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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의 기습, 비자금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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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이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순간, 흑월천뢰의 어두운 복도 너머로 다음 음모를 실어 나를 보급 마차의 방울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제7호 독방의 차갑고 축축한 바닥에 이마를 찧은 이삼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의 품속에는 방금 소귀안이 건넨 오천 냥의 천뢰 은표가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도박 빚으로 손목이 잘릴 뻔한 그에게 구원의 동줄이었으나, 동시에 뇌극진을 배신했다는 가장 확실한 낙인이기도 했다.


소귀안은 녹슨 만철 사슬에 묶인 채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식수 차단 나흘째로 입술은 갈라지고 안색은 유령처럼 창백했으나, 그의 깊고 어두운 동공만큼은 심연의 불꽃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이삼의 목을 졸렸던 흔적으로 목덜미에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지만, 소귀안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삼. 네놈의 손목은 이제 완전히 붙어 있게 되었군. 하지만 명심해라. 그 은표를 한꺼번에 황사관 시중에 풀었다간 뇌태극의 사채업자들이 즉각 의심할 터. 오늘 밤 안으로 정확히 마흔다섯 장만 넘겨 빚을 청산하고, 남은 은표는 품속 깊이 숨겨두어라. 그리고 평소보다 더 비굴하고 멍청한 간수의 낯짝을 하고 주만태의 눈을 속여라."


"예, 예…… 군사님.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발 제 목숨만은……."


"내일 아침, 교도관장 뇌극진의 사촌 동생인 부패 상인 뇌태극이 대규모 보급 마차를 몰고 황사관 협곡을 통과해 천뢰로 들어온다. 이삼, 네놈은 오늘 밤 야간 순찰을 돌며 뇌극진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보급 통행증의 출발 시각과 호위 병력의 규모를 알아내어 임소승에게 전해라. 그것이 네가 치러야 할 첫 번째 대가다."


소귀안의 나지막한 음성은 최면언령술의 묘리를 담아 이삼의 무의식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삼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물쇠를 조심스럽게 잠그고 독방을 빠져나갔다.


철문이 닫히고 다시 독방에 어둠이 찾아오자, 소귀안은 가슴속에 품은 깨진 청운옥패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옥패의 질감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의 무공을 폐한 청운검파 장문인 백현진의 위선적인 얼굴이 떠올랐다. 복수의 톱니바퀴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야간 순찰 교대 시간을 틈타 충직한 옥졸 임소승이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나타났다. 임소승은 소귀안이 낮에 석벽 틈새에서 채수한 지하 암반수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도우며, 낮게 속삭였다.


"형님, 이삼 놈이 방금 제게 뇌태극의 마차 출발 시각을 전해왔습니다. 내일 진시(辰時), 황사관 협곡 초입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호위 무사는 총 열두 명으로, 뇌극진이 사적으로 부르는 일류 무사들이라 합니다."


소귀안은 짚더미 매트리스 밑에서 미리 피로 써둔 낡은 헝겊 조각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소귀안이 머릿속의 삼라만상국을 가동하여 황사관의 지형과 바람의 흐름, 낙석의 궤적까지 완벽하게 계산해 둔 기습 지시서였다.


"소승아. 네 무공은 아직 삼류 최상급에 불과하다. 뇌태극의 일류 호위무사들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지. 무릇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힘을 쓰지 않고 적의 힘이나 자연의 형세를 빌려 싸우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차도살인계(借刀殺人計)의 정수다."


소귀안의 눈빛이 횃불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황사관 협곡의 세 번째 암반 돌출부를 보아라. 그곳은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세차게 불 때 미세한 충격만으로도 거대한 낙석을 일으킬 수 있는 지리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내일 진시에는 귀곡풍(鬼谷風)이 강하게 불 터이니, 마칠을 시켜 미리 그 암반 틈새에 무쇠 쐐기를 박아두어라. 마차가 그 아래를 지나는 순간, 쐐기를 쳐 낙석을 가동해라. 적들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대형을 무너뜨리고 흩어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임소승은 소귀안의 정교한 계획에 전율을 느끼며 지시서를 품속에 단단히 숨겼다.


"그리고 마칠을 통해 마차 내부의 비밀 금고 위치를 이미 파악해 두었다. 뇌태극의 마차 내부 인부 중 한 명을 청운검파의 비자금 황금 일부로 미리 매수해 두었으니, 낙석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마칠이 그 인부와 접촉해 비밀 금고를 열고 뇌극진의 비자금 장부 원본을 복사해 탈취해야 한다. 단 한 조각의 흔적도 남겨서는 안 된다."


