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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오르는 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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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쾅!


우각촌의 고요한 밤공기를 찢고 들려오는 둔탁한 타격음은 약방의 낡은 흙벽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문짝이 덜덜 떨릴 때마다 천장에서 흙먼지가 부슬부슬 흘러내려 소운의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 위로 떨어졌다.


“이봐! 거기 약방 안의 의원 년! 당장 문 열지 못해? 흑호방의 정기 상단 세금을 바칠 시간이 지났다! 질질 짜지 말고 썩 기어 나와라!”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죽 채찍을 허리에 감은 사파 무사들의 거친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철석곡이 무너진 이후, 갈 곳을 잃고 잔당이 된 흑호방 무사들이 변방의 가난한 광산 마을인 우각촌을 이 잡듯 뒤지며 민초들을 수탈하고 있는 것이었다.


침상에 누워 있던 소운은 감겨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의 투명한 은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고요하게 빛났다. 움직이려 했으나, 전신에 감긴 두꺼운 삼베 붕대와 삼생금침으로 봉인된 단전의 무거운 가사 상태가 그의 육체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뼈마디가 어긋나 있는 등뒤의 자상은 정제염 소독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불타는 듯한 통증을 뿜어내고 있었다.


“소운, 움직이지 마세요. 아직 경맥의 기류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억지로 힘을 쓰면 단전의 문이 열려 전신 경맥이 폭사합니다.”


어둠 속에서 설아가 소운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누르며 속삭였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차갑고 단호했다. 설아의 곁에서는 이모 소씨 부인이 소운의 손을 꼭 쥔 채 소리 없는 오열을 삼키고 있었다. 소운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어머니의 유품, 은반지가 차가운 달빛을 받아 잔잔하게 빛났다. 그 반지가 주는 묘한 온기 덕분에 소운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들던 살성을 차갑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모, 설아.”


소운이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곧 탄로 난다. 놈들이 약방 문을 부수기 전에 대장간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그 몸으로 어떻게…….”


소씨 부인이 걱정스러운 눈물로 말끝을 흐리자, 어둠 속에서 약초 바구니를 멘 사촌 소지훈이 조용히 다가왔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천길 형씨와 함께 약방 뒷마당의 지하 배수구를 통해 소운이를 대장간 지하 통로로 옮기겠습니다. 놈들이 앞문을 부수느라 정신이 없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설아는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은침 통을 품속 깊은 곳에 챙겨 넣고, 소운의 어깨를 부축했다. 소지훈과 천길이 소운의 무거운 몸을 양쪽에서 받아 안았다. 소운은 스스로 힘을 쓸 수 없는 극단의 제약 속에서도, 전신의 무게중심을 미세하게 이완하여 동료들이 자신을 옮기기 가장 편한 상태로 신체를 조율했다. 아버지가 가르쳐 준 모루의 이치, 스스로를 비워내어 타인의 노동을 돕는 유연함이 그의 몸짓에 배어 있었다.


덜컹! 콰앙!


앞문이 마침내 부서지는 굉음이 등뒤에서 들려오는 찰나, 소운 일행은 약방 뒷마당의 썩은 짚단 아래 숨겨진 비밀 수로 입구로 몸을 던졌다.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 배수구의 흙내가 소운의 코끝을 찔렀다. 왼쪽 어깨의 마비 열독이 한독과 섞여 욱신거렸으나, 소운은 묵묵히 관조 명상법을 펼치며 통증을 흘려보냈다.


수로를 따라 십여 분을 은밀히 기어간 끝에, 마침내 뜨거운 열기와 함께 쇠를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지점에 도달했다. 우각촌 대장간(우각촌 대장간)의 지하 가마터였다.


석벽을 밀고 들어서자, 붉게 타오르는 용광로의 거대한 열기가 소운 일행의 얼굴을 후끈하게 달구었다. 화로 옆에는 한쪽 팔에 거대한 화상 흉터가 있고 수염이 텁수룩한 늙은 대장장이 천씨(대장장이 천씨)가 망치를 쥔 채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풀무질을 하던 젊은 조수 명수(명수)가 긴장한 얼굴로 소운을 바라보았다.


“운이냐……! 가문의 마지막 핏줄이 이 지경이 되어 돌아왔구나.”


늙은 천씨가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소운에게 다가왔다. 그는 소운의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과 온몸을 감싼 피 묻은 삼베 붕대를 보며, 주름진 눈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천씨는 소운의 아버지인 소대장의 절친한 친우였다. 소대장이 백광검파의 가혹한 징발에 저항하다 매질로 숨졌을 때, 가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평생을 괴로워했던 노인이었다.


“천 숙부님.”


소운이 흙바닥에 주저앉으며 나지막이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남기신 모루의 파편을 녹여야 합니다.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천씨는 이빨을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대장간 구석의 낡은 철제 궤짝을 열어, 붉은 보자기 조각에 싸여 있던 무거운 쇳덩이 파편들을 꺼냈다. 과거 소가 가문의 제련소에서 배무덕의 파쇄진동공을 막아내고 산산조각이 났던 ‘무명 모루’의 마지막 정철 파편들이었다.


“네 아버지가 목숨처럼 아끼던 모루다. 소가 가문의 혼이 깃든 이 무쇠를 녹여, 너의 새로운 방패를 만들어주마. 명수야! 가마의 화력을 극한으로 올려라! 한철을 녹일 수 있을 때까지 참나무 숯을 들이부어라!”


“예, 사부님!”


명수가 대답하며 거대한 풀무의 손잡이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쿠구구구!


