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Afternoon_Garden

붉은 불꽃과 탈출의 길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화마(火魔)가 대나무 숲을 삼키기 시작했다. 매캐한 탄내가 창호지 틈새로 무자비하게 밀려들며 백초당의 단아했던 치료실을 순식간에 숨 막히는 지옥으로 바꾸어 놓았다.


"역적 송무현이 이 안에 숨어든 게 확실하다! 불을 더 질러라! 쥐새끼 한 마리도 살아 나가지 못하게 해라!"


창밖에서 들려오는 군사들의 거친 고함과 함께, 쐐액 하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사방을 메웠다. 기름을 먹인 불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백초당의 초가 지붕과 목조 기둥에 사정없이 박혔다. 순식간에 천장이 붉은 화염으로 뒤덮이며 무너져 내리는 대들보 파편이 바닥을 때렸다.


가슴팍에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는 벽옥침(壁玉針)들을 꽂은 채 누워 있던 송무현은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지선혜의 정밀 침구술 반동으로 인해 전신의 내공이 일시적으로 고갈되고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버린 상태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가혹한 피로와 마비감이 그의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송 기사님! 움직이면 안 됩니다! 아직 침을 다 뽑지도 못했어요! 지금 움직였다간 경락이 완전히 뒤틀려 심장이 터져버릴 겁니다!"


지선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맑았던 눈동자에는 자욱한 연기와 불길에 대한 공포, 그리고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원으로서의 절박함이 뒤섞여 요동치고 있었다. 조수 이명숙 역시 불길이 차오르는 치료실 구석에서 탕약 사발을 품에 안은 채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 의원…… 이대로 있으면 모두 죽습니다."


무현은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깨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하얗게 세어버린 은발이 땀과 매연으로 얼룩져 이마에 흩날렸다. 무현은 '고통 억제' 기예를 가동했다. 뇌신경으로 이어지는 통증 전달 경로를 억지로 차단하자, 뼈를 깎는 듯한 침구술의 반동과 왼쪽 어깨 관통상의 욱신거림이 일시적으로 감각 저편으로 밀려났다.


무현은 제 가슴에 꽂혀 있던 벽옥침들을 거친 손길로 단숨에 뽑아냈다. 혈도가 열리며 울컥하고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바닥에 떨어진 낡은 제식 장검의 검집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상의를 대충 추스른 뒤, 공포에 질려 주저앉은 지선혜를 향해 등을 돌려 댔다.


"제 등을 잡으십시오. 명숙 처자는 내 소매를 꽉 잡고 절대 놓치지 마십시오."


"하지만 송 기사님의 몸이……!"


"시간이 없습니다!"


무현의 단호한 일갈에 선혜는 눈물을 머금고 그의 넓은 등에 매달렸다. 무현은 왼손의 손가락 감각이 유리의 마비독 폭주로 인해 완전히 상실되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오직 오른손 하나로 선혜의 둔부를 단단히 받쳐 업고 명숙의 손을 쥔 채 치료실 문을 걷어찼다.


쿠우웅—!


불타는 목조 문짝이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마당으로 튕겨 나갔다. 문을 나서자마자 대나무 숲 전체를 뒤덮은 붉은 화마와 수십 명의 수비대 병사들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병사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나왔다! 역적 놈이다! 쏴라!"


수십 대의 불화살이 밤공기를 찢으며 무현과 선혜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무현은 오른손에 쥔 낡은 장검의 검집을 둥글게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그의 단전 깊은 곳에서 억지로 쥐어짜 낸 푸른색 내력이 검집 표면을 타고 흘러넘쳐, 그들의 전방에 거대하고 반투명한 푸른빛 장벽을 형성했다.


‘불살의 방어막’이었다.


타타타탕—!


무수한 불화살들이 푸른 장벽에 가로막혀 무력하게 불꽃을 튀기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적들을 죽이지 않고 오직 날아오는 살기만을 완벽히 튕겨내는 고결한 기사도의 방패였다. 하지만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내공을 전개하자, 무현의 심장 주변 괴사한 혈맥들이 찢어질 듯한 과부하를 일으키며 목구멍으로 뜨거운 핏물이 울컥 솟구쳤다. 무현은 이를 악물고 핏물을 다시 삼켜내며 전방을 향해 짓쳐 나갔다.


백초당의 울창했던 대나무 숲길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어둠 속에서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기마대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조태강의 잔인한 심복, 강태필이 이끄는 정예 기마대였다.


"비열한 역적 송무현! 결국 쥐새끼처럼 의원의 치맛자락 뒤에 숨어 있었구나! 사령관님의 명령이다. 네놈의 목을 베어 국경 요새의 성벽에 걸어주마!"


강태필이 비열한 사시 눈을 빛내며 철가시 채찍을 들이댔다. 수십 기의 기마대가 창끝을 세우고 무현을 포위해 들어왔다. 등에 업힌 지선혜의 가녀린 몸이 공포로 잘게 떨리는 것이 무현의 등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대로 정면 충돌하는 것은 부상당한 선혜와 명숙을 사지로 모는 길이었다. 무현에게는 변칙적인 기만과 돌파가 필요했다.


