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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밤, 역류하는 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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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알리는 천뢰의 묵철종 소리가 지하 심연의 어둠을 찢어발겼다.


동. 동. 동.


세 번의 무거운 종소리가 축축한 돌벽을 타고 울려 퍼질 때, 흑월천뢰 제7호 독방의 공기는 이미 기이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온몸을 만철 사슬로 구속당한 소귀안은 눈을 감은 채 대기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그의 단전은 완전히 파괴되어 한 줌의 내공도 부릴 수 없는 폐인의 상태였지만, 고독 속에서 극한으로 단련된 오감은 미세한 변화조차 놓치지 않았다.


쉬이이이.


벽면의 균열 틈새와 천장에 조잡하게 연결된 황동 배관 구멍에서 기이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의 감각이 소리의 근원지를 정확히 짚어냈다. 배관을 타고 무언가 무거운 기체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내 독방 안의 퀴퀴한 흙먼지 냄새 사이로 쌉싸름하면서도 비릿한 단내가 섞여 들었다.


사천당가의 배신자 당호가 납품하고, 독문방의 구양독이 가설한 지연성 독가스, 천명산의 변종이었다.


‘시작되었군.’


소귀안은 눈을 뜨지 않았다. 대신 기색 판별(氣色 判別)을 발동하여 허공을 채워가는 자줏빛 독연의 밀도를 가늠했다. 가스는 무거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다. 보통의 일류 고수라 할지라도 이 밀실에서 가스를 들이마신다면 반 시진이 채 되기 전에 경맥이 얼어붙어 시체가 될 터였다. 하물며 내공의 보호막조차 없는 폐인의 육신이라면 단 몇 모금만으로도 숨통이 끊어질 터.


소귀안은 지체 없이 폐기식법(閉氣息法)을 가동했다.


비록 내공을 운용할 단전은 사라졌으나, 도가 정종인 청운검파의 호흡 이치는 그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살아 있었다. 그는 스스로 기혈의 흐름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심장의 고동을 극도로 늦추어 일 분에 단 세 번만 뛰도록 조율했다. 피부의 모든 모공을 닫고, 체온을 얼음처럼 떨어뜨려 가사(假死) 상태에 들어갔다. 오장육부가 한기에 짓눌려 얼어붙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지만, 소귀안은 청운심법의 묘리로 정신의 평정을 유지했다. 머릿속의 가상 바둑판인 삼라만상국(森羅萬象局) 위에서, 그는 배수로를 기어 올라가고 있을 조력자들의 동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천뢰 지하의 가장 더럽고 좁은 배수로 오물 속.


"우읍……!"


의원 죄수 사도휼이 코를 찌르는 시독과 오물의 악취에 신음을 삼켰다. 그의 앞에서는 옥졸 임소승이 묵묵히 진흙과 오물을 헤치며 전진하고 있었다. 임소승의 상태는 처참했다. 뇌무극의 채찍질에 맞았던 왼쪽 어깨는 움직일 때마다 뼈가 어긋나는 듯한 극통을 유발했고, 일류 고수와의 격돌로 찢어진 양쪽 손바닥의 자상은 오물독에 노출되어 붉게 부어오른 채 진물을 흘리고 있었다. 붕대 틈새로 피가 배어 나왔지만, 임소승은 단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이빨을 악물었다.


‘형님이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계신다. 이까짓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임소승은 소귀안이 알려준 지하 도면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배수로의 좁은 관을 타고 삼십 장을 기어가자, 마침내 철창으로 막힌 천뢰 독가스 분출구의 내부 제어실 밸브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은 구양독이 설계한 독가스 가압 설비의 핵심 허브였다.


하지만 가압 펌프와 거대한 무쇠 밸브 앞에는 두 명의 무장한 독문방 무사들이 대도를 찬 채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독가스가 하부 독방으로 정상 주입되는지 감시하는 자들이었다.


사도휼이 긴장으로 숨을 들이쉬자, 임소승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임소승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소귀안이 가르쳐 준 적들의 무공적 맹점이 뇌리에 스쳤다.


‘독문방의 사파 무사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기습을 당하면 본능적으로 우측 방어에 치중한다. 좌측 겨드랑이 아래 세 치의 혈도가 완전히 무방비로 열릴 터이니, 망설이지 말고 찔러라.’


스스슥.


임소승이 배수로 물살을 가르며 전광석화처럼 튀어나갔다.


"누구냐!"


독문방 무사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대도를 뽑아 사선으로 휘둘렀다. 날카로운 도풍이 좁은 밸브실의 벽을 긁었다. 그러나 임소승은 이미 소귀안의 예측대로 몸을 비틀어 도풍의 궤적을 피해낸 상태였다. 임소승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손바닥의 상처를 무시한 채, 녹슨 단창을 힘껏 찔러 넣었다.


