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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복원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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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의 손에 들린 은빛 나침반의 바늘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금속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했다. 도윤의 누더기 수죄복 안쪽 주머니, 고농도 탄산칼슘 광석 조각들이 숨겨진 바로 그 자리였다.


‘젠장, 광석 내부의 미세한 에테르 잔류량을 감지한 건가.’


도윤의 심장이 무겁게 채찍질 당하듯 요동쳤다. 광산에서 채굴한 탄산칼슘 중화 광석은 겉보기엔 평범한 돌멩이 같았지만, 고대 제국의 마도 유적층에서 캐낸 만큼 일반적인 광물보다 에테르 친화도가 수십 배는 높았다. 마력을 감지하는 교단 특제의 나침반이 이 미세한 파동을 놓칠 리 없었다.


발각되면 끝장이다. 주머니를 비우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등 가죽을 복원해 이 지옥을 탈출하려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즉결 처형대에 오르게 될 터였다.


브루노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나침반을 도윤의 가슴팍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은빛 바늘이 자석에 끌리듯 도윤의 주머니 방향으로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브루노의 손가락이 채찍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도윤은 극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 ‘초인지 집중’을 가동했다.


주변의 거친 숨소리와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음이 순간적으로 느려졌다.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결계석 분진의 움직임마저 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투명하게 가라앉았다. 머릿속의 연산 회로가 폭발적으로 회전하며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마법은 쓸 수 없다. 결계 족쇄가 마나를 완벽히 억제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물리적이고 기하학적인 교란뿐이다.’


도윤의 시선이 벽면을 따라 흐르는 이단심문소의 노후화된 철제 배수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마력 억제 족쇄를 보았다. 이 족쇄는 죄수들의 마나 방출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역위상의 마력 진동 주파수를 방출하고 있었다. 일종의 전자기적 노이즈 차단 장치와 같은 원리였다.


철컥!


도윤은 브루노가 자신을 벽으로 밀쳐붙인 반동을 이용해, 일부러 비틀거리며 오른손의 족쇄 사슬을 배수관의 녹슨 구리 접합부에 강하게 밀착시켰다.


동시에 낮에 상처를 일부러 찢어 만들어둔 축축한 피고름과 검은 석탄 가루가 쇠사슬과 배수관 사이의 틈새를 메웠다. 인체의 수분과 금속 가루가 뒤섞이며 완벽한 도체(導體) 역할을 수행했다.


지이이익!


족쇄가 끊임없이 뿜어내던 마력 억제용 역위상 진동이 철제 배수관 전체로 급속히 흘러 들어갔다. 배관 내부의 물과 금속관을 타고 흐른 마력 진동은 벽면 내부에서 거대한 자기장 왜곡을 일으켰다.


찌르르릉!


브루노가 들고 있던 마력 나침반의 은빛 바늘이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서남북을 잃은 나침반은 사방으로 침을 튀기듯 요동치더니, 이내 도윤의 주머니가 아닌 배수관의 구리 접합부 방향을 강하게 가리키며 멈춰 섰다.


“……?”


브루노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침반을 거칠게 흔들었다. 바늘은 여전히 벽면의 배수관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쳇, 노후화된 배관에서 잔류 에테르가 새어 나오는 건가? 이단심문소의 마도 장치들도 이제 수명이 다했군.”


브루노는 혀를 차며 나침반을 가죽 벨트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헐떡이는 도윤을 불쾌하다는 듯 노려보았다. 도윤의 수죄복 전체에 묻은 피고름과 썩은 석탄 가루의 악취가 다시 한번 브루노의 후각을 마비시켰다.


“더러운 쥐새끼 같으니. 전염병이라도 옮기기 전에 당장 네놈의 독방으로 처넣어라!”


브루노가 도윤의 가슴을 거칠게 밀쳤다. 도윤은 쇠사슬을 질질 끌며 간수들의 인도 하에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주머니 속의 탄산칼슘 광석 조각들은 무사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지만, 도윤은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


쾅!