"형님, 목숨을 걸고 장부를 확보해 오겠습니다."


임소승은 우직하게 고개를 숙인 후,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


다음 날 아침, 황사관 접경지 비밀 객잔 너머로 황량한 모래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 협곡의 붉은 암벽 사이로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거대한 보급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차의 마부석에는 비단 옷이 터질 듯한 뚱뚱한 체구의 부패 상인 뇌태극이 오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금반지가 번쩍였고, 마차 주변으로는 가죽 갑옷을 입은 뇌극진의 정예 호위무사 열두 명이 삼엄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예리했고, 허리춤에 찬 도검은 언제든 피를 뿜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협곡 위쪽의 가파른 절벽 그늘 속에서, 임소승과 돈에 매수된 간수 마칠이 숨을 죽인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칠은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품속의 주사위를 만지작거렸다.


"임 형, 정말 저 무시무시한 고수들을 상대로 이 허술한 돌무더기만으로 기습이 성공하겠소? 발각되면 우리 둘 다 목이 잘려 무덤가의 거름이 될 텐데……."


"입을 다물어라, 마칠. 군사님의 계산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바람의 방향을 보아라. 지금이다!"


임소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협곡 사이로 거센 귀곡풍이 울부짖으며 불어 닥쳤다. 절벽 끝에 서 있던 임소승은 소귀안의 지시서에 적힌 정확한 타격 지점, 즉 암반의 세 번째 돌출부 틈새에 박힌 무쇠 쐐기를 향해 묵직한 돌망치를 내리쳤다.


깡!


날카로운 쇠소리가 거센 바람 소리에 묻혀 퍼지는 순간, 굳건해 보이던 거대한 암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내 쿠구구궁 하는 지진과도 같은 가공할 굉음과 함께, 수십 개의 거대한 바위들이 협곡 아래로 사납게 쏟아져 내렸다.


"낙석이다! 마차를 보호해라!"


호위무사들의 대장이 비명을 지르며 도검을 뽑아 들었으나, 하늘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 앞에서는 절정의 무공조차 무용지물이었다. 거대한 바위 하나가 마차 바로 앞바닥을 강타하며 흙먼지를 폭발시키자, 놀란 말들이 거칠게 날뛰며 마차를 뒤흔들었다.


"으아악! 살려다오!"


뇌태극은 뚱뚱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마부석에서 굴러떨어져 비명을 지르며 바위 틈새로 도망쳤다. 호위무사들 역시 사방으로 흩어지는 바위와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대형을 완전히 잃고 우왕좌왕 흩어졌다. 소귀안의 지리적 계산이 완벽하게 적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 혼란스러운 틈을 타, 마칠은 흙먼지 속으로 소리 없이 하강했다. 그는 미리 매수해 둔 마차 내부의 인부와 순식간에 눈빛을 교환했다. 인부는 마차 뒷벽의 숨겨진 패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마칠은 뇌태극의 황금 인장이 새겨진 비밀 금고의 자물쇠를 정교한 철사 핀으로 신속하게 열어젖혔다.


금고 내부에는 눈이 멀 정도의 황금 전표들과 함께, 붉은 비단에 싸인 낡은 가죽 장책이 놓여 있었다. 뇌극진이 마교 장 장로들의 눈을 속이고 축재한 내역이 상세히 기록된 '비밀 비자금 장부' 원본이었다. 마칠은 준비해 온 특제 양피지와 먹을 이용해 장부의 핵심 페이지들을 감쪽같이 복사하기 시작했다. 손끝이 떨렸지만, 오천 냥의 황금을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붓을 놀렸다.


그러나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대재앙이 들이닥쳤다.


"어떤 쥐새끼가 감히 관장님의 물건에 손을 대느냐!"


흙먼지를 뚫고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푸른빛의 도기(刀氣)가 마칠의 등 뒤를 매섭게 겨누며 날아들었다. 호위무사 중 한 명이자, 뇌극진이 숨겨둔 뜻밖의 일류 고수(一流 高手)였다. 그의 대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도적인 기운은 공기를 찢어발길 듯 사나웠다.


"마칠, 피해라!"


절벽 위에서 대기하던 임소승이 몸을 날려 마칠의 앞을 가로막았다. 임소승은 자신의 녹슨 단창에 내력을 실어 자객의 대도를 받아냈다.


쾅!


쇠와 쇠가 부딪치는 가공할 충격음과 함께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임소승은 일류 고수의 압도적인 공력에 밀려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서며 흙바닥을 깊게 팠다. 손바닥의 가죽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녹슨 단창의 자루가 부러질 듯 심하게 진동했다. 일류 고수의 도풍은 삼류 최상급인 임소승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무겁고 날카로웠다.


