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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의 붉은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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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전기 채찍 끝에서 튀는 푸른 불꽃이 철창 틈새로 독방 내부를 차갑게 비추기 시작했다. 탁하고 습한 공기 사이로 타닥거리는 불꽃 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철문 너머에 선 하급 사제 요셉의 기름진 얼굴이 횃불 조명 아래에서 기괴하게 일렁였다. 그의 손에 들린 마력 탐지 아티팩트가 미세한 공명을 일으키며 낮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루카스…… 방금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는데 말이지.”


요셉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묻어났다. 그는 독방 안에서 새어 나온 그 정순한 에테르의 파동이 고대 제국의 비밀 유물이나 보물에 대한 단서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도윤은 돌바닥 위에 엎드린 채,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다. 자가 수술 직후의 극심한 고열과 통증이 전신을 찢어발기는 듯했으나, 그의 이성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


‘여기서 들키면 모든 것이 끝이다.’


도윤은 ‘1단계: 금기서 1장 여명의 각성’을 통해 개방된 미세한 마나 회로를 가동했다. 족쇄의 억제력을 교묘히 우회하는 역위상 진동 공식을 머릿속으로 연산했다. 등 뒤의 은빛 마도 흉터와 붉은 문신이 요동치며 요셉의 아티팩트 주파수와 정반대되는 미세한 마력 파동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도윤은 짚단 밑으로 피 묻은 철제 쐐기를 밀어 넣고, 바닥에 남아 있던 탄산칼슘 광석 가루와 피고름을 제 죄수복 자락으로 거칠게 문질러 닦아냈다. 그리고 일부러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쥐어짜 낸 탁한 기침을 터뜨렸다.


“쿨럭! 컥…… 아, 사제 님…….”


도윤은 바닥을 기며 철창 쪽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목 뒤의 쇠사슬이 짤랑거리며 처량한 소리를 냈다. 일부러 등을 구부려 상처 부위의 짓무른 피고름과 석탄 가루가 요셉의 눈에 가장 잘 보이도록 노출시켰다. 악취가 요셉의 후각을 자극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그저…… 광산에서 얻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습니다…….”


철컥, 소리와 함께 요셉이 독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의 화려한 금목걸이가 흔들리며 도윤의 코앞까지 내려왔다. 요셉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마력 탐지 아티팩트를 도윤의 등 뒤로 가져갔다.


지이이잉.


아티팩트가 도윤의 은빛 흉터 부근을 훑었으나, 도윤이 방출한 역위상 교란 주파수 때문에 아티팩트의 바늘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완전히 침묵했다. 요셉이 아티팩트를 거칠게 흔들었다.


“이상하군. 분명히 예배당 결계의 균열과 공명하는 파동이 잡혔는데…….”


요셉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도윤의 등을 전기 채찍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채찍 끝에서 튄 전류가 짓무른 살가죽을 자극해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도윤은 그저 신음하며 더 비참하게 몸을 웅크렸다. 철저한 병약 연기였다.


“더러운 쥐새끼가 정말 죽을 때가 되어 마나가 일시적으로 역류한 건가.”


요셉은 침을 뱉으며 아티팩트를 거두었다. 그의 눈에 비친 도윤은 그저 썩어가는 살가죽을 가진, 곧 처형당할 사형수에 불과했다. 요셉은 비열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질긴 목숨이군. 하지만 걱정 마라. 곧 그 고통도 끝날 테니.”


요셉이 독방을 나가며 철문을 거칠게 닫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다시 내려앉았다. 도윤은 물었던 짚단을 뱉어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첫 번째 위기는 지략과 화학적 기만으로 간신히 넘겼다.


***


다음 날 아침, 제3지하 감옥 전체를 뒤흔드는 무거운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댕-! 댕-!


평소의 광산 노역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니었다. 불길하고 무거운 청동의 울림이었다. 곧이어 도윤이 갇힌 제3독방의 철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 앞에 선 자들은 평범한 하급 간수들이 아니었다. 핏빛 문양이 새겨진 단단한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이단심문소 제3지하 감옥 관리단’의 정예 경비병들이었다.


“사형수 루카스, 나와라.”


경비병 한 명이 차가운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치며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선고문을 낭독했다.


“수석 이단심문관 베르나르트 님의 특별 명령이다. 사형수 루카스의 사형 집행일을 오늘부로 보름 뒤로 앞당긴다. 형벌은 ‘베르나르트의 가죽 박리형’.”


도윤의 심장이 차갑게 식어내렸다. 보름.


