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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자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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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가 든 녹슨 철퇴가 바닥을 쿵 내리치며 돌가루를 흩뿌렸다.


쿠우웅!


지하 2층 제2죄수 수용동의 눅눅한 공기가 무겁게 흔들렸다. 사방을 둘러싼 십여 명의 패거리들이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도윤의 숨통을 조여왔다. 정화조에서 살아 돌아온 나약한 사형수와, 방금 사슬에서 풀려난 쇠약한 거인. 빅터의 눈에는 그저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였으리라.


“쥐새끼가 겁도 없이 내 구역에서 분수를 흐리는구나.”


빅터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우람한 근육 위로 검사 2성 수준의 거친 투기가 희미하게 아지랑이쳤다. 쇠사슬을 뜯어낸 바르간이 도윤의 앞을 가로막아서려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묶여 있던 거인의 무릎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도윤은 놓치지 않았다. 아직 바르간의 마나 회로는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다. 정면 무력 충돌은 아군의 피해를 키울 뿐이었다.


도윤은 바르간의 거대한 등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가슴팍에는 정화조의 강산성 가스에 타들어 가 영구적으로 손상된 성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목을 가다듬자, 얼음장처럼 차갑고 기괴한 금속성 쉳소리가 흘러나왔다.


“빅터…….”


스산한 쉳소리에 빅터의 부하들이 흠칫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도윤은 오른손 끝의 타들어 간 화상 자국을 숨기지 않은 채, 빅터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내가 이 사슬을……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한가?”


도윤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시야에 빅터가 쥐고 있는 녹슨 철퇴와 그의 체내 마력 흐름이 실시간으로 해독되기 시작했다. ‘마법 결함 투시’ 능력이 가동되며, 빅터의 하복부 단전에 뭉쳐 있는 조잡한 투기의 중심점이 붉은 균열 선으로 가시화되었다.


“교단이 자랑하는 최고급 억제 족쇄도…… 내 손끝 하나에 바스러졌다. 네놈의 조잡한 투기 회로를 역류시켜…… 영구적인 불구가 되게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도윤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상대를 완벽히 해부하겠다는 학자 특유의 냉혹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빅터는 침을 삼켰다. 그의 눈에 비친 도윤은 뼈만 남은 사형수였지만, 방금 전설적인 수인 거인의 사슬을 아무런 마법적 소음도 없이 해제한 괴물이었다. 게다가 그 거인이 고개를 숙여 주군이라 부르는 존재. 무모한 도발이 파멸을 부를 수 있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빅터의 뇌리를 스쳤다.


“……흥, 오늘은 이만 물러가마. 하지만 내 구역에서 딴짓을 하다가 간수들에게 걸리기만 해봐라. 그땐 내 손으로 네놈들의 목을 꺾어주지.”


빅터는 짐짓 호통을 치며 철퇴를 거두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긴장이 풀리자 바르간이 무거운 숨을 내쉬며 도윤에게 핏빛 가죽 조각을 건넸다. 도윤은 신속하게 가죽 조각을 받아 수죄복 안감 깊숙한 곳에 쑤셔 넣었다. 그것은 이단심문소 지하의 비밀 배수 수로망이 그려진 결정적인 지도 파편이었다.


***


다음 날부터 수용동 내부의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슬을 푸는 사형수.’


죄수들 사이에서 루카스라는 이름이 조용히 속삭여졌다.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던 지옥 같은 수용동에서, 오직 ‘지식’만으로 교단의 봉인을 해제한 도윤의 존재는 경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경외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용동 구석의 불결한 짚단 더미 위에서, 한 사내가 음침한 눈빛으로 도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몰락한 귀족 출신의 죄수, 루퍼트였다. 그는 한때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영지를 거닐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떻게든 교단에 아첨하여 감형을 받고 탈출할 기회만을 노리는 비열한 밀고꾼이었다.


‘저 가짜 현자 놈, 분명히 무언가 대단한 보물이나 탈출 도구를 숨기고 있어.’


루퍼트는 도윤이 정화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과 복원실에서 몰래 챙겨온 도구들이 분명히 수용동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날 오후, 죄수들이 광산 노역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루퍼트는 쥐새끼처럼 도윤의 침상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윤이 미처 복원실에 숨기지 못하고 임시로 짚단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특제 가죽 복원 메스’와 정제되지 않은 ‘탄산칼슘 광석 조각’을 발견했다.


“찾았다……! 진짜 유물 조각과 쇠붙이 칼날이잖아?”


