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옥졸들의 약점
어둠은 습기를 머금고 한층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흑월천뢰 제7호 독방의 공기는 썩은 이끼와 녹슨 철독의 냄새로 가득했다. 단전이 파괴되고 전신의 경맥이 뒤틀린 소귀안(소귀안)의 육체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부교도관장 주만태의 음밀한 지시로 배식과 식수가 완전히 끊긴 지 오늘로 나흘째였다.
보통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단전의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나흘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면 오장육부가 타들어 가며 정신을 잃기 마련이다. 주만태는 소귀안이 가시 채찍의 후유증으로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자연사'를 바라고 있었다.
스스스.
차가운 만철 사슬(萬鐵 鎖)이 돌바닥을 쓸며 미세한 금속성을 울렸다. 소귀안은 휠체어 대신 독방 구석, 이끼가 가장 짙게 낀 석벽 밑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고개는 뒤로 가볍게 꺾여 있었고, 갈라진 입술은 벽면의 미세한 틈새를 향해 있었다.
뚝.
약 이백 번의 심장 박동마다 한 번씩, 화강암 석벽 깊은 틈새에서 차가운 물방울이 스며 나왔다. 천뢰조의 간수들은 물론이거니와 뇌극진조차 알지 못하는, 천뢰 제7호 독방의 유일한 지리적 틈새이자 천연 지하 암반수였다. 소귀안은 입술을 적시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방울을 혀끝으로 받아 넘겼다.
‘주만태, 네놈의 얄팍한 계산은 여기까지다.’
암반수는 차가웠고, 미량의 광물질이 섞여 있어 비릿했지만 목구멍의 갈증을 가라앉히기엔 충분했다. 청운심법(靑雲心法)의 호흡으로 몸속에 스며드는 한기를 오장육부의 중심으로 모아 체온을 유지했다. 비록 단전은 깨졌으나 도가의 정종 심법이 지닌 정신적 통제력은 여전히 그의 영혼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방패였다.
사박, 사박.
독방 밖 복도 너머에서 지극히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귀안은 눈을 감은 채 이청득심(以聽得心)의 감각을 곧추세웠다.
발끝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바닥의 자갈을 밟는 소리. 호흡이 가쁘고 불규칙하며, 긴장으로 인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벽면의 공명을 타고 전해졌다. 삼류 무사 수준의 내공을 가졌으나 최근 도박 빚으로 인해 파멸 직전에 몰린 하급 간수, 이삼(이삼)의 발소리였다.
철컥.
묵직한 무쇠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제7호 독방의 철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주만태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독방을 수색하러 들어온 이삼의 손에는 희미하게 깜빡이는 등불이 들려 있었다. 그의 쥐새끼 같은 눈동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휠체어와 바닥을 훑었다.
"이봐, 정파의 천재 대제자 놈. 벌써 숨이 넘어간 건 아니겠지?"
이삼은 짐짓 거친 목소리로 말하며 소귀안의 어깨를 발로 툭 건드렸다. 소귀안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완전히 송장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 몸짓이었다.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소귀안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등불의 희미한 빛줄기 속에서 드러난 그의 눈동자는 기아와 갈증에 시달린 자의 것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발하는 밤하늘의 차가운 별처럼, 이삼의 영혼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롭게 번뜩였다.
이삼은 본능적으로 소름이 끼쳐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허리춤의 도검에 손을 올렸다.
"이, 이 자식이…… 아직도 기운이 남았군. 죽을 날만 기다리는 폐인 놈이 눈빛은 왜 그따위냐?"
소귀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갈라진 목소리로, 지극히 나지막하고 신뢰감을 주는 독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삼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았다. 시선 유도 및 최면(視線 誘導)의 비기였다.
"이삼. 관자놀이의 땀방울이 마르지 않는군. 맥박은 평소보다 두 배나 빠르고, 손끝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어. 십일방(십일방)의 사채업자들이 벌써 네놈의 손목을 자르겠다고 협박하던가?"
"무, 무슨 개소리냐!"
이삼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렸다.
"사천오백 냥. 천뢰 은표(天牢 銀票)로 정확히 마흔다섯 장이지. 뇌극진 관장님의 사촌 동생인 부패 상인 뇌태극(뇌태극)의 하수인들에게 진 도박 빚이 그 정도 될 텐데. 내일 아침까지 갚지 못하면 네놈의 두 손은 천뢰 서편 무덤가의 거름이 되겠지."
