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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심문소 서부지부 돌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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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산 노예 수용소의 거대한 흑철 정문이 무너지며 뿜어낸 유황 연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시각. 축축하고 무거운 명계의 어둠을 가르며 한 무리의 마차가 질주하고 있었다. 마차 내부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쿨럭! 쿨럭……!”


한우진은 사제 로브의 소맷자락을 피로 적시며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머릿속을 송곳으로 쑤셔박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전날 밤 제국 헌법 제3조를 강제로 발동하고, 수용소장 베르나르를 탄핵하느라 남은 정의의 신성력은 단 0.1% 미만. 영혼의 기저에서부터 올라오는 지독한 과부하가 깡마른 레오의 육체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변호사님, 제발 무리하지 마십시오. 신성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마력을 더 쥐어짜다간 영혼의 회로가 먼저 타버릴 겁니다.”


옆자리에서 장검을 무릎에 얹은 채 우진을 보좌하던 호위 기사 발레리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속삭였다. 그녀의 은빛 갑옷에는 수용소 경비병들과의 격돌로 생긴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허리에 찬 장검의 칼날에는 여전히 미세한 균열이 가 있었다. 무력의 손실. 그것이 현재 그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이었다.


“시간이 없다, 발레리아.”


우진은 창백하게 질린 입술을 깨물며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단심문관 헤르만은 미치광이다. 역기소장을 던져 시간을 벌었지만, 그자가 법의 테두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폭주하기 시작하면 한나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어. 지금 수용소가 발칵 뒤집힌 이 틈이 유일한 기회다.”


“조카의 말이 맞다. 가문의 아이가 차가운 감옥에서 떨고 있는데, 이 숙부가 어찌 지체하겠느냐.”


마차 맞은편에 앉은 거구의 사내, 조셉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광산 노역으로 온몸이 흉터투성이였고 한쪽 눈은 실명하여 검은 안대를 차고 있었지만, 조셉의 전신에서는 흑철 족쇄가 풀려나며 복원된 전직 성기사의 압도적인 대지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가 주먹을 쥘 때마다 마차 바닥의 암석 파편들이 공명하듯 미세하게 진동했다.


“도착했습니다.”


마차가 급정거하며 토마스의 외침이 들렸다.


유황 안개 너머로 웅장하면서도 음산한 석조 요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십자가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장벽과 삼엄한 방어 결계. 성황청의 공포를 상징하는 이단심문소 서부지부였다.


“누구냐! 이곳은 이단심문소의 특별 통제 구역……!”


성벽 위에서 보초병들이 경고를 보내기도 전에, 조셉이 마차 문을 부수고 나갔다.


“가문의 원수놈들아! 내 조카를 돌려받으러 왔다!”


조셉이 대지를 강하게 디디자, 그의 발밑에서부터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우르릉거리는 굉음과 함께 흙과 바위가 솟구쳐 오르며 이단심문소의 외곽 방어 장벽을 그대로 강타했다. 쿠구구궁! 굉음과 함께 단단하던 석조 성문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며 진입로가 열렸다.


“침입자다! 무장 반란군이다!”


경보음이 요새 전체를 뒤흔들었다. 붉은색 갑옷을 입은 이단심문소 정예 집행관들이 무기를 들고 쏟아져 나왔지만, 조셉의 복원된 성기사 마력 앞에서는 낙엽에 불과했다. 조셉은 대지 마법의 괴력으로 적들의 공격을 가볍게 튕겨내며 지하 감옥 입구를 향해 무섭게 돌격했다. 발레리아 역시 바람처럼 날렵한 신법으로 조셉의 측면을 파고드는 자객들의 검을 쳐내며 우진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지하 감옥 초입.


차가운 냉기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지하 계단 끝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 머리를 삭발하고 얼굴에 거친 문신을 새긴 거구의 전사. 헤르만의 수제자이자 수습 이단심문관인 휴고(Hugo)였다. 그의 손에는 붉은 화염이 일렁이는 성화의 대검이 들려 있었다.


“몰락한 기록관 가문의 쥐새끼들이 결국 무덤을 파러 기어 들어왔군.”


