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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석곡(鐵石谷)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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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


비밀 금고 너머, 지하 투기장의 천장이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바위들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지하 3층 방주실의 바닥이 마치 살아있는 야수처럼 요동쳤다. 석벽 틈새로 쏟아지는 자욱한 흙먼지가 소운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왼쪽 어깨의 독화살 상처에서 스며든 음한한 마비독이 쇄골을 타고 흐르며 전신을 차갑게 얼리려 했다. 소운은 이를 악물고 품속에 독고용의 친필 사주 서찰과 백광검파의 황금 인장을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아버지를 타살하도록 사주한 그 서찰의 빳빳한 감촉이 어깨의 독기마저 태워버릴 듯 차가운 분노를 일깨웠다.


삼생금침의 무리한 기동으로 인해 눈부시게 세어버린 백발이 먼지 바람 속에서 사방으로 날렸다. 가슴을 보호하던 무명 모루 가슴판은 이미 배무덕과의 혈전에서 산산조각 나 소실된 상태. 아무런 보호구도 없는 맨가슴 위로 거친 호흡이 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갈비뼈의 비명이 전해졌다. 소운은 관조 명상법을 발동해 통증을 제3자의 시선으로 흘려보내며 방주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소운! 이쪽이에요!”


연기와 불길이 뒤엉킨 통로 끝에서 은침 통을 움켜쥔 설아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의 단정한 의원 도포는 이미 검은 그을음과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흑태풍이 투기장에 불을 지르고 지하 지지대에 장착된 폭약을 전부 터뜨렸어요! 증거를 인멸하고 우리 모두를 이 지하에 매장하려는 거예요!”


설아의 등뒤로 광산 십장 삼돌과 행동 조장 만석이 이끄는 지하 광부 연대의 노예 수십 명이 공포에 질린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한 연기와 불길이 산소를 집어삼키고 있었고, 지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구는 이미 거대한 낙석 더미에 가로막혀 완전한 통곡의 벽으로 변해 있었다.


“퇴로가…… 퇴로가 막혔다! 우린 여기서 전부 질식해 죽을 거야!”


노예들이 절망 섞인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만석이 거구의 신력으로 곡괭이를 휘둘러 바위를 내리쳤으나, 불꽃만 튈 뿐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천장의 균열이 심화되며 주먹만 한 돌멩이들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대장간 보조 덕구가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 무거운 자루 하나를 짊어지고 나타났다.


“형님! 대장간 보관함에서 빼돌려 둔 황린 분말입니다! 이놈을 가마 화로에 투척하면 연쇄 폭발을 일으켜 측면의 약한 석벽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황린 분말.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발화하고 물로도 꺼지지 않는 강력한 화공 재료였다. 소운은 백발 사이로 번뜩이는 은빛 눈동자로 철석곡 지하 대장간 방향의 벽면을 주시했다. 대장간의 거대한 가마 화로는 측면 수로와 맞닿아 있었다. 만약 그곳을 폭파해 뚫어낸다면, 수안성으로 연결되는 지하 수맥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덕구, 황린을 가마에 던져라. 만석과 삼돌은 사람들을 대장간 안쪽 석벽 뒤로 대피시켜라.”


소운의 묵직하고 고요한 목소리가 광부들의 동요를 단숨에 가라앉혔다. 덕구가 이빨을 악물고 대장간 가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가 가마의 붉은 쇳물 속으로 황린 자루를 통째로 던져 넣는 순간, 소운은 설아의 어깨를 감싸 쥐고 대장간 모퉁이의 단단한 무쇠 모루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콰아아아앙!


눈을 멀게 할 듯한 거대한 적색 화염 폭풍이 대장간을 집어삼켰다. 황린 분말이 고온의 쇳물과 만나며 일으킨 연쇄 폭발이 장로각 하부와 연결된 거대한 측면 석벽을 사정없이 타격했다. 쿠구구궁! 석벽이 쪼개지며 마침내 차가운 지하 수로의 바람이 불어오는 새로운 대피로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뚫렸다! 살았다!”


