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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증인과 유도 심문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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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강철 가시 채찍이 석조 바닥을 내리쳤다. 사방으로 튄 돌가루가 보라색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망각의 감옥 입구를 가로막은 파수대장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안광이 안개 너머에서 불길하게 번뜩였다.


“침입자들을 즉각 소멸시켜라! 자아 붕괴 형벌을 집행한다!”


파수대장의 포효에 정예 영혼 파수병들이 창을 곧추세우며 좁은 계단을 좁혀왔다. 으르렁거리는 지옥견들의 살기가 피부를 따갑게 찌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한우진은 입가에 묻은 검붉은 피를 소매로 거칠게 훔쳐냈다. 에드워드 4세의 독살 당시 기억과 동조한 대가는 참혹했다. 머리를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극심한 과부하와 함께, 그가 가진 ‘정의의 신성력’은 이제 단 1% 미만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영혼이 찢겨 나가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변호사님! 이대로는 다 죽어요! 제 향로의 안개도 저들의 살기 때문에 지워지고 있습니다!”


다이애나가 다급하게 비명을 지르며 은빛 향로를 흔들었다. 하지만 차단 결계가 작동하는 감옥 내부에서 그녀의 영매 마법은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옆에서 우진을 부축한 시몬의 손 역시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다. 무력이 없는 현대의 변호사로서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 이 세계를 지배하는 ‘사법적 규칙’의 허점을 찌르는 것뿐이었다.


우진은 이빨을 악물며 손가락에 끼워진 고대 법률가의 반지를 감옥의 석벽을 향해 치켜들었다. 반지에 새겨진 은빛 율법 문양이 미세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의 제기! 명계 사법령 제14조 및 ‘망각의 감옥 관리 규정 제8조’에 의거 선언한다!”


우진의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차가운 감옥 복도에 울려 퍼졌다.


“재판이 계류 중인 피고인의 정식 변호인은 공판 준비를 위해 피고인의 영체와 접촉할 권리를 지니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변의 위협으로부터 ‘임시 사법적 면책권’을 보장받는다! 감옥 파수대는 변호인의 퇴로를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웅웅웅!


우진의 선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차가운 은백색의 법률 문장들이 사슬처럼 흘러나와 파수대장의 가시 채찍을 칭칭 감아쥐었다. 명계 법정 시스템이 우진이 인용한 정당한 법률 조항을 감지하고 강제적인 인과적 제약을 가한 것이다.


“끄으윽……! 이 하찮은 기록관 놈이 감히 법률의 권능을……!”


파수대장이 채찍을 휘두르려 했으나, 은백색 사슬에 묶인 무기는 단 한 걸음도 우진을 향해 전진하지 못했다. 고대 법률가의 반지가 뿜어내는 마지막 은빛 정화막이 그들의 앞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뛰어!”


우진의 외침에 시몬과 다이애나가 그를 부축한 채 닫히기 직전의 철문 틈새로 몸을 날렸다. 파수병들의 분노 어린 포효와 지옥견들의 짖음 소리가 등 뒤에서 멀어져 갔다. 비밀 통로를 지나 지하 기록실의 철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세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형, 몸은 괜찮아?”


시몬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우진의 상태를 살폈다. 우진은 대답 대신 가슴을 움켜쥐고 격렬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석조 바닥에 붉은 핏방울이 점점이 떨어졌다. 뇌의 과부하로 인한 극심한 이명과 두통이 밀려왔지만, 우진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품속의 모래시계를 확인했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신성력은 바닥을 드러냈지만, 에드워드 4세의 진짜 독살 배후가 바솔로뮤 추기경이라는 명백한 기억의 잔상과, 독약 병이 묻힌 진짜 무덤의 위치를 확보했다.


“쉴 시간이 없다, 시몬. 당장 몇 시간 뒤면 2차 공판이다. 안토니오와 펠릭스가 준비한 덫이 법정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우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이미 다음 법정 싸움을 준비하는 냉혹한 변호사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


몇 시간 후, 명계 변방 재판소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법정 내부는 차갑고 침침한 청색 마력 오라로 가득 차 있었다. 배심원석을 둘러싼 거대한 해골 석상들이 뿜어내는 불길한 안광이 법대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재판석에 앉은 요한 재판관은 안토니오 사제와 은밀한 눈빛을 교환한 후, 거만한 태도로 판사봉을 가볍게 두드렸다.