"삼류 옥졸 놈이 감히 누구의 마차를 막아서느냐! 죽어라!"


자객이 광오하게 웃으며 다시 도검을 치켜세웠다. 그의 도 끝에서 푸르스름한 검기가 피어올랐다. 단 한 합이면 임소승의 목을 벨 수 있는 압도적인 무력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임소승의 뇌리에 소귀안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스쳐 지나갔다.


‘소승아. 일류 고수의 강기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마라. 그들의 무공은 패도적이나, 좁은 협곡에서 낙석의 반사 궤적을 읽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위기가 닥치면 협곡 우측의 경사진 벽을 향해 창 끝을 찔러라.’


임소승은 자객의 도검을 마주하는 대신, 신형을 급격히 낮추며 우측 절벽 벽면의 튀어나온 바위 받침대를 향해 녹슨 단창을 힘껏 찔렀다.


쐐애액!


단창 끝이 바위의 핵심 지지대를 정확히 타격하자, 위쪽에 위태롭게 걸려 있던 거대한 둥근 바위가 자객의 머리 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이, 이 자식이……!"


자객은 덮쳐오는 거대한 바위의 그림자에 경악하며, 임소승을 베려던 초식을 급히 거두고 뒤로 신형을 날려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쿠웅! 거대한 바위가 자객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하며 사방으로 돌가루와 자욱한 먼지를 폭발시켰다.


그 짧은 찰나의 지연 덕분에, 마칠은 복사본 작성을 완벽히 끝마치고 장부 원본을 금고에 다시 넣은 뒤 자물쇠를 잠갔다.


"임 형! 장부를 확보했소! 도망칩시다!"


마칠의 외침에 임소승은 피 흐르는 손으로 단창을 거두고, 자욱한 먼지 속으로 신형을 감추며 협곡의 사각지대로 신속히 도피했다. 자객이 먼지를 헤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그들의 흔적은 모래바람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임소승과 마칠은 숨을 헐떡이며 황사관 접경지 비밀 객잔의 지하 밀실로 무사히 퇴각했다. 그들의 손에는 뇌극진의 목줄을 쥘 결정적인 비밀 비자금 장부 복사본이 들려 있었다. 비록 마칠을 매수하고 함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청운검파 매장금 일부를 소모하고 임소승의 손바닥이 찢어지는 대가를 치렀으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적의 심장을 도려낼 완벽한 증거를 확보한 위대한 승리였다.


***


깊은 밤, 흑월천뢰 제7호 독방 내부.


임소승은 은밀히 독방으로 돌아와 소귀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품속에서 피 묻은 장부 복사본을 바쳤다. 그의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소귀안은 창백한 손가락으로 장부의 양피지를 한 장씩 넘겼다. 장부에는 뇌극진이 교도관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죄수들의 배급을 착취하고, 만금상단의 뇌태극과 거래하며 마교 장로들의 눈을 속여 축재한 수만 냥의 황금 흐름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뇌극진의 아킬레스건이자, 그의 목을 단숨에 벨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무기였다.


소귀안의 창백한 얼굴 위로 기묘하고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수고했다, 소승아. 네 손의 상처는 헛되지 않았다. 이 장부야말로 뇌극진을 매장할 완벽한 차도살인의 검이다."


"형님, 이 장부를 즉시 좌우호법에게 밀고하여 뇌극진을 처단하시겠습니까?"


소귀안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더 깊은 심연의 음모를 그리고 있었다.


"아니다. 호법들에게 바로 주면 뇌극진은 단순한 횡령죄로 처벌받을 뿐이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불씨를 마교 내부에서 가장 의심이 많고 잔혹한 사갈장로 독무연(독무연)의 품속에 고의로 흘려야 한다."


소귀안은 만철 사슬을 가볍게 흔들며, 나지막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독무연은 뇌극진이 자신 몰래 비자금을 모아 다른 장로들과 결탁하려 한다고 믿게 될 것이다. 탐욕과 의심에 눈이 먼 뱀들이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설계한 진짜 장기판이다."


그 순간, 뇌태극의 마차가 습격당해 장부 복사본이 유실되었음을 깨달은 뇌극진이 천뢰 내부를 완전히 봉쇄하고 죄수와 간수들을 전수 조사하라는 광포한 명령을 내렸다는 전언이 복도 너머의 웅성거림을 타고 들려왔다. 천뢰 내부에 대대적인 피바람과 첩자 색출의 압박이 다가오고 있었으나, 장부를 손에 쥔 소귀안은 어둠 속에서 미소 지으며 다음 음모를 구상할 뿐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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