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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심장과 은거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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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겨울은 자비가 없다. 뼈를 얼려버릴 듯한 칼바람이 몰아치는 국경 변방, 만년설로 뒤덮인 전나무 숲 한가운데에 작고 초라한 통나무 의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붕 위에 두껍게 쌓인 눈 사이로 희미한 화롯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곳은, 세상의 눈을 피해 숨어든 청년 약사 백서진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보금자리였다.


“후우…….”


서진은 창백하게 질린 손가락을 모아 입김을 불었다. 그의 목덜미에는 이글거리는 용의 낙인이 새겨져 있었지만, 낡은 가죽 약사복과 두꺼운 목도리로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불규칙한 금속성 톱니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째깍, 째깍, 끼익.


양부 백태현과 괴짜 의원 오경선이 그의 반파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슴뼈에 직접 이식해 준 용골 심장 제어 장치였다. 최근 들어 제어 장치의 고동이 눈에 띄게 거칠어지고 있었다. 마력을 아주 조금만 운용해도 가슴에서 붉은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전신 혈관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작열통이 찾아왔다.


‘심장 과부하 1단계…… 경고 신호인가.’


서진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약탕기 앞의 의자에 몸을 기댔다. 용혈 주기 발작이 찾아올 때마다 그의 체온은 40도를 웃돌며 폭주하려 했다. 차가운 한기를 품은 영약이 없다면, 불완전한 청룡의 심장은 스스로를 불태워 자멸할 터였다. 이곳 북해 변방의 혹독한 오한만이 그의 끓어오르는 용혈을 강제로 식혀주는 유일한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승님! 열염석 달인 물을 가져왔어요. 환자분들이 밖에서 추위에 떨고 계셔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서진의 유일한 제자이자 약초꾼 소년인 동이였다. 동이의 손가락은 약초 물이 시퍼렇게 들어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영리하고 맑았다. 동이는 들어서자마자 서진의 창백한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 또 가슴이 아프신 건가요? 안색이 너무 안 좋으셔요.”


“괜찮다, 동이야. 늘 있는 통증일 뿐이야. 밖에 계신 피난민분들부터 안으로 모시거라.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약을 나누어 드려야지.”


서진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부드럽게 말했다. 비록 시한부의 몸이었지만, 서진은 이곳 북해 변방에서 가난하고 병든 민초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며 ‘지방 명의’ 혹은 ‘백 의원’이라 불리고 있었다. 약사로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행위는 그가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의원 마당을 지키던 하얀 털의 설산 사냥개 바크가 꼬리를 흔들며 서진의 다리에 머리를 비벼왔다. 서진은 바크의 단단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품속 깊은 곳에 숨겨둔 낡은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청룡의 라반.’


과거 용 사냥꾼 연합의 전설적인 대장이었으나, 가문의 잔혹함에 환멸을 느끼고 서진을 구출해 키워준 양부 백태현이 남긴 마지막 유품이었다. 태현은 서진의 정체를 숨겨주기 위해 일생을 바쳤고, 최근 용 사냥꾼 연합의 삼엄한 추격을 피해 도주하던 중 입은 부상으로 결국 숨을 거두었다.


서진은 나침반의 낡은 황동 표면을 쓸어내렸다. 나침반 바늘에 미세한 마력을 흘려 넣자, 푸른 안개가 은은하게 피어오르며 서진의 용혈 기운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었다. 이 라반 덕분에 서진은 용 사냥꾼 연합의 삼엄한 감시망 속에서도 정체를 들키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라면 고요하게 멈추어 있어야 할 라반의 바늘이 기이하게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파르르르.


바늘이 북쪽의 험준한 용골 계곡 방향을 가리키며 격렬하게 진동했다. 동시에 가슴속 제어 장치가 강하게 덜컹거렸다. 심상치 않은 전조였다. 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라반을 거두려던 찰나.


“우우우우ㅡ!”


의원 외부 전나무 숲속에서 바크가 숲을 향해 날카롭고 경고성 어린 울음소리를 터트렸다. 꼬리를 바짝 내린 채 경계 태세를 취하는 바크의 행동에 서진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단순한 맹수의 침입이 아니었다.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숲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설마…….’


서진은 급히 단전의 청룡 마력을 시신경으로 집중시켰다.


스르륵.


