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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거짓 기적과 깨어진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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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웅웅거렸다. 하수구 통기구의 축축하고 썩은 공기 사이로 흘러나오던 가레스와 로버트의 목소리가 여전히 고막 안쪽에서 날카로운 바늘처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양쪽 귀에서 흘러내린 가느다란 핏줄기가 턱끝을 적셨다. 전생의 자살 환자였던 릴리스의 악몽을 정화하고 자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영혼에 새겨진 흉터, 그리고 가문의 추악한 음모를 도청하기 위해 청각의 감도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린 부작용이었다. 관자놀이를 깨부술 듯한 만성 두통이 밀려왔지만, 레온의 정신 인지 지수는 여전히 100%, 완벽한 절대 이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신부님! 귀에서 피가……!”


안전가옥으로 복귀하자마자 에밀리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녀는 오른쪽 어깨의 타박상 통증을 참아내며, 서둘러 가죽 가방에서 진정 약초를 꺼내 레온의 귀밑을 닦아냈다. 은신초와 실버 리프의 쌉싸름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에밀리의 손길은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영혼 오라는 레온을 향한 신앙에 가까운 청색(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괜찮습니다, 에밀리 수녀. 가문 수색대의 동선과 주교 바르샤의 음모를 완벽하게 파악했으니 이 정도 대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레온은 창백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에밀리를 안심시켰다. 문가에서 침묵을 지키던 검왕 카일이 대검 ‘아수라의 심장’의 자루를 꽉 쥐었다. 그의 은빛 눈동자에서 서늘한 살기가 뿜어내졌다.


“신부님, 가문 수색대와 고르도 놈들이 오늘 밤 이 안전가옥을 불태우려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소인이 당장 나가 그들의 목을 베어 오겠습니다.”


“아닙니다, 카일 경. 그들의 기습을 역이용해 이 요새를 완전히 탈출할 명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대중의 눈을 멀게 하고 있는 성황청의 ‘가짜 기적’부터 깨부수어야 합니다.”


레온은 품 안의 낡은 은색 청동 종을 가만히 만졌다. 종 표면에는 지난 사투의 흔적인 은빛 복원 균열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현실의 마력은 최약체인 1성에 불과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조율하는 주파수 공명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 있었다.


“잭, 주교 바르샤가 기획한 광장의 기적 쇼가 시작될 시간입니다. 알렌을 대동하고 요새 중앙 광장으로 이동합시다.”


* * *


요새 중앙 ‘화형대의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와 가혹한 노역에 시달린 영지민들의 영혼 오라는 온통 어두운 황색(공포)과 자색(집단 무력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은 성황청이 배포하는 ‘루나 드롭’ 약물과 세뇌 주술에 중독되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은 채 광장 중앙의 화려한 단상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단상 위에는 황금과 보석으로 사치스럽게 치장한 주교 바르샤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오늘 쇼의 주인공인 선전선동용 광대, 루시우스가 서 있었다. 루시우스는 화려한 황금빛 신관 로브를 입고, 한 손에는 눈부신 ‘황금빛 환각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형제자매들이여!”


루시우스가 양손을 펼치며 대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성황청 비전의 대중 정신 유도 마법이 실려 있어, 듣는 이들의 뇌파를 몽환적인 상태로 이끌고 있었다.


“변방의 이단자들이 장님의 탈을 쓰고 악마의 속삭임으로 여러분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루미나스 성황청의 빛은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광산 사고로 사지가 마비되어 평생을 휠체어에 갇혀 살던 이 형제에게 신의 위대한 치유 기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루시우스가 지팡이를 가리키자, 휠체어에 앉은 마른 체구의 남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남자의 영혼 오라는 얼핏 보기에 깊은 회색(절망)으로 물들어 있었으나, 레온의 ‘정밀 청각 심리 분석’은 그의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호흡이 규칙적임을 즉각 포착했다.


‘가짜 환자다. 돈을 받고 마비 환자 연기를 하는 배우군.’


