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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의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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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파지직!


가시 돋친 가죽 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전격의 불꽃을 뿜어냈다.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을 뒹구는 늙은 죄수의 등 가죽이 처참하게 찢겨 나갔고, 그 틈새로 검붉은 피가 배수 격자 새로 뚝뚝 흘러내렸다.


지하 2층 제2죄수 수용동 하부의 좁고 어두운 배수관 격자 밑.


도윤은 에스더를 한 팔로 부축한 채, 천장의 격벽 틈새를 올려다보았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습한 오물의 열기 속에서 죄수들의 비명소리가 배관 벽을 타고 무겁게 공명하고 있었다. 간수들의 잔혹한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비상 경보가 작동한 이후, 수용동 내부의 통제는 한층 더 가학적으로 변해 있었다.


“바르간, 로이. 소리 없이 진입한다.”


도윤이 목구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차갑고 거친 쇳소리로 속삭였다. 산성 가스에 절어 영구적으로 손상된 그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마치 쇠붙이가 쓸리는 듯한 기괴한 위압감을 풍겼다.


바르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양손으로 천장의 청동 격자를 움켜쥐었다. 2.5미터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물리적 완력이 가동되자, 고정되어 있던 무거운 철제 격자가 아무런 마찰음도 내지 않고 소리 없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 로이가 먼저 날렵하게 격자 틈새로 기어 올라가 주변의 동태를 살폈고, 이내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도윤은 쇠약해진 에스더를 조심스럽게 밀어 올린 뒤, 자신 역시 격벽을 타고 제2죄수 수용동의 어두운 구석으로 신속하게 몸을 피했다.


수용동 내부의 광경은 처참했다. 두 명의 하급 간수가 바닥에 쓰러진 죄수를 발로 짓밟으며 가죽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고, 수백 명의 죄수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며 구석에 웅크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바르간, 경보가 울리기 전에 처리해라.”


도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르간의 거대한 신형이 그림자처럼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


탁, 콰직!


바르간의 바위 같은 주먹이 첫 번째 간수의 후두부를 정확히 타격했다. 비명 지를 새도 없이 간수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옆에 있던 다른 간수가 경악하며 허리의 경보 호각을 불려 했다. 하지만 로이가 바람처럼 날아올라 그의 손목을 꺾고 호각을 낚아챘다. 이어서 바르간이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벽면에 강하게 내리쳐 기절시켰다.


단 몇 초 만에 상황이 종결되었다. 쓰러진 간수들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려 배수구로 스며들었다.


구석에 웅크려 있던 죄수들이 일제히 숨을 삼키며 도윤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경악과 두려움, 그리고 어렴풋한 경외감이 뒤섞여 있었다. 사형수 수죄복을 입고, 온몸이 산성 부식 흉터와 은빛 마도 흉터로 뒤덮인 마른 청년. 그리고 그 뒤를 보좌하는 거구의 거인족 전사와 성녀의 은빛 기운을 미세하게 풍기는 여성.


“루카스…… 사슬을 푸는 현자가 정말로 살아 돌아왔다.”


죄수들 사이에서 불온한 속삭임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정화조의 독수 속에서 살아 돌아와 거인족 바르간의 사슬을 풀었다는 소문은 이미 수용동 전체에 신화처럼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죄수 지하 자치회 ‘사슬의 연대’의 구성원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수용동 중앙의 어둠을 가르고 거대한 그림자가 걸어 나왔.


쿵, 쿵.


바닥의 돌가루가 흔들릴 정도의 묵직한 발소리. 온몸이 칼날 흉터로 가득 찬 우람한 체구에 거친 가죽 옷을 걸친 사내, 제2죄수 수용동의 우두머리이자 약육강식의 힘으로 죄수들을 지배하던 빅터였다. 그의 손에는 간수들에게서 빼앗아 개조한 거대하고 녹슨 철쇠퇴가 들려 있었다.


빅터는 쓰러진 간수들의 시체를 힐끗 보더니, 이내 뱀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도윤을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적대감과 영향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극도의 시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네놈이 정화조의 오물 속에서 살아 돌아온 루카스라는 쥐새끼냐?”


빅터가 철퇴를 어깨에 얹으며 위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검사 2성 수준의 야수 투기 호흡법이 가동되자, 그의 전신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며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수인 거인의 쇠사슬을 좀 만질 줄 안다고 해서 이곳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구역의 법칙은 오직 하나, 강한 자가 지배하는 것이다. 내 구역에 기어들어 와 죄수들을 선동하려 들지 마라.”


바르간이 분노하며 대검 자루를 쥐고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도윤이 왼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주군, 저 무뢰배를 제가 직접 찢어버리겠습니다.”


“물러서라, 바르간.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저들과 다를 바 없다. 죄수들의 마음을 온전히 얻기 위해서는, 저들이 신봉하는 ‘힘의 논리’가 지식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도윤의 거칠고 차가운 쇳소리가 수용동 전체에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윤은 머릿속의 연산 장치를 가동했다.