그의 검은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푸른 세로 동공으로 변하며 용안이 개안되었다. 용안을 통해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경악스러웠다. 하얗게 쌓인 눈밭 위로, 붉은색 마법 각인이 새겨진 촘촘한 마력 덫의 궤적들이 의원을 빙 둘러싸며 봉쇄하고 있었다. 용 사냥꾼 연합이 도룡(屠龍)을 위해 사용하는 특수 포획 결계였다.


“동이야! 당장 지하실로 들어가라! 환자분들도 모두 데리고 숨어!”


서진이 급박하게 소리쳤다. 동이는 스승의 다급한 목소리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자들을 이끌고 비밀 지하실의 통로로 향했다. 그러나 적들의 움직임은 서진의 예측보다 훨씬 빨랐다.


피융! 피융! 피융!


하늘을 가르며 날아온 수십 발의 화염 화살이 통나무 의원의 지붕과 벽에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순식간에 마른 나무가 타들어 가며 매캐한 연기와 붉은 불길이 의원을 휩쓸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의원의 튼튼한 목조 정문이 거대한 물리적 타격에 의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길과 먼지 안개를 헤치고 들어선 이들은, 검붉은 가죽 전투복을 입고 거대한 사슬검을 쥔 무자비한 사내들이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얼굴 전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칼날 흉터를 지닌 거구의 사내가 서 있었다.


용 사냥꾼 연합 북부지부의 악명 높은 토벌 대장, 크로거였다.


“쥐새끼처럼 잘도 숨어 있었군, 백 의원. 아니, 마지막 청룡의 후예라고 불러주어야 하나?”


크로거는 한 손에 붉게 빛나는 용혈 감지석을 들고 있었다. 감지석은 서진을 향해 미친 듯이 붉은 광채를 내뿜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서진은 불타오르는 천장 아래에서 기침을 참으며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정면 대결은 자멸이다. 가슴의 제어 장치는 벌써 과열되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그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적들의 호흡 주기를 읽어내어 틈을 만들어야 했다.


“용 사냥꾼 연합이 이곳 변방의 무고한 약국까지 습격할 줄은 몰랐군. 명분이 아주 추악하구나, 크로거.”


서진은 차분하게 말을 건네며 소매 속에 숨겨둔 호신용 약초 가루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적들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동이와 환자들을 탈출시킬 퇴로를 확보해야 했다.


“명분 따위는 상관없다. 네놈의 가슴속에 박힌 그 불완전한 용의 심장만 적출하면 본부에서 엄청난 현상금을 지불할 테니까!”


크로거가 사납게 광소하며 거대한 사슬검을 치켜들었다.


서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매 속의 약초 가루를 허공에 강하게 뿌렸다. 매운 연기와 독성이 가득한 가루가 공중을 덮었으나, 크로거는 코웃음을 치며 왼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강력한 바람 마법 기류가 순식간에 불어와 약초 가루를 허무하게 흩날려 버렸다.


“비겁한 약사 놈이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크로거의 부하들이 지하실 입구를 부수고 들어가,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이의 덜덜 떠는 뒷덜미를 거칠게 잡아챘다.


“앗! 스승님! 살려주세요!”


동이의 날카로운 비명이 불타는 의원 내부에 울려 퍼졌다. 크로거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가 끌고 나온 동이의 목덜미에 차가운 사슬검의 톱날을 들이댔다. 사슬검의 톱날이 미세하게 회전하며 동이의 연약한 살결에 붉은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라, 용마(龍魔) 놈아.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면 이 꼬맹이의 목을 단숨에 썰어버리겠다.”


서진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사방은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제자 동이의 목숨은 적의 칼날 끝에 걸려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도망칠 틈도 없는 완벽한 외통수였다.


크로거는 천천히 다가와 서진의 가슴팍에서 들려오는 기계적인 톱니바퀴 소리를 들었다. 그의 눈에 탐욕스러운 광기가 가득 찼다.


“과연, 가슴에 기괴한 제어 장치를 달고 있군. 아주 훌륭한 전리품이 되겠어.”


의원이 무자비한 불길에 완전히 휩싸이고, 제자 동이가 인질로 잡혀 목숨을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순간.


두근! 두근! 두근!


서진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굳게 잠겨 있던 고대 청룡의 혈맥이, 동료를 지키고자 하는 거대한 분노와 공명하며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어 장치의 한계를 넘어선 뜨거운 용혈의 불꽃이 그의 전신 혈관을 타고 폭발적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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