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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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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죄수들이 광적으로 가세하며 십자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렸고, 이단심문소는 걷잡을 수 없는 통제 불능의 혁명 상태로 치닫기 시작했다.


대성당의 장엄하던 대리석 벽면이 허물어지고 붉은 장막들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아수라장 한가운데서, 나는 에스더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서 있었다. 등 뒤의 살가죽이 통째로 불타오르는 듯한 고열이 척추를 타고 뇌로 역류했다. 에테르 투사기 ‘진실의 등불’을 무리하게 가동한 대가였다. 머리카락 끝을 만져보니 이미 절반쯤은 하얗게 탈색되어 바스러지고 있었다.


“루카스, 정신 차려야 해요!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에스더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성스러운 은빛 마력이 흘러들어와 타들어 가던 내 마나 회로를 겨우 진정시켰다. 에스더 역시 이마의 봉인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력을 과소모한 탓에, 입술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끄으윽…… 고맙소.”


내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정화조에서 산성 가스를 들이마셨을 때 입은 영구적인 손상 때문에,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인 차갑고 기괴한 쇳소리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예배당 천장의 대형 확성 마법진이 시뻘건 빛을 뿜으며 기괴한 공명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이단심문소 전역에 선포한다. 지하 2층 예배당에서 발생한 폭동은 신성을 모독하는 대역죄다. 교황청의 권능으로 즉시 남부 교구 전역에 대대적인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단자 루카스와 그 추종자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정멸하라!]


차가운 금빛 안대를 착용한 배후의 음모자, 추기경 하인리히의 음성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무너진 천장의 격자 틈새 너머 지상에서부터 무겁고 거친 강철 말발굽 소리가 지하 통로를 타고 무섭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단순한 경비병들이 아니었다. 은 도금 장갑 위에 정화의 불꽃을 두르고, 닿는 모든 살점을 녹여버리는 강산성 정제 검날을 쥔 ‘정화 기사단장 발타자르’의 철기병 부대였다.


“기병들이 내려온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용병 죄수 카를이 노획한 철검을 치켜들며 소리쳤지만, 죄수들의 얼굴에는 다시금 광신적인 공포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역사의 진실을 깨달았다 한들, 교단 최정예 철기병들의 압도적인 무력과 살가죽을 녹여버리는 산성 무기들을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냉정해져야 한다. 저들의 무력은 단순한 검술이 아니다. 교단이 독점한 강산성 가죽 박리 마법의 원리를 무기에 응용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방어막으로는 저 돌격을 막을 수 없다.’


나는 뇌세포의 연산 영역을 가동해 이단심문소의 지도를 실시간으로 그렸다.


‘이단심문소 지하 3층 복도 끝, 연금술 조제실. 간수들이 고문용 산성 약품을 정제하는 그곳에 대량의 알칼리 가루와 중화 시약들이 보관되어 있다. 그곳을 먼저 장악해야 한다.’


나는 에스더의 손을 잡고, 내 등 뒤를 묵묵히 지키던 거인 전사 바르간을 돌아보았다.


“바르간, 카를. 죄수들의 절반을 이끌고 지하 3층 연금술 조제실로 진격해야 하오. 그곳의 시약들이 없다면 우리는 저 철기병들의 산성 검날에 고기처럼 썰려 나갈 것이오.”


“주군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바르간이 부서진 대검 자루를 거칠게 쥐며 포효했다. 그의 웅장한 신형이 앞장서자, 동요하던 죄수들이 다시금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배당의 혼란을 틈타 나선형 계단을 타고 지하 3층 연금술 조제실로 쇄도했다. 조제실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 사제들과 간수들은 갑작스러운 죄수들의 기습에 경악했다.


“이, 이단 죄수들이 탈옥했다! 당장 차단벽을—!”


간수가 수동 레버를 당기려 했으나, 로이가 벼락같이 날아올라 그의 손목을 꺾고 레버를 고정시켰다. 이어서 바르간의 바위 같은 주먹이 대리석 벽면을 강타하며 경비병들을 단숨에 무력화했다.


쾅! 철문이 부서지며 연금술 조제실의 내부가 드러났다. 사방에 배치된 유리 가마와 플라스크 속에서 보라색과 녹색의 시약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브란트! 펠릭스! 서두르시오!”


내 외침에 의사 브란트와 약제 노예 펠릭스가 즉시 움직였다. 브란트는 냉철한 눈빛으로 약제실의 상자들을 뒤엎었고, 펠릭스는 정밀한 손놀림으로 고농축 알칼리 촉매 분말과 탄산칼슘 원석을 대량으로 쓸어 담았다.


“루카스 형님! 여기 탄산나트륨 정제액과 알칼리 화합물 분말이 가득합니다! 이 정도 양이면 지하 통로 전체를 뒤덮을 중화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펠릭스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토, 분무 장치는 준비되었소?”


드워프 공학도 오토가 폐광에서 쓰던 고압 가스 밸브와 수동 가압 펌프 장치들을 조제실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그의 단단한 손가락이 톱니바퀴와 스프링을 미친 듯이 조립하기 시작했다.


