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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포대(長袍隊)의 붉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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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낡은 나무 문틈 사이로 스며든 불빛은 핏빛처럼 붉었다. 우각촌을 뒤흔드는 불길의 잔영이 가마터의 매캐한 연기와 뒤섞여 기괴한 아지랑이를 만들어냈다. 명수가 풀무질을 멈춘 대장간 내부는 쇠를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사라지자 기형적일 정도로 고요해졌다. 오직 화로의 마지막 불똥이 톡, 톡 터지는 소리만이 침묵의 밀도를 더할 뿐이었다.


소운은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늙은 천씨가 평생의 혼을 담아 벼려낸 무명 모루 가슴판(무명 모루 가슴판)은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아 은근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표면에 새겨진 소가 가문의 거울 문양이 용광로의 잔열을 받아 붉게 일렁였다. 양 팔목에 감긴 무쇠 실 붕대(무쇠 실 붕대) 역시 한철 실의 차갑고 팽팽한 탄성을 유지한 채 그의 가죽을 단단히 옥죄고 있었다.


‘강철 가죽 (鋼鐵 皮) 형성기’의 외공 경지가 완성되며 전신의 뼈마디가 무쇠 모루처럼 맞물려 있었지만, 소운의 심장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이모의 손때 묻은 은반지(이모의 손때 묻은 은반지)가 살갗을 자극할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려던 사사로운 복수심이 도가의 맑은 기류처럼 정화되어 흩어졌다. 분노는 거울을 흐리게 할 뿐이다. 아버지를 죽인 배후인 독고용을 단죄하기 위해선, 지금 눈앞의 폭풍을 가장 냉정하게 받아내야 했다.


“운아…….”


설아가 소운의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녀의 손은 은침 통을 움켜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삼생금침의 무리한 활성화로 소운의 생명력이 크게 소모된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밖은 이미 백광검파의 장포대 무사들이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임칠(임칠)은 잔인하기로 소문난 자입니다. 절대로 정면에서 그들의 검초를 받아내려 하지 마세요.”


소운은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먼저 공격하지 않고 오직 반사로만 적을 제압한다는 역천경력의 절대 금기는 그의 뼛속 깊이 새겨진 율법이었다.


쿠우웅!


대장간의 두꺼운 목조 문이 거친 발길질에 비명 소리를 지르며 흔들렸다. 문틈 사이로 회색 장포를 걸친 사내들의 음산한 그림자가 횃불의 불빛과 함께 밀려들었다.


“이 안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소가 가문의 생존자 놈아!”


대장간 마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지극히 거칠고 냉혹했다. 독고용의 명을 받고 우각촌을 초토화하러 온 정예 추격대장, 임칠이었다.


“네놈이 철석곡을 무너뜨리고 도망쳤을 때, 이곳 우각촌으로 기어들어 올 것임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십 년 전 네놈의 가문이 멸문당했을 때처럼, 오늘도 이 비천한 마을 전체가 피바다가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장 기어 나와라!”


그의 외침과 함께 밖에서 민초들의 비명 소리와 타오르는 초가집의 불꽃 터지는 소리가 사정없이 들이쳤다. 임칠은 소운을 끌어내기 위해 이미 마을 민가들에 무차별적으로 불을 지르고 있었다.


“운아, 가지 마라……! 저 악마 같은 놈들이 너를 죽이려 단단히 덫을 놓았다!”


이모 소씨 부인의 울음 섞인 비명 소리가 마당 한가운데서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임칠의 무사들이 이미 약방을 덮쳐 이모를 인질로 붙잡아 가혹한 채찍질과 고문을 가하며 소운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운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은빛 서리를 뿜어내며 차갑게 굳어갔다. 옆에 서 있던 거구의 광부 출신 파수꾼 석삼(석삼)이 이빨을 갈며 쇠못이 박힌 목봉을 움켜쥐었다.


“소가 가문의 은혜를 입고도 이 비겁한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소! 내가 저 개자식들의 머통을 부셔버리겠소!”


“석삼 아저씨, 멈추십시오.”


소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석삼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을 평지에서 저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면 무고한 주민들이 가장 먼저 검날에 찢길 것입니다. 저들의 목표는 나요. 내가 저들을 유인하겠소.”


“하지만 저 몸으로 어찌 저 무자비한 정예 검수들을 감당하려 하오!”


“내 가슴에는 아버지가 남기신 모루가 있소. 부러지지 않소.”


소운은 전신의 근육을 이완하며 대장간의 문을 향해 묵묵히 걸어 나갔다.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이 밤바람에 흩날렸고, 뺨에 남은 왼쪽 뺨 찰과상 흉터가 붉은 화광을 받아 도드라져 보였다.


