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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속에서 빛나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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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층 복원실의 무거운 철문이 열리자, 안경 너머로 시기 어린 눈빛을 빛내는 사내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는 이단심문소의 수석 사제이자 베르나르트의 수석 제자인 에드워드였다. 화려하게 금실로 수놓아진 사제 로브를 걸치고 있었지만, 그의 좁은 미간과 얇은 입술은 그가 지닌 옹졸하고 탐욕스러운 성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문 앞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도윤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콧방귀를 꼈다.


“네놈이 그 잘난 루카스냐? 멜키오르의 수제자랍시고 가문의 피줄만 믿고 꺼드럭대던 삼류 학도 놈.”


에드워드의 목소리에는 깊은 적대감과 시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스승 베르나르트가 자신을 두고 이 보잘것없는 사형수 놈을 직접 심문한 것도 모자라, 신성한 복원실에 상주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것에 극도의 불만을 품고 있음이 분명했다.


도윤은 즉시 고개를 조아렸다. 어깨에 남은 베르나르트의 산성 마력 흉터가 욱신거렸지만, 그는 철저히 비굴하고 유약한 죄수의 가면을 썼다.


“사제 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 글자 몇 개를 베껴 썼을 뿐입니다. 교단의 교리야말로 유일한 진리입니다.”


“흥, 비겁한 쥐새끼 같으니.”


에드워드는 도윤의 비굴한 태도에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으나,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 위에 놓인 녹슨 가죽 칼 하나를 툭 던졌다.


“수석 심문관 님께서 네놈에게 유물 복원의 기회를 주셨으니, 내 특별히 가장 중요한 일거리를 주마. 복원실 하부에 위치한 ‘산성 폐기물 정화조’의 청소 노역에 자원해라. 가죽 박리 마법에 사용된 폐액과 쓸모없는 쓰레기 유물들이 쌓여 있는 곳이지. 그 오물 속에서 쓸만한 마도 잔해를 건져내는 것이 네놈의 첫 번째 임무다.”


정화조.


그곳은 이단심문소에서 가장 기피되는 맹독성 폐기물 처리장이었다. 닿는 모든 유기물을 수초 내에 녹여버리는 강산성 폐액이 끓어오르는 지옥. 에드워드는 루카스가 그곳에서 고통스럽게 녹아내려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도윤의 심장은 미세하게 고동쳤.


‘정화조라고? 교단이 가치를 몰라 폐기한 진짜 고대 제국의 유물들이 버려지는 쓰레기장.’


그곳이야말로 조부 조슈아가 숨겨두었다는 진짜 역사적 사료가 묻혀 있을 가장 유력한 장소였다. 도윤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예…… 사제 님.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당장 꺼져라, 더러운 이단자 놈.”


***


철문을 지나 지하 3층 복도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자, 지독한 유황 냄새와 코를 찌르는 강산성 가스가 가득한 ‘산성 폐기물 정화조’의 입구가 나타났다.


녹슬어 문드러진 수동 수문 너머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녹색과 검은색의 걸쭉한 폐액 웅덩이가 보였다. 천장에서는 가죽 박리 마법에 사용되고 버려진 산성 폐액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의 돌을 하얗게 부식시키고 있었다. 공기는 흐릿한 보라색 독안개로 가득 차 있어, 숨을 쉴 때마다 기도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도윤은 침을 삼켰다. 그의 현재 신체는 마력이 봉인된 사형수의 몸이었다. 하지만 등 뒤에는 어젯밤 목숨을 걸고 복원해 낸 첫 번째 문장의 미세한 마나 회로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여기서 멈추면 보름 뒤에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다. 찾아야 한다.’


도윤은 천천히 정화조 바닥의 걸쭉한 진흙 속으로 맨손을 밀어 넣었다.


“으으윽……!”


손끝이 진흙에 닿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화상 통증이 몰려왔다. 강산성 폐액이 손가락의 표피를 실시간으로 녹여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화조 내부의 고농도 황화수소 가스가 그의 피부 barrier를 뚫고 들어와 폐포를 부식시키려 했다. 목구멍이 불타는 듯 막혀왔고, 거친 신음과 함께 쇳소리가 나는 기침이 터져 나왔.


컥, 컥……!


이대로 가다간 유물을 찾기도 전에 폐가 녹아 질식사할 판이었다. 성대가 산성 가스에 노출되어 영구적으로 쇳소리가 섞인 거친 목소리로 변해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도윤은 이빨을 악물며 정신을 집중했다.


‘연산해라. 내 등 뒤에 새겨진 기하학 공식을 활성화해라!’


그는 뇌세포의 연산 영역을 분할하여 등 뒤의 문신으로 마력을 급속히 송출했다. 족쇄의 억제력을 우회하는 역위상 진동을 방출하며, 등 뒤에 새겨진 첫 번째 장의 마나를 피부 표면으로 얇게 끌어올렸다.


“산성 안개 차단 (Acid Mist Blockade)……!”


주인공의 신체 표면 반경 30cm 영역에 투명한 백색의 알칼리성 마력 장막이 미세하게 전개되었다.


