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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초당의 은밀한 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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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골짜기의 깊은 밤은 산 자의 숨소리마저 집어삼킬 듯 고요했다.


낮 동안 서하민과의 치열했던 결투가 남긴 여파는 별장의 무거운 공기 속에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었다. 방 안의 어둠 속에서 송무현은 천천히 침상에 몸을 일으켰다. 움직일 때마다 왼쪽 어깨에서 타오르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하민의 청강검이 꿰뚫고 지나간 상처는 급히 지혈해 두었으나, 붕대 위로 벌써 검붉은 선혈이 베어 나와 가죽 망토를 적시고 있었다.


"……읍."


무현은 낮게 신음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고통 억제 기예를 가동해 뇌로 가는 통증을 강제로 차단하려 했지만, 몸속의 상태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가슴팍에는 설화의 비수가 남긴 자국이 아직 아물지 않았고, 위장 깊은 곳에서는 유리가 매일 밤 먹였던 마비성 정제독이 잔존하여 그의 혈맥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다. 여기에 하민의 관통상까지 더해지니, 단전의 기는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었고 심장의 맥박은 불규칙하게 널뛰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무현의 흐릿한 은회색 눈동자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하민이는 오해를 풀고 은거지 외곽의 경비를 맡기 위해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적들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왼손의 손가락은 독기의 열기로 인해 여전히 완전히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쓰러지면…… 안개의 장막이 꺼진다. 아가씨들이 위험해져.'


무현은 굳어버린 왼손을 가죽 망토 자락 아래로 깊숙이 숨겼다. 그리고 자매들이 깊은 잠에 빠진 것을 심안으로 확인한 뒤, 소리 없이 방 문을 열고 별장을 빠져나왔다. 밤안개가 가득한 골짜기의 험로를 지나, 그가 향한 곳은 귀곡현 변두리의 울창한 대나무 숲속이었다.


그곳에는 제국의 눈을 피해 은밀히 상처받은 자들을 치료하는 신의, 지선혜가 운영하는 비밀 약방 ‘백초당(Baekcho-dang)’이 있었다.


* * *


바람이 대나무 숲을 흔들며 서글픈 울음소리를 내는 밤이었다. 짙은 안개 속을 뚫고 백초당의 낡은 목조 대문 앞에 도달한 무현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짝에 기대어 스르르 주저앉았다.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가 대나무 바닥을 적셨다.


달그락.


문이 열리며 은은한 약초 냄새와 함께 단아한 녹색 의복을 입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초당의 주인, 지선혜였다. 그녀의 맑고 예리한 눈동자가 바닥에 쓰러진 무현을 포착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송 기사님……?!"


"……지 의원, 오랜만입니다."


무현은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겨우 열어 나직하게 속삭였다. 선혜는 급히 조수 이명숙을 불러 무현을 안쪽의 은밀한 치료실로 부축해 들였다.


치료실의 희미한 등불 아래, 무현의 회색 망토와 피 젖은 상의가 벗겨졌다. 그의 상체가 완전히 드러나는 순간, 지선혜와 이명숙은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라고 믿기 힘든 참혹한 비주얼이었다.


하얗게 세어버린 은발 아래로 드러난 무현의 가슴팍에는, 설화의 비수가 관통하려 했던 심장 부근의 깊고 붉은 흉터가 징그럽게 도드라져 있었다. 그 주변의 혈관들은 유리가 주입한 마비독의 여파로 검푸르게 괴사하여 기괴한 그물망처럼 퍼져 있었고, 새로 추가된 왼쪽 어깨의 관통상은 붉은 선혈을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이명숙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흘렸다. 매일 밤 피를 흘리며 별장으로 복귀하던 무현의 처참한 실상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는 보조 의원이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지선혜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서둘러 무현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차가운 침묵이 치료실을 지배하는 동안, 선혜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굳어버린 목소리로 물었다.


"송무현 씨. 당신 지금 제정신입니까?"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심장 경락의 70%가 이미 괴사하고 봉인되어 있어요! 유리의 마도 맹독이 심장 주변을 옥죄고 있는데, 어깨에는 또 이런 끔찍한 관통상을 입고 오다니요! 당장 내공 운용을 멈추고 쉬지 않으면, 당신의 수명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선혜의 목소리에 깊은 연민과 분노가 뒤섞여 울렸다. 그녀는 무현이 백씨 가문의 세 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배신자 누명을 쓰고 온몸이 걸레짝이 되도록 희생하고 있음을 아는 몇 안 되는 이해자였다.


"그녀들을…… 지켜야 합니다. 스승님과의 약속입니다."


무현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자락의 원망도, 변명도 없었다. 오직 소중한 이들을 지키겠다는 숭고한 기사도의 신념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그녀들은 당신을 원수로 오해하고 죽이려 드는데, 당신은 왜 혼자서 이 모든 피눈물을 삼키는 겁니까? 진실을 말하면 되잖아요!"


"진실은…… 그녀들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나를 찌르고 독을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죄책감이 그녀들의 영혼을 완전히 파멸시킬 겁니다. 차라리 내가 원수로 남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니 지 의원, 제발 아가씨들에게는 제 상태를 비밀로 해주십시오."


무현의 나직한 부탁에 지선혜는 결국 피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이 고집스럽고 고결한 기사를 말릴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명숙, 어서 백초당 영양탕을 가져와라. 보혈 약초를 가장 강하게 달인 것으로!"


선혜는 서둘러 벽옥침(壁玉針)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맑은 내력이 흘러나와 푸른 침 끝을 감쌌다.


"아플 겁니다. 독소의 흐름을 심장에서 강제로 묶어두는 시술이라,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고통이 따를 거예요."


"버틸 수 있습니다."


무현은 눈을 감았다. 선혜의 벽옥침이 그의 심장 주변 혈도를 정확하게 관통하기 시작했다. 침이 살을 뚫고 들어갈 때마다, 무현의 가슴팍 실핏줄들이 붉게 요동치며 비틀렸다. 유리가 먹인 독소와 내상이 충돌하며 전신에 극심한 오한이 밀려왔다. 무현의 하얀 은발이 차가운 땀방울로 젖어들었고, 전신이 딱딱하게 마비되며 굳어갔다.


"도련님, 탕약을 드셔야 합니다!"


명숙이 눈물을 닦으며 가져온 뜨거운 [백초당 영양탕]을 무현의 입술 사이에 흘려 넣었다. 보혈 약초의 강렬한 쓴맛과 함께 단전에서 미세한 온기가 피어올라 괴사해가던 심장 혈맥을 일시적으로 지탱해 주었다. 침구술의 반동으로 기력이 완전히 소실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무현은 묵묵히 고통을 견뎌내며 생명선을 이어 붙였다.


"일시적인 봉인일 뿐이에요. 근본적인 치유를 하려면 빙혼곡의 빙백초 아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 몸으로는……."


선혜가 안타깝게 말하며 무현의 가슴에 마지막 침을 꽂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대나무 숲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불길한 발소리들이 백초당 마당 외곽에서 들려왔다.


"이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라! 역적 송무현의 피 냄새가 이 근처로 이어져 있다!"


거친 사내들의 목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횃불 불빛이 백초당의 창호지 창문을 붉고 음산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국경 수비대 사령관 조태강의 정찰조가 약방 턱밑까지 당도한 것이었다.


지선혜는 무현의 가슴에 침을 꽂은 채 굳어버렸고, 치료실 내부에는 숨 막히는 침묵과 함께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가득 차올랐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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