“제2차 공판을 개정하겠다. 검찰 측, 추가 증거 및 증인이 있다면 제시하라.”


검사석에 서 있던 펠릭스가 수려한 외모에 어울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 그의 단정한 검사복 자락이 청색 마력과 함께 부드럽게 흔들렸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지난 공판에서 변호인은 성황청의 신성한 사료가 위조되었다는 해괴망측한 궤변으로 법정을 기만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보다 더 확실한 것은, 그 참혹한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살아있는 영혼의 증언’입니다.”


펠릭스가 피고인석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에드워드 4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이에 검찰 측은 에드워드 4세가 저지른 ‘붉은 고개 학살’의 생존자이자, 그 잔혹한 광경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퇴역 군인의 영혼을 정식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법정의 철문이 열리며, 한 노년의 영혼이 천천히 입정했다.


낡은 군복을 입고 가슴에는 빛바랜 훈장을 단 사내.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깡마른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바로 성황청이 매수한 핵심 위증자, 퇴역 군인 가스톤이었다.


가스톤이 증인석에 서자, 우진은 조용히 왼쪽 눈의 정의의 단안경을 만지작거렸다. 단안경의 미세한 주파수 렌즈 너머로 가스톤의 영혼 기저가 스캔되었다. 가스톤의 품속 깊은 곳, 은밀한 주머니에 성황청의 인장이 찍힌 ‘황금 연금 약속 증서’가 붉은색 마력 반응으로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역시 안토니오의 뇌물을 받고 가짜 증언을 하러 온 위증자군.’


우진은 안토니오 사제가 거만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들은 가스톤의 가족의 안전을 인질로 잡고, 사후의 풍족한 연금을 약속하며 이 완벽한 연극을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증인, 선서한 후 당시 목격한 사실을 그대로 진술해 주십시오.”


펠릭스의 부드러운 유도에 가스톤은 마른침을 삼키며 증언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럴듯한 슬픔과 떨림이 섞여 있었다.


“제국력 442년 7월 15일…… 저는 붉은 고개 수비대의 하급병으로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참상은 죽어서도 잊을 수 없습니다. 폭군 에드워드가 이끄는 진홍빛 기사단이 평화로운 영지민들의 마을을 덮쳤습니다.”


가스톤의 눈에서 투명한 영혼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극적인 슬픔을 가장한 연출이었다.


“아이들이 울부짖고, 여인들이 자비를 구걸했으나…… 저 잔혹한 군주는 직접 대검을 휘두르며 무고한 피를 흘렸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 자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가스톤이 에드워드 4세를 가리키며 울부짖자, 법정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배심원석의 거대한 해골 석상들이 일제히 요동치며, 에드워드 4세를 향해 적대적인 붉은빛의 마력 오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거짓 증언에 담긴 감정적 무게가 배심원들의 심판 천칭을 완전히 유죄 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이 더러운 가짜 군인 놈이 감히 내 앞에서 그 입을 놀리느냐!”


에드워드 4세가 철창을 흔들며 분노를 터뜨렸지만, 그의 목소리는 구속 사슬의 마력에 억눌려 배심원들에게 닿지 못했다. 요한 재판관이 차갑게 판사봉을 두드렸다.


“정숙하라! 변호인, 증인에 대한 반대 심문을 진행하겠는가? 만약 영혼에 직접적인 마력 탐지를 시도하려 한다면 즉각 기각하겠다.”


요한은 우진의 반격 수단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듯 미리 쐐기를 박았다. 안토니오 사제와 펠릭스 검사의 얼굴에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변호인석에서 일어섰다. 극심한 두통으로 관자놀이가 지끈거렸지만, 그의 표정은 한 얼음판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직접적인 마력 탐지가 막혔다면, 오직 인간의 이성과 언어적 논리만으로 저 거짓의 장벽을 부수면 그만이었다.


“마력 탐지 같은 번거로운 수단은 필요 없습니다, 재판관님. 오직 정당한 반대 심문권만을 행사하겠습니다.”