대장간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자, 매캐한 탄내와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마당 한가운데는 이모 소씨 부인이 무릎이 꿇려진 채 장포대 무사들의 검날 밑에 놓여 있었고, 주변의 민가들은 이미 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정중앙에 회색 장포를 걸치고 얼굴에 깊은 칼자국이 새겨진 사내, 임칠이 사냥개 같은 눈빛으로 소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은 허리에 찬 검자루를 쥔 채 은밀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흐흐흐, 조웅의 보고가 틀리지 않았군.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에, 스스로 무기조차 쥐지 못하는 비천한 샌드백 놈. 네놈이 감히 백광검파의 권위에 도전하려 했느냐?”


임칠이 검을 천천히 뽑아 들며 소씨 부인의 목덜미에 차가운 검날을 바짝 들이댔다.


“당장 무릎을 꿇고 네놈의 두 팔 뼈를 스스로 부러뜨려라. 그렇지 않으면 이 늙은 년의 목을 이 자리에서 베어 가루로 만들어주마.”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소운은 가만히 서서 임칠의 살기 어린 안광을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그의 머릿속은 차갑게 얼어붙은 거울처럼 적들의 위치와 바람의 흐름, 그리고 지형지물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이곳 평지에서 싸우면 주민들이 죽는다. 적들을 한 명씩 각개격파하고 무력화하기 위해선, 오직 안개가 자욱하고 낙석이 자주 발생하는 험준한 귀신골 계곡(귀신골)으로 그들을 유인해야 했다.


소운은 슬그머니 대장간 지붕 위를 쳐다보았다. 그곳 어둠 속에 숨어 딱따기를 쥔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덟 살의 영리한 아이, 순돌(순돌)이가 보였다. 소운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순돌이가 이빨을 악물고 대나무 딱따기를 힘차게 내리쳤다.


딱! 딱! 딱!


맑고 날카로운 딱따기 소리가 밤하늘의 불길을 뚫고 우각촌 주변 숲속으로 멀리 퍼져 나갔다.


“무슨 짓이냐!”


임칠의 미간이 좁혀지는 찰나, 대장간 후방 숲속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수십 발의 사냥용 화살들이 장포대 무사들의 머리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야간 순찰을 돌던 사냥꾼 점박이(점박이)와 그의 부하들이 순돌이의 신호를 듣고 기습적인 지원 사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적습이다! 사방을 경계하라!”


장포대 무사들의 시선이 숲속으로 분산되며 포위망에 거대한 균열이 생긴 찰나, 거구의 석삼이 포효하며 마당으로 돌진했다.


“이 더러운 정파 개자식들아!”


석삼이 백 근 무게의 무쇠 목봉을 휘둘러 소씨 부인을 겨누고 있던 장포대 하급 무사의 옆구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콰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무사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석삼은 신속하게 소씨 부인을 옆구리에 끼고 약방 뒷마당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비천한 광산 노예 놈들이 감히!”


임칠이 분노하여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날카로운 회색 검기가 달아나던 석삼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으윽!”


석삼이 비명을 지르며 어깨에서 붉은 선혈을 쏟아내었다. 깊은 자상을 입었음에도 그는 이빨을 악물고 소씨 부인을 설아와 소지훈이 대기하고 있던 안전 가옥 입구로 밀어 넣었다. 든든한 경비대장이었던 석삼이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뼈아픈 대가였지만, 인질이었던 이모와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는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제 네놈 차례다, 소운!”


임칠이 검을 고쳐 잡고 소운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눈동자는 분노와 살기로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소운은 가슴의 새로운 무명 모루 가슴판을 지그시 느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들의 사냥개여. 가문의 억울한 원한을 풀고 싶다면, 나를 쫓아와라.”


소운은 스스로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살의 도덕률을 지키며, 전신의 근육을 용수철처럼 수축시켰다. 그리고 이내 전방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의 발걸음이 바람의 기류를 따라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미끄러져 나갔다. 무위보(無爲步)였다.


임칠이 전개하려던 살인적인 검초의 정면 궤적을 찰나의 미세한 비틀기만으로 비껴낸 소운은, 장포대 무사들의 포위망 틈새를 유령처럼 빠져나가 험준한 귀신골 계곡의 산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치게 두지 마라! 저놈의 사지를 잘라 독고용 장로님 앞에 바쳐라!”


임칠이 포효하며 소운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그의 뒤를 따라 서른 명의 정예 장포대 무사들이 횃불을 휘날리며 어두운 산길로 질풍처럼 짓쳐 들어갔다.


밤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귀신골 계곡의 입구. 차갑고 음산한 바람이 절벽 사이로 웅웅거리는 괴성을 지르며 불어오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백발을 휘날리는 소운이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의 등뒤로는 천 길 낭떠러지와 험준한 낙석 절벽이 버티고 있었고, 전방에서는 임칠과 서른 자루의 살기 어린 검날들이 안개를 찢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소운은 가만히 서서 가슴팍의 무명 모루 가슴판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안개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임칠을 향해, 가만히 한 손을 들어 보이며 계곡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파고들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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