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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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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장 브루노의 거대 철퇴가 내뿜는 푸른 전격의 오라가 도윤의 시야를 핏빛으로 물들이며 압박해 들어온 순간, 수용동 내부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얼어붙었다. 수십 명의 무장 경비병들이 쇠창살을 두들기며 좁혀오는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도윤은 차가운 이성을 잃지 않았다.


‘브루노의 전격 채찍과 철퇴는 강력한 물리적 오라를 동반하지만, 그 에너지는 결국 수용동 바닥을 흐르는 철제 배수관의 구리 접합부로 접지될 수밖에 없다.’


도윤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척, 오른손의 족쇄 사슬을 배수 밸브의 구리 파이프에 강하게 밀착시켰다. 그리고 등 뒤에 각성된 1단계 ‘여명의 각성’ 마도 회로를 일시적으로 역류시켜, 전격의 흐름을 배수 밸브 방향으로 강제로 유도했다.


콰아아앙-!


브루노의 전격 채찍이 도윤의 어깨를 스치기 직전, 강력한 전류가 구리 배관을 타고 역류하며 수용동 하부의 정수 밸브를 직격했다. 고압의 전류가 물과 만나 순식간에 기화하며 자욱한 고온의 수증기 폭발을 일으켰다. 눈을 뜰 수 없는 하얀 안개와 정전의 어둠이 수용동 전체를 덮쳤고, 간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도윤은 바르간, 에스더, 로이와 함께 식당 및 노역소의 가장 깊고 어두운 폐쇄 구역으로 소리 없이 몸을 숨겼다.


***


지하 감옥의 비상 경보음이 멀리서 웅웅거리는 식당 지하의 버려진 기록 보관소.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 도윤은 촛불 하나를 켜고 차가운 돌바닥에 주저앉았다. 정전 폭발의 여파로 폐포가 미세하게 파열된 탓에, 입안 가득 짠 피 비린내가 맴돌았다. 쿨럭, 가벼운 각혈과 함께 바닥에 붉은 핏방울이 떨어졌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통증 속에서, 도윤은 성대 상처로 인해 더욱 거칠고 차가워진 금속성 쇳소리로 입을 열었다.


“단순한 무력 폭동은…… 시간벌이에 불과하오. 교단의 성기사단이 내려오는 순간, 오합지졸인 죄수들은 몰살당할 것이 분명하지.”


어둠 속에서 도윤의 짙은 회색 눈동자가 촛불을 받아 예리하게 빛났다.


“죄수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들려면, 그들의 영혼을 묶고 있는 교단의 가짜 구원을 깨뜨려야 하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검이 아니라, 저들의 눈을 뜨게 만들 ‘진짜 역사’의 사본이오.”


도윤의 단호한 결의에,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술 동료 디터와 기록 조수 요한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디터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안경을 치켜올리며 주저앉았고, 요한은 품속에서 비밀리에 수집한 가죽 종이 묶음과 검은 시약병을 조심스럽게 꺼내 탁자 위에 펼쳐놓았다.


“루카스 형님, 말씀하신 대로 연금술 조제실에서 천연 아라비아 고무액을 극비리에 빼돌렸습니다. 하지만 이 어두운 독방에서 간수들의 눈을 피해 진짜 역사를 필사하는 것이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디터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요한 역시 깃털 펜을 쥔 손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교단이 지정한 성경 외의 문서를 단 한 줄이라도 소지하는 것은 즉시 화형에 처해지는 절대적 금기였기 때문이다.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오. 내가 구두로 건국사를 읊을 테니, 요한은 필사를 시작하시오. 디터는 가죽 종이의 여백에 기하학적 봉인선을 대조해 주시오.”


도윤은 숨을 깊게 몰아쉬며 펜 끝을 쥐었다. 그가 시전하려는 비법은 고대 제국의 사관들이 사용했다는 ‘에테르 정밀 필사법’이었다. 종이나 가죽에 자신의 미세 마력을 직접 담아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기술로, 완성된 사본은 읽는 이의 뇌리에 교단의 세뇌를 깨뜨리는 강렬한 사상적 충격을 선사하는 마도서가 된다.


사각, 사각.


어두운 독방에 깃털 펜이 가죽 종이를 긁는 음산하고 장엄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도윤은 등 뒤의 ‘여명의 각성’ 마도 회로를 강하게 자극하여 미세한 에테르 마나를 펜 끝으로 흘려보냈다. 펜 끝이 닿는 곳마다 은빛의 미세한 마력 파동이 스며들며, 검은 먹물 위로 은은한 은빛 궤적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여명 제국 건국기 제1장. 하늘의 신들은 인간에게 구원을 약속한 적이 없다. 그들이 바친 신앙은 구원의 대가가 아닌, 인류의 수명과 영혼을 착취하기 위한 가혹한 세금이었으며…….”


