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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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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뼈마디의 통증을 집어삼키며, 소운은 설아의 부축을 받아 어두운 밤안개가 자욱한 수안성 외곽 가도 쪽으로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른쪽 팔꿈치는 기괴한 각도로 꺾인 채 가죽 장포 아래에서 무력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살풍의 쌍월도를 온몸의 골격으로 받아내며 극한의 공명을 이끌어낸 대가였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무릎의 깊은 자상에서 배어 나오는 핏물이 회색 도포 자락을 검붉게 물들였고, 머리카락은 이미 한 가닥의 흑발도 남지 않은 채 눈부신 백발로 변해 밤바람에 쓸쓸히 휘날렸다. 가슴팍에 장착된 무명 모루 가슴판은 이미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해 숨을 쉴 때마다 삐걱거리는 둔탁한 소리를 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소운 씨. 거의 다 왔어요.”


설아는 자신의 어깨로 소운의 거구를 지탱하며 낮게 속삭였다. 그녀의 이마에도 투명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수안성 서쪽 장터 초입의 한 귀퉁이, 쇠락한 삼류 주막인 ‘귀객루(歸客樓)’. 지상의 성문들은 이미 백광검파의 정예 장포대 무사들과 수안현 관청 포교대의 삼엄한 횃불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설아의 은밀한 안배로 주막의 가장 어둡고 후미진 내실에 몸을 숨겼을 때, 소운의 온몸은 이미 차가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소운은 스스로 먼저 공격할 수 없는 역천경력의 제약을 지녔기에, 지금처럼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는 지상의 성문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쿵, 쿵, 쿵.


갑자기 귀객루의 얇은 목조 바닥을 뒤흔드는 무거운 철제 군화 소리가 들려왔다. 수안현 관청 포교대 무사들의 삼엄한 발소리였다.


“장포대 임칠 대장님을 살해하고 우각촌을 불태운 백발의 흉적을 수색 중이다! 주막 안의 모든 가호를 이 잡듯 뒤져라!”


포교대원들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얇은 창문 종이를 찢을 듯이 파고들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소운은 침상 구석의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이모의 은반지를 가만히 매만졌다. 차가운 은의 감촉이 전신을 타고 흐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던 붉은 살성을 정화했다. 소운은 깊은 호흡을 들이쉬며 석정 스님에게 배웠던 관조 명상법(觀照 瞑상법)을 가동했다. 심장 박동을 극한으로 낮추고 전신의 모공을 닫아 생명의 기척을 완벽히 지우는 은폐 전술이었다.


스스슥.


포교대 무사들이 마침내 소운과 설아가 숨어 있는 내실 문앞까지 당도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오른쪽 팔꿈치 관절의 탈구된 뼈마디가 미세하게 비틀리며 ‘뚝’ 하는 아주 작은 마찰음이 발생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발생한 찰나의 실수였다.


“거기 누구냐? 안에서 기괴한 뼈 소리가 들렸다!”


예리한 감각을 지닌 포교대 조장이 검을 뽑아 들며 소운이 숨은 장막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검날이 밤빛을 받아 차갑게 번뜩였다. 소운은 숨을 멈춘 채, 적이 장막을 걷는 순간 가해질 물리적 검초의 충격을 가슴판으로 받아내어 반사할 준비를 마쳤다. 비록 가슴판의 균열이 심해 위험했으나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때였다.


“아이고, 나리들! 비천한 똥지게꾼 놈이 밤일을 하느라 결례를 범했습니다요!”


코를 찌르는 지독한 하수구 악취와 함께, 구부정한 자세로 냄새나는 누더기를 걸친 사내가 똥지게를 메고 내실 문을 거칠게 밀치며 들어왔다. 지하 수로의 노예 출신이자 수안성의 똥지게꾼인 천길(Cheon Gil)이었다. 그의 눈빛은 쥐새끼처럼 영악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겉으로는 한없이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포교대원들 앞을 가로막아 섰다.


“더러운 놈! 저리 비켜라!”


포교대 조장이 코를 움켜쥐며 뒤로 물러섰다. 천길은 고의로 똥지게를 미세하게 흔들어 오수가 포교대원들의 가죽 장화 끝에 튀게 만들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요, 나리들! 밤새 수안성 지하 하수구를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습니다요. 이 안에는 비천한 제 약재 상자들뿐입니다요.”


천길은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소운이 숨은 장막 앞을 자신의 거구와 똥지게로 완벽히 가려버렸다. 지독한 악취와 천길의 끈질긴 비굴함에 질린 포교대원들은 침을 뱉으며 귀객루 내실을 빠져나갔.


“퉤! 더러운 똥지게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군. 다른 주막으로 가자!”


무사들의 거친 발소리가 귀객루 바닥을 지나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내실에는 팽팽한 침묵만이 흘렀다.


포교대원들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천길은 비굴했던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의 맑은 눈빛이 장막 뒤에 숨어 있던 소운의 백발과 그의 찢어진 도포 안감 비밀 주머니 사이로 흘러나온 황금색 빛줄기에 고정되었다. 그것은 소운이 흑태풍의 비밀 금고에서 탈취한 백광검파의 황금 인장(Gold Seal)이었다.


“그것은…… 백광검파 독고용 장로의 황금 인장……!”


천길의 목소리가 전율로 크게 떨렸다. 그는 소운의 눈동자 너머에 서린, 어떠한 살기도 품지 않은 고요한 거울 같은 안광을 알아보았다.


“나리, 정녕 나리가 철석곡의 투기장을 깨부수고 장포대 임칠의 검을 부러뜨린 그 의협이십니까?”


천길이 똥지게를 내려놓고 소운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가에 억눌린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제 아비와 형제들도 백광검파의 가혹한 한철 공출에 끌려가 지하 수로에서 노예로 일하다 죽어갔습니다요. 독고용 그 위선자는 뒤로는 사설 도박판을 지배하며 우리 같은 민초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습니다요. 나리, 제발 그 황금 인장으로 가문의 억울한 원한을 갚아주십시오!”


천길은 품속에서 낡은 가죽 지도 한 장을 꺼내 소운의 앞에 펼쳐 보였다. 그것은 수안성 관청 포교대조차 모르는, 수안성 전체를 관통하는 정밀한 지하 수로 지도였다.


“지상은 백광검파와 부패한 관청이 완전히 장악했지만, 이 어둡고 더러운 지하 수로만큼은 오직 비천한 저만이 꿰뚫고 있습니다요. 장로각 지하 밀실로 통하는 수문 개폐 주기와 비밀 통로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요.”


소운은 설아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팔꿈치의 통증이 골수를 찔렀으나, 그의 은빛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깊고 고요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 독고용의 숨통을 조일 결정적인 열쇠가 지하에 숨겨져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안내해라.”


소운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천길은 귀객루 지하 바닥의 썩은 가마니를 걷어내고 무거운 무쇠 쇠창살 문을 들어 올렸다. 지독한 하수구 냄새와 차가운 음기가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아가리였다.


천길이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는 비밀 통로의 쇠창살 문을 열어 보이며, 소운 일행을 어둡고 축축한 지하 수로 초입으로 인도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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