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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청 공인 사료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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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청 역사 검열소의 공인 직인이 찍힌 사료입니다. 이 찬란한 신성의 오라가 보이지 않습니까?”


펠릭스 검사의 목소리가 음산한 명계 변방 재판소의 벽면을 타고 울려 퍼졌다. 그의 손에 들린 ‘성황청 공인 사료 사본’은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한 황금빛 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신성한 빛은 배심원석을 채우고 있는 거대한 해골 석상들을 자극했고, 석상들의 안광은 더욱 붉게 타올랐다. 피고인석에 묶여 있는 에드워드 4세의 영혼이 그 위압감에 짓눌려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재판석의 요한 재판관은 비대하고 기름진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하품을 크게 했다. 그는 턱을 괸 채 우진을 내려다보았다.


“변호인. 성황청의 무결한 직인이 찍힌 공식 역사서다. 이 세계의 그 어떤 법률가도 감히 이 사료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 없다. 더 이상의 변론은 무의미해 보이는군. 즉각 판결을……”


“재판관님, 성급하십니다.”


우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요한의 말을 끊었다. 그는 변호인석 탁자 위에 놓인 바르도의 고대 법전을 가볍게 두드렸다. 맑고 묵직한 울림이 법정을 흔들었다.


“바르도의 고대 법전 제3장 제1조, ‘증거 우선주의’를 선언합니다! 사제의 신성한 선언이나 직관보다, 제출된 물리적이고 마법적인 증거의 무결성이 재판의 판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사료가 아무리 성황청의 직인을 지녔을지라도, 피고인 측은 그 증거의 진위 여부를 정밀하게 검증할 권리가 있습니다.”


웅웅웅!


법전에서 흘러나온 은백색의 사법 마력이 법정 바닥의 천칭 문양과 공명했다. 요한 재판관이 억지로 판결을 내리려던 손가락이 시스템의 강제 제동에 걸려 굳어버렸다. 요한은 이빨을 갈며 우진을 노려보았다.


“감히 기록관 출신의 견습 변호인 따위가 성황청의 보증을 검증하겠다고? 해보아라! 만약 위조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면, 법정 모독죄로 네 영혼 역시 소멸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펠릭스 검사 역시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사료를 법대 위에 내려놓았다.


“검증해 보십시오, 레오 변호사. 성황청의 신성 결계가 걸린 이 문서를 당신 같은 견습의 마력으로 건드릴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왼쪽 눈가로 손을 가져갔다. 옷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차가운 금속성 안경, ‘정의의 단안경’을 꺼내 왼쪽 눈에 착용했다. 단안경의 태엽이 가볍게 돌아가며 우진의 눈동자와 동조하기 시작했다.


[견습 영혼 변호인의 특수 분석 장비 ‘정의의 단안경’이 활성화됩니다.]

[마법적 문서 감정을 시작합니다. 대상의 마력 파동을 스캔합니다.]


우진이 사료 사본을 응시하는 순간, 그의 왼쪽 눈 시야가 기괴하게 변했다. 황금빛 오라로 가득 차 있던 양피지 표면이 반투명하게 변하며, 그 아래에 얽혀 있는 복잡한 마력의 등고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주파수 선들이 뱀처럼 뒤엉켜 있었다.


‘역시…….’


우진의 눈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일반적인 연대 측정 마법을 시전했다면 성황청의 위장 결계에 가로막혀 ‘200년 전의 진실한 문서’라는 거짓 수치만 출력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렌즈 우측에 표시되는 마법 연도 측정값은 제국력 442년을 가리키며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위장 결계가 단안경의 감정을 방해하고 있었다.


동시에 우진의 왼쪽 눈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감각과 함께 관자놀이가 터질 것처럼 아파왔다. 현재 그의 신성력 수치는 단 5%. 이세계의 위장 결계를 뚫고 정밀 감정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영혼에 극심한 과부하를 주고 있었다. 우진의 코끝에서 붉은 피가 한 방울 뚝 떨어져 탁자를 적셨다.


