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채찍 아래의 거래
임소승의 창끝이 소귀안의 목덜미를 겨누며 부르르 떨리는 순간, 소귀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 목을 누르는 차가운 쇳날의 감각보다, 창을 쥔 청년의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이 그의 마음을 더 명확히 두드리고 있었다. 공포, 갈등, 그리고 절박함. 상대의 맥박은 이미 소귀안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장기말처럼 정직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하 감옥의 두꺼운 돌벽 너머로 쿵, 쿵, 무거운 가죽 장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칠고 패도적인 걸음걸이.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간수들의 다급한 군호 소리가 들려왔다. 임소승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교, 교도관장님이다……!"
임소승은 황급히 창을 거두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려 했다. 소귀안은 입가에 묻은 피를 슬쩍 닦아내며 벽에 기대어 다시 무력한 폐인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온몸을 구속한 녹슨 만철 사슬(萬鐵 鎖)이 짤랑거리며 차가운 비명을 질렀다.
철컥! 육중한 묵철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횃불의 붉은 불빛이 좁은 독방 안을 사납게 헤집었다.
문틀을 가로막고 선 사내는 비단 옷이 터질 듯한 거구의 소유자, 교도관장 뇌극진(뇌극진)이었다. 그의 붉은 얼굴에는 탐욕과 가학적인 흥분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은침과 예리한 가시가 촘촘히 박힌 뇌극진의 가시 채찍이 들려 있었다. 채찍이 바닥을 쓸 때마다 지독한 피비린내와 함께 독액의 매캐한 냄새가 독방 안의 습한 공기를 오염시켰다.
"흐흐흐, 청운검파의 대제자였던 고고한 놈이 마교의 지하 구덩이에서 쥐새끼처럼 엎드려 있구나."
뇌극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귀안의 턱 끝을 가죽 장화 앞코로 툭툭 찼다. 소귀안은 힘없이 고개를 늘어뜨렸다. 단전이 영구히 파괴되어 기혈이 꼬인 폐인 상태의 육체는 그 가벼운 발길질에도 심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뱉어냈다.
"네 아비 소원산(소원산)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였지."
뇌극진이 이죽거리며 채찍을 가볍게 털었다.
"정파의 고결한 검객인 척 위선을 떨더니, 결국 장문인 백현진의 손에 놀아나 마교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개처럼 목이 잘려 죽지 않았더냐? 그 잘난 청운검파의 대제자라는 네놈도 결국 이곳에서 썩어 시체가 될 운명이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언사. 소귀안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백현진의 음모로 가문이 멸문당하고 아버지가 억울하게 참살당했던 그날 밤의 기억, 소원산 모함 사건의 진짜 배후에 대한 증오가 그의 뇌리를 찌르는 듯했다. 그러나 소귀안은 눈빛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장기판을 무너뜨리는 짓이었다. 그는 호흡을 가라앉히며 청운심법(靑雲심법)의 구결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마음을 비우고, 고통을 육신이라는 껍데기에만 가둔다.
쉭! 팍!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가시 채찍이 소귀안의 어깨를 사납게 후려쳤다. 얇은 회색 죄수복이 찢겨 나가며 살점이 허공으로 튀었다. 가시에 묻은 독성과 소금기가 상처에 스며들며 온몸의 뼈마디를 불로 지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비명을 질러라! 정파의 천재라는 놈이 마교의 채찍 아래서 어떻게 울부짖는지 보여다오!"
뇌극진이 광포하게 웃으며 채찍을 연거푸 휘둘렀다. 찰지직, 찰지직! 채찍이 살을 파고들고 뼈를 때리는 참혹한 소리가 좁은 독방을 가득 채웠다. 살점이 뜯겨 나가고 붉은 피가 사방의 축축한 돌벽을 적셨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단 몇 대만으로도 기절하거나 살려달라 울부짖었을 고문이었다. 그러나 소귀안은 비명 한 자락조차 뱉지 않았다. 그의 입술은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꽉 다물려 있었고, 창백한 얼굴은 차가운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오직 이성적인 정신력만으로 고통의 신경을 차단한 채, 뇌극진의 호흡과 근육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뇌극진의 어깨가 미세하게 처지는 맹점, 그의 탐욕 뒤에 숨겨진 정파 연합과의 밀거래 불안감…….
"독한 놈……! 정파 놈들의 위선적인 기개는 참으로 징글징글하구나!"