우진은 증인석의 가스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침묵이 내려앉은 법정에 규칙적으로 울렸다. 가스톤은 우진의 매서운 안광과 마주치자 본능적으로 어깨를 웅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가스톤 씨. 당신은 참으로 불행한 사건의 생존자이자, 용기 있는 군인이군요. 그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아 이 명계의 법정까지 서다니 말입니다.”


우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법정에 퍼졌다. 경계하던 펠릭스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저는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가스톤이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우진의 ‘유도 심문’ 덫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 훌륭한 태도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을 조금 더 선명하게 짚어보고 싶군요. 당시 학살이 일어난 시각이 정확히 제국력 442년 7월 15일 정오가 맞습니까?”


“예, 틀림없습니다. 한낮의 정오였습니다.”


“정오라. 아주 뜨겁고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을 시각이군요. 그렇다면 당시 붉은 고개의 기후는 어땠습니까?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습니까, 아니면 그늘이 졌습니까?”


가스톤은 안토니오가 주입해 준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복기했다. 생생한 거짓말을 보태야 배심원들이 믿는다고 교육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닙니다! 그날은 붉은 고개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번뜩이는, 마치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어두운 날씨였습니다! 그 장대비 속에서 폭군 에드워드의 칼날이 번뜩였지요!”


가스톤은 자신의 묘사에 스스로 감탄한 듯 더 격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폭우 속이었다…… 확실합니까?”


“예! 제 온몸이 빗물과 희생자들의 피로 젖어 무거웠으니,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스톤의 확신에 찬 대답에 우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사냥감이 완벽하게 덫에 걸려든 순간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지요. 당시 당신이 소속된 수비대 제3백인대는 학살이 진행되는 동안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습니까?”


“우리는…… 고개 남쪽의 언덕 매복지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폭우를 뚫고 잔혹한 학살 광경을 똑똑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가스톤의 말이 끝나자, 우진은 뒤로 돌아서며 변호인석 탁자 위에 놓인 낡은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마법 유물이 아닌, 종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평범한 제국의 공식 행정 기록들이었다.


“재판관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증인은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당시의 참상을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오직 일관된 사실 앞에서만 성립하는 법입니다.”


우진은 서류철에서 첫 번째 장을 꺼내 허공에 들어 올렸다.


“여기 제국 기상관이 기록한 ‘제국력 442년 7월 공식 기후 장부’의 사본이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제국력 442년 7월 15일 서부 영지 전체는 3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대가뭄으로 인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도로 건조한 날씨였습니다. 붉은 고개 역시 예외는 아니었지요.”


법정 내부에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펠릭스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굳어졌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날 붉은 고개에만 국한된 마법적 기상이변으로 폭우가 내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 기록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우진은 서류철에서 묵직한 철인이 찍힌 두 번째 장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요한 재판관과 배심원 석상들을 향해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이것은 제국 서부 군사법원의 공식 징계 장부(Official Disciplinary Record)입니다. 제국력 442년 7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의 기록이지요.”


우진은 가스톤을 매섭게 쏘아보며 쐐기를 박듯 목소리를 높였다.


“장부에 따르면, 제3백인대 소속 하급병 가스톤은 제국력 442년 7월 12일, ‘군량미 절도 및 탈영 혐의’로 체포되어 붉은 고개에서 무려 300마일 떨어진 ‘바르가스 영지 지하 감옥’의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석방 날짜는 7월 20일이었습니다.”


탁!


우진이 장부를 변호인석 탁자 위에 강하게 내려놓았다. 둔탁한 마찰음이 고요해진 법정의 공기를 찢었다.


“가스톤 씨. 300마일 밖의 지하 감옥 독방에 쇠사슬로 묶여 수감되어 있던 당신이, 어떻게 같은 시각 붉은 고개에서 폭우를 맞으며 에드워드 4세의 학살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까? 당신의 진짜 육체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겁니까?”


가스톤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셔 나갔다. 그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턱 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법정은 얼음물을 끼얹은 듯한 충격적인 침묵에 휩싸였다. 펠릭스 검사의 책상 위에 놓인 펜이 굴러떨어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릴 뿐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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