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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메아리, 이청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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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공평하다. 눈을 감은 자에게도, 빛을 빼앗긴 자에게도 천뢰의 심연은 차갑고 무거운 침묵만을 선사할 뿐이다.


소귀안은 축축한 돌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가시 채찍에 찢겨 나간 등 가죽이 벽의 차가운 습기와 만나 절망적인 통증을 뿜어냈다. 상처에 스며든 만독의 독성과 소금기가 기혈을 타고 흐르며 뼈마디를 갉아먹는 듯한 극통을 유발했으나, 그의 안색은 유령처럼 창백할지언정 눈빛만은 고요했다. 단전이 깨지고 전신의 경맥이 뒤틀린 폐인(廢人)의 육체. 그러나 머릿속으로 조용히 되뇌는 청운심법(靑雲心法)의 도가적 호흡은 그의 정신을 육체의 고통이라는 지옥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해 내고 있었다.


뚝. 뚝.


독방 구석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 소리만이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던 그때, 철문 아래의 좁은 배식 구멍에서 아주 미세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결코 인지하지 못할, 쥐새끼의 발톱이 돌바닥을 긁는 듯한 지극히 작은 소리였다.


소귀안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나지막하게 숨을 뱉었다. 그의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오직 후두 근육의 미세한 떨림만이 공기를 타고 상대의 귓가로 흘러 들어갔다. 묵어 전음(默語 傳音)의 비기였다.


"돌아왔느냐."


배식 구멍 너머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임소승이었다. 청년의 호흡은 가쁘고 불규칙했으나, 이전의 절망적이고 무거운 탁기는 완전히 걷혀 있었다. 가슴속에 차오른 벅찬 감정이 공기의 진동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성공했습니다, 소귀안 형님."


임소승의 목소리는 울컥 차오르는 눈물로 인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형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황사관 외곽의 비밀 동굴로 가 옥패의 반쪽을 대조했습니다. 석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가문의 황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금으로 곧바로 암시장의 의원을 매수해 구년묵은 구엽삼(九葉蔘)을 조달했습니다. 노모의 폐부를 썩히던 열병이…… 단 반 시진 만에 가라앉았습니다. 의원이 말하길, 하루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 하더군요. 형님이 제 어머니를 살리셨습니다. 제 가정을 구원하셨습니다."


임소승은 차가운 철문 너머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가 돌바닥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좁은 복도에 나지막하게 울렸다.


"이 임소승의 목숨은 이제 형님의 것입니다. 마교의 법도가 무섭고 천뢰의 채찍이 두려웠으나, 은혜를 저버리는 짐승은 되지 않겠습니다. 형님이 가리키시는 곳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이 창을 들고 가장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평생의 충성을 맹세합니다."


소귀안의 입꼬리가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다. 그것은 차가운 복수귀의 미소가 아니었다. 절망의 심연에서 쓰러져 가던 한 선량한 청년의 영혼을 구원해 냈다는 깊은 안도감과 은밀한 온기였다. 인간의 효심과 신의는 강철로 만든 사슬보다 견고한 법이다. 뇌극진이 가시 채찍으로 다스리는 천뢰의 폭정 속에서, 소귀안은 마침내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줄 완벽한 우군을 손에 넣었다.


"소승아. 네 노모가 살아난 것은 하늘의 뜻이자 네 효심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나를 향한 구차한 맹세는 접어두어라. 다만, 네가 쥔 그 황금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야 한다."


소귀안의 나지막한 전음이 다시 임소승의 귀를 두드렸다.


"황금을 한꺼번에 시중에 유통했다간 부교도관장 주만태나 뇌극진의 귀에 즉각 들어갈 터. 은밀히 신용 전표인 천뢰 은표로 환전하여 품속에 숨겨두어라. 그리고 평소보다 더 비굴하고 멍청한 하급 옥졸의 모습으로 살아가라. 주만태의 눈은 매섭다. 네 어깨가 펴지거나 눈빛에 생기가 도는 순간, 그 뱀 같은 자는 네 노모의 생존을 의심할 것이다."


"명심……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지금은 순찰 교대 시간이다. 어서 물러가라. 내일 아침 배식 때 평소처럼 식어빠진 수수죽을 던져주며 나를 멸시하듯 행동해라. 그것이 너와 나를 지키는 길이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리하십시오."


임소승의 발소리가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멀어졌다. 소귀안은 다시 홀로 남겨진 독방의 침묵 속으로 깊숙이 침잠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녹슨 만철 사슬(萬鐵 鎖)이 살을 파고들며 차가운 금속성을 울렸지만, 소귀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흡을 극도로 낮추었다. 그의 의식은 이제 육체의 감각을 넘어,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바위와 돌벽의 틈새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청득심(以聽得心).


무공을 잃고 눈을 감은 암흑 속에서 수년간 갈고닦은 초감각적 인지 경지였다. 소귀안의 귀가 미세하게 떨리며 주변의 소음이 정제되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주기, 바위 틈새를 기어 다니는 장님 crickets의 바스락거림, 벽면의 미세한 균열을 타고 흐르는 지하 바람의 압력 변화가 그의 머릿속에서 입체적인 지도로 그려졌다.