광부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무너진 석벽 틈새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황린 폭발의 엄청난 진동이 가뜩이나 붕괴해가던 지하 투기장 천장의 균열을 완전히 임계점 너머로 몰고 갔다.


쿠구구구구구!


머리 위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소운이 초감각 통각을 통해 공기의 파동을 읽어낸 순간, 천장의 거대한 암반 전체가 통째로 무너지며 수만 근에 달하는 거대한 낙석들이 피난하던 노예들과 설아의 머리 위로 수직 하강하기 시작했다.


“안 돼……!”


설아가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낙하하는 거대한 돌벽의 그림자가 그녀의 하얀 도포를 어둡게 물들였다.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질량의 물리적 에너지가 그대로 짓누른다면 전신이 으스러져 즉사할 것이 자명했다.


소운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먼저 공격할 수 없다는 역천경력의 절대 금기를 가슴 깊이 새기며, 오직 적이 가해오는 물리적 폭력과 자연의 파괴력 그 자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스스슥!


소운의 발끝이 먼지 자욱한 돌바닥 위를 기괴한 궤적으로 미끄러졌다. 무위보(無爲步)였다. 그는 낙석을 피하는 대신,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수직 낙하 경로의 가장 맹렬한 중심점을 향해 스스로 파고들었다. 가슴 보호대마저 소실된 맨몸으로, 오직 전신의 가죽과 뼈만을 방패로 삼은 채.


“소운!”


설아의 절박한 비명 소리가 대장간을 울리는 순간, 소운은 설아를 자신의 품속 깊숙이 끌어안았다. 그리고 바위가 그의 등을 강타하기 직전, 전신의 근육과 가죽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이완했다. 긴장한 가죽은 찢어지지만, 비워진 가죽은 충격을 가두는 법이었다.


쿠우우웅!


수천 근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가 소운의 등덜미를 정면으로 내리쳤다.


그 순간, 소운의 뼛속 깊은 곳에서 웅웅거리는 지독한 쇠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낙석이 가한 파멸적인 낙하 운동 에너지가 소운의 강철 가죽 표면을 짓누르며 기경팔맥을 타고 전신 골격으로 스며들었다. 어깨의 마비독 상처가 찢어지며 뜨거운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설아의 하얀 도포를 붉게 적셨다. 등 전체의 가죽이 찢겨 나가고 갈비뼈가 부러질 듯한 극심한 타박상이 엄습했다.


하지만 소운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골격 분산 반사 기술을 전개하여, 등뒤로 쏟아진 거대한 질량의 충격을 이백여섯 개의 뼈마디로 고르게 나누어 저장했다. 전신의 모공에서 핏방울이 배어 나와 백발을 붉게 물들였다.


‘되돌려준다.’


소운은 품 안의 설아를 꽉 안은 채, 전방을 향해 철벽 낙법(鐵壁 落法)의 회전력을 폭발적으로 전개했다. 등뼈에 가두어 두었던 수만 근 낙석의 운동 에너지가 두 배의 은빛 반사 충격파가 되어 전방의 무너져 내리는 돌벽을 향해 일직선으로 방출되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전방을 가로막고 있던 무거운 바위벽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소운이 온몸으로 받아낸 자연의 파괴력이 역으로 퇴로를 가로막던 돌더미를 완전히 파쇄해 버린 것이다. 자욱한 먼지 구덩이 너머로, 지하 깊은 곳에서 푸른 안개를 내뿜으며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지하 수로의 급류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대피로가 열렸다! 물길로 뛰어들어라!”


소운은 등 전체에 흐르는 선혈을 머금은 채, 품 안의 설아를 굳게 안고 무너져 내리는 천장을 뒤로한 채 거센 물살을 향해 몸을 던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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