 동이가 전신을 떨며 서진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부러진 다리의 고통보다 눈앞에 강림한 고대 괴수에 대한 공포가 소년의 여린 마음을 완전히 잠식하고 있었다.


“괜찮다, 동이야.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어라.”


서진은 동이를 안심시키며 낮게 읊조렸지만, 그의 가슴속 ‘용골 심장 제어기’ 역시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째깍거리는 톱니바퀴의 회전 속도가 한계를 넘어서며 가슴팍 가죽 너머로 뜨거운 용혈의 증기가 피어올랐다. 계곡 내부를 가득 채운 사령의 오한과 서진의 끓어오르는 용혈이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악ㅡ!


서리용의 유해가 하늘을 향해 해골 주둥이를 벌리며 울부짖었다. 소리 없는 영혼의 비명이 계곡 벽을 때렸고, 이내 거대한 백골 꼬리가 공기를 가르며 서진 일행을 향해 휘몰아쳤. 집채만 한 바위들이 꼬리박치기 한 번에 두부처럼 으스러지며 낙석이 비처럼 쏟아졌다.


“물러서요!”


설하린이 은백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서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한설검이 매서운 호를 그리며 대지에 박혔다.


‘빙화검결(氷花劍訣), 만년한설 장벽!’


그녀의 검날을 시작점으로 투명하고 거대한 얼음 장벽이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쿠구구구궁!


서리용의 백골 꼬리가 얼음 장벽을 강타했다. 귀를 찢는 듯한 충격음과 함께 장벽 표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갔지만, 하린은 이를 악물고 단전의 빙결 마력을 쥐어짜 장벽을 유지했다. 낙석들이 얼음 장벽에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바투 형님을 데리고 뒤로 물러서요! 제가 시선을 끌 테니!”


하린의 외침에 서진은 바닥을 보았다. 사공환의 사독에 중독된 바투가 검푸르게 변해가는 어깨를 움켜쥔 채 신음하고 있었다.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거대 괴수와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이 서리용은 단순한 뼈 인형이 아니다. 제로드의 사령술이 저 백골의 마맥을 상시 지배하고 있어.’


서진은 푸른 용안(龍眼)을 번뜩이며 서리용의 뼈마디를 관통하는 마력의 흐름을 읽어냈다. 보랏빛 마력선들이 제로드의 지팡이에서 시작되어 용의 머리뼈 중앙에 박힌 붉은 제어석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하린이 한설검을 치켜들며 도약했다. 그녀는 서리용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뼈 관절을 향해 차가운 검기를 날렸다. 은빛 서리꽃들이 용의 무릎 관절을 감싸며 얼려버리려 했지만, 제로드의 음한 마력이 상시 공급되는 뼈 표면에서는 얼음이 닿자마자 쩍쩍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다.


“흐흐흐, 어리석은 기집애! 고대 용의 유해는 필멸자의 얼음 따위로 묶을 수 없다! 모두 내 군대의 거름이 되어라!”


제로드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서리용이 거대한 앞발로 하린을 내리쳤다. 하린은 가볍게 신형을 날려 회피했으나, 거대한 풍압에 밀려 눈밭 위를 몇 걸음 미끄러졌다. 그녀의 이마에 미세한 식은땀이 흘렀다. 마력 소모가 극심했다.


그때, 서진의 품속에서 기이한 진동이 울렸다.


파르르르르!


양부 백태현의 유품인 ‘청룡의 라반’이 주머니를 뚫고 나올 기세로 떨리고 있었다. 서진이 라반을 꺼내 들자, 낡은 황동 표면에서 눈이 시릴 정도의 찬란한 푸른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나침반의 바늘은 미친 듯이 회전하다가, 이내 계곡 정중앙의 가장 높은 절벽 위에 위치한 ‘고대 청룡의 제단’을 일직선으로 가리키며 멈추었다.


동시에 서진의 머릿속으로 기이한 이끌림이 전해졌다. 제단에 잠들어 있는 무형의 기운이 그의 용혈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저곳으로 가야만 했다. 저 제단에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뒤엎을 열쇠가 있었다.


“바투 형님, 동이를 부탁합니다.”


서진은 동이를 바투의 품에 조심스럽게 건넸다. 중독으로 숨을 헐떡이던 바투는 굳건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이를 안아 들었다.


“하린 씨! 제단으로 갑니다! 저를 엄호해 주세요!”


“이해했어요. 제 뒤를 바짝 쫓아오세요!”


하린은 망설임 없이 한설검을 고쳐 잡았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 새겨진 신룡의 혈맹 반지가 붉고 푸른 광채를 발하며 서진의 심장 제어기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었다. 하린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폭풍 같은 눈꽃이 피어올라 서리용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서진은 용화 보법의 신법을 전개했다. 다리 근육이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푸른 용비늘이 돋아났고, 그의 신형은 눈밭 위를 마찰 없이 번개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갔. 거대한 낙석들이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지만, 개안된 용안은 모든 위험의 궤적을 미리 읽어내어 완벽하게 우회했다.


“어딜 감히 쥐새끼가!”


제단으로 질주하는 서진을 발견한 제로드가 노호했다. 그가 지팡이를 허공에 대고 기괴한 주문을 외우자, 검은 안개 형상을 한 ‘용혈 갈망 저주’가 사나운 뱀처럼 서진의 등 뒤를 쫓아왔다. 저주에 닿는 순간 심장이 녹아내릴 터였다.