‘빅터. 체구 2미터 이상. 몸무게 약 120킬로그램. 야수 투기 호흡법을 사용해 순간적인 물리적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유형. 정면으로 힘을 겨루는 것은 자살행위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둔탁하고, 투기를 가동할 때 마력의 순환 경로가 오른쪽 어깨와 손목으로 집중되는 결함이 있다.’


도윤은 슬며시 오른손을 수죄복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손끝에 닿는 것은 지하 광산 막장에서 목숨을 걸고 채굴해 은닉했던 ‘광산용 정제 소금 결정’ 몇 조각, 그리고 의무관 율리우스가 제공했던 ‘피부 괴사 방지 특제 가죽 연고’였다.


그는 머릿속으로 현대의 화학적, 생물학적 원리를 빠르게 조합하기 시작했다.


‘율리우스의 연고는 피부 세포막의 투과성을 극대화하는 유기 촉매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여기에 고순도 염화나트륨인 소금 결정을 미세하게 갈아 넣어 혼합하면, 인체의 혈류와 완벽히 일치하는 초고농축 삼투압(Osmotic Pressure) 전해질 용액이 완성된다. 이 용액이 아주 미세한 상처를 통해 혈관으로 유입되는 순간, 삼투압 불균형으로 인해 해당 부위의 운동 신경 세포가 즉각적으로 동결 마비된다.’


도윤은 주머니 속에서 소금 결정을 손톱 끝으로 으깨어 점성이 높은 연고와 빠르게 배합했다. 그리고 그 미세한 혼합액을 손바닥 안에 쥐고 있던 ‘특제 가죽 복원 메스’의 가느다란 날 끝에 아주 미세하게 도포했다. 모든 과정은 주머니 안에서 소리 없이, 완벽한 은밀함 속에서 이루어졌다.


“루카스라고 했나? 겁에 질려 주머니 속에서 손도 못 빼는 거냐!”


빅터가 비웃으며 철퇴를 허공에서 한 번 휘둘렀다. 웅- 하는 위협적인 바람 소리가 수용동의 석벽을 때렸다.


“결투를 신청한다, 사형수 놈아. 네놈이 진짜 죄수들의 사슬을 풀 자격이 있는 현자인지, 아니면 그저 운 좋은 사기꾼인지 이 철퇴로 직접 증명해 주지. 거인 전사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와라!”


죄수들이 긴장 어린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에스더 역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도윤의 수죄복 소매를 잡았으나, 도윤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받아들이지.”


도윤이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빼내며 천천히 전방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손에는 오직 가늘고 날카로운 복원용 메스만이 쥐여져 있었다. 거대한 철퇴를 든 빅터와 뼈만 남은 마른 체구의 도윤. 시각적인 대비만으로도 대결의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그까짓 가죽 칼날 하나로 내 철퇴를 막겠다는 거냐! 뼈째로 으스러뜨려 주마!”


빅터가 거칠게 포효하며 바닥을 박차고 돌격했다. 그의 전신에서 푸르스름한 야수의 투기가 뿜어져 나왔고, 거대한 녹슨 철퇴가 도윤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눌러졌다.


낙하하는 철퇴의 기세는 단숨에 바위라도 박살 낼 듯 가혹했다.


그 순간, 도윤의 눈동자가 차가운 푸른빛으로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초인지 집중(Hyper-cognitive Concentration).’


뇌세포의 혈류량이 급격히 조절되며, 도윤의 시야 속에서 흘러가던 모든 물리적 시간의 흐름이 소수점 단위의 슬로우 모션으로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잉.


공기를 찢으며 하강하는 거대한 철퇴의 궤적이 붉은색 실선 흐름으로 가시화되어 그의 뇌리로 전송되었다. 철퇴가 만들어내는 바람의 압력, 빅터의 어깨 근육이 수축하는 각도, 그의 손목 신경이 투기를 내뿜는 타이밍이 완벽하게 해부되었다.


‘오른쪽 어깨 하중 75%.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다. 회피 각도는 좌측 후방 15도.’


도윤은 숨을 멈춘 채, 철퇴가 그의 머리칼을 스치기 직전 미세한 각도로 상체를 숙이며 좌측 사각지대로 몸을 미끄러뜨렸다.


휘이이이잉-! 쾅!


거대한 철퇴가 도윤이 서 있던 바닥 돌판을 강타하며 엄청난 돌가루와 충격파를 사방으로 폭발시켰다. 죄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고, 빅터는 자신의 일격이 완벽하게 빗나갔음을 깨닫고 경악했다.


하지만 회피하는 과정은 완벽하지 않았다. 철퇴가 지면을 때릴 때 발생한 무시무시한 바람의 압력과 충격파가 도윤의 어깨를 휩쓸었고, 정화조에서 입었던 그의 어깨 흉터 부위가 다시 터지며 검붉은 피가 수죄복 깃을 적셨다. 가혹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도윤의 이성은 단 1밀리초도 흐려지지 않았다.


‘지금이다.’


