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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에 묶인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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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컥, 끄으윽……!”


지독한 황화수소 가스가 기도를 긁어내릴 때마다 허파가 녹아내리는 듯한 화끈거림이 전신을 지배했다. 도윤은 정화조 석벽의 청동 레버를 움켜쥔 채, 수동 차단벽 너머로 서서히 빠져나가는 녹색 산성 폐액을 바라보았다. 수위가 낮아지며 겨우 호흡할 공간이 생겼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거칠고 차가운 금속성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성대가 완전히 그을렸군. 하지만…….’


도윤은 수죄복 안쪽, 심장과 가장 가까운 품속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그곳에는 방금 정화조 바닥의 진흙 속에서 건져낸 ‘여명 제국 건국사 석판 조각’이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등 뒤에 새겨진 고대 제국의 금기서 문신이 석판의 마력과 공명하며 은은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고통스러운 흉터투성이 육체에 깃든 진짜 역사의 파편이었다.


도윤은 젖은 몸을 이끌고 간신히 정화조를 빠져나와 지하 3층 복원실로 복귀했다. 복원실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고 음산했다. 수석 사제 에드워드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도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는 복원 작업대 뒤쪽, 교단이 약탈해 온 고문서 더미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목제 선반의 하단부로 향했다. 그곳의 헐거워진 대리석 벽돌 틈새를 찾아냈다. 손톱이 깨져 피가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벽돌을 들어 올린 도윤은, 석판 조각을 그 틈새 깊숙이 밀어 넣고 다시 벽돌을 맞추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가죽 찌꺼기를 흩뿌려 완벽하게 위장하는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살아 있었군, 삼류 학도 놈.”


에드워드였다. 그는 정화조에서 풍겨오는 지독한 유황 냄새와 도윤의 엉망이 된 몰골을 보며 코를 찔러 쥐었다. 그의 눈에는 도윤이 그저 산성 가스에 질식해 죽어가며 비참하게 노역을 마친 사형수로만 보였다. 도윤의 성대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쇳소리가 에드워드의 오만함을 더욱 부추겼다.


“목소리 꼴을 보니 사탄의 혀라도 뽑힌 모양이구나. 쓸모없는 놈. 오늘은 이만 꺼져라. 네놈이 썩어갈 방은 지하 2층에 배정해 두었으니.”


간수들이 도윤의 덜덜 떨리는 어깨를 거칠게 잡아챘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간 곳은 이단심문소 지하 2층, ‘제2죄수 수용동’이었다.


철컥, 쾅!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불결한 악취와 습한 열기가 피부를 찔렀다. 제2죄수 수용동은 지옥 그 자체였다. 교단이 방치한 마력 부식병과 전염병이 창궐하여 사방에서 신음이 들려왔고, 죄수들은 서로의 빵을 빼앗기 위해 핏대를 세우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이 무법지대 속에서 죄수들이 비밀리에 결성한 자치 조직이 바로 ‘사슬의 연대’였다.


도윤은 수용동 구석의 차가운 돌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러나 그의 예리한 시선은 수용동 한가운데를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지름이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철제 기둥이 솟아 있었고, 그 기둥에 상상을 초월하는 거구의 사내가 묶여 있었다.


‘수인 거인족…….’


신장이 2.5미터에 달하는 거구. 온몸이 두꺼운 쇠사슬에 감겨 피고름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가죽 아래로 드러난 바위 같은 근육은 그가 평범한 전사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르간. 멸망한 수인 거인족의 마지막 전사이자, 교단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신들의 계약서 사본’을 지키기 위해 가혹한 고문을 견뎌내고 있는 사내였다.


바르간의 발밑에는 그에게서 압수한 부서진 대검의 잔해가 나뒹굴고 있었다. 도윤은 쇠사슬을 질질 끌며 조심스럽게 바르간의 옆을 지나치는 척했다. 그리고 바르간이 묶인 기둥 옆에 놓인 그의 검날을 관측했다.


‘검의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홈…… 이건 고대 제국의 마도 기하학 문양이다.’


도윤의 뇌세포가 연산을 시작했다. 지구의 공학적 설계 이론과 루카스의 고고학적 기억이 결합하며, 바르간의 대검에 새겨진 마력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해독되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바르간의 양 손목을 옥죄고 있는 검은색 금속 족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수갑이 아니었다. 교단이 이단 마법사들의 마나를 영구히 동결하기 위해 제작한 특제 ‘마력 억제 족쇄’였다.