“레오! 코피가……!”


시몬이 경악하며 손수건을 꺼내려 했지만, 우진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마력의 양으로 부딪치면 내가 진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팩트로 뚫는다.’


우진은 현대 한국의 엘리트 형사 변호사 시절, 수많은 위조 사문서들을 과학적으로 감정하여 권력자들을 구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무리 정교한 마법으로 연대를 조작하고 직인을 위조했을지라도, 문서를 구성하는 ‘물리적 원소’ 자체는 속일 수 없다.


우진은 단안경의 주파수를 잉크의 ‘물질적 성분’ 분석 모드로 전환했다.


“펠릭스 검사. 이 사료는 제국력 442년, 즉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 전에 에드워드 4세가 직접 론 요새에서 집필한 원본의 공인 사본이라고 주장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성황청의 기록 보관소에 보관된 원본을 그대로 필사하여 신성 각인을 입힌 것입니다. 단 한 글자의 왜곡도 없습니다.”


펠릭스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이 문서의 기저에 흐르는 잉크의 성분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우진이 단안경을 착용한 채 사료의 특정 문장 위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끝에서 은백색의 신성력이 흘러나와 양피지 표면의 미세한 잉크 입자들과 반응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크로마토그래피(잉크 성분 분리) 논리를 이세계의 연금술 감정법과 결합한 역산 공식이었다.


스으으으.


양피지 위로 붉은색과 푸른색의 미세한 마력 파동이 분리되어 허공으로 피어올랐다. 그 순간, 단안경의 렌즈 너머로 기괴하게 뒤틀린 독특한 마력 주파수가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사제들의 신성력이 아니었다. 음침하고 축축한, 오직 위조만을 위해 정밀하게 가공된 흑마법의 흔적.


‘찾았다. 위조범 라울의 마력 주파수.’


우진은 그 독특한 파동의 형태를 뇌리에 완벽하게 각인했다. 이것은 향후 이 음모의 배후에 있는 위조 공방을 추적할 결정적인 단서가 될 터였다. 우진은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펠릭스 검사. 이 문서의 세 번째 문단, ‘반역자들의 영혼을 론 요새의 성벽 아래로 던져 정화하라’는 학살 명령 구절을 보십시오. 이 구절에 사용된 푸른색 잉크의 성분을 감정해 본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진이 손가락으로 사료의 특정 단어들을 짚었다. 그의 손끝을 따라 은백색의 사법 정화막이 펼쳐지며, 위장 결계에 가려져 있던 진짜 마력의 반응이 붉은색 글씨로 허공에 시각화되었다.


“이 푸른색 잉크에는 ‘아쿠아 마린 블루’라 불리는 합성 코발트 용매가 사용되었습니다. 펠릭스 검사, 이 아쿠아 마린 블루 잉크가 황도 연금술 길드에 의해 최초로 발명되고 특허 등록된 것이 제국력 몇 년인지 기억하십니까?”


펠릭스의 얼굴에서 자신만만하던 미소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 그것이 이번 재판과 무슨 상관이……”


“상관이 아주 큽니다.”


우진은 단안경을 낀 채 펠릭스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법정의 정적을 깨뜨리며 날카롭게 내리꽂혔다.


“아쿠아 마린 블루 잉크는 제국력 452년에 최초로 발명되었습니다. 피고인 에드워드 4세가 독살당해 서거한 것은 제국력 442년입니다. 펠릭스 검사. 에드워드 4세는 죽은 지 무려 10년이 지난 후에,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던 특수 잉크를 저승에서 공수해 와 학살 명령서에 친필 서명을 남겼다는 말입니까?”


그 순간, 법정 전체가 물을 끼얹은 듯 침묵에 휩싸였다. 배심원석의 거대한 해골 석상들의 안광이 붉은빛에서 혼란스러운 주황빛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펠릭스 검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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