소귀안의 목소리는 칼날보다 날카롭게 이삼의 심장 가장 깊은 곳의 공포를 후벼 팠다. 이삼은 이 폐인이 어떻게 자신만이 아는 극비의 채무 액수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경악은 이내 극단적인 살기로 변했다.
"이 자식이…… 귀신이라도 쓰인 거냐! 닥쳐라! 입을 닥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네놈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겠다!"
이삼은 이성을 잃고 등불을 바닥에 던진 채 소귀안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거친 손가락이 소귀안의 창백한 목덜미를 움켜쥐고 무자비하게 힘을 주었다.
"컥……!"
목뼈가 으스러질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가시 채찍의 상처가 다시 터지며 전신의 경맥이 뒤틀리는 극통이 소귀안의 뇌리를 강타했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호흡이 막혀왔지만, 소귀안은 단 한 번도 무공을 쓰려 하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오직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이삼의 흔들리는 동공을 정면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소귀안은 최면언령술을 실어 목구멍을 쥐어짜듯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죽여라…… 이삼. 나를 죽이면…… 네놈의 도박 장부 사본이 내일 아침 뇌극진 관장님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이게 될 터이니. 관장님이 자신의 은밀한 비자금을 훔쳐 도박판에 탕진한 네놈을 살려둘 것 같으냐?"
"이, 이 자식이…… 뭐라고?"
이삼의 손아귀 힘이 미세하게 풀렸다. 그의 눈동자에 극도의 혼란과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소귀안은 고통을 참아내며 쇠사슬에 묶인 한쪽 손을 천천히 움직여,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낡은 짚더미 매트리스 밑을 가리켰다.
"그 밑을…… 직접 확인해 보아라."
이삼은 침을 삼키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소귀안의 목을 놓아주고, 반쯤 미친 사람처럼 짚더미 밑을 거칠게 파헤쳤다. 짚더미 안쪽에서 낡은 천 조각에 감싸인 묵직한 뭉치와 종이 한 장이 드러났다.
종이를 펼쳐 등불 빛에 비춰본 이삼의 안색이 시체처럼 변했다. 그것은 십일방의 사채업자들이 보관하고 있어야 할 자신의 친필 서명과 지장이 찍힌 채무 장부의 복사본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천 조각을 헤치자, 푸른빛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수십 장의 천뢰 은표(天牢 銀票) 뭉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그마치 오천 냥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임소승이 가문의 비밀 매장금에서 회수하여 소귀안의 지시에 따라 은밀히 반입해 둔 실질적인 경제적 무기였다.
"이, 이게…… 어떻게 네놈 손에……."
이삼의 이빨이 딱딱 부딪쳤다.
소귀안은 찢어진 목덜미를 가볍게 만지며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 그의 창백한 안색 위로 흐르는 붉은 피가 기묘한 위엄을 풍겼다.
"마칠(마칠)은 이미 내 수하가 되었다. 천뢰 지하 간수 대기소(천뢰 지하 간수 대기소)에서 너희들이 나누는 사소한 대화와 웅성거림은 단 한 마디도 내 귀를 벗어나지 못하지. 이삼, 선택해라."
소귀안의 언어무형검(言語無形劍)이 이삼의 목줄을 완벽히 겨누었다.
"나를 죽이고 내일 아침 뇌극진의 손에 참수당해 시체 구덩이에 버려질 것인가. 아니면 그 은표로 네 손목을 구원하고, 뇌극진의 집무실 비밀 문서를 내게 바치는 사냥개가 될 것인가."
이삼은 자신이 완벽하게 짜인 이간연환계(離間連環計)의 덫에 걸렸음을 깨달았다. 눈앞의 사슬에 묶인 폐인은 무공이 없었지만,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괴물이었다. 발각되면 죽음뿐인 배신의 길이었지만, 거절하는 순간 당장 내일 아침이 파멸이었다.
쿵.
이삼의 무릎이 차가운 돌바닥에 무겁게 닿았다. 그는 은표 뭉치를 품속 깊숙이 찔러 넣으며 소귀안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는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군사(軍師)님.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소귀안은 갈증으로 타들어 가는 목구멍을 침으로 축이며, 머릿속 가상 바둑판 위의 바둑돌 하나를 조용히 전진시켰다. 뇌극진의 파멸을 향한 완벽한 쐐기가 마침내 박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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