“방해하게 두지 않아!”


하린이 허공으로 도약하며 한설검을 대지에 꽂아 넣었다.


‘얼음 사슬 구속!’


대지에서 솟구친 수십 개의 얼음 사슬들이 날아오던 검은 저주 뱀의 꼬리를 휘감아 대지에 고정시켰다. 팽팽하게 당겨진 저주가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하린이 벌어준 찰나의 시간 덕분에, 서진은 마침내 고대 청룡의 제단 정상에 도달했다.


제단은 이끼 낀 거대한 돌기둥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는 장엄한 고대의 유적이었다. 그 중심에는 정교한 청룡의 문양이 음각으로 새겨진 붉은 홈이 파여 있었다. 제단에 다가설수록 서진의 목덜미에 새겨진 용의 낙인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유발했다.


‘이 제단을 깨우려면 내 피가 필요해.’


서진은 망설임 없이 소매 속에서 단검을 꺼내 자신의 왼쪽 손목을 깊게 그었다.


스윽.


붉고 신선한 용혈이 상처 틈새로 뿜어져 나와 제단 중심의 붉은 홈으로 흘러들었다. 다량의 피가 빠져나가자 전신에 심한 현기증이 찾아왔고, 입가에서는 뜨거운 핏물이 울컥 배어 나왔다. 그러나 서진은 비틀거리면서도 제단 기둥을 짚고 버텼다.


스스스스ㅡ.


서진의 피가 제단의 음각 문양을 완벽하게 채우는 순간, 대지가 멈추었다.


지진도, 서리용의 포효도, 제로드의 주문 소리도 일순간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다. 제단 중심에서부터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푸른 불꽃이 대기 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 불꽃은 계곡 전체를 뒤덮고 있던 제로드의 검은 사령 저주 장막을 단숨에 정화하며 맑은 하늘을 드러냈다.


“으, 으아악! 내 저주가…… 어떻게 고작 피 한 방울에 정화당한단 말이냐!”


제로드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서진의 의식이 깊은 심연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육체의 오감이 사라지고, 오직 영혼만이 존재하는 무한한 무의식의 세계. 그 칠흑 같은 심상 세계의 중앙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거대하고 장엄한 신룡의 형상이 서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대 청룡황제 아스카르의 사념체였다.


[하찮은 필멸자의 육체에 내 고결한 핏줄이 흐르고 있었군.]


아스카르의 목소리는 오만방자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거대한 푸른 눈동자가 서진의 영혼을 꿰뚫어 보았다. 심상 세계 전체가 그의 목소리 한 번에 유리처럼 흔들렸다.


[심장이 반쯤 부서진 채 기계 톱니바퀴 따위에 의지해 목숨을 연명하는 꼴이라니. 청룡의 수치로다. 네놈이 어찌 내 위대한 권능을 감당하겠다는 말이냐?]


서진은 아스카르의 압도적인 신성 위압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허리를 곧게 폈다.


“수치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는 살아야겠다. 내 소중한 제자와 동료들을 지키고, 나를 사냥하려는 위선자들의 대가리를 깨부수기 전까진 결코 죽지 않는다!”


서진의 외침에 아스카르가 기괴한 용의 미소를 지었다.


[살겠다는 집념 하나는 제법 기특하구나. 좋다. 네놈의 가슴에 깃든 봉인된 신성의 흔적(봉인된 신성의 흔적)을 일시적으로 깨워주마. 천 년 전 사방신 전설의 예언(사방신 전설의 예언)이 가리키는 주군이 네놈이 맞는지, 이 낙인으로 증명해 보아라.]


쿠우우우웅!


아스카르가 거대한 앞발로 서진의 영혼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실제 육체의 목덜미 위로 낙뢰가 떨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열과 통증이 몰아쳤다. 살이 타들어 가고 뼈가 바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서진의 목덜미 피부 위로 푸르고 붉은 전격이 휘감기며 영구적인 용의 낙인이 선명하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뜨거운 용혈의 세포들이 낙인을 중심으로 재배열되며, 가슴의 용골 심장 제어기가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침묵했다. 부서진 톱니바퀴들이 기적적인 신성의 기운으로 고정되며 심장이 가장 건강한 상태로 고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서진의 머릿속으로 고대 용족의 언어인 ‘용언(龍言)’의 기초적인 구결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이것이…… 힘인가.’


서진이 현실 세계에서 번쩍 눈을 떴다. 그의 목덜미에 새겨진 용의 낙인이 밤하늘의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신성 마력의 방출은 계곡 내부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용골 계곡의 두꺼운 결계를 뚫고 치솟은 푸른 마력의 기둥은 국경 지대 전체의 하늘을 일순간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계곡 외곽의 울창한 전나무 숲속.


은색 경갑 위에 백색 망토를 걸친 사내, 성황청 정찰관 헨리(헨리)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성황청 탐지 나침반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며 붉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나침반 내부의 신성 침이 가리키는 곳은 방금 마력 기둥이 솟구친 용골 계곡이었다.


“이 기운은…… 단순한 마물의 폭주가 아니다. 고대 청룡의 정당한 용혈(龍血)이 깨어난 것이 틀림없어.”


헨리의 냉정하고 의심 가득한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품속에서 고속 전서구를 꺼내 들며 본국 성황청에 이 엄청난 이단의 각성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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