육중한 철문이 닫히고 빗장이 무겁게 걸리는 소리가 지하 3층 제3독방을 채웠다. 간수들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도윤은 차가운 돌바닥 위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마침내 홀로 남았다. 천장에서는 여전히 강산성 가죽 박리액이 섞인 물방울이 툭, 툭 소리를 내며 떨어져 바닥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보름이라는 사형 집행일 전에 이 감옥을 탈출하려면 오늘 밤 첫 번째 문장을 복원해야만 해.’


도윤은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뒤져 낮에 은밀히 채굴한 탄산칼슘 중화 광석 조각 3개와 수용소 배급 진흙 빵을 정화할 때 쓰고 남은 광산용 정제 소금 결정을 꺼냈다.


독방 구석의 평평한 석벽 홈이 그의 간이 실험대였다. 정밀한 화학 장비도 깨끗한 초자 용기도 없었지만, 도윤에게는 현대의 정밀 화학 지식과 고고학적 생존 노하우가 있었다.


우선, 식수로 지급된 나무 컵에 고여 있는 물의 성분을 분석했다. 낮에 소금 결정으로 독성을 일부 정화해 두었기에, 이제는 훌륭한 용매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도윤은 깨진 석벽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이용해 탄산칼슘 광석 조각을 곱게 갈아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백색의 미세한 분말이 나무 컵 안으로 조금씩 떨어졌다. 물과 반응한 탄산칼슘 가루가 미세한 기포를 일으키며 녹아들었다.


CaCO3 + H2O.


여기에 정제 소금 결정(NaCl)을 정밀한 비율로 첨가했다.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었다. 복원액이 등 뒤의 상처를 통해 주입될 때, 세포가 삼투압 충격으로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완벽한 전해질 역할을 수행했다. 삼투압의 농도를 인체의 체액과 소수점 단위까지 일치시켜야만 가죽의 괴사를 막을 수 있었다.


컵 속의 액체가 미세하게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끓어올랐다. 완벽한 약염기성의 ‘피부 괴사 방지 특제 가죽 연고’이자 복원액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가장 가혹한 단계가 남아 있었다. 등 뒤의 썩어 들어가는 괴사 조직을 도려내고, 지워진 고대 문신을 복원하는 자가 수술이었다.


도윤은 낮에 광산 막장에서 몰래 챙겨온 날카로운 철제 쐐기 조각을 꺼냈다. 이반이 제련해 줄 특제 메스는 아직 없었지만, 이 날카로운 쐐기 끝을 소금물로 소독해 임시 메스로 삼아야 했다.


‘고대어 자모음 대입법’을 가동했다. 거울도 없는 어둠 속이었지만, 도윤은 자신의 등 가죽에 새겨진 문신의 기하학적 궤적을 뇌 속에서 완벽한 3D 모델로 시각화했다. 조모 실비아가 어린 시절 가르쳐준 기하학적 문자 연상술이 루카스의 세포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흐읍……!”


도윤은 수죄복을 벗어 던지고, 임시 메스를 등 뒤로 가져갔다.


그리고 상처 부위의 괴사된 검은 살점을 가차 없이 도려내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소리가 독방의 정적 속에 기괴하게 울렸다.


“……윽!”


이빨이 부서질 듯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하수체를 직격했다. 눈앞이 붉은 불꽃으로 뒤덮였다. 마취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썩은 살을 스스로 깎아내는 행위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짓이었다. 도윤은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굴러다니던 짚단을 입에 물었다.


검붉은 피와 함께 썩은 조직들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고통이 극에 달할 때마다 뇌세포가 비명을 지르며 기억을 흐려놓으려 했다.


‘포기하지 마라.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평생 사형수로 박제되어 죽는다!’