바르간은 쇠약해진 눈을 감은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숨결은 희미했고, 족쇄에서 방출되는 검붉은 오라가 그의 심장으로 통하는 마나 회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도윤은 주변을 살폈다. 간수들이 수용동 입구에서 카드놀이를 하며 잡담을 나누는 사각지대 시간대였다. 도윤은 바르간의 등 뒤로 은밀히 다가갔다. 바르간이 미세하게 눈을 뜨며 쉭쉭거리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인간…… 저리 가라. 네놈들의 더러운 동정을 받을 생각은 없다.”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동자가 차가운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법 결함 투시 (Magic Defect Clairvoyance).’


도윤의 시야에 족쇄를 흐르는 검붉은 에테르의 실선들이 입체적인 기하학 도형으로 가시화되었다. 교단이 자랑하는 마력 억제 족쇄는 고대 제국의 유물을 열화 복사한 조잡한 복제품에 불과했다. 완벽한 원형을 이루어야 할 마법 서식의 우측 하단부, 삼각 소실점 부근에서 미세하게 비틀린 균열 선이 보였다.


‘찾았다. 결함점.’


도윤은 숨을 멈추고 자신의 등 뒤 문신으로 마력을 송출했다. 족쇄의 억제력을 교란하기 위해, 문신에서 흘러나오는 역위상 마력을 오른손 끝으로 집중시켰다.


그는 처음에 족쇄의 톱니 장치를 물리적으로 꺾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족쇄 표면의 마력 경보 각인이 붉게 반응하며 삐 소리를 내려 했다. 극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 도윤은 즉시 물리적 충격을 멈추고, 지적 해킹으로 선회했다.


그는 손가락 끝을 족쇄의 미세한 틈새, 즉 기하학적 결함점에 밀착시켰다.


‘역위상 마력 주입, 연산 속도 최대치.’


화아아악-!


도윤의 손가락 끝 살가죽이 고열에 타들어 가며 지독한 탄내가 풍겼다. 손끝의 표피가 세포 단위로 괴사하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도윤은 이빨을 악물며 마력을 주입했다. 그의 등 뒤 붉은 문신이 옷감 너머로 강렬하게 발광했다.


철컥.


무소음의 기적이 일어났다. 바르간의 양 손목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던 마력 억제 족쇄의 내부 회로가 역류하며, 족쇄의 잠금장치가 스스로 풀려 나갔다. 검붉은 억제 오라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순간이었다.


“……!”


바르간의 동공이 경악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그 어떤 대마법사도 풀지 못했던 교단의 최고급 봉인 족쇄가, 이 마르고 뼈만 남은 인간 죄수의 손가락 끝 터치 한 번에 해제된 것이다.


바르간은 일시적으로 회복된 체내 에테르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의 바위 같은 근육이 팽창하며 전신을 감싸고 있던 쇠사슬을 향해 힘을 주었다.


파드득! 철컥-!


무시무시한 괴력이 발휘되며, 기둥에 감겨 있던 쇠사슬들이 소리도 없이 힘없이 뜯겨 나갔다. 자유를 되찾은 수인 거인이 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는 압도적인 신장으로 도윤을 내려다보며, 깊은 경외감이 서린 눈빛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인간의 몸으로 고대의 지혜를 다루는 자여…… 나 바르간, 이 은혜를 평생의 서약으로 갚겠다. 당신을 나의 주군으로 모시리라.”


바르간은 자신의 거대한 가슴 가죽 틈새에 숨겨두었던, 낡고 핏빛으로 물든 고대 제국의 가죽 조각 하나를 꺼내 도윤에게 건넸다. 그것은 고대 수로 관리국의 정밀 암호가 새겨진 비밀 배수로 지도의 핵심 파편이었다.


도윤이 떨리는 손으로 그 가죽 조각을 받아들려던 바로 그 순간.


“이게 누구야? 정화조에서 시체로 건져질 줄 알았던 루카스 놈이 아닌가.”


수용동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기분 나쁜 비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죄수들의 우두머리이자 공포로 이 구역을 지배하던 빅터가 험악한 인상의 부하 열 명을 거느린 채, 도윤과 바르간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살기 어린 눈빛을 빛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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