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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제 위장이 완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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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청풍루 이층 금란방(金蘭房)의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하북팽가의 정예 무사들이 들이닥쳤다. 선두에 선 호위 1조 조장 김 대장이 칼을 뽑아 든 채 방 안을 매섭게 훑었다. 바닥에는 팽지혁이 양손으로 목을 움켜쥔 채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그 앞에는 점소이 복장을 한 강무혁이 멍청하게 청동 주전자를 든 채 서 있었다.


기녀 소화는 가야금을 구석으로 밀쳐둔 채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팽가 무사들은 일제히 무혁을 포위했다.


“네놈! 점소이 주제에 소교주님께 무슨 짓을 한 거냐!”


김 대장의 서슬 퍼런 검끝이 무혁의 코앞에서 파르르 떨렸다. 무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조졌군.’


무혁은 머릿속으로 급히 퇴로를 계산했다. 창문 밖은 운하로 이어지는 절벽이다. 일류 살수의 신법인 흑야보법(黑夜步法)을 전개하면 이 삼류 무사들쯤은 단숨에 따돌리고 달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는 순간, 자신의 신분은 천하에 공개될 것이고, 은퇴 자금 500냥을 받아 남쪽 시골에 뜨끈한 온돌방을 들인 만두 가게를 차리겠다는 소박한 꿈은 영원히 안개 속으로 사라질 터였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무혁은 최대한 비굴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주전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억울합니다, 나리들! 저는 그저 소교주님이 원하시는 특별 약주를 올렸을 뿐입니다! 술에 이상이 있을 리 없습니다!”


“시끄럽다! 소교주님의 안색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느냐!”


실제로 팽지혁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그의 얼굴은 붉은빛을 넘어 검푸른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목덜미의 혈관들이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무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만독곡의 비소 가루로 만든 만독칠야산이다! 백화꿀이 섞였어도 극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던 거야! 죽어라, 팽지혁! 네가 죽어야 내가 은퇴한다!’


그러나 무혁의 사악한 기대는 우주의 거대한 억까 시스템, 즉 살의역전결(殺意逆轉結)의 저주를 과소평가한 결과였다.


“끄으으…… 으으윽!”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던 팽지혁의 배가 기이할 정도로 뽈록하게 솟아올랐다. 마치 뱃속에서 거대한 폭풍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무사들이 경악하여 지혁을 부축하려던 바로 그 순간.


“끄어어어어어어어억————!!!”


금란방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하고 장엄한 기체(트림) 소리가 지혁의 입을 뚫고 뿜어져 나왔다.


단순한 트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묵은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기세였으며, 뿜어져 나온 기체에서는 청풍루의 독한 술 냄새 대신, 은은한 산매화 향기와 백야봉 백화꿀의 달콤한 향이 기이하게 뒤섞인 맑은 영기(靈氣)가 서려 있었다.


“……!!”


방 안의 모든 이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굳어버렸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트림이 끝나자마자,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던 팽지혁의 목 혈관이 가라앉았다. 검푸르던 안색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평소의 칙칙한 망나니 피부 대신 갓 목욕을 마친 어린아이처럼 뽀얗고 붉은 기운이 도는 건강한 얼굴로 돌아왔다.


지혁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배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가슴을 두드려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어? 속이…… 속이 안 아파?!”


“예? 소교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 대장이 어리둥절하여 검을 거두며 물었다.


“매일 밤 술만 마시면 위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단 말이다! 신물이 올라오고, 명치가 타들어 가던 그 끔찍한 고질병 통증이…… 단 1초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뱃속이 마치 봄날의 온돌방처럼 따뜻하고 시원하구나!”


팽지혁은 감격에 겨워 날뛰기 시작했다.


이 기막힌 반전의 진상은 이러했다. 무혁이 제조한 치명적인 극독 ‘만독칠야산’은 비소 성분을 기반으로 한 차갑고 부식성이 강한 독물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의원 설아가 위벽을 보호한답시고 섞어둔 백야봉 약초 가루와, 팽지혁이 숙취 해소를 위해 쏟아부은 백야봉 백화꿀이 술잔 속에서 결합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화학적 세탁이 일어났다.


