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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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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안광이 비밀 투기장 전체를 기괴하게 뒤흔들었다. 배무덕의 양 손목에 채워진 녹정석 아대가 터질 듯이 울부짖으며 내뿜는 파동이었다. 일류 초입의 강자가 지닌 모든 내력과 사파의 독기가 공명하여 뿜어내는 진동은, 링 주변의 청석 바닥에 거미줄 같은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네놈이 어떻게…… 어떻게 다시 일어선 것이냐!”


배무덕의 야수 같은 얼굴이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로 찌그러졌다. 명치 정중앙을 파쇄진동공으로 정확히 타격당해 심장이 멈췄던 노예 샌드백이 아니던가. 그러나 눈앞의 소운은 쓰러지기는커녕, 전신에서 핏빛의 붉은 열기와 한철의 차가운 은빛 서리를 동시에 피어올리며 우뚝 서 있었다.


가장 기괴한 것은 그의 머리카락이었다. 방금 전까지 더벅머리 끝자락에 남아 있던 검은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는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하고 쓸쓸한 백발이 되어 어깨너머로 흩날리고 있었다. 삼생금침(三生金針)의 구명 비기가 강제로 기맥을 소생시키는 과정에서 소운의 생명력을 극한으로 연소시킨 처절한 대가였다.


‘시간이 없다.’


소운은 백발 사이로 보이는 맑고 고요한 은빛 눈동자로 적을 응시했다. 심장 주변의 세 자루 금침이 혈도를 찌르며 전해오는 고통은 골수를 태우는 듯 뜨거웠으나, 석정 스님에게 배운 관조 명상법(觀照 瞑想法) 덕분에 그의 내면은 오히려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호수와 같았다. 단전은 완벽히 비워져 있었고, 역류한 기류는 고무 주머니처럼 팽팽한 탄성을 유지한 채 적의 마지막 일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링 아래 구석, 쓰레기더미 옆에서 빗자루를 꼭 쥔 채 숨어 있던 어린 노예 소년 철이가 소운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음에도, 단 한 번도 주먹을 쥐어 상대를 타격하지 않고 오직 온몸으로 매질을 받아내 지켜주는 소운의 뒷모습. 철이의 눈동자에는 칼날의 번뜩임보다 더 숭고하고 단단한 방패의 평화로운 무학이 깊은 경외감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쇠를 두드리는 모루처럼, 남을 해치지 않고도 세상을 막아서는 강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철이는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사술을 부리는 괴물 놈! 그 백발과 함께 뼛가루로 만들어주마!”


배무덕이 광포한 비명을 지르며 지면을 박찼다. 그의 거구는 탄력을 받아 공간을 찢을 듯이 쏘아져 왔다. 그의 모든 진기가 집중된 오른손 장바닥이 초록색 광풍을 일으켰다. 파쇄진동공의 최종 극의, 파쇄진동장(破碎振動掌)이었다.


그 파괴력은 최소 400근에 달했다. 일류 고수의 필살 일격이자, 소운이 지닌 현재 신체의 물리적 한계량인 300근 반사 한계를 아득히 초과하는 파멸적인 질량이었다. 그대로 직격당한다면 뼈와 장기가 분쇄되어 즉사할 것이 자명했다.


소운은 피하지 않았다. 스스로 먼저 공격할 수 없다는 역천경력의 절대 금기를 가슴 깊이 새기며, 오직 적이 가해오는 폭력의 중심점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생명력 연소 충격 강화(生命力 燃燒 衝擊 强化).’


소운이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리며 심장의 삼생금침 봉인을 강제로 한 단계 더 풀어냈다. 그의 백색 피부 표면이 순간적으로 핏빛으로 붉게 물들며 근육과 뼈가 무쇠처럼 팽창했다. 일시적으로 충격 허용 한계치를 끌어올리는 금단의 비기였다.


콰아아아앙!


배무덕의 파쇄진동장이 소운의 가슴 정중앙에 작렬했다.


