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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월도(雙月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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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풍의 월도가 내뿜는 기괴한 혈색 아지랑이가 소운의 가슴판 위에서 번쩍였다.


귀신골의 좁은 절벽 산길을 뒤흔들며 짓쳐 들어오는 쌍월도의 기세는 그야말로 광포했다. 백 근은 족히 넘을 듯한 쇳덩이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밤안개가 두 갈래로 쩍 갈라지며 기괴한 파공음을 토해냈다. 흑호방의 부방주 살풍이 뿜어내는 일류 최상급의 진기는 붉은 연기처럼 아지랑이치며 대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죽어라, 백발 괴물 놈!”


살풍의 눈이 분노와 복수심으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철석곡을 무너뜨리고 방파를 공중분해 시킨 원수. 그의 쌍월도 ‘혈월’이 소운의 머리 위로 낙하하는 찰나, 소운은 자신의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흑묘의 기습 단검에 찢긴 무릎 가죽에서는 뜨거운 선혈이 연신 흘러내려 바닥의 차가운 돌을 적시고 있었다. 하체의 자상으로 인해 보법의 신속함은 완전히 제한되었고, 지면의 마찰력을 이용해 충격을 흘려보내는 균열 제어조차 불가능했다. 시야마저 흐릿하여 살풍의 신형은 거대한 붉은 그림자로만 보였다.


피할 길은 없었다. 퇴로 역시 절벽뿐이었다. 등뒤에는 숨을 죽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가 서 있었다.


‘모루는 피하지 않는다.’


소운은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이모의 은반지를 가만히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살성을 차갑게 정화했다. 그는 아버지가 남긴 부러진 망치의 무게를 떠올리며, 전신의 힘을 완전히 이완했다.


스스스슥!


그때, 살풍의 거대한 그림자 이면에서 또 하나의 기척이 소리 없이 솟구쳤다. 사각지대인 바위 그늘에 숨어 있던 여살수 흑묘였다. 그녀는 소운의 보법이 묶인 것을 간파하고, 아래에서 위를 향해 소운의 허벅지 안쪽 동맥을 노려 묘아도를 매섭게 찔러 들어왔다.


위에서는 백 근 무게의 쌍월도가 가슴을 내리치고,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단검이 하체를 꿰뚫으려 드는 극악의 상하 협공이었다.


“소운 씨!”


설아의 절박한 비명이 안개 속을 찢었다.


그 일촉즉발의 순간, 소운의 눈동자가 깊고 투명한 은빛으로 빛났다. 그는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피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바람의 흐름과 적들이 내뿜는 기류의 파동을 몸으로 느끼며 무위보(無爲步)의 기틀을 가동했다. 무릎이 찢어지는 극통이 뇌리를 때렸으나, 그는 몸을 미세하게 회전시키며 흑묘가 찔러오는 단검의 각도를 팔목으로 가로막았다.


동시에, 상체를 정면으로 내밀며 살풍이 내리치는 쌍월도의 정면 참격 궤적과 자신의 가슴을 일직선으로 맞추었다. 적들의 가장 강력한 파괴력이 모이는 중심부로 스스로 몸을 밀착시킨 것이다.


콰아아앙!


살풍의 쌍월도가 소운의 가슴팍에 가죽 끈으로 묶여 있던 무명 모루 가슴판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귀면의 독마침을 막아내느라 이미 거미줄 같은 미세한 균열이 가득했던 가슴판이 비명을 지르며 쩍 갈라졌다. 쇳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리는 와중에도, 소운은 뼈와 가죽을 무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강철 가죽 경지의 외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흑묘의 단검 끝이 소운의 왼쪽 팔목에 감겨 있던 무쇠 실 붕대를 맹렬하게 들이받았다.


두 힘이 소운의 신체를 관통하여 뼛속 깊은 곳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살풍의 무지막지한 강맹한 물리적 파괴력과 흑묘의 예리하고 음한한 관통 에너지가 소운의 경맥 속에서 폭풍처럼 소용돌이쳤다.


“으극……!”