루퍼트의 눈에 탐욕스러운 안광이 스쳤다. 이단심문소 내부에서 죄수가 쇠붙이나 미정제 광석을 소지하는 것은 즉결 처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였다. 이것을 하급 사제 요셉에게 밀고한다면, 자신의 감형과 면죄부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루퍼트는 서둘러 도구를 원래 위치에 숨겨두고, 배식 시간 직전 간수 초소로 달려가 요셉의 심복에게 비밀 서신을 전달했다. 오늘 저녁 검문 시간에 루카스의 침상을 기습 수색하라는 밀고였다.


하지만 루퍼트는 도윤의 예리한 관찰력을 간과하고 있었다.


노역을 마치고 돌아온 도윤은 자신의 침상 앞에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짚단의 정렬 각도가 어긋나 있다.’


도윤은 매일 아침 자신의 침상 주변 짚단들을 기하학적 황금비율의 각도에 맞춰 미세하게 정렬해 두곤 했다. 간수들의 무단 침입이나 타인의 접근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기 위한 학자적인 장치였다. 그런데 우측 하단의 짚단 한 가닥이 15도 정도 비틀려 있었다. 누군가 침상 밑을 뒤진 흔적이었다.


그때, 도윤의 수석 조수를 자처하는 약제 노예 펠릭스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다급히 다가왔다.


“루카스 님…… 큰일 났습니다. 아까 낮에 귀족 놈인 루퍼트가 주군 침상 주변을 서성이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는 간수 초소 부근에서 사제 요셉의 심복과 은밀히 접촉하는 것까지 목격했습니다. 분명히 오늘 저녁 검문 때 밀고할 생각입니다!”


펠릭스의 목소리가 극도의 긴장감으로 파르르 떨렸다.


도윤은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며 뇌세포의 연산 영역을 분할했다. 머릿속의 화학 주기율표와 인간 심리 공식이 빠르게 맞물려 돌아갔.


‘루퍼트의 밀고는 확실하다. 단순히 도구와 광석을 다른 곳으로 숨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요셉의 의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밀고자는 또다시 내 뒤를 캐려 들겠지. 배신자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매장해야 한다.’


도윤은 펠릭스를 바라보며 나직한 쉳소리로 속삭였다.


“펠릭스…… 혹시 독극물 심문관 그레텔이 사용하는 환각 약초의 위치를 알고 있나?”


펠릭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레텔 님의 조제실 말씀이십니까? 예, 알다시피 저는 약재 창고 노예라 그곳의 열쇠 흐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특급 보안 구역입니다. 자칫하면 즉시 가죽이 벗겨질…….”


“우리가 살기 위해선…… 그레텔의 ‘보라색 환각 즙’이 필요하다. 그것은 인간의 뇌 신경을 강제 자극해 자백을 유도하는 극독이지. 지금 당장 조제실의 약재 배달 상자를 이용해 바꿀 방법을 설계하겠다.”


도윤은 펠릭스에게 정밀한 도난 동선과 간수들의 순찰 주기 역추적 공식을 주입했다. 펠릭스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도윤의 냉철한 눈빛에 압도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은 극비리에 가동되었다. 펠릭스는 약재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간수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금술 조제실의 핵심 약재 일부를 뇌물로 바치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펠릭스는 그레텔의 보관함에서 정제된 보라색 환각 즙 한 바이알을 완벽하게 탈취해 도윤에게 전달했다.


도윤은 환각 즙의 농도와 루퍼트의 체중, 그리고 저녁 배식 시간까지의 대사 속도를 정밀하게 연산했다.


‘인체 대사 속도를 고려하면, 섭취 후 정확히 10분 뒤에 대뇌 피질의 통제력이 상실되고 극심한 공포성 환각이 시작된다. 검문 시간은 배식 시작 후 정확히 15분 뒤.’


완벽한 시간적 덫이 설계되었다.


저녁 배식 시간이 되자, 수용동 식당 홀에 칙칙한 회색 빛깔의 ‘진흙 빵’과 묽은 수프가 배급되었다. 죄수들은 짐승처럼 식판을 들고 자리로 흩어졌다. 루퍼트는 도윤을 바라보며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이 곧 얻게 될 자유를 상상하며 식판을 들이키려던 참이었다.


그때, 바르간이 식당 중앙에서 거대한 몸으로 배식대를 들이받는 소란을 일으켰다.


콰당탕!


“이게 무슨 짓이냐, 거인 놈아!”


간수들의 시선이 일시에 바르간에게 쏠린 틈을 타, 도윤은 소리 없이 루퍼트의 테이블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보라색 환각 즙 한 방울이 루퍼트의 수프 그릇 속으로 소리 없이 낙하했다. 극도로 얇은 액체막이 수프 표면에 퍼지며 완벽하게 녹아들어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루퍼트는 소란을 보며 혀를 차더니, 수프를 단숨에 들이켰다.


“맛도 없는 쓰레기 같은 수프군. 하지만 내일부턴 진짜 귀족의 식탁으로 돌아간다.”