풀무가 작동할 때마다 용광로 내부의 가마 불꽃이 청색에서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고열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장간 가마의 복사열이 사방으로 퍼지며 지상의 차가운 오한을 순식간에 몰아냈다.


소운은 용광로 바로 옆, 열기가 가장 강하게 몰아치는 청석 바닥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몸 표면에서 차가운 물기와 함께 한독(寒毒)이 하얀 김이 되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소운, 지금입니다. 가마의 고열 복사열을 이용해 체내에 잔류하는 한독과 화독을 조화롭게 다스려야 합니다. 제가 양팔의 붕대를 보수하는 동안, 모루 호흡법을 전개하세요.”


설아의 지시에 소운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쿠웅- 슁- 쿠웅- 슁-


명수의 풀무질 소리와 천씨의 망치질 리듬이 대장간 내부의 공기를 기형적으로 공명시키고 있었다. 소운은 그 거대한 풀무의 바람 흐름에 자신의 단전 호흡을 동조시켰다. 가슴이 넓게 팽창하며 대장간의 뜨거운 화기를 들이마시고, 내쉴 때는 등뒤의 차가운 한독을 모공 밖으로 뿜어냈다.


이것이 바로 소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모루 호흡법’의 극의였다. 쇠를 두드리는 망치의 반동을 모루가 흡수하듯, 외부의 극단적인 열기를 자신의 경맥 속으로 흡수하여 골격의 내구도를 올리는 단련법이었다.


그 사이, 조수 명수는 한철(寒鐵)을 미세하게 뽑아내어 만든 특수 무쇠 실 뭉치를 가져왔다. 설아는 소운의 양 팔목부터 팔꿈치까지 감겨 있던 낡은 삼베를 풀어내고, 그 위에 명수가 가공한 무쇠 실을 촘촘히 섞어 새로운 무쇠 실 붕대(무쇠 실 붕대)를 감아 나가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무쇠 실이 소운의 가죽 표면을 조여올 때마다, 기괴한 마찰 진동이 소운의 뼈마디를 자극했다. 소운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전신의 근육을 극한으로 이완했다.


‘강철 가죽 (鋼鐵 皮) 형성기’의 단계였다.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고열이 소운의 피부막에 닿는 순간, 가죽 표면이 순간적으로 붉게 상기되었다가 이내 은은한 백색의 윤기를 띠며 도자기처럼 매끄럽게 변해갔다. 채찍질과 매질로 갈라졌던 가죽들이 수축하며 단단한 철판처럼 고정되었고, 삐걱거리던 이백여섯 개의 뼈마디가 모루 호흡법의 리듬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가며 단단히 맞물렸다. 쇳소리와 같은 둔탁한 금명(金鳴)이 소운의 몸속 깊은 곳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사부님! 모루 파편이 완전히 녹아 쇳물이 되었습니다!”


명수의 외침에 천씨가 달궈진 집게를 들고 가마 앞으로 다가갔다. 도가니 내부에서 붉은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끓어오르는 정철 쇳물은 소가 가문의 장인 정신 그 자체였다.


천씨는 미리 준비해 둔 석고 틀에 정철 쇳물을 조심스럽게 부어 넣었다. 치이이익! 가스가 분출되며 대장간 천장으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천씨는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탕! 탕! 탕!


천씨의 묵직한 망치질이 시작될 때마다, 석고 틀 내부의 무쇠가 벼려지며 형태를 갖추어 갔다. 소운은 그 망치 소리가 자신의 심장 고동 소리와 완벽히 동조하는 경이로운 감각을 느꼈다. 뼛속의 골수가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으나, 소운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은반지가 그의 이성을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망치질이 거듭될수록 무쇠의 밀도가 극한으로 압축되며, 심장 정면을 완벽히 방어할 수 있는 둥글고 단단한 내갑의 형태가 드러났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제련했던 모루의 혼이, 소운의 가슴을 지켜줄 새로운 무구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물을 부어라!”


천씨의 호통에 명수가 차가운 지하 냉천수를 석고 틀 위로 들이부었다.


치이이이이익!


자욱한 흰 수증기가 대장간 내부를 완전히 뒤덮으며 시야를 가렸다. 그 뜨거운 증기 속에서, 늙은 천씨가 집게로 붉은 기운을 뿜어내는 무구를 들어 올렸다.


붉게 달아오른 무쇠의 표면에 소가 가문의 거울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자, 세상의 모든 폭력을 막아설 새로운 무명 모루 가슴판(무명 모루 가슴판)이 마침내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운아, 착용하거라. 이것이 네 아버지가 너에게 남긴 진짜 방패다.”


천씨가 뜨거운 가슴판을 소운의 가슴 위에 얹고, 단단한 가죽 끈으로 소운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 단단히 묶어 고정했다. 가슴판이 닿는 순간, 소운은 전신의 경맥이 무쇠 모루의 탄성과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장엄한 일체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성취의 기쁨을 누릴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삐이이이이-! 삑! 삑!


대장간 밖, 우각촌 고갯길 방향에서 대나무 딱따기(딱따기)를 찢어질 듯이 내리치는 다급한 경보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각촌의 어린 연락책 순돌(순돌)이가 목숨을 걸고 치는 비상의 신호였다.


소운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이 용광로의 잔열에 휘날렸다.


“왔구나.”


소운이 가만히 읊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피부 표면에는 은은한 백색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새로 장착한 무명 모루 가슴판은 그의 가슴 팍에서 붉고 단단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백광검파의 정예 추격대 ‘장포대’를 이끄는 냉혹한 검수 임칠(임칠)이, 마침내 우각촌의 경계를 완전히 포위하고 수색을 개시한 것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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