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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추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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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살기 어린 미소가 붉은 비상등 불빛 아래에서 기괴하게 일렁였다.


인도실로 이어지는 인사동 지하 ‘심연(Abyss)’의 복도는 좁고 습했다. 천장에 매달린 붉은색 비상 사이렌이 요란하게 회전하며 벽면의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내 손가락에 끼워진 ‘발렌시아의 푸른 눈물 반지’가 살을 지지는 듯한 경고의 열기를 내뿜었다.


“설아, 내 뒤로 붙어.”


최강준이 나지막이 경고하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의 장난기 어린 얼굴은 이미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의 가죽 재킷 아래로 팽팽하게 긴장한 어깨 근육이 보였다.


복도 저편에서 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사내들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거구의 체구에 깍두기 머리, 목덜미까지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 황도현의 행동대장, 배창두였다. 그의 비열한 미소 너머로 조폭 다섯 명이 복도를 완전히 차단한 채 우리를 압박해 왔다.


“35억짜리 조각을 아주 가볍게 들고 가시려고? 우리 보스께서 자네들이 낙찰받은 물건이랑 그 블랙카드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셔서 말이야.”


배창두가 쇠파이프를 손바닥에 툭툭 치며 불길한 금속음을 냈다.


강준이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 경매장 공식 사설 보안팀에게 긴급 구조 무전을 날렸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오직 차가운 정적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강준이 이를 갈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 새끼들, 보안팀까지 황도현의 뇌물에 매수당했군. 침묵을 지키고 있어.”


설상가상으로 강준의 손목에 차여 있던 무선 단말기 화면에 경고등이 켜졌다.


“설아, 큰일이다. 아틀리에 차량 타이어가 펑크 났어. 저놈들이 미리 손을 써둔 모양이야. 도주 경로가 완전히 제한됐어.”


[설아, 주저하지 마라. 저들의 탐욕이 내 심장을 더럽히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내 기운이 조각과 공명하며 길을 열어줄 테니, 무조건 달려라!]


머릿속을 서늘하게 파고드는 아드리안의 ‘무음의 대화(Mind Link)’가 내 뇌파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울릴 때마다 내 왼쪽 손목의 은빛 카테터 흉터 자국들이 아릿하게 타올랐다. 나는 심장 조각이 든 특수 단열 가방을 품에 더 단단히 안았다.


“설아, 뛰어!”


강준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가죽 재킷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특수 삼단봉이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펼쳐졌다. 강준은 그대로 몸을 날려 배창두의 허벅지와 무릎 관절을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깡! 퍽!


“으윽! 이 새끼가!”


배창두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그 뒤에 있던 조폭들이 고함을 지르며 강준에게 달려들었다. 강준은 정보사 특수 요원 출신답게 삼단봉을 휘두르며 난전을 유도했다. 쇠파이프와 삼단봉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고, 어두운 복도는 순식간에 비명과 타격음으로 가득 찼다.


나는 이빨을 악물고 그들의 옆 공간을 뚫고 달렸다. 기계실과 보일러실로 이어지는 복잡하고 미로 같은 지하 통로로 몸을 던졌다. 등 뒤에서 강준이 다수의 조폭들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타격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깨가 탈구되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강준의 억눌린 신음이 복도를 울렸다. 그는 전신에 피멍이 드는 중상을 입어가면서도 끝까지 통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설아!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나는 달렸다. 그러나 조폭 중 두 명이 강준의 수비망을 우회하여 내 뒤를 바짝 추격해 오고 있었다. 거친 구두 발소리가 어두운 지하실 콘크리트 바닥을 울리며 좁혀왔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만성 빈혈로 인해 시야가 보랏빛으로 흐려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야 해.’


[설아, 앞으로 십 미터 우측에 고온 스팀 배관 밸브가 있다. 내 기운이 그곳에 닿아 있으니 내가 신호를 주면 망설이지 말고 돌려라!]


아드리안의 차가운 목소리가 내 이성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의 텔레파시 지시에 따라 나는 어두운 기계실 통로 우측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강철 밸브를 포착했다. 파이프 표면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해 주변 공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추격해오던 조폭 두 명이 내 다리를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지금이다!]


아드리안의 강력한 영적 주파수가 기계실 내부의 냉각수 파이프를 강타했다.


콰아아앙!


파이프가 파열되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벼락이 조폭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물벼락에 그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으며 움직임이 마비되었다. 아드리안의 서리 내림 기운이 물과 융합하여 그들의 관절을 일시적으로 동결시킨 것이었다.


나는 그 틈을 타 온 힘을 다해 뜨거운 고온 스팀 밸브를 잡고 체중을 실어 돌렸다.


치이이이이익!


화상 방지 장치가 해제된 배관에서 섭씨 100도가 넘는 고온의 스팀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눈앞을 가리는 하얀 증기 장막 속에서 추격자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 뜨거운 열기에 눈을 뜨지 못하고 허둥대는 그들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어두운 미로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었음을 깨달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내가 도달한 곳은 더 이상 퇴로가 없는, 거대한 보일러 기계들이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막다른 지하 보일러실이었다. 사방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철제 배관으로 막혀 있었다.


쾅!


나는 급히 무거운 철문을 닫고 안쪽의 수동 걸쇠를 걸어 잠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온몸이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철문 너머에서 불길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스으으으윽.


배창두가 쇠파이프를 콘크리트 바닥에 긁으며 다가오는 소리였다. 강준을 떨쳐내고 기어코 나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여기 숨었구만, 쥐새끼처럼.”


철문이 거칠게 흔들렸다.


쾅! 쾅! 쾅!


배창두가 쇠지게(빠루)를 철문 틈새에 밀어 넣고 강제로 문을 뜯어내려 하기 시작했다. 쇠가 휠 때마다 비명 같은 마찰음이 보일러실 내부에 메아리쳤다. 철문이 미세하게 뒤틀리며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흐려지고 빈혈로 인해 손끝의 감각이 사라져 가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 바닥에 놓인 특수 단열 가방 틈새로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가방 내부에 숨겨진 아드리안의 심장 조각이 내 심장 박동과 반응하듯, 지하실의 핏빛 비상등 불빛을 모두 집어삼키며 영롱하고 눈부신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사파이어 빛 광채가 내 은색 가면과 뒤틀린 철문 틈새를 은은하게 비추며 차가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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