그는 ‘뇌세포 연산 과부하 방지 규칙’을 발동했다. 뇌의 연산 영역을 의식적으로 분할하여, 고통을 인지하는 영역과 고대 문양을 연산하는 영역을 철저히 격리했다. 현대 한국인 신도윤으로서의 자아를 무의식 깊은 곳의 유리 장벽 뒤로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상처 부위가 깨끗해지자, 도윤은 준비해 둔 백색의 복원액을 상처 위에 직접 들이부었다.


치이이이익!


“아아아아악!”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강산성 박리액에 오염되어 있던 등 뒤의 살가죽이 급격한 산-염기 중화 반응을 일으켰다. 살점이 하얗게 끓어오르고, 삼투압 반응에 의해 복원액이 세포 내부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등 뒤에 흐릿하게 가라앉아 있던 고대 제국의 금기서 첫 번째 문장이 붉은빛을 발하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워져 있던 기하학적 획들이 복원액의 화학적 자극에 반응하여 스스로 연결선을 찾아 뻗어나갔다.


쿠구구구!


도윤의 머릿속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의 쓰나미가 들이쳤다.


[여명 제국 건국사 - 제1장: 하늘의 장막이 걷히고, 인간이 스스로의 발로 대지를 디디다……]


수천 년 전 멸망한 찬란한 마도 제국의 건국 연대기가 거대한 환영이 되어 그의 정신을 집어삼키려 했다. 멜키오르 스승의 사념과 수많은 고대 사서들의 억울한 비명이 뇌리를 때렸다.


‘뇌세포 연산 과부하 방지 규칙, 제2단계 가동!’


도윤은 밀려드는 정보를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 결합 구조로 치환하여 뇌 속의 임시 서고에 빠르게 분류해 넣었다. 지식이 자아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격리하는 작업이었다.


마침내, 등 뒤의 붉은 문신이 완벽한 기하학적 완결성을 이루며 하나의 완성된 마도 회로를 구축했다. 찢어지고 괴사했던 살가죽이 ‘가죽 자가 복구’ 능력에 의해 연기를 내며 스스로 붙어 은빛 마도 흉터로 변모했다.


화아아악!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온 은은한 핏빛 발광이 어두운 제3독방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동시에, 감옥 전체를 무겁게 억누르고 있던 교단의 마력 억제 결계의 압박이 도윤의 주변에서만 미세하게 일그러지며 상쇄되었다.


‘마력 억제 결계핵 우회 공식…… 성공이다.’


도윤의 혈관을 타고, 오랫동안 동결되어 있던 푸른색 에테르 마나가 미세하지만 정순한 흐름을 그리며 역류하기 시작했다. ‘1단계: 금기서 1장 여명의 각성’이 개방된 것이었다.


도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엎드렸다. 비록 정상적인 외모는 영구히 상실했으나, 그는 마침내 이 지옥 같은 감옥에서 살아남아 반격할 ‘열쇠’를 손에 넣었다.


그때였다.


철컥, 철컥.


독방 밖 복도 너머에서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기이한 금속성 마찰음이 들려왔다.


도윤은 급히 셔츠를 주워 입으며 몸을 웅크렸다. 등 뒤의 붉은 문신 발광이 옷자락 새로 미세하게 새어나가고 있었다.


스으으읍.


독방 문 틈새로 차가운 마력의 흐름이 침투해 들어왔다. 누군가 외부에서 마력 탐지 아티팩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발소리가 제3독방의 철문 바로 앞에서 뚝 멈춰 섰다.


철창 틈새로 비쳐든 횃불 그림자 너머로, 금실로 수놓아진 화려한 사제 로브를 입은 뚱뚱하고 기름진 사내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하급 사제 요셉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고문용 전기 채찍이 파란 스파크를 일으키며 웅웅거렸고, 그의 눈동자는 독방 내부의 미세한 붉은 광채를 포착한 듯 기괴한 탐욕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요셉이 철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루카스…… 방금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는데 말이지.”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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