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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무형검, 고문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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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이 비틀리며 열리는 소리는 지옥의 문턱에서 울리는 비명과도 같았다.


천뢰의 가장 깊고 음습한 지하 2층, 공용 고문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소귀안의 코끝을 찌른 것은 지독한 녹슨 무쇠 냄새와 오래되어 굳어버린 검붉은 핏물의 비린내였다. 벽면을 가득 채운 온갖 기괴한 형구들이 횃불의 일렁이는 불빛을 받아 기분 나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이 교활한 정파 개새끼가…… 감히 내 천뢰를 이단아들의 소굴로 만들려 해?"


뇌극진은 중독의 여파로 검게 변한 피를 입가로 연신 흘리며 소귀안의 만철 사슬을 거칠게 낚아챘다. 그의 내공은 천명산 독가스의 역류로 인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그 불안정한 기운이 사슬을 타고 소귀안의 망가진 경맥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단전이 파괴된 소귀안의 전신이 가볍게 떨렸으나, 그의 눈빛만큼은 밤하늘의 차가운 서리처럼 맑고 고요했다.


뇌극진은 소귀안을 고문실 중앙의 묵철 의자에 거칠게 내던지듯 앉히고는, 의자 사방에 장착된 무쇠 쇳고리로 그의 양 손목과 발목을 단단히 결박했다. 쇳고리가 살을 파고들며 차가운 감각이 뼈마디를 때렸다.


"사사건! 어디 있느냐! 당장 이놈의 입을 열어라!"


뇌극진이 고함을 지르자, 고문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뱀처럼 가냘픈 체구의 사내가 소리 없이 걸어 나왔다. 천뢰의 수석 고문관, 사사건이었다. 그의 얇은 입술은 기이하게 비틀려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인체의 관절을 정밀하게 으스러뜨리기 위해 특수 제작된 골쇄(骨碎) 형구가 들려 있었다.


"교도관장님, 안색이 무척 상하셨습니다. 가스 역류 사고로 간수 대기소가 초토화되었다더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사건의 목소리는 뱀이 풀숲을 기어가는 듯 음산하고 축축했다. 그는 뇌극진의 중독 상태를 눈여겨보면서도, 겉으로는 극진한 예의를 표했다. 그러나 소귀안의 독심심안(讀心心眼)은 사사건의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 뒤에 숨겨진 탐욕과 뇌극진의 몰락을 반기는 기회주의적 본성을 즉각 읽어냈다.


"잔말 말고 이놈의 손가락뼈부터 하나씩 가루로 만들어라! 배후가 누구인지, 가스관의 역류 공식을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낱낱이 자백받아야 한다!"


뇌극진이 이를 갈며 고문실 구석의 묵철 의자에 주저앉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독기를 억제하기 위해 운기를 시작하려는 모양새였다.


사사건은 소귀안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소귀안의 왼손을 거칠게 잡아 골쇄 형구의 나사 틈새로 밀어 넣었다. 무쇠 나사가 돌아가며 소귀안의 왼손가락뼈를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청운검파의 천재 대제자라더니, 결국은 사슬에 묶인 고깃덩어리에 불과하군. 비명을 질러도 좋다. 이곳의 벽은 소리를 삼키니까."


사사건이 가학적인 희열을 느끼며 나사를 한 바퀴 돌렸다.


득, 드드득.


뼈가 뒤틀리고 관절의 연골이 짓눌리는 참혹한 마찰음이 고문실에 울렸다. 단전의 내공 방어막이 없는 소귀안의 육신에 날카로운 극통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이마에서 굵은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에 붉은 선혈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왼손가락의 신경이 비명을 지르며 뇌리를 난도질했다.


그러나 소귀안은 비명 한 자락조차 내뱉지 않았다. 그는 청운심법(靑雲心法)의 호흡을 가동하여 자신의 이성을 육체의 고통으로부터 철저히 분리해 냈다. 마음을 고요한 호수처럼 가라앉히고, 오직 눈동자만을 고정하여 사사건의 안면 근육 변화와 맥박의 흐름에 집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미세맥박 측정 기술이 사사건의 목덜미 혈관을 통해 그의 심장 고동 소리를 소귀안의 뇌리에 숫자로 대입했다. 분당 72회. 지극히 안정적이고 가학적인 유희를 즐기는 포식자의 박동이었다.