치이이이익-!


장막에 닿은 보라색 산성 가스와 녹색 폐액이 격렬한 중화 반응을 일으키며 하얀 김을 내뿜고 증발하기 시작했다. pH 1.5의 초강산 물질이 도윤의 현대 화학적 중화 연산식에 의해 무해한 물과 염으로 변환되는 순간이었다.


마력의 소모가 극심했다. 등 가죽이 불타는 듯한 고열이 발생하며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도윤은 숨을 헐떡이며 진흙 깊숙한 곳을 필사적으로 수색했다. 손끝이 짓물러 피가 흘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서걱.


진흙 바닥 약 50cm 아래, 손끝에 차갑고 단단한 청동의 질감이 걸렸다.


‘찾았다!’


도윤은 온 힘을 다해 웅덩이 속에서 그것을 끄집어냈다. 그것은 사방이 찌그러지고 모서리가 깨진, 하지만 표면에 정밀한 고대 제국의 기하학적 눈금이 새겨진 청동 테두리의 석판 조각이었다.


‘여명 제국 건국사 석판 조각.’


도윤이 피 묻은 손으로 석판 표면의 진흙을 닦아내는 순간, 그의 영혼이 거칠게 요동쳤다. 석판에 새겨진 고대 기하학 문양이 도윤의 등 가죽에 새겨진 붉은 문신들과 일치하는 주파수로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웅-!


머릿속이 하얗게 번쩍이며, ‘유물 기억 추적 (Relic Memory Tracking)’ 능력이 자율적으로 강제 활성화되었다.


도윤의 시야가 순식간에 뒤틀렸다. 어둡고 더러운 정화조의 전경이 사라지고, 찬란한 황금빛 에테르 장막이 대지를 감싸고 있는 수천 년 전 고대 제국의 전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


눈부시게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대도서관의 전경. 그곳에서 수많은 학자와 마법사들이 신들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물리 법칙을 토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인류의 영혼을 수확하려는 신들의 불평등 계약에 당당히 맞서, 펜을 들어 인류의 자유 의지를 선포하는 초대 황제의 장엄한 모습이 보였다.


교단이 가르치던 ‘악마를 숭배해 멸망한 타락한 제국’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은 인류의 해방을 위해 신들의 굴레에 저항했던 찬란한 여명 제국의 진짜 역사였다.


‘이것이…… 교단이 그토록 감추려 했던 여명 제국 건국사의 누락된 진실이구나.’


역사 복원가로서의 지적 양심과 숭고한 분노가 도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바로 그 순간, 환영이 깨지며 정화조 내부의 현실로 돌아왔다. 석판의 기하학 문양과 등 뒤의 문신이 완전히 동조되는 붉은 공명음이 정화조 내부에 크게 울려 퍼졌다.


콰르릉-!


그 공명의 여파였을까. 정화조 천장에 거대하게 매달려 있던 철제 배수 밸브가 기계적 과부하를 일으키며 강제로 열려버렸다.


쏴아아아아아-!


천장에서 수십 톤에 달하는 고농축 강산성 폐액 폭포가 도윤의 머리 위로 무서운 속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닿는 즉시 뼈까지 녹여버릴 죽음의 폭포였다.


‘위험해! 이대로 맞으면 차단 결계고 뭐고 형체도 없이 녹아내린다!’


도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정화조 구석의 어두운 허공에서 은은한 붉은 에테르 빛을 발하는 고대 여전사의 영혼 환영, 헬레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말없이 슬픈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며, 정화조 벽면 깊숙이 숨겨진 녹슨 청동 레버를 가리켰.


도윤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산성 안개 차단, 최대 출력……!”


그는 남은 마력을 쥐어짜 신체 주변의 알칼리 장막을 일시적으로 팽창시키며, 쏟아지는 폐액의 외곽을 뚫고 벽면의 청동 레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 가죽이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레버를 아래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쿠구구구궁-!


고대 제국이 건설했던 수동 차단벽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머리 위를 가로막는 거대한 석조 차단막이 미끄러지듯 닫히며, 쏟아져 내리던 산성 폐액 폭포를 간발의 차로 차단했다.


도윤은 석판 조각을 가슴에 품은 채 웅덩이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성대는 완전히 그을려 쇳소리밖에 나지 않았고, 전신은 마나 탈진으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철제 밸브가 파괴되며 정화조 내부로 유입된 엄청난 양의 폐액으로 인해, 정화조의 수위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녹색 독수가 그의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차올랐다.


더욱 최악인 것은, 정화조 내부의 압력이 급상승하면서 정화조와 연결된 노후화된 배관망을 타고 강산성 가스가 역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배관을 공유하는 지하 3층 감옥 전체에 독가스가 퍼져 수백 명의 죄수들이 소리 없이 질식사할 판이었다.


정화조 문밖에서 가스를 감지한 경보 장치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도윤은 붉게 공명하는 석판 조각을 수죄복 속에 깊숙이 쑤셔 넣으며, 차오르는 독수 속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붉게 충혈된 눈을 빛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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