“걱정 마쇼, 현자 양반! 이 드워프의 손기술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이 수동 펌프의 가압 밸브를 개조하면, 고농축 중화액을 전방 5미터까지 안개 형태로 분사하는 ‘탄산염 중화 고압 분무기’를 만들 수 있소!”


오토의 망치질 소리가 조제실 내부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펠릭스가 가져온 탄산칼슘 분말과 정제 소금 결정을 황금 비율로 배합했다. 삼투압 현상을 조절해 중화액이 죄수들의 피부에 닿아도 세포 붕괴를 일으키지 않도록 계산한 현대 화학의 결정체였다.


[pH 12.5의 초강염기성 중화액 배합 완료.]


내 시야에 반투명한 기하학적 화학식이 실시간으로 연산되어 떠올랐다.


그 사이, 조제실 외부의 지하 통로에서 카를이 이끄는 용병 죄수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방패가 녹아내린다! 뒤로 물러서!”


콰직! 지이이익—!


발타자르가 이끄는 정화 기사단의 선봉 철기병들이 마침내 지하 3층 통로 입구까지 들이닥친 것이었다. 그들의 은 도금 갑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산성 오라가 통로의 돌벽을 하얗게 부식시키고 있었다. 카를이 이끄는 일반 철제 장비 방어선은 기사단의 산성 검날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두부처럼 잘려 나가며 무참히 붕괴되고 있었다. 죄수 몇 명이 어깨가 녹아내리는 치명상을 입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밀려났다.


“분무기 조립 완료! 당장 가져가쇼!”


오토가 완성된 수동식 고압 분무기 수십 개를 죄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분무기를 건네받아 전방 방어선으로 나섰다. 내 등 뒤의 문신이 푸른 에테르 빛을 미세하게 발산하며 공기 중의 산성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카를, 모두 분무기를 조준하시오! 내가 신호를 주면 일제히 방출 레버를 당겨야 하오!”


내 거칠고 기괴한 쇳소리 목소리가 좁은 지하 통로에 무겁게 울려 퍼졌다. 죄수들은 내 목소리에 깃든 냉철한 확신에 이끌려, 떨리는 손으로 고압 분무기의 밸브를 움켜쥐었다.


타다다닥!


철갑 마들의 발톱이 대리석 바닥을 짓밟으며 정화 기사단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좁은 통로를 가득 메운 강산성 오라가 우리를 향해 쇄도했다.


“지금이오! 분사하시오!”


내 외침과 함께 죄수들이 일제히 가압 펌프를 누르며 레버를 당겼다.


치이이이이이익—!


분무기 노즐 끝에서 고농축 탄산염 알칼리 안개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얗고 자욱한 중화 안개가 순식간에 지하 통로 전체를 가득 메웠다.


기사단의 붉은 산성 오라와 우리의 백색 알칼리 안개가 허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치이이이익! 부글부글부글!


통로 전체가 하얗게 끓어오르며 엄청난 양의 무해한 수증기와 소금 결정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기사단이 자랑하던 무시무시한 산성 검날이 알칼리 안개에 닿는 즉시 화학적으로 즉각 중화되어, 아무런 부식력도 없는 단순한 쇳덩이로 변모해 버렸다.


“무, 무슨 일이냐! 정화의 불꽃이 꺼지다니!”


“눈이…… 눈이 안 보인다! 하얀 안개 때문에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은 도금 갑옷을 입은 철기병들이 하얀 중화 안개 속에서 중심을 잃고 서로 뒤엉키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마력 나침반과 탐지 장치들이 고농축 염기성 이온의 방해를 받아 일시에 먹통이 되어 붉은 스파크를 튀겼다.


“지금이다! 저들을 밀어내라!”


바르간과 죄수들이 소리치며 무력화된 기병들을 향해 돌격했다. 무기가 없던 죄수들이 오직 현대 과학적 지식의 힘으로 제국 최정예 군대를 일시적으로 압도하는 기적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1차 방어선은 완벽하게 사수했다. 하얀 안개 너머로 적들의 비명소리가 멀어지는 가운데, 나는 가만히 숨을 몰아쉬었다. 등 뒤의 문신이 다시금 차갑게 가라앉았지만, 아직 안도할 때는 아니었다.


우우우웅—!


지하 통로 깊은 곳에서부터,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웅장하고 묵직한 에테르의 진동이 바닥을 타고 전해져 왔다.


정화 기사단장 발타자르 본대가 직접 거대한 성스러운 화염 대검을 쥐고, 이 지하 통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뿜어내는 살기 어린 열기가 하얀 안개를 순식간에 증발시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카를과 죄수들에게 방어선을 맡긴 채, 에스더와 로이를 돌아보았다.


“여기는 오래 버티지 못하오. 발타자르의 화염 참격을 정면으로 막아내기엔 이 바리케이드의 물리적 강도가 부족하오. 나는 이 혼란을 틈타, 탈출의 결정적 성물이 보관된 성물 봉인실로 들어가겠소.”


철갑 마들의 거친 말발굽 소리가 지하 통로의 바닥을 무겁게 흔들며 다가오는 가운데, 루카스는 탈출의 결정적 성물이 보관된 성물 봉인실로 침투할 계획을 개시한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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