소귀안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입술을 간신히 열어, 나지막하고 신뢰감을 주는 독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칼을 쓰지 않는 언어무형검(言語無形劍)의 비기였다.


"사사건…… 네놈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군. 나사를 돌릴 때마다 우측 발끝이 서쪽 벽면을 향해 반 인치씩 돌아가고 있어. 그 벽 뒤에 무엇을 숨겨두었지?"


사사건의 손길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폐인 놈이."


"헛소리가 아니지. 환영장로 가풍백(가풍백)의 비밀 금고…… 그중 은표 삼만 냥의 행방을 장로님이 이 잡듯 뒤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가풍백 장로는 천뢰 내부의 고문관 중 한 명이 뇌극진의 눈을 피해 그 돈을 가로챘다고 의심하고 있지."


사사건의 심장 박동이 순간적으로 분당 110회로 치솟았다. 소귀안의 독심심안은 그의 얇은 입술 주위의 미세한 경련을 놓치지 않았다.


"이 방 서쪽 벽, 세 번째 해골 진열대 뒤의 돌벽 틈새. 네놈이 매일 밤 고문 도구를 닦는 척하며 시선을 던지던 바로 그곳에 가풍백 장로의 은표 만 오천 냥이 숨겨져 있더군. 뇌극진 몰래 장로의 비자금을 횡령한 죄…… 마교의 율법으로 어떤 형벌에 처해지더라?"


사사건의 안색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그의 심장 박동은 이제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고문 나사를 조이던 손을 놓고 소귀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의 손끝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 닥쳐라! 당장 그 주둥이를 찢어버리겠다!"


사사건은 공포에 질려 소귀안의 목을 졸라 입을 막으려 했다. 뇌극진이 구석에서 운기 중이었기에 이 대화가 그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은 그 자리에서 참수당할 터였다. 그러나 소귀안은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사사건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최면언령술을 섞어 속삭였다.


"내가 죽으면…… 낙일루(落日樓)에 이미 전달된 네놈의 횡령 장부 사본이 내일 아침 가풍백 장로의 집무실로 배달된다. 네 가죽이 먼저 벗겨질까, 내 손가락이 먼저 부러질까? 나를 살려두고, 뇌극진이 모르는 비밀 은닉처의 정보를 내게 넘겨라. 그것이 네놈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인과율이다."


사사건의 정신은 완벽하게 붕괴되었다. 그는 자신이 지배자라고 믿었던 고문실에서, 단 한 줌의 무공도 없는 폐인 죄수의 말 몇 마디에 완벽한 피의자이자 노예로 전락했음을 깨달았다. 극심한 공포와 인지부조화가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아, 아아아……! 으아아악!"


사사건은 결국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들고 있던 철제 형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무쇠 형구가 돌바닥에 부딪치며 날카로운 파공음을 냈다. 사사건은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고 고문실의 철문을 열어젖힌 채 복도 너머로 뛰쳐나가 버렸다.


운기를 마치고 눈을 뜬 뇌극진은 자신의 수석 고문관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해괴한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사사건! 이 미친놈이 어디로 가느냐!"


뇌극진은 도망치는 사사건을 보며 분노했으나, 이내 묵철 의자에 묶인 채 자신을 향해 서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소귀안을 바라보았다. 소귀안의 왼손가락은 피투성이가 된 채 기이한 각도로 꺾여 있었으나, 그의 눈빛만큼은 심연의 악마처럼 깊고 어두웠다.


뇌극진의 등줄기로 난생처음 섬뜩한 소름이 돋아났다. 이놈은 무공이 폐한 죄수가 아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의 영혼을 찢어발기는 요물이었다.


"이…… 괴물 같은 놈. 고문 따위는 네놈에게 사치로군. 당장 이놈을 천뢰 최하층의 만년한빙굴(萬年寒氷窟)로 이송해라! 한 시진 만에 온몸의 피를 얼려 죽여버리겠다!"


뇌극진의 광포한 외침과 함께, 고문실의 차가운 쇠사슬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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