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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의 도끼, 모루의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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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풍의 월도가 소운의 가슴 보호대에 닿는 순간 쇳소리가 울리며, 수안현 관청 포교대가 사방에서 횃불을 밝히며 소운의 목덜미를 포위한다.


화염의 붉은 아지랑이가 소운의 가슴팍 위에서 번쩍였다. 살풍의 쌍월도가 내뿜는 기괴한 회전력은 소운의 가슴뼈를 통째로 갈아버릴 듯이 파고들었고, 발목을 옥죄는 관청의 무거운 쇠사슬은 그의 하체 중심을 완벽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주변을 에워싼 포교대 무사들의 횃불이 밤안개를 붉게 물들이며 질식할 듯한 압박감을 더했다.


“하하하! 이제 끝이다, 이 백발 괴물 놈!”


살풍이 광포하게 웃으며 월도에 한층 더 강한 진기를 불어넣었다. 소운의 가슴에 장착된 무명 모루 가슴판의 미세한 균열들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소운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오른쪽 팔꿈치 관절의 실금 상처가 비명을 질렀고, 입가로는 검붉은 선혈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시야는 골밀도 피로로 인해 온통 흐릿한 붉은빛과 은빛의 아지랑이로만 보였다.


하지만 소운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이모의 은반지를 꾹 맞잡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살성을 차갑게 정화하는 도가의 관조 명상법이 그의 전신 경맥을 타고 흘렀다.


‘비워야 한다. 비워야만 적의 폭력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


소운은 단전의 입구를 완전히 닫고, 살풍의 월도가 가해오는 회전 참격의 에너지를 가슴판과 뼈마디의 공명 속으로 고스란히 빨아들였다. 쇠사슬이 발목을 조여오는 장력마저도 그의 하체 골격을 타고 올라와 하나의 거대한 충격량으로 합쳐졌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소운의 체내에서 기혈 반류 제어가 폭발했다.


두 우우웅!


소운의 몸 표면에서 찬란한 은빛 거울 장막이 번쩍였다. 살풍이 내지른 400근에 달하는 회전 파괴력과 관군들이 당긴 쇠사슬의 장력이 합쳐져 정확히 두 배의 위력으로 역류했다. 쌍배 반사(雙倍 反射)의 극의였다.


“크아아악!”


살풍이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쏟아부은 무지막지한 회전력의 두 배에 달하는 반동이 그의 쌍월도를 타고 역으로 흘러들었다. 그 기괴한 반탄력을 견디지 못하고 살풍의 가보인 쌍월도가 비참하게 쩍 갈라지며 산산조각 났다. 깨진 무쇠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살풍의 어깨와 얼굴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살풍은 피를 토하며 뒤편의 불타는 가옥 더미 속으로 처참하게 굴러떨어졌다.


동시에 소운의 발목을 묶고 있던 포교대의 무거운 쇠사슬들이 그 반사된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팽팽하게 당겨지다 툭툭 끊어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쇠사슬을 잡고 있던 포교대 무사들이 굉음과 함께 뒤로 나자빠지며 횃불들이 바닥으로 뒹굴었다.


“방주님! 대장님!”


포교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형을 흩뜨린 틈을 타, 설아가 안개 속에서 바람처럼 나타나 소운의 어깨를 부축했다.


“소운, 지금이에요! 뒤편 수로로 피해야 해요!”


소운은 흐려진 시야 속에서도 설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전신의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며, 소운은 설아와 함께 불타는 우각촌의 연기 속을 뚫고 험준한 산길 협곡을 향해 신속하게 도주했다. 뒤편에서 관군들의 다급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으나, 짙은 밤안개와 우각촌 사냥꾼 점박이가 미리 설치해 둔 가짜 흔적 덕분에 그들의 추격을 완벽히 따돌릴 수 있었다.


* * *


몇 시간 후, 수안성 경계로 향하는 험준한 산길 협곡의 새벽녘.


짙은 서리 안개가 계곡 사이를 무겁게 흐르고 있었다. 소운은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백발은 땀과 피에 젖어 이마에 무겁게 달라붙어 있었고, 왼쪽 뺨의 찰과상 상처에서는 마른 피딱지가 벌어져 연신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양 팔목의 무쇠 실 붕대는 살풍의 참격을 막아내느라 군데군데 찢겨 나가 무참한 꼴을 하고 있었다.


설아가 단정했던 의원 도포를 찢어 소운의 가슴 가죽 찢어진 자상에 소독 약재를 바르고 두꺼운 삼베로 단단히 감아주었다.


“골밀도 피로가 극에 달해 시력이 흐려진 거예요. 여기서 더 무리한 반사를 전개하면, 다음에는 전신 경맥이 아니라 뼈 자체가 가루가 될 거예요. 제발 몸을 사리세요.”


설아의 차갑고도 애틋한 목소리에 소운은 가만히 새끼손가락의 은반지를 매만졌다.