레온은 광장 구석의 어두운 마차 그늘 밑에 서서 심안을 개방했다. 루시우스가 황금빛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지팡이 끝의 수정에서 미세한 붉은 액체 방울이 환자의 입술 안쪽으로 떨어지는 것이 가시화되었다. 성황청이 대량 유통하는 중독성 진정제, ‘루나 드롭’이었다. 일시적으로 고통을 마비시키고 신경을 흥분시키는 약물을 투여한 뒤, 환각 마법으로 걷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얄팍한 속임수였다.


“오, 루멘의 빛이시여! 이 가련한 영혼에게 대지의 힘을 허락하소서!”


루시우스가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의 지팡이에서 찬란한 황금빛 환각 마법 파동이 뿜어져 나와 광장 전체를 뒤덮었다. 대중은 일제히 경탄의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황금빛 안개 속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던 가짜 환자가 삐걱거리며 다리를 일으켜 세우는 극적인 연출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법 주파수 포착 완료. 320Hz 대역의 집단 최면 주술.’


레온은 품 안에서 은색 청동 종을 꺼냈다. 그는 가죽 천으로 종의 표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물리적인 종소리를 완전히 죽여 성기사들의 청각 감지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오직 영혼의 주파수만을 지향성으로 쏘아 보내기 위한 철저한 계산이었다.


‘동조 주파수 설정. 역위상 공명 주파수 320Hz 발사.’


레온은 1성급의 미약한 마력을 은색 종의 룬 문자에 흘려보냈다. 그리고 가죽 천 너머로 종의 안쪽 추를 아주 미세하고 날카롭게 튕겼다.


딩—.


대중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오직 마법 회로의 공기만을 찢는 고주파 진동이 단상 위의 루시우스를 향해 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정신 교란 공명’ 스킬의 발현이었다.


그 순간, 가짜 환자의 다리를 지탱하며 걷는 것처럼 연출하던 황금빛 환각 결계의 중심부가 레온의 역주파수 타격을 맞고 거칠게 흔들렸다. 루시우스가 영창하던 주문의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꺾이며 그의 뇌 신경망으로 고스란히 역류했다.


“컥……!?”


단상 위에서 화려한 연설을 늘어놓던 루시우스가 일순간 말을 멈추고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뒤틀리더니, 이내 그의 양쪽 콧구멍에서 붉은 선혈이 울컥 뿜어져 나왔다. 마법 역류로 인한 극심한 뇌 신경 충격이었다.


바스스스스.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찬란한 황금빛 안개가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조각 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환각이 걷히자, 광장의 영지민들은 눈앞에 드러난 참혹한 실체에 숨을 들이켰다.


기적의 연출을 돕던 루시우스의 ‘황금빛 환각 지팡이’가 거칠게 균열을 일으키며 반으로 쪼개졌고, 그 내부에서 대량의 붉은 액체인 ‘루나 드롭’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달콤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중독성 약물의 향기가 광장 전체에 매캐하게 퍼져나갔다.


“아, 아악! 내 다리! 다리가 안 움직여!”


환각 마법과 약물의 흥분이 일시에 깨지자, 단상 위의 가짜 환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꼴사납게 굴러떨어졌다. 그는 갑작스러운 신경 마비와 공포에 질려 바르샤 주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소리쳤다.


“주교님! 살려주십시오! 약을 더 주십시오! 시키는 대로 걸었지 않습니까! 돈을 준다고 하셨잖아요!”


사기극의 실체가 대중의 눈앞에서 완벽하게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광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내 정적은 거대한 분노의 웅성거림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짓말…… 가짜 기적이었어!”


“우리를 약물로 속인 건가? 성황청이 우리를 기만했다!”


군중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방랑 음유시인 알렌이 류트를 튕기며 노래를 시작했다. 성황청의 위선과 약물 통제를 폭로하는 날카로운 가사가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대중의 오라가 순식간에 폭발적인 적색(분노)으로 물들며 단상을 향해 파도치기 시작했다.


단상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주교 바르샤의 얼굴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시퍼렇게 일그러졌다. 그는 황금 성배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군중의 틈새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의 포악한 붉은 안광이, 광장 구석의 어둠 속에서 은색 종을 가만히 품에 안고 서 있는 레온의 실루엣을 정확히 관통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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