휴고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이단 심문의 낙인 장갑’이 붉게 타오르며, 허공에서 수십 개의 검붉은 쇠사슬이 뿜어져 나왔다. 이단의 쇠사슬(Chains of Heresy). 접촉한 영체의 마나 흐름을 완벽히 차단하고 구속하는 이단심문소 특유의 마법이었다.


철컹! 절렁!


수십 개의 쇠사슬이 조셉의 거구와 팔다리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족쇄가 살을 파고들 때마다 조셉의 전신에서 뿜어지던 대지 마력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억제되기 시작했다.


“하하하! 성기사의 힘을 되찾았다고 착각하지 마라, 늙은이! 교단의 법 아래에서 너희의 마력은 그저 이단 낙인의 불꽃을 키우는 땔감에 불과하다!”


휴고가 대검을 치켜들며 조셉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그 순간, 조셉이 한쪽 눈을 부릅뜨며 포효했다.


“이깟 장난감 사슬로 대지의 맹세를 묶을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조셉의 전신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다. 그는 호흡법을 통해 정제한 순수한 물리적 괴력과 대지의 파괴 마력을 폭발시켰다. 쿠웅! 조셉이 대지를 강하게 내리찍자 가공할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그의 몸을 묶고 있던 이단의 쇠사슬들이 비명횡사하듯 산산조각 나며 튕겨 나갔다.


“뭐, 뭐라고……? 사슬을 힘으로 뜯어냈다고?”


휴고가 경악하는 찰나, 조셉의 거대한 주먹이 대지의 기운을 머금고 그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휴고는 급히 대검을 세워 막아섰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길게 밀려났다.


“기사 계집! 이번엔 네년 차례다!”


휴고가 중심을 잡으며 성화 검술(Holy Fire Swordplay)의 붉은 검강을 폭발시켰다. 전방의 공기마저 불태워버릴 듯한 무자비한 광역 참격이 발레리아를 향해 쏟아졌다.


카아앙! 카창!


발레리아가 은빛 장검을 번뜩이며 빛의 성광 검술(Holy Light Swordplay)을 전개했다. 그녀의 검은 균열이 가 있었기에 휴고의 무거운 참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않고, 예리한 각도로 흘려보내며 적의 마나 경로를 차단하는 변칙적인 검식을 구사했다.


스슥, 팟!


발레리아의 신형이 허공에서 세 번 꺾이며 성광의 궤적을 남겼다. 휴고의 붉은 검강이 그녀의 검식에 휘말려 사방으로 분산되었고, 그 틈을 타 발레리아의 장검 끝이 휴고의 오른쪽 어깨와 허벅지를 순식간에 참격했다.


“크으윽!”


휴고가 비명을 지르며 대검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휴고의 대검에서 뿜어져 나온 성화의 잔여 불꽃이 발레리아의 갑옷 표면을 강타했다.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갑옷 일부가 시커멓게 그을리며 파손되었고, 장검의 균열이 더욱 깊어졌다.


“변호사님! 지금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발레리아가 부상을 입으면서도 휴고의 앞길을 완벽히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지하 감옥 가장 깊은 곳으로 달렸다. 그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댔고, 신성력이 바닥난 육체는 매 걸음마다 비명을 질렀다. 관자놀이를 찌르는 극통에 코에서 미세한 피가 흘러내렸지만, 우진은 이빨을 악물고 달렸다.


마침내 도달한 지하 깊은 밀실.


차가운 쇠창살 너머, 병약한 체구의 소녀가 붉은색 이단 낙인의 사슬에 묶인 채 쓰러져 있었다. 한나였다.


“한나야!”


우진의 외침에 한나가 힘겹게 눈을 떴다.


“오…… 오빠……? 오면 안 돼…… 여기에 함정이…….”


한나의 말대로, 그녀가 갇힌 감옥 문 전체에는 붉은색 성화 마력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었다. 이단심문소의 성화 함정(Holy Fire Trap)이었다. 무단으로 문을 건드리는 순간, 내부의 죄인과 침입자 모두를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리는 치명적인 마법 장치였다.


