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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침(銀針)과 붉은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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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찌르는 듯한 독한 한약재 냄새가 소운의 코끝을 찔렀다. 간수들은 가마니때기처럼 붉게 물든 소운의 몸을 의무실 한가운데의 낡은 나무 침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이봐, 설 의원. 교관님이 이 새끼 숨통이 붙어 있는지 보고, 쓸모없다 싶으면 뒤편 절벽 아래 똥통에 던져버리라더군.”


“두고 가세요.”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침상 너머, 은은한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백색 도포를 단정히 차려입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춤에 은침 통을 차고 차가운 눈빛을 빛내는 이 여인이 바로 철석곡 의무실의 유일한 구원이자 천재 의원이라 불리는 설아(雪兒)였다. 간수들은 그녀의 서늘한 기세에 지레 겁을 먹고 침을 뱉으며 서둘러 의무실을 빠져나갔다.


철문이 무겁게 닫히자, 설아는 묵묵히 소운의 머리맡으로 다가왔다. 소운의 상태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전신의 모공에서는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와 무명옷을 온통 붉게 적셨고, 가슴팍은 구철의 정권에 맞아 둔탁하게 함몰되어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소운의 맥을 짚던 설아의 미간이 일순 미세하게 좁혀졌다.


‘경맥이 완전히 뒤틀려 있군. 단전의 문이 굳게 닫힌 채 내력이 거꾸로 솟구치고 있어. 기형적인 기맥이다. 하지만…….’


설아는 소운의 맥박 밑바닥에서 요동치는 기이한 탄성을 감지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주화입마의 맥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가해진 구철의 타격 에너지가 소운의 뒤틀린 단전 입구에 부딪혀 갈 곳을 잃고 세포와 가죽 사이에 갇혀 웅웅거리는 진동이었다.


“너는…… 스스로 기를 방출하지 못하는 몸이구나.”


설아의 나직한 혼잣말에, 혼절해 있던 소운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의식은 암흑 속에 잠겨 있었으나, 아버지가 남겨준 모루 호흡법의 본능이 그의 심장을 겨우 뛰게 만들고 있었다. 설아는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서 은침 통을 열었다. 푸른 진기가 은은하게 서린 세 자루의 자오신침(子午神針)이 달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지금 네 경맥은 파열 직전이다. 적에게 받은 충격을 억지로 기혈 역전의 경로로 되돌리려 했어. 육체의 그릇이 턱없이 부족한데 무리한 반사를 시도한 대가다.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전신의 힘을 빼고 내 침 끝의 기류를 받아들여라.”


설아는 소운의 옷자락을 찢고 가슴 정중앙의 전중혈(膻中穴)을 향해 첫 번째 은침을 찔러 넣었다. 자오신침 구법(子午神針 灸法)의 시작이었다.


치이익!


침 끝이 소운의 가슴 피부에 닿는 순간,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운의 뒤틀린 단전이 침에 담긴 설아의 맑은 진기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격렬하게 반발한 것이다. 기맥이 요동치며 소운의 몸이 활처럼 꺾였다.


“윽……!”


소운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고, 그의 모공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첫 번째 은침이 탄성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 돌바닥에 박혔다. 시술이 실패한 것이다. 소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설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술의 대가였고, 소운의 기형적인 신체 구조를 빠르게 분석해 나갔다.


‘단전을 열어 기를 흐르게 하려 하면 안 돼. 이 아이의 단전은 기를 방출하는 구멍이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단전의 입구를 임시로 완전히 봉인하여, 외부의 충격을 가두어 두는 고무 주머니 형태로 조율해야 한다.’


설아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자오신침을 동시에 쥐었다. 이번에는 손가락 끝에 인술심법(仁術心法)의 푸른 진기를 한층 더 정밀하게 주입했다. 그녀는 소운의 심장 주변 혈도인 거궐혈(巨闕穴)과 신문혈(神門穴)을 향해 번개처럼 침을 꽂아 넣었다.


두 우우웅!


소운의 뼈마디에서 다시 한번 둔탁한 쇠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전이 요동치며 침의 기운을 밀어내려 했으나, 설아는 물러서지 않고 침 끝을 통해 자신의 진기를 끊임없이 주입하여 소운의 기혈 역전(氣血 逆轉) 조율기를 강제로 억눌렀다.


‘버텨라, 모루가 되어라…….’