“우각촌 사람들은 무사히 대피했소. 그것으로 되었소.”


그때, 계곡 앞편의 짙은 안개 너머로 기괴한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민초들의 절박한 비명 소리가 새어 나왔다.


“살려주시오……! 제발 이 아이만은……!”


소운의 은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대기를 가르는 둔탁한 살기와 피비린내의 흐름이 포착되었다.


소운과 설아가 안개 속으로 은밀히 다가서자,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철석곡 대붕괴 당시 혼란을 틈타 탈옥한 흉악한 도적 황달(黃達)과 그의 잔인한 도적떼들이 수안성으로 피난 가던 가난한 유랑민들을 가로막고 무차별적인 약탈과 도륙을 자행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이미 몇 명의 유랑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누런 이빨을 드러낸 거구의 사내 황달이 백 근 무게의 피 묻은 무쇠 도끼를 어깨에 걸친 채 한 노인과 어린아이의 목덜미를 짓밟고 있었다.


“천한 광산 쥐새끼들이 철석곡이 망했다고 도망쳐서 수안성 비단쟁이 밑으로 기어들어가려 했더냐? 가진 은자와 식량을 전부 내놓지 않으면 이 늙은이의 대가리부터 도끼로 다져버리겠다!”


황달이 광폭하게 포효하며 무쇠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도끼날에 묻은 선혈이 새벽 서리 속에서 검붉게 빛났다. 노인은 공포에 질려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설아가 소운의 소매를 잡으며 나지막이 경고했다.


“황달이에요……! 철석곡 지하에서 광부들을 무참히 죽이던 악명 높은 도적두목이에요. 저 도끼의 둔탁한 타격 질량은 백 근이 넘어요. 지금 당신의 몸 상태로는 저 도끼날을 정면으로 받아내면 안 돼요!”


하지만 소운은 아버지가 남겨준 유품인 부러진 대장간 망치의 감촉을 품속에서 느꼈다.


‘칼을 이기는 것은 칼이 아니다. 어떠한 망치질도 묵묵히 받아내고도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대장간의 모루가 되어라.’


아버지가 남긴 가르침은 복수의 칼날이 아니었다. 약자들을 지키는 거대한 방패이자 모루의 의리였다. 소운은 고요히 호흡을 들이쉬며 관조 명상법을 펼쳤다. 마음속의 거울을 비워내자, 전신의 통증이 한순간에 가라앉으며 차가운 평정심이 그의 전신을 지배했다.


소운은 회색 장포 자락을 휘날리며 안개 속에서 고요히 걸어 나왔다.


“그 도끼를 내려놓아라.”


황달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누런 이빨 사이로 침이 새어 나왔다.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을 한 채, 피투성이 무복을 입고 맨손으로 걸어 나오는 소운의 기괴한 풍모에 도적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라? 이 백발 놈은…… 철석곡에서 쓰러지지 않던 그 샌드백 노예 놈이 아니냐! 네놈이 대붕괴 속에서 살아서 기어 나왔단 말이냐?”


황달이 소운을 알아보고 광기 어린 비웃음을 터뜨렸다.


“네놈이 링 위에서 맷집으로 명성을 떨쳤을지는 모르겠으나, 내 백 근 무게의 무쇠 도끼 앞에서도 그 가죽때기가 버텨내나 보자! 오늘 네놈의 머통을 쪼개서 철석곡의 마지막 구경거리로 삼아주마!”


황달이 거구의 사파 내공을 폭발시키며 광풍도끼술(狂風斧術)을 전개했다. 그가 도끼를 휘두르자 둔탁한 파공음이 계곡의 돌벽을 뒤흔들며 매서운 바람을 일으켰다. 황달은 소운의 정수리를 향해 무쇠 도끼를 수직으로 거칠게 내리쳤다.


백 근 무게의 도끼가 낙하하며 가하는 물리적 파괴력은 아득한 질량감을 품고 있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그 둔탁한 무게감에 기가 질려 뒤로 물러섰을 터였다.


하지만 소운은 물러서지 않았다. 피격자 단계의 맷집으로 무작정 들이받는 무모함도 없었다. 소운은 차가운 은빛 눈동자로 도끼날의 궤적을 뇌리로 정밀하게 계산했다.


도끼날이 머리 위 세 자 앞까지 도달한 절체절명의 찰나, 소운의 발걸음이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미세하게 미끄러졌다. 무위보(無爲步)였다.


그것은 바람의 흐름을 타고 적의 가장 강한 일격의 중심점으로 스스로 파고드는 역발상의 보법이었다. 소운은 날카로운 도끼날을 직접 맞닥뜨리는 대신, 도끼 자루가 시작되는 황달의 품 안쪽 중심부로 신형을 날렵하게 밀어 넣었다.


황달이 미치 듯이 도끼를 내리치는 순간, 소운의 발걸음이 무위보의 궤적을 그리며 도끼날 정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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