그는 천기추명술(天機推命術)의 공식을 대입했다. 바람의 습도와 벽을 타고 흐르는 미세한 진동의 주기를 계산하여 정확한 시간의 흐름을 도출해 냈다. 자정에서 반 시진이 지난 시간. 천뢰 제1층 복도 전체의 순찰 주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터벅. 터벅.


저 멀리 백 장 밖 복도 모퉁이에서 간수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귀안은 숨을 죽이고 그 소리에 집중했다.


한 명은 발뒤꿈치를 무겁게 끌며 걷는다. 호흡이 거칠고 탁기가 가득한 것으로 보아 삼류 무사인 간수 마칠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은 가볍고 빠른 보폭을 지녔으나 발끝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도박 채무로 인해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삼의 발소리였다. 두 간수의 발소리 간격은 정확히 네 걸음. 순찰 주기는 일천이백 번의 심장 박동마다 반복되고 있었다.


소귀안은 소리의 메아리를 통해 천뢰 제1층 복도의 구조를 머릿속 가상 장기판인 삼라만상국(森羅萬象局) 위에 재구성했다. 복도는 둥근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고, 모퉁이마다 소리가 굴절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간수들이 순찰을 돌 때 발생하는 소리의 미세한 감쇠율을 계산하면, 그들이 어느 지점에서 서로를 보지 못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보들은 훗날 뇌극진의 지배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치명적인 무기가 될 터였다.


그렇게 한 시진 동안 복도의 모든 소리를 도청하며 지도를 완성해 나가던 찰나, 소귀안의 귀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대기의 진동이 달라졌다.


순찰 주기에 포함되지 않은 제3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죽 장화가 바닥을 짓누르는 소리가 지극히 조심스러웠으나, 내공이 실린 묵직한 무게감이 벽면의 미세한 균열을 타고 소귀안의 고막을 두드렸다.


발소리는 제7호 독방에서 백 장 떨어진 어두운 모퉁이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귓속말이 들려왔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바람 소리에 묻혀 결코 들을 수 없는 음성이었으나, 이청득심의 경지에 이른 소귀안에게는 벽면의 좁은 틈새가 훌륭한 청음관(聽音管)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뇌극진 그 늙은이가 요즘 정파 놈들과의 밀거래 문제로 눈이 뒤집혀 있어. 천뢰 내부의 보안을 더 강화하라는군."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교도관장 주만태(주만태)였다. 그의 음성은 뱀의 가죽이 쓸리는 듯 비열하고 매끄러웠다.


"하지만 주 조장님, 제7호 독방의 그 폐인 놈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장문인 백현진의 밀사가 언제 또 들이닥쳐 그놈의 입을 막으려 할지 모릅니다. 살려두었다간 우리에게 불똥이 튈 텐데요."


또 다른 하급 간수의 비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만태가 픽 하며 나지막하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뇌극진 관장 몰래 처리하는 게 상책이지. 오늘 밤 배식부터 제7호 독방의 모든 죄수 배식 죽과 식수 공급을 완전히 차단해라. 단 한 모금의 물도, 한 그릇의 수수죽도 넣지 마."


"하지만 대놓고 굶겨 죽였다간 관장님이 눈치채지 않겠습니까?"


"바보 같은 놈. 가시 채찍의 독과 한기가 몸에 퍼져 장기가 썩어 죽었다고 보고하면 그만이다. 무공이 폐한 몸으로 나흘만 물을 마시지 못하면 장기가 뒤틀려 스스로 숨을 거둘 터. 흔적도 남지 않는 완벽한 자연사지. 주방 하인 황두에게도 입조심을 시켜두어라. 만약 물 한 방울이라도 그 방에 들어가는 날엔, 네놈들의 목을 먼저 벨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간수들의 발소리가 음험한 음모를 품은 채 멀어졌다.


소귀안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동공이 횃불이 없는 칠흑 같은 허공을 응시했다.


목구멍에서부터 지독한 갈증이 밀려오는 듯했다. 당장 오늘 저녁부터 자신을 향한 모든 생명줄이 차단될 터였다. 무공을 잃은 육체는 기아와 갈증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짐승에 불과하다. 주만태의 음모는 소귀안의 숨통을 조여오는 잔혹한 올가미였다.


그러나 소귀안의 창백한 얼굴에는 공포 대신 차가운 미소가 서서히 떠올랐다.


"주만태…… 네놈이 스스로 내 장기판 위로 걸어 들어오는구나."


그는 독방 구석 석벽 틈새를 바라보았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천뢰 지하 암반수의 차가운 물방울 소리가 다시 그의 귀를 두드리고 있었다. 위기는 곧 기회였고, 적들의 탐욕은 스스로를 가두는 가장 어두운 감옥이 될 터였다. 소귀안은 parched 목구멍을 침으로 축이며 다음 단계를 위한 지략의 바둑돌을 머릿속으로 조용히 내려놓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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