그 순간, 소운의 무복 내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가보 무명 모루 가슴판이 거대한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수십 개의 무쇠 파편들이 링 바닥을 긁어내며 사방으로 튀었고, 가슴판은 형체도 없이 완전한 쇳가루가 되어 밤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보호막이 사라진 소운의 맨 가슴으로 400근에 달하는 초고속 진동파가 직접 침투했다. 전신의 모공에서 미세한 핏방울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숨이 턱 막히고 눈앞이 붉게 물드는 지독한 고통이 엄습했다.


하지만 소운의 영혼은 꺾이지 않았다.


“진동 상쇄(振動 殺)!”


소운은 뼈 속 깊이 잠재되어 있던 한철 모루의 서늘한 냉기를 고속으로 회전시켰다. 그의 이백여섯 개 뼈마디가 배무덕의 진동 주파수와 정확히 반대되는 역방향의 진동을 스스로 일으키기 시작했다. 거대한 진동과 역진동이 소운의 갈비뼈와 척추뼈 속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웅웅거리는 쇳소리와 함께 배무덕의 파쇄진동장이 지닌 관통 에너지가 갈 곳을 잃고 소운의 골격 속에 완벽히 갇혔다.


“……이, 이럴 수가! 내 진동이 사라지다니!”


배무덕의 주먹이 소운의 가슴에 박힌 채, 그의 안구가 터질 듯이 확장되었다. 자신의 필살 진기가 상대의 뼛속에서 흔적도 없이 흡수되어 소멸한 느낌이었다.


“가져가라.”


소운이 핏빛 입술을 열어 나지막이 읊조렸다.


기혈 반류 제어가 작동했다. 단전의 문이 거칠게 닫히며, 소운의 골격 속에 갇혀 있던 400근의 진동 에너지가 기경팔맥의 역방향 경로를 타고 폭발적으로 역류했다. 그것은 단순히 적의 힘을 돌려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소운의 가죽과 뼈의 수축 탄성이 더해진, 역천경력의 본질적 극의였다.


“쌍배 반사(雙倍 反射)!”


두 우우우웅!


소운의 가슴팍에서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은빛 광막이 거울처럼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배무덕이 쏟아부었던 파괴력의 정확히 두 배에 달하는 800근의 진동 충격파가 배무덕의 오른손 장바닥을 타고 역방향으로 고속 역류해 들어갔다.


퍼어어어엉!


가장 먼저 폭발한 것은 배무덕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녹정석 아대였다. 진동 증폭 광석들이 두 배의 공명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잘게 부서지며 초록색 가루가 되어 폭발했다.


그 뒤를 이어, 가혹한 물리 법칙의 징벌이 배무덕의 육체를 덮쳤다.


우드드드득! 콰직!


“아아아아악!”


비밀 투기장 돔 천장을 찢어발길 듯한 처절한 비명이 배무덕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배무덕의 오른손 손가락뼈를 시작으로, 손목, 요골과 척골, 그리고 어깨 관절에 이르기까지 양팔의 모든 뼈마디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산산조각이 나며 주저앉았다. 살 가죽 내부에서 뼈가 가루가 되어 으스러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힘의 반동을 이기지 못한 양팔의 근육과 힘줄이 사정없이 찢어져 나가며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자신이 세상에 가했던 가혹한 폭력의 무게가 정확히 두 배의 칼날이 되어 자신의 몸을 찢어발긴 것이다.


콰아아앙!


배무덕의 양팔이 힘없이 축 늘어지며, 그의 거구가 링 바닥으로 처참하게 처박혔다. 그 충격의 여파로 사슬로 둘러싸여 있던 제2투기장의 거대한 청석 링 한가운데가 쩍 갈라지며 깊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배무덕은 산산조각 난 양팔을 바닥에 늘어뜨린 채, 고통에 겨워 전신을 경련하며 신음했다. 투기장의 무패 챔피언이자 야수라 불리던 사내의 완벽한 몰락이었다.


그리고 투기장 전체에 기괴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가면을 쓴 채 거액의 판돈을 걸고 살육을 즐기던 명문 정파의 원로들과 사파의 거물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흑호방 방주 흑태풍은 들고 있던 철환을 떨어뜨린 채 멍하니 링 중앙을 바라보았고, 조풍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감격 어린 눈빛으로 소운을 주시했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완전한 백발이 된 소운은 터진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쓰러진 챔피언을 고요히 내려다보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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