‘해제할 마력이 없다. 하지만…….’


우진은 숨을 몰아쉬며 왼쪽 손가락에 끼워진 ‘고대 법률가의 반지’를 어루만졌다. 반지가 우진의 마지막 생명 마력과 공명하며 푸른빛을 발했다.


“진실의 안광(Gaze of Truth)!”


우진이 소리치자 그의 눈동자가 눈부신 은백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극심한 안구 통증과 함께 시야가 투명하게 변하며, 감옥 문에 얽힌 성화 함정의 마력 선로가 실시간 등고선 그래프처럼 허공에 투사되었다.


현대 형사 변호사 시절, 수많은 위조 계약서의 미세한 공식을 해독해 냈던 우진의 천재적인 분석력이 이세계의 마법 공식 위로 덧씌워졌다.


‘기하학적 매듭의 중심은 우측 하단이다. 저곳의 마력 흐름을 정화하면 함정은 무력화된다.’


우진은 품속에서 여사제 아이린이 기증했던 ‘아스트레아의 성수 병’을 꺼냈다. 투명한 성수가 담긴 병의 마개를 열고, 우진은 스캔한 마력의 핵을 향해 성수를 아낌없이 뿌렸다.


치이이익—!


정의의 기운이 담긴 성수가 닿는 순간, 감옥 문을 뒤덮고 있던 불길한 붉은 성화 오라가 눈 녹듯 정화되며 사라졌다. 함정이 안전하게 해제된 것이다.


철컥!


우진이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가 한나의 몸을 묶고 있던 사슬을 풀어냈다. 한나가 비틀거리며 우진의 품으로 쓰러졌다.


“오빠…… 진짜 오빠야……?”


“괜찮다, 한나야. 이제 안전해. 숙부님과 발레리아도 함께 왔다.”


우진이 한나의 작은 손을 꽉 쥐었다.


그 순간, 한나의 심장에 새겨져 있던 가문의 ‘붉은 저주의 피’ 사슬이 우진의 정의의 신성력과 미세하게 공명했다. 찌르르한 진동과 함께 한나의 목에 새겨져 있던 푸른 저주 낙인의 열기가 미세하게 정화되며 은은한 푸른빛을 발했다. 한나의 창백하던 얼굴에 희미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진은 한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감옥 구석에 떨어져 있던 마법 스크롤 하나를 포착했다. 헤르만이 한나를 가두며 남겨둔 마법적 지령서였다. 우진이 반지의 마력을 사용해 스크롤을 작동시키자, 공중에 헤르만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레오 가문의 핏줄을 정식 기소 절차 없이 구금한다. 변호사 레오가 에드워드 4세의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시, 즉각 이단 조작 문서를 가공하여 화형에 처하라.]


헤르만의 비겁한 이단 조작 지령이 실시간으로 우진의 반지에 녹음되어 결정적 사법적 증거로 전환되었다.


“가자, 한나야.”


우진은 한나를 품에 안고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조셉과 발레리아 역시 부상을 입은 휴고와 기습병들을 완벽히 제압한 채 그들을 맞이했다. 마침내 한나를 극적으로 구출해 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단심문소의 정문을 향해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 요새 광장의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붉은색 이단심문소 정예 성기사단 수백 명이 광장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칠흑 같은 갑옷을 입고 차가운 철가면을 쓴 사내가 서 있었다.


이단심문관 헤르만(Hermann)이었다.


헤르만은 성화의 심판 대검을 바닥에 짚은 채, 철가면 너머로 살기 어린 안광을 뿜어내며 우진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쥐새끼들이 내 구역을 더럽혔군.”


헤르만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피비린내 나는 파동을 일으켰다.


“수석 변호인의 지위를 믿고 까부는 모양이다만, 이단심문소를 무력으로 습격하고 죄인을 도주시키는 행위는 제국에 대한 명백한 ‘무장 반란’이다. 레오 변호사. 네놈과 네 가문 모두를 이 자리에서 즉각 사형에 처하겠다.”


헤르만이 대검을 치켜들자, 수백 명의 성기사단이 뿜어내는 성화의 불꽃이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우진 일행의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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