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Taohua

빗물과 푸른 폭주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얼어붙은 도어락 너머, 철문 틈새로 아드리안의 시린 푸른빛 연기가 은은하게 새어 나와 그녀의 주위를 감싸 안았다. 오동식의 무거운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설아는 참았던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의 온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오른손 검지 끝은 지난밤 아드리안이 깨어날 때 방출한 혹독한 냉기 때문에 여전히 하얗게 마비되어 아릿한 통증을 풍겼고, 관자놀이는 깨질 듯한 편두통으로 지끈거렸다.


“아드리안…….”


설아가 나직하게 이름을 부르자, 문틈으로 흘러나오던 푸른 연기가 그녀의 마비된 손가락 끝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실체가 없는 영혼의 온기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설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은 죄책감과 불안을 따뜻하게 녹여내렸다. 설아는 주머니에서 할아버지의 유품인 독일제 빈티지 메스를 꼭 쥐었다. 이 유물이 그녀에게 주는 이성적인 감각이 없었다면, 벌써 이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초자연적 현상 앞에 무너졌을 터였다.


겨우 몸을 일으킨 설아는 먹통이 된 디지털 도어락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의 냉기 폭주로 내부 전자 기판이 완전히 쇼트되어 하얗게 서리가 낀 채 고장 나 있었다. 이대로 두면 외부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될 뿐만 아니라, 장마철의 습한 공기가 아틀리에 내부로 고스란히 흘러들 터였다. 설아는 헤어드라이어와 화학 세척제를 꺼내 도어락 내부를 응급 건조하고 임시로 문걸쇠를 걸어 잠갔다.


하지만 진짜 재앙은 문 밖이 아닌 하늘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쿠르릉, 콰광!


망원동 하늘을 찢어발기는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소나기가 아니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무섭게 퍼붓는 집중호우였다. 아틀리에가 위치한 한강 빌라 지하는 노후화된 건물 특성상 수분에 극도로 취약했다. 세차게 몰아치는 빗소리가 지하의 얇은 콘크리트 벽을 타고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야옹-”


지하 작업실 구석에서 턱시도 무늬의 길고양이 나비가 날카롭게 울며 설아의 바짓가랑이를 물어당겼다. 나비의 영롱한 오드아이 눈동자가 향한 곳은 천장 구석에 위치한 낡은 환기구였다.


뚝, 뚝. 뚜르르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노후된 환기구 틈새로 흙탕물이 섞인 빗물이 역류하여 바닥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설아는 비명을 지르며 제습기 두 대를 풀가동하려 전원 버튼을 눌렀다. 웅성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제습기가 돌아가는가 싶던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아틀리에 전체의 전등이 동시에 꺼졌다.


탁!


“전기 누전인가……?”


빗물이 보일러실의 노출된 전선에 닿아 아틀리에 전체 전원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었다. 암흑이 찾아온 아틀리에 내부의 온습도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제습기가 멈추자마자 지하 특유의 눅눅하고 퀴퀴한 습기가 공기 중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벽면에 걸어둔 간이 온습도계의 바늘이 가파르게 치솟아 90%를 돌파했다.


설아는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초상화가 놓인 거치대로 달려갔다. 손전등의 하얀 불빛이 17세기 미스터리 초상화를 비추는 순간, 설아의 숨이 턱 막혔다.


“아드리안…… 안 돼…….”


초상화 가슴 부위, 300년 전 아드리안이 찔렸던 심장 언저리의 캔버스 천 위로 붉고 기이한 주술적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곰팡이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핏줄처럼 붉고 가느다란 균사가 캔버스의 마 섬유를 타고 급격히 번식하며 아드리안의 은빛 옷자락을 시커멓게 잠식해 나갔다.


- 아아아악!


동시에 아틀리에 전체를 뒤흔드는 참혹한 비명 소리가 설아의 뇌파를 찢어발기듯 울려 퍼졌다. 무음의 대화 주파수가 극도로 불안정하게 폭주하며 발생한 영적 진동이었다. 전신이 불타오르고 썩어 들어가는 듯한 아드리안의 고통이 설아의 신경계로 고스란히 전이되어, 설아 역시 가슴을 쥐어짜며 비틀거렸다.


“아드리안! 정신 차려요!”


아드리안의 영체는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그의 은발 실루엣이 검붉은 안개로 물들며 사방으로 거친 영적 에너지를 방출했다. 폭주한 염동력으로 인해 아틀리에 내부의 온습도 제어 장치들이 비명을 지르며 균열을 일으켰다. 선반 위에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던 날카로운 세필 붓들과 초화 유리병, 정밀 수술용 메스들이 허공으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밀폐된 아틀리에 내부에 정체불명의 강력한 돌풍이 휘몰아쳤다. 허공에 떠오른 백여 개의 복원 도구들이 아드리안의 영적 분노에 동기화되어 사방으로 회전하며 벽과 바닥을 사정없이 타격했다. 고가의 수입 시약병들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박살 났고, 시큼한 유기용제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 퍼졌다. 나비는 하악질을 하며 초상화 거치대 아래로 몸을 피했고, 설아는 날아오는 철제 도구들을 피해 바닥에 엎드려야 했다.


이대로 두면 초상화의 원형이 완전히 박리되는 것은 물론, 아드리안의 영혼 자체가 산산이 기화하여 영구 소멸할 터였다. 설아는 이를 악물고 기어갔다. 그녀의 목표는 초상화 뒷면의 장력 나사였다. 할아버지의 일지에서 읽었던 '장력 균형 유지법'을 실행해야 했다. 온습도가 급격히 변할 때 캔버스 천의 늘어남을 조절 나사로 고정하지 않으면, 그림 표면의 물감층이 완전히 분리되어 아드리안의 존재 기반이 사라지게 된다.


설아는 주머니에서 전용 조절 렌치를 꺼내 쥐었다.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는 시약병 파편들과 날카로운 메스들이 그녀의 온몸을 위협했다.


스윽- 콰창!


공중에서 깨진 화학 시약병의 날카로운 유리 파편 하나가 설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붉은 피였다.


“흐윽…….”


설아는 뺨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하지만 그 붉은 피 한 방울이 허공에 흩뿌려진 순간, 아틀리에를 가득 채우고 있던 사악한 폭주의 기운이 미세하게 정화되는 기이한 공명이 일어났다. 설아의 피에 담긴 조선 연금술사 가문의 정화 능력이 아드리안의 폭주 주파수와 반응한 것이었다. 허공에서 무섭게 회전하던 날카로운 메스들과 가위들이 순간적으로 궤적을 잃고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설아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뺨의 열상 통증을 무시한 채, 아드리안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초상화를 향해 온몸을 던져 달려갔다. 빗물은 여전히 환기구를 타고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전기가 끊긴 아틀리에의 어둠 속에서 설아의 붉은 피는 사파이어 빛으로 깨어나기 시작한 초상화를 향해 처절하게 뻗어나갔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