루퍼트는 도윤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수프를 남김없이 비웠다. 도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썩은 진흙 빵을 씹으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0…… 9…… 8…….’


정확히 10분이 지나자, 루퍼트의 동공이 미세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비정상적인 홍조가 돌았고,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환각 즙의 강력한 신경 마비 성분이 그의 대뇌를 장악한 것이다.


댕-! 댕-!


그 순간, 기습 검문을 알리는 무거운 종소리가 수용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 철문이 거칠게 부서지듯 열리며, 하급 사제 요셉과 무장한 간수들이 살기 어린 오라를 뿜어내며 수용동 내부로 진입했다.


“모두 제자리에 엎드려라! 이단심문소 내부의 불온한 움직임을 정화하겠다!”


요셉의 뚱뚱한 얼굴에 탐욕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루카스의 문신에 숨겨진 보물의 단서를 독점하겠다는 야심이 그의 눈빛에서 번뜩였다.


그때, 약 기운에 취해 비틀거리던 루퍼트가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사제 님……! 요셉 사제 님! 제가 밀고한 대로입니다! 저기 저 루카스 놈의 침상 밑을 보십시오! 고대의 금기서 도구와 쇠붙이 메스, 그리고 미정제 광석이 숨겨져 있습니다!”


루퍼트는 광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며 도윤의 침상을 손가락질했다.


요셉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간수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 침상을 찢어발겨라!”


간수들이 돌진하여 도윤의 낡은 짚단 침상을 사정없이 뜯어내고 바닥의 대리석 틈새를 파헤쳤다. 수용동 내부의 모든 죄수들이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펠릭스는 사색이 되어 손을 떨었다.


하지만 대리석 바닥이 완전히 뜯겨 나간 순간, 드러난 것은 고대 유물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오직 푸르게 곰팡이가 핀, 반쯤 먹다 버린 썩은 진흙 빵 덩어리만이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도윤은 이미 낮에 도구와 광석을 다른 안전한 거점으로 옮겨둔 상태였다.


“이게 무슨……?”


요셉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간수들이 요셉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발견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루퍼트의 뇌 속에서 환각의 극치가 폭발했다. 그의 시야에 요셉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악마의 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요셉이 걸치고 있는 화려한 교단의 문양이 불타는 사탄의 낙인으로 왜곡되어 보였다. 극심한 공포가 밀고자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아, 악마……! 요셉, 네놈이 바로 사탄의 자식이었구나!”


루퍼트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거짓말이다! 유물이 저기 있었는데 네놈들이 마법으로 감춘 거지? 교단의 타락한 사제 놈들! 너희가 진짜 신을 배신하고 우리 영혼을 갈취하는 가짜 기적의 괴물들이다!”


루퍼트의 입에서 교단이 가장 금기시하는 극단적인 신성모독과 교리 부정의 비명이 광적으로 난사되기 시작했다. 식당 내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요셉의 눈빛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단심문소 한가운데서 사제에게 악마라 부르며 교황청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은 즉각적인 처형 사유였다.


“이 미친 이단자 놈이 감히 신성을 모독하는구나!”


요셉이 손에 쥔 전기 채찍을 거칠게 휘둘렀다.


짝-! 파지직!


“으아아악!”


푸른 스파크가 루퍼트의 얼굴을 강타하며 그의 살점이 검게 타들어 갔다. 루퍼트는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지만, 약 기운에 취해 여전히 허공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너희는 파멸할 것이다! 루카스가 진짜 역사의 불꽃을…… 끄으윽!”


“당장 저 더러운 입을 짓이기고 독방 깊은 곳으로 처넣어라! 가죽을 벗겨 제단에 바쳐야 할 이단자가 여기 또 있었군!”


요셉의 서슬 퍼런 명령에 간수들이 루퍼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개처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밀고를 통해 자유를 얻으려 했던 루퍼트는, 자신이 삼킨 환각의 식탁 위에서 스스로 판 파멸의 덫에 걸려 비참하게 퇴장했다.


수용동 내부에는 지독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죄수들은 도윤을 향해 보이지 않는 경외감과 절대적인 공포를 동시에 품은 채 고개를 숙였다. 도윤에게 등을 돌린 밀고자가 어떻게 파멸하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광기 어린 소란이 가라앉은 찰나, 요셉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심과 집착이 깊게 서려 있었다.


요셉은 군화 소리를 내며 도윤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손가락 끝이 도윤의 수죄복 깃을 향해 뻗어 나왔다.


“루카스…… 네놈이 정말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


요셉의 차가운 손길이 도윤의 가슴팍을 향해 다가오는 순간, 도윤의 등 뒤 새겨진 붉은 문신이 옷감 너머로 미세하게 고열을 내뿜으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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