소운은 혼미한 의식 속에서 아버지 소대장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전신의 힘을 완전히 빼고, 뼈마디를 하나로 연결하는 모루 호흡법을 전개했다. 전신의 핏줄이 검붉게 솟아오르며 심장 박동이 고동치듯 외부로 크게 울렸다. 설아의 침 끝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기운과 소운의 내적 호흡이 마침내 동조하기 시작했다.


파스스.


요동치던 소운의 맥박이 서서히 평정을 찾았다. 전신의 모공에서 흐르던 피가 멈추고, 거칠었던 숨소리가 안정을 찾아갔다. 설아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은침을 거두었다. 소운의 경맥은 임시로 안정되었으나,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수심이 가득했다.


“기혈은 겨우 봉인해 두었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네 경맥의 내구도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어. 이틀 뒤에 있을 다음 비무에서 단 한 번이라도 타격을 받는다면, 네 온몸의 핏줄이 터져 즉사할 것이다.”


소운은 천천히 눈을 떴다. 초점 없는 맑은 눈동자가 설아의 차가운 얼굴을 응시했다.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나직하게 물었다.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설아는 침묵 끝에 의무실 창밖, 어둠에 잠긴 철석곡의 깊은 계곡을 바라보았다.


“지하 3층 뇌인도 절벽의 축축하고 그늘진 틈새에서만 자라는 붉은 약초가 있다. 혈련초(血蓮草). 파열 직전의 경맥을 강제로 수축시키고 뼈의 내구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명약이지. 그것이 있다면 네 뒤틀린 경맥을 완전히 안정시키고 역천경력의 그릇을 넓힐 수 있다.”


“내가…… 가겠다.”


소운이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갈비뼈의 실금과 전신 골절의 통증이 그의 신체를 다시 침상 위로 무너뜨렸다. 설아는 냉정하게 그를 가로막았다.


“움직이지 마라. 지금의 너는 한 걸음도 걷지 못해. 게다가 철석곡 운영회(鐵石谷 運營會)의 눈이 너를 주시하고 있다. 오늘 비무에서 구철의 손목이 꺾인 사건 때문에, 흑호방의 책사 염지공이 배당 조작의 장애물로 너를 의심하기 시작했어. 네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있다.”


설아는 단호한 눈빛으로 의원 도포의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소운이 읽지 못한 깊은 원한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그녀 역시 백광검파 장로 독고용에게 가문이 멸문당하고 복수를 꿈꾸며 이 지옥 같은 철석곡에 숨어든 자였다. 소운의 기이한 반사 무공이야말로 독고용의 위선을 깨뜨릴 유일한 칼날임을 그녀는 직감하고 있었다.


“내가 다녀오겠다. 간수들의 야간 순찰 주기는 내가 장칠을 통해 파악해 두었으니, 밤중에 은밀히 움직이면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소운이 말리려 했으나, 설아는 이미 은침 통과 줄사다리를 챙겨 의무실의 뒷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밤이 깊어 가고, 철석곡 지하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소운은 침상에 누워 초감각 통각을 활성화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축축한 물소리와 바람의 진동이 그의 피부 세포를 통해 전해졌다.


그때, 소운의 신경망에 기괴한 불협화음이 포착되었다.


의무실 외곽 계곡 방향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가죽 장화 소리, 그리고 횃불이 타들어 가는 미세한 파공음이었다. 순찰 주기를 벗어난 흑호방 간수들의 움직임이었다.


‘설아가 발각된다.’


같은 시각, 지하 3층 뇌인도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중간. 설아는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거센 물살이 울부짖는 심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벽 틈새, 차가운 물때가 낀 바위 사이에서 붉은빛을 은은하게 내뿜는 혈련초가 보였다. 그녀가 바르르 떨리는 손을 뻗어 약초의 줄기를 쥐려는 찰나.


절벽 위쪽에서 기괴한 쇳소리와 함께 거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이봐, 이 밑에서 기분 나쁜 약초 냄새가 나지 않나? 의무실의 그 계집이 쥐새끼처럼 돌아다닌다는 보고가 있었다. 횃불을 밝혀라! 절벽 아래를 수색한다!”


붉은 횃불의 불빛이 설아가 매달려 있는 절벽 위쪽을 사정없이 비추기 시작했다. 밧줄을 잡은 설아의 손가락 끝이 하얗게 굳어갔다. 발각되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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