소귀안의 기이한 침묵에 질린 뇌극진이 마침내 채찍질을 멈추었다. 채찍 끝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고인 썩은 물 위로 붉게 번졌다. 뇌극진은 침을 뱉으며 홱 돌아섰다.
"내일 다시 오마. 그때도 그 잘난 주둥이를 닫고 버틸 수 있는지 보지."
육중한 철문이 다시 닫히고 횃불의 온기가 사라지자, 독방 안에는 다시 얼어붙을 듯한 어둠과 짙은 피비린내만이 남았다. 소귀안은 허물어지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파괴된 단전 주변의 경맥들이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고, 목구멍으로 뜨거운 핏물이 끊임없이 울컥거렸다. 생명력이 서서히 깎여 나가는 참혹한 대가였으나, 그의 눈동자만은 어둠 속에서 더욱 예리하게 번뜩였다. 그는 버텨냈다. 뇌극진이 자신을 당장 죽이지 못하는 이유, 즉 정파의 백현진과의 밀거래 명분이 유지되는 한 자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진이 흘렀을까. 자정이 넘은 깊은 밤, 철문이 아주 미세한 마찰음을 내며 조용히 열렸다.
가쁜 호흡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누군가 기어 들어왔다. 임소승이었다. 청년의 손에는 주방에서 몰래 훔쳐온 차가운 약초 찌꺼기와 상처를 닦을 낡은 천 조각이 들려 있었다. 임소승의 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비명 한 자락 지르지 않으신 겁니까?"
임소승이 소귀안의 상처에 조심스럽게 차가운 약초를 바르며 낮게 속삭였다. 그의 눈빛에는 단순한 동정을 넘어선 거대한 경외심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평생 마교의 채찍 아래서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자들만 보아왔던 하급 옥졸에게, 소귀안의 대담한 기개는 신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소귀안은 고통으로 갈라진 목소리를 나지막하게 뱉어냈다.
"가문이 멸판당하고 아버지가 개처럼 목이 잘리는 고통에 비하면…… 이까짓 매질은 피부를 스치는 바람에 불과하다."
그는 감정 조율 공감술(感情 調律)을 가동하여 임소승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창백한 유령 같은 안색 속에서도 소귀안의 눈빛은 청년의 가장 취약한 결핍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소승아. 너 역시 뇌극진의 가혹한 압제 아래서 노모의 목숨을 구걸하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지 않느냐. 뇌극진은 너를 지켜주지 않는다. 네 노모의 숨통이 끊어지는 날, 너 역시 쓸모없는 사냥개처럼 버려질 뿐이다."
임소승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소귀안의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신물이 있다."
소귀안이 쇠사슬이 닿지 않는 휠체어 바닥의 미세한 틈새(혹은 낡은 짚더미 아래)로 손을 뻗어, 흙먼지가 묻은 작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반으로 깨진 청운옥패(靑雲玉牌)였다. 도가 정종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서려 있는, 가문의 비극적인 몰락을 증명하는 유일한 유품.
소귀안은 옥패의 반쪽을 임소승의 거친 손아귀에 쥐여주었다. 옥패 표면에 묻은 소귀안의 붉은 피가 청년의 손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황사관(黃沙關) 외곽, 동쪽으로 세 장 떨어진 절벽 아래 비밀 동굴이 있다. 그곳에 내 아버지가 가문의 몰락을 대비해 묻어둔 황금 비자금이 잠들어 있지. 이 옥패의 반쪽이 그 동굴의 입구를 여는 열쇠다."
임소승은 숨이 막히는 듯 옥패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을 가지고 가서 황금을 취해라. 그리고 네 노모를 살릴 구엽삼을 구해라. 이것이 내가 너에게 제안하는 첫 번째 거래다."
임소승의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이 옥패를 쥐고 감옥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은 마교를 배신하는 대역죄인이 된다. 발각되면 삼족이 멸해지는 참혹한 파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거절한다면 사흘 뒤 노모는 피를 토하며 죽을 것이고, 자신은 영원히 뇌극진의 채찍 아래서 노예처럼 썩어갈 터였다.
생과 사, 배신과 구원의 경계선 위에서 임소승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소귀안은 그 절박한 갈등을 묵묵히 내려다보며, 청년이 스스로의 사슬을 끊어내고 자신의 손발이 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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