도윤은 빅터가 철퇴의 반동으로 인해 균형을 잃고 오른쪽 손목을 무방비하게 노출한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번개처럼 손을 뻗어, 소금 결정과 특제 연고가 배합된 마비액이 발린 메스 날로 빅터의 오른쪽 손목 안쪽 신경 절단 부위를 아주 미세하게 긁어내렸다.


스윽.


가죽을 스치는 듯한 아주 미세한 마찰음. 빅터의 손목 가죽 위에 단 1밀리미터 두께의 얇은 붉은 선이 그어지며 한 방울의 피가 맺혔다.


“겨우 이따위 생채기로 나를…… 컥?!”


빅터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철퇴를 치켜올리려 한 순간, 그의 목구멍에서 기괴한 신음이 터져 나왔.


초고농축 삼투압 용액에 포함된 미세 전해질과 마비 성분이 율리우스 연고의 세포막 투과 촉매를 타고 빅터의 손목 혈관과 신경계로 즉각적으로 침투한 것이다. 삼투압의 급격한 불균형으로 인해 빅터의 오른쪽 팔 전체의 운동 신경 세포가 순간적으로 완벽하게 마비 동결되었다.


스르륵, 쿵!


빅터의 거대한 손아귀에서 힘이 풀리며, 그가 들고 있던 무거운 녹슨 철퇴가 바닥으로 볼품없이 떨어져 뒹굴었다.


“어, 어째서…… 내 팔이……?”


빅터가 경악하며 왼손으로 오른팔을 붙잡으려 했으나, 마비 독소는 이미 혈류를 타고 그의 척수 신경망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상행하고 있었다. 삼투압 평형이 깨진 그의 전신 근육이 실시간으로 딱딱하게 굳어갔다.


스스로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한 빅터의 거구는 이내 중심을 잃고 도윤의 발밑 바닥으로 요란하게 쓰러지며 무릎을 꿇었다.


쿵!


수용동 전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단 한 합. 무시무시한 철퇴를 휘두르던 거구의 지배자가, 마르고 상처투성이인 사형수의 손끝 가벼운 스침 한 번에 온몸을 바르르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굴복한 것이다. 죄수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얼어붙어 있었다.


도윤은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묵묵히 훔쳐내며,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는 빅터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빅터. 투기와 완력은 훌륭하나, 너의 마법과 신체는 교단의 왜곡된 규칙 아래 갇혀 있다. 인간의 신경과 혈류의 흐름을 지배하는 화학적 인과율 앞에서는, 네놈의 무식한 투기 호흡법 따위는 단 한 방울의 소금 결정만으로도 이토록 손쉽게 마비되는 장난감에 불과하다.”


도윤의 거칠고 차가운 쇳소리가 수용동 석벽을 타고 죄수들의 귀에 뼛속 깊이 각인되었다. 빅터는 눈동자만을 떨며 공포에 질린 채 도윤을 올려다보았다.


죄수들 사이에서 누군가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이어서 십여 명, 수십 명, 마침내 수용동 내부에 있던 수백 명의 죄수들이 일제히 도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외치기 시작했다.


“현자 루카스……! 진짜 역사를 알고 사슬을 푸는 구원자다!”


죄수 지하 자치회 ‘사슬의 연대’가 마침내 단 한 합의 지적 우월성 앞에 완벽하게 장악당하는 순간이었다. 도윤은 꿇어앉은 죄수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등 뒤에 새겨진 붉은 금기서 문신이 옷감 너머로 은은하게 맥박 치며, 수용동 내부의 탁한 공기를 사상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모두 고개를 들어라.”


도윤의 쇳소리가 죄수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교단은 너희들의 역사를 지우고, 가짜 구원이라는 사슬로 너희들의 육체와 영혼을 노예처럼 묶어두었다. 저 쓰러진 간수들의 채찍이 바로 그 증거다. 하지만 나는 오늘, 너희들에게 빼앗긴 진짜 역사의 진실을 돌려주고 이 지옥 같은 이단심문소의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


죄수들의 눈동자에 잃어버렸던 생기와 뜨거운 혁명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윤은 빅터가 떨어뜨린 녹슨 철퇴를 발로 가볍게 밀어내며, 단상 위로 한 걸음 올라섰다.


“나를 따르라. 교단이 감추어온 추악한 거짓의 장막을 찢고, 우리 스스로의 피로 진짜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 시간이다.”


죄수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루카스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수용동 내부의 불온한 대기는 마침내 거대한 폭동과 혁명의 결속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수용동의 두꺼운 철문 방향에서 거대한 마도 폭발음과 함께 쇠창살이 찢어지는 비명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굳게 닫혀 있던 수용동의 철문이 붉은색 전격의 오라에 의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날아와 박혔다.


자욱한 먼지 구름을 헤치고, 가시 돋친 채찍과 철퇴를 든 거구의 간수장 브루노가 수십 명의 무장 경비병들을 거느린 채 수용동 내부로 살기 어린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브루노의 민머리에 가득한 흉터들이 붉은 전격의 빛을 받아 기괴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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