원래 한 달 이상 남아 있던 사형 집행일이 단 15일로 단축된 것이다. 게다가 형벌은 가죽 박리형이었다. 살가죽을 산 채로 벗겨내어 그 표면에 새겨진 고대 제국의 금기서를 온전히 박제해 수집하겠다는 베르나르트의 잔혹한 선언이었다.


“끌고 가라.”


경비병들이 도윤의 양팔을 거칠게 잡아챘다. 무거운 쇠사슬이 돌바닥을 긁으며 비장한 소리를 냈다. 도윤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그들의 힘에 이끌렸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계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보름이다. 내게 주어진 탈출의 타임 리미트는 단 15일뿐이야.’


도윤은 지하 3층의 어두운 통로를 지나 지상으로 향하는 거대한 나선형 계단으로 끌려갔다. 축축하고 썩은 냄새가 나던 지하의 공기가 점차 걷히고, 코를 찌르는 강렬한 소독약 냄새와 차가운 바람이 섞여 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달한 지상 행정동, ‘이단심문소 본청’의 전경은 지하의 참상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하얀 대리석 기둥들이 장엄하게 솟아 있었고, 천장에는 교단의 거짓 신들을 찬양하는 화려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도윤의 예리한 시선은 그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삼엄한 경비망을 놓치지 않았다.


복도 모퉁이마다 설치된 은빛 감시탑과 마력 탐지 아티팩트들이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본청 전체를 촘촘한 그물망처럼 감싸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마력이 완전히 동결되어 숨조차 쉬지 못할 밀도였다.


도윤은 경비병들에게 끌려가며 ‘초인지 집중’을 가동했다. 귀를 기울였다.


탁, 탁, 탁, 탁.


경비병들의 일정한 발소리. 가죽 장화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섞여 들었다. 간수들이 허리춤에 찬 열쇠 꾸러미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도윤은 뇌세포의 연산 영역을 분할하여 그 소리들의 간격과 주파수를 정밀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단심문소 순찰 주기 역추적 규칙’의 시작이었다.


‘간수 대기실에서 출발한 순찰조가 본청 중앙 홀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120초. 감시탑의 마력 스캔 주기는 45초 간격으로 한 번씩 우회 진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제3지하 감옥으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의 도개교 레버 위치는…….’


도윤의 머릿속에 이단심문소 본청과 지하 3층을 연결하는 완벽한 입체 지도가 실시간으로 그려지며, 경비가 완전히 비어버리는 사각지대의 시간대들이 숫자가 되어 떠올랐다. 비록 사형 선고를 받고 끌려가는 처지였으나, 도윤은 적들의 심장부에서 탈출을 위한 완벽한 정밀 타임라인을 계산해 내고 있었다.


육중한 대리석 문이 열리고, 도윤은 본청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석 심문실로 던져졌다.


바닥에 엎드린 도윤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피처럼 붉은 사제 로브의 자락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얼굴 절반이 과거 연금술 사고로 인해 기괴하게 녹아내려 산성 흉터로 뒤덮인 사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단심문소의 절대적인 지배자, 수석 이단심문관 베르나르트였다.


그의 존재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과 지독한 산성 약품 냄새가 심문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 베르나르트의 차가운 파란 눈동자가 도윤의 등 뒤, 은빛 마도 흉터로 덮인 살가죽을 뱀처럼 끈적하게 훑었다.


“루카스……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멜키오르의 어리석은 제자여.”


베르나르트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걸음걸이마다 붉은 로브 자락이 쓸리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 울렸다.


“네놈의 살가죽에 새겨진 것이 단순한 이단 낙서가 아니라는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것은 멸망한 고대 제국의 위대한 유산이자, 교단이 그토록 찾던 금기서의 첫 번째 장이지.”


베르나르트가 도윤의 앞에 멈춰 섰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도윤의 은빛 흉터가 새겨진 어깨 가죽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찌르르한 진동과 함께 검붉은 산성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살 가죽을 녹여버릴 듯한 가혹한 열기가 도윤의 피부를 자극했다.


“으윽……!”


산성 마력의 압박이 가해지자, 도윤의 피부 아래 숨겨져 있던 고대 제국의 금기서 문장들이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붉은 문신들이 비명을 지르듯 꿈틀거리며 옷자락 너머로 강렬한 빛을 방출하려 요동쳤다.


‘안 돼. 여기서 문신의 마력 반응을 완전히 들키면, 베르나르트는 지체 없이 내 가죽을 지금 당장 벗겨낼 거다!’


도윤은 즉시 호흡을 완전히 멈추었다.