푸학!


단창의 끝이 적의 좌측 겨드랑이 아래 세 치 혈도를 정확히 관통했다. 내공이 가로막히며 기혈이 뒤틀린 무사는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자식이!"


남은 한 명의 무사가 경악하며 대도를 내리쳤으나, 이번에는 사도휼이 품속에서 꺼낸 침 세 발이 그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박혔다. 의원의 정밀한 시술에 무사는 경련을 일으키며 풀썩 주저앉았다.


"사 의원, 서둘러야 합니다!"


임소승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압 펌프에 연결된 거대한 묵철 밸브 앞으로 달려갔다. 밸브는 수십 년 동안 녹이 슬어 단단히 굳어 있었다. 사도휼이 달라붙어 온 힘을 다해 돌리려 했으나, 밸브는 끼이익 소리만 낼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 됩니다! 녹이 너무 심하게 슬어 손력으로는 도저히 돌아가지 않습니다!"


자정을 넘긴 지 벌써 반 시진이 흘러가고 있었다. 제7호 독방의 가스 농도가 한계에 다다랐을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소귀안은 폐기식법을 가동하고도 산소 부족으로 질사할 터였다.


"비켜서십시오!"


임소승이 부르짖으며 자신의 녹슨 단창을 밸브 무쇠 바퀴 틈새에 지렛대처럼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찢어진 손바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고통을 참아내며 온 체중을 실어 단창 자루를 아래로 꺾었다.


뿌드드득!


단창 나무 자루가 부러질 듯 비명을 질렀고, 임소승의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선혈이 황동 배관을 붉게 적셨다. 극도의 의지와 지렛대의 원리가 결합한 순간, 마침내 무쇠 바퀴가 거친 굉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철컥! 스으으으!


밸브가 정확히 소귀안이 지시한 서른일곱 도 각도에 걸려 멈추었다.


그 순간, 가압 펌프가 비정상적인 진동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부로 내려가던 고압의 독가스가 배관 내부의 기압 반사 법칙에 의해 갈 길을 잃고, 가스를 주입하던 상부 가압 구역으로 급격하게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


천뢰 상층부, 교도관장 집무실과 간수 대기소.


"으아아악! 이게 무슨 냄새냐!"


"가스다! 독가스가 역류하고 있다!"


순식간에 간수 대기소의 벽면 황동 파이프 연결부가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가며 보랏빛 독연이 뿜어져 나왔다. 도박판을 벌이고 있던 수십 명의 하급 간수들이 목을 움켜쥐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들의 경맥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갔다.


"구양독! 이 미친 자식아! 배관 설계가 어떻게 된 거냐!"


뇌극진의 비밀 밀실 안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뇌극진은 책상 아래 숨겨진 가스 제어 장치가 폭발하며 뿜어낸 독연에 직격당해, 피를 토하며 집무실 창문 밖으로 도망치려 발악했다. 사전에 해독 약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류한 가스의 농도가 너무 높아 그의 단전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


제7호 독방 안.


역류가 시작되자 독방 내부를 채우던 보랏빛 가스가 배관 구멍을 통해 썰물처럼 빨려 나갔다. 사방을 짓누르던 달콤하고 비릿한 냄새가 걷히자, 소귀안은 마침내 폐기식법을 해제하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었다.


"쿨럭! 쿨럭! 흑……!"


가사가 풀리는 순간, 미처 정화되지 못하고 허공에 남아 있던 미세한 독기가 그의 기도를 자극했다. 소귀안은 휠체어에서 상체를 꺾으며 바닥으로 거칠게 핏덩어리를 쏟아냈다. 파괴된 경맥이 독기에 반응해 뒤틀리며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듯한 격통이 밀려왔다. 창백한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그의 가슴팍에 매달린 깨진 청운옥패가 핏방울로 붉게 물들었다.


그때, 독방 복도 너머에서 미친 듯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쾅!


무쇠 철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옷자락이 반쯤 탄 채 피를 흘리는 뇌극진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독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중독의 여파로 눈이 벌겋게 충혈된 뇌극진은 이빨을 갈며 소귀안의 덜덜 떨리는 휠체어를 사납게 걷어찼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네놈이 배후에서 장난을 친 것이렷다! 당장 이놈을 고문실로 끌고 가라! 내 손으로 직접 가죽을 벗겨 자백을 받아내겠다!"


뇌극진의 잔인한 외침과 함께, 간수들이 소귀안의 만철 사슬을 거칠게 잡아끌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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