소운의 목덜미에서 검은 핏줄이 툭 불거져 나왔다. 우측 귀에서 흘러내린 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턱 끝으로 뚝뚝 떨어졌다. 전신의 206개 뼈마디가 적들의 협공 파괴력에 반응해 제멋대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충격을 다 분산하지 못하면 뼈가 가루가 되어 즉사할 터였다.


‘가두어라.’


소운은 마음속의 거울을 극한으로 비워냈다. 골격 흡수(骨格 吸收) 경지의 공명이 가동되었다.


우우우우웅―!


기괴한 쇠울음소리가 소운의 몸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사찰의 동종을 쇠망치로 때린 듯한 웅장하고 둔탁한 진동이 계곡의 안개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소운은 뼈마디의 미세한 마찰을 극대화하여, 살풍의 짓누르는 월도 무게와 흑묘의 날카로운 단검 에너지를 자신의 골격 속에 단 한 방울의 유실도 없이 완벽하게 가두어 하나로 융합했다.


두 개의 폭력적인 힘이 소운의 등뼈와 갈비뼈 속에서 거대한 공명 주파수를 형성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골수가 타들어가는 듯한 지독한 고열과 통증이 엄습했으나, 소운은 관조 명상법을 통해 그 지옥 같은 극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묵묵히 응시했다.


살풍의 얼굴에 승리의 광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끝이구나, 샌드백 놈! 내 월도에 네놈의 가슴뼈가 가루가 되는구나!”


그의 외침이 협곡을 흔드는 찰나, 소운이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을 밤바람 속에 휘날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투명한 은빛 눈동자는 살기가 전혀 없는,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한 거울 그 자체였다.


“돌려주마.”


소운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기혈 반류 제어가 폭발적으로 가동되었다. 단전의 문이 굳게 닫히며, 뼈 속에 가두어 두었던 살풍과 흑묘의 협공 파괴력이 경맥의 역방향을 타고 폭풍처럼 역류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반사가 아니었다. 가죽과 뼈의 탄성을 극한으로 더해 두 배의 위력으로 튕겨내는 역천경력의 본질, 쌍배 반사(雙倍 反射)였다.


쿠과과과광!


눈을 멀게 할 듯한 은빛 광막이 소운의 가슴팍에서 거울처럼 번쩍였다. 수백 근에 달하는 가공할 만한 충격파가 역류하여 살풍의 쌍월도 날을 타고 그의 손목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아, 아앗……?!”


살풍의 눈동자가 경악과 공포로 찢어질 듯 커졌다.


자신이 내지른 힘의 두 배에 달하는 파멸적인 반동력을 직격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쩍 갈라지는 굉음과 함께, 흑호방의 가보이자 무수한 민초들의 피를 묻혀왔던 쌍월도 ‘혈월’이 비참하게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깨져 나갔다.


파아앙!


날카로운 월도의 강철 파편 수십 개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중 거대한 칼날 파편 하나가 소운의 사각지대에서 몸을 빼려던 여살수 흑묘의 오른쪽 어깨를 깊숙이 관통했다.


“아아악!”


흑묘가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움켜쥐고 뒤로 자빠졌다.


동시에 살풍은 쌍배 반사의 거대한 충격파에 흉격이 완전히 함몰되며, 손목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피를 한 바가지 쏟아내며 뒤로 날아갔다. 그의 거구가 흑묘의 신형을 들이받았고, 두 사람은 전율하며 절벽 아래 자욱한 밤안개 속으로 비참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방주님! 대장님!”


절벽 위 도로 모퉁이에서 대기하던 흑호방 잔당 무사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 어린 비명을 질렀다. 자신들이 숭배하던 부방주와 일류 살수가 단 한 번의 무기 없는 반탄력에 허무하게 깨져나가는 모습은 그들에게 신화적인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소운은 쓰러지지 않고 링 중앙에 서 있듯 묵묵히 절벽 끝을 바라보았다.


우드득.


그 순간, 소운의 오른쪽 팔꿈치 관절에서 기괴한 탈구음이 울렸다. 두 거상의 힘을 무리하게 골격으로 가두어 공명시킨 대가였다. 전신 관절에 들이치는 지독한 피로골절의 통증에 소운의 신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의 전신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짙은 밤안개 속으로 쓸쓸하게 울려 퍼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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