체내의 혈류 속도를 강제로 늦추고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분당 30회 이하로 떨어뜨렸다. ‘살가죽 문신 미세 제어 규칙’의 극한의 응용이었다. 심장에서 방출되는 마나의 흐름을 억지로 차단하여, 피부 아래의 문신들이 마력 결계와 공명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웠다.


붉게 타오르려던 문신의 발광이 순식간에 사그라들며, 은빛 흉터 아래로 깊숙이 가라앉았다. 베르나르트의 손가락 끝에 닿은 피부는 그저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괴사 조직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베르나르트가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그는 손가락을 거두며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력의 반응이 이토록 무디다니…… 멜키오르 놈이 마법식을 잘못 각인한 건가? 아니면 네놈의 얄팍한 지식이 문신의 인과율을 깨뜨린 건가.”


베르나르트는 도윤의 해독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훼손된 고대 제국의 금판 조각 하나를 던져주었다.


“읽어라. 네놈 가문의 해독 비법으로 이 구절을 해독해 봐라. 만약 가치가 없다면, 보름을 기다릴 것도 없이 지금 당장 네 가죽을 벗겨 박제첩에 철하겠다.”


금판 표면에는 고대 제국의 기하학적 문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도윤은 ‘고대어 자모음 대입법’을 가동해 순식간에 그 문장의 진짜 의미를 파악했다.


[여명 제국의 대도서관은 하늘의 계약을 감시하는 눈이며, 신들의 위선을 폭로할 준비를 마치다……]


이것은 교단의 근본을 부정하는 치명적인 금기 구절이었다. 도윤은 이 진짜 진실을 그대로 읊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처형당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며, 일부러 왜곡된 교단식 신학 문법을 머릿속으로 조합했다. 자신의 가치와 지식을 철저히 낮추어 베르나르트의 경계심을 풀기 위한 기만 전술이었다.


“이, 이 문장은…… 교단의 제3교리에 따르면…… 악마의 군대가 성스러운 군대 앞에 무릎을 꿇고…… 정화를 간청하는 구절입니다. 고대어의 기하학적 획이…… 왜곡되어 있어 정확하진 않지만…… 성전의 승리를 예언하는…….”


도윤은 일부러 말을 더듬으며, 교단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왜곡된 신학 문법을 섞어 대답했다. 학자로서의 양심이 비명을 질렀으나, 생존을 위해선 이 비굴한 기만이 필수적이었다.


베르나르트가 그 대답을 듣고 콧방귀를 꼈다.


“흥, 전형적인 교단 신학원의 열화판 해석이군. 멜키오르의 수제자라더니, 그저 가문의 명성에 기대어 기어 다니는 삼류 학도에 불과했나.”


베르나르트의 눈빛에서 도윤을 향한 경계심이 한풀 꺾이고, 오만한 멸시가 채워졌다. 그는 도윤을 대단한 천재가 아닌, 적당히 부려 먹다 버릴 유용한 ‘해독 도구’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쓸모없지는 않군. 최소한 고대 자모음의 획은 구별할 줄 아는 모양이다.”


베르나르트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자, 대기하고 있던 경비병들이 다가왔다.


“이놈을 지하 광산 노역에서 제외해라. 그리고 ‘지하 3층 복원실’로 이송해 상주시켜라. 교단이 회수한 고대 유물들의 해독 할당량을 채우게 만들고, 보름 뒤 사형 집행일에 온전한 가죽을 수확하겠다.”


도윤의 심장이 미세하게 뛰었다.


성공이었다.


가혹한 광산 노역에서 벗어나, 온갖 화학 약품과 정밀 복원 도구들이 가득한 ‘지하 3층 복원실’이라는 최고의 기지를 합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다. 그곳이라면 탈출에 필요한 염기성 중화제와 폭발 시약을 마음껏 제조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제 님…….”


도윤은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베르나르트는 더럽다는 듯 손을 저어 그를 물러가게 했다.


경비병들에게 이끌려 심문실을 나오는 순간, 도윤의 어깨에 가혹한 통증이 다시 한번 몰아쳤. 심문 과정에서 베르나르트가 흘린 미세한 산성 마력에 노출되어 어깨 부근의 피부가 찢어지고 타들어 가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도윤의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보름이라는 가혹한 타임 리미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가 도달할 지하 3층 복원실은, 이 위선적인 이단심문소를 통째로 무너뜨릴 거대한 화학적 반격의 요람이 될 터였다.


도윤은 다시 한번 뇌 속의 본청 순찰 지도를 정밀하게 업데이트하며, 어두운 지하 계단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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