무현은 망토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설태평이 전해주었던 묵직한 물건을 꺼냈다. 황실 비밀 사단의 표식이 정교하게 새겨진 위조 마패였다. 무현은 그것을 강태필의 안면을 향해 강하게 던졌다.


"황명(皇命)이다! 수색을 중단하고 즉시 무릎을 꿇어라!"


무현의 낮고 장엄한 사자후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강태필은 날아오는 물체를 얼떨결에 손으로 받아쥐었다. 붉은 마도 안광이 서린 황실의 인장과 비밀 사단의 각인이 새겨진 마패를 확인한 순간, 강태필과 수비대 병사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 이것은…… 황실 비밀 사단의 마패?!"


"나는 황제 폐하의 밀명을 받고 역적 백무진의 잔당들을 유인하기 위해 위장 잠입한 비밀 기사다! 내 작전을 방해하는 자는 삼족을 멸하라는 폐하의 교지가 보이지 않느냐!"


무현의 기백 서린 호통과 완벽한 황실 기사의 태도에 수비대원들은 일시적으로 지휘 체계의 대혼란을 겪었다. 강태필 역시 마패의 정교함과 무현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짓눌려 손을 부르르 떨며 사격을 일시 중지시켰다.


"그, 그럴 리가…… 송무현은 분명 밀고자이자 배신자라고……."


"망설이는 자는 즉시 반역죄로 다스리겠다!"


적들이 혼란에 빠져 멈칫하는 단 1초의 찰나. 무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무현은 다리의 특정 혈도를 내력으로 강하게 자극하며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뇌전 보법(雷電 步法)’이었다.


그의 발끝에서 푸른빛 뇌전 잔상이 일며, 무현의 신형은 번개가 치듯 순간적인 속도로 기마대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소리마저 초월한 초고속의 기동이었다.


그러나 내상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법을 연속 가동한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다리의 경락이 순간적으로 뒤틀리며 극심한 마비와 쥐가 무현의 하체를 덮쳤다.


"윽……!"


무현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차가운 진흙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등에 업힌 지선혜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질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주변의 수비대 병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창을 겨누며 다시 달려들려 했다.


무현은 전신을 찢는 듯한 심장의 극통을 무시한 채, 부러진 수호검 대신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집을 오른손으로 꽉 쥐었다. 그리고 바닥을 쓸어내듯 크게 휘둘렀다.


검을 뽑지 않은 검집 끝에서 무형의 은밀한 검기가 방출되어 기마대 말들의 앞다리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히히힝—!


말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쓰러졌고, 그 위에 타고 있던 병사들이 연쇄적으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무현은 적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은 채, 오직 기동력만을 완벽히 무력화하고 다시 한번 뇌전 보법을 전개해 어둠이 짙게 깔린 안개골짜기의 숲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 * *


귀곡현 외곽의 울창한 숲을 뚫고 대나무 숲의 불길이 멀어질 때쯤, 무현의 체내 독소 정화 한계 수치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유리의 마비독을 정화하느라 정화 혈맥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쳤고, 그의 은회색 눈동자는 점차 초점을 잃고 탁해져 갔다.


시야가 까맣게 변해가는 일시적 실명 상태의 징조가 그를 덮쳐왔다. 무현은 오직 미세한 공기의 흐름과 살기를 소리로 감지하는 ‘심안’ 기예에 의존한 채, 필사적으로 발걸음을 옮겨 안개별장의 차단 결계 안으로 진입했다.


이윽고 별장의 견고한 석조 대문이 흐릿한 시야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현은 등에 업은 지선혜를 안전하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안도감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초당은 완전히 전소되어 사라졌고, 귀곡현 내의 유일한 메디컬 안전지대는 소실되었다. 하지만 지선혜를 무사히 은거지로 합류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녀의 존재는 향후 자매들에게 무현의 참혹한 신체 상태를 폭로할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가 될 터였다.


그때였다.


별장의 낡은 목조 대문이 거칠게 열리며, 외곽 경비를 돌던 소년 검사 서하민이 피투성이가 된 몰골로 헐떡이며 뛰어들어왔다. 소년의 청강검 끝에서는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사형! 큰일났습니다!"


하민의 절박한 외침에, 안채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설화와 백유리 역시 경악한 얼굴로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무슨 일이냐, 하민아?!"


설화가 하민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하민은 숨을 몰아쉬며, 별장 침상에 기댄 채 흐릿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현을 향해 외쳤다.


"대재상 사마충의 수하이자 국경 지대의 무림 맹주인 사공혁(Sagong Hyeok)이…… 대규모 사설 무인들과 적혈기사단 정예병들을 이끌고 안개골짜기 턱밑까지 당도했습니다! 이미 골짜기 입구의 모든 퇴로를 완벽히 봉쇄하고 포위 진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안개별장의 마당에 서늘하고 묵직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겨우 숨을 돌린 무현과 자매들의 머리 위로, 제국 중앙 권력의 가장 거대하고 잔혹한 살기가 서서히 숨통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