도윤이 고대 제국의 언어를 현대 한국어의 결합 구조와 대조하며 초고속으로 번역해 읊조릴 때마다,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속도로 생명 에테르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뼈마디가 얼어붙는 듯한 극심한 오한이 덮쳐왔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갔다. 머릿속에서는 고대 지식의 방대한 인과율이 역류하며 뇌세포가 붕괴할 듯한 극심한 두통이 요동쳤다.


‘안 돼. 이대로 연산 영역이 무너지면 자아가 붕괴한다……!’


눈앞이 하얗게 흐려지며 펜을 쥔 손이 꺾이려던 찰나, 도윤의 무의식 속 서고에서 붉은 학자 로브를 입은 백발의 노인, 스승 멜키오르의 잔류 의지가 어렴풋이 나타났다.


‘도윤아, 흐름을 거스르지 마라. 고대어의 기하학적 획은 억지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대지의 맥동과 네 살가죽의 에테르 흐름을 종이 위에 그대로 미끄러뜨리거라. 뇌의 과부하를 우뇌와 무의식의 영역으로 분할하여 받아들여라.’


멜키오르의 인자하면서도 엄격한 목소리가 도윤의 정신 장벽을 강하게 지탱해 주었다. 도윤은 즉시 ‘뇌세포 연산 과부하 방지 규칙’을 가동하여 뇌의 연산 영역을 분할하고, 멜키오르의 조언대로 펜 끝의 마력 흐름을 대지의 수맥과 완벽히 동조시켰.


우웅-!


도윤의 눈동자가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며, 펜 끝에서 방출되는 은빛 에테르 광선이 가죽 종이 위에 완벽한 황금비율의 고대 기하학적 문장들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요한과 디터는 그 장엄하고 성스러운 광경에 압도되어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필사에 몰두했다.


하지만 위기는 가장 취약한 순간에 찾아왔다.


“히익……!”


긴장감 속에서 필사를 돕던 디터가 통로 멀리서 들려오는 순찰 간수들의 묵직한 군화 발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펜을 떨어뜨렸다. 마력이 깃든 은빛 잉크가 가죽 종이 위로 번져나가며, 기하학적 마법 서식이 왜곡되어 폭발적인 마력 역류를 일으키려 했다.


‘이대로 잉크가 번지면 마나 과부하로 독방 전체가 폭사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도윤은 주머니 속에서 지하 광산에서 채굴해 둔 ‘광산용 정제 소금 결정’ 분말을 한 줌 꺼내 번져가는 잉크 위로 즉각 살포했다.


치이이익!


고순도 염화나트륨 분말이 젖은 잉크와 닿는 순간, 급격한 삼투압 반응이 일어나며 번져나가던 수분과 미세 마나를 한곳으로 강하게 응축시켰다. 왜곡되려던 기하학적 원형이 소금 결정의 흡수력 덕분에 기적적으로 고정되며, 마력 역류의 위기를 완벽하게 모면했다. 디터는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루카스 형님…….”


“조용히 하시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도윤은 차가운 쇳소리로 그를 제지하며, 완성된 사본들의 표면에 점성이 높은 ‘천연 아라비아 고무액’을 붓으로 얇고 정밀하게 도포하기 시작했다. 고무액이 건조되며 가죽 종이 표면에 투명한 알칼리성 피막을 형성하자,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은빛 마력 파동과 미세한 발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교단의 마력 탐지 나침반과 감시망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화학적 차단막이었다.


밤새도록 이어진 처절한 필사 작업 끝에, 탁자 위에는 교단의 세뇌를 깨뜨릴 진짜 역사서 사본 50장이 쌓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가혹했다. 자신의 생명 에테르를 직접 잉크에 갈아 넣은 탓에, 도윤의 검은 머리카락 일부가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고, 극심한 빈혈로 인해 전신이 사정없이 떨려왔다. 에스더가 다급히 그의 손을 잡고 치유 마력을 주입하려 했으나, 도윤은 고개를 저으며 사본들을 요한에게 건넸다.


“이 사본들을…… 사슬의 연대 동맹원들에게 은밀히 유통하시오. 저들이 진짜 역사를 마주하는 순간, 혁명의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것이오.”


“예, 주군. 목숨을 걸고 전파하겠습니다.”


요한과 디터가 사본을 품에 안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수용동 내부의 마력 밀도가 미세하게 상승했음을 감지한 것일까.


쾅-! 쾅-!


기록 보관소와 연결된 수용동의 무거운 철문이 다시 한번 거칠게 열리며, 횃불의 붉은 불빛이 어두운 통로를 난폭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사탄의 냄새가 난다! 이 더러운 쥐새끼들이 감히 신성한 감옥 내부에서 불온한 마력 파동을 풍기는구나!”


광기 어린 눈동자에 핏발이 선 광신적 신관 빌헬름이 거대한 은빛 십자가를 치켜든 채, 수십 명의 종교 정찰대를 거느리고 수용동 입구에 들이닥쳤다. 그의 발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역 제압 오라가 도윤의 등 뒤 문신을 거칠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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