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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의 심연, 사슬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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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떨어진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차가운 돌바닥을 때리는 낙수 소리만이 이 기괴한 침묵의 지배자였다. 뚝, 뚝. 어둠은 빛보다 무거웠고, 사방에서 스며드는 축축한 습기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뼈마디 깊숙이 파고들어 차가운 한기를 퍼뜨렸다.


소귀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움직이려 했으나, 양 손목과 발목을 짓누르는 묵직한 마찰음이 그의 전신을 가로막았다. 짤랑. 녹슨 만철 사슬(萬鐵 鎖)이 비명을 지르며 거친 돌벽에 부딪혔다. 쇠사슬의 녹슨 표면이 피부를 파고들어 쇳독을 퍼뜨렸고, 움직일 때마다 뼈를 깎는 듯한 극심한 육체적 고통이 밀려왔다. 온몸의 경맥은 뒤틀려 있었고, 한때 맑은 도가 진기가 흐르던 단전은 흔적도 없이 파괴되어 있었다. 한 줌의 내공도 쓰지 못하며, 일반 성인 남성보다 근력이 약한 폐인(廢人) 상태. 그것이 지금 소귀안의 처참한 현실이었다.


청운검파의 대제자, 강호가 우러러보던 기재. 하지만 그 화려한 이름표는 가문이 멸문당하던 그날 밤, 장문인 백현진의 위선적인 미소 아래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아버지는 마교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살당했고, 자신은 내공이 폐해진 채 이 깊고 어두운 마교의 지하 감옥, 흑월천뢰 제7호 독방(黑月天牢 第七號 獨房)에 처박혔다.


단 한 번도 무공을 회복할 기연 같은 것은 없었다. 망가진 경맥은 어떠한 영약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귀안은 절망하지 않았다. 육체는 사슬에 묶여 썩어가고 있었으나,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지혜와 상대의 호흡 하나로 욕망을 읽어내는 통찰력은 그 누구도 구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철컥.


무거운 묵철 철문이 열리며 희미한 횃불 빛이 어둠을 갈랐다. 가죽 장화가 축축한 바닥을 딛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선 자는 청색 옥졸복을 입은 젊은 간수, 임소승이었다. 그는 다부진 체격을 지녔으나 눈빛에는 깊은 불안감과 슬픔의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임소승은 차가운 침묵 속에서 식어빠진 수수죽이 담긴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죄수는 간수와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섞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천뢰의 옥법(獄法)이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죽이나 처먹어라."


임소승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끝부분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소귀안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무공은 사라졌으나, 청운검파 시절 갈고닦은 도가적 관찰력과 고독 속에서 극대화된 감각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소귀안은 독심심안술(讀心心眼術)과 미세맥박 측정(微細脈搏 測定)을 가동했다.


가까운 거리. 임소승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경동맥의 움직임이 소귀안의 시야에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뛰고 있었다. 보통의 간수들보다 훨씬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 그것은 극도의 불안과 초조함의 증거였다. 게다가 그의 가쁜 호흡에서는 쌉싸름하고 매캐한 약초 냄새가 풍겼다. 백엽초(白葉草). 폐가 썩어 들어가는 병에 쓰이는 약재였다.


소귀안이 나지막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백엽초를 달였군. 옷자락에 밴 탄내가 제법 매캐하다."


임소승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는 대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소귀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닥쳐라, 죄수 놈이 어디서 감히 주둥이를 놀리느냐. 한 번만 더 혀를 놀리면 장문인 백현진이 네놈의 무공을 폐한 것처럼, 내 손으로 네 혀를 뽑아버릴 것이다."


임소승은 소귀안의 가문을 멸문시킨 정파의 위선을 언급하며 그를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소귀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동공이 깊어지며 임소승의 안면 근육의 미세한 떨림을 완전히 포착했다.


"백엽초는 독한 약초지. 폐를 썩히는 고열을 일시적으로 다스릴 때 쓰이나, 그저 사흘의 목숨을 연장할 뿐이다. 네 손가락 끝에 묻은 검은 약재 찌꺼기... 그리고 가쁜 호흡. 네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이 벽 너머 빈민가에서부터 들리는 듯하구나."


"이놈이...!"


임소승이 큰 충격을 받고 한 걸음 내딛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일개 죄수가 자신도 모르게 숨겨온 노모의 병세와 약재의 이름까지 정확히 맞추었기 때문이다. 임소승은 마교의 규율을 두려워해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물러서려 했으나, 소귀안의 나지막한 음성은 뱀처럼 그의 발목을 휘감았다.


"교도관장 뇌극진이 간수들의 녹봉을 착취한다는 것은 천뢰의 공공연한 비밀이지. 일개 하급 옥졸인 네 봉록으로는 어머니의 숨통을 살릴 구엽삼(九葉蔘) 한 뿌리조차 살 수 없다. 백엽초의 약효가 떨어지는 사흘 뒤, 네 어머니는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둘 것이다."


"그 입 다물지 못할까!"


참지 못한 임소승이 거칠게 돌진하여 소귀안의 죄수복 멱살을 움켜쥐었다. 쇠사슬이 짤랑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소귀안의 가냘픈 신체가 허공으로 반쯤 들려 올려졌다. 임소승의 거친 손길에 소귀안의 파괴된 경맥이 강하게 자극받았다.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고, 소귀안의 입술 사이로 한 줄기 붉은 핏물이 울컥 솟구쳤다. 각혈이었다.


그러나 피를 토하면서도 소귀안의 눈빛은 횃불처럼 번뜩였다. 그는 자신을 겨눈 임소승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는 거대한 공포와 절망, 그리고 탐욕을 읽어냈다. 주도권은 이미 뒤바뀌어 있었다.


소귀안은 피 묻은 입술을 천천히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임소승의 귀가에 닿을 듯한 낮은 목소리로, 노모의 병세를 치료할 유일한 비책과 황금의 행방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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