차가운 비소의 독성 분자가 백화꿀의 극양(極陽) 성분에 의해 완벽하게 캡슐화되어 중화되었고, 이것이 위장에 들어가자마자 팽지혁의 만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의 염증 부위를 완벽하게 코팅하며 치료해 버린 것이다. 즉, 극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적의 ‘위장 코팅 영약’으로 정화된 순간이었다.


지혁은 탁자 위에 남은 황금빛 술잔의 정화 흔적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매화 향기가 감도는 맑은 이슬 같은 액체.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청동 주전자를 든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 있는 무혁을 바라보았다. 지혁의 눈동자에 뜨거운 눈물이 왈칵 고이기 시작했다.


“형님……!”


‘아니야, 이 미친 새끼야. 형님이라고 부르지 마.’


무혁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으나, 입 밖으로는 차마 내뱉지 못했다.


“형님이…… 나를 위해 이 기적의 약선 주를 직접 준비하신 것이었소?! 가문에서 대놓고 약을 주면 내 망나니 같은 성격에 마시지 않을까 봐, 일부러 이 비천한 청풍루의 점소이 옷까지 훔쳐 입고 위장 침입하여 내게 독주로 위장한 영약을 먹이신 것이었구려!”


팽지혁의 목소리가 금란방을 장엄하게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기녀 소화가 무릎을 치며 외쳤다.


“과연 그렇군요! 아까부터 이 점소이의 걸음걸이가 너무나 고요하고, 눈빛에 서늘한 고독함이 서려 있어 범상치 않은 고수라 생각했습니다! 소교주님을 위해 음지에서 묵묵히 약을 달여 직접 대령하신 팽가의 숨은 충신이셨다니, 소화의 눈이 무지하여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김 대장과 팽가 무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거두고 무혁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대장님! 저희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대장님의 고도의 예방 약선 치료 전술을 알지 못하고 감히 검을 겨누다니, 죽어 마땅합니다!”


무혁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의 눈 밑 다크서클이 한층 더 짙어졌다. 머릿속에서는 은퇴 자금 500냥과 따뜻한 만두 가게가 멀리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난 진짜 죽이려고 한 건데…… 왜 위염이 낫는 건데…….’


그의 하얗게 질린 얼굴과 허탈한 침묵은, 무사들의 눈에는 ‘소교주의 건강을 위해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독기와 싸우며 약을 달여 쇠약해진 위대한 의인(義人)의 숭고한 모습’으로 완벽하게 미화되었다.


“형님! 내 평생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당장 가문으로 돌아가 최고의 예우를 갖추겠소!”


팽지혁은 무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며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무혁은 도망칠 기회를 완벽하게 상실한 채, 팽가 무사들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팽가 대장원으로 강제 송환당했다.


***


다음 날 아침, 하북팽가 내부의 아름다운 인공 호수 위에 세워진 금란정(金蘭亭).


푸른 호숫물 위로 아침 안개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장엄한 풍경 속에서, 팽지혁은 제단을 차려두고 무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단 위에는 닭 한 마리와 두 개의 술잔, 그리고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이 놓여 있었다.


무혁은 피곤에 절은 몸을 이끌고 금란정에 들어섰다. 가주 팽자천과 가문 장로들, 그리고 수많은 가솔들이 금란정 주변을 빽빽하게 에워싸고 그를 경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혁은 무혁이 다가오자 단검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피를 술잔에 흘려 넣었다.


“형님! 오늘 이 신성한 금란정에서 천지신명께 맹세하오니, 우리 두 사람은 성씨는 다를지언정 오늘부로 피를 나눈 의형제가 되었소! 앞으로 형님의 은혜는 내 목숨을 바쳐 갚을 것이며, 형님의 명령은 곧 나의 명령이 될 것이오!”


지혁은 눈물을 흘리며 무혁의 손을 꽉 쥐고, 자신의 성인식 날 가주로부터 하사받았던 백옥과 은으로 장식된 단도, ‘팽지혁의 은장도’를 무혁의 품에 억지로 찔러 넣어주었다.


[아이템 획득: 팽지혁의 은장도 (가문 최고 신표)]

- 효과: 소지 시 하북팽가 직계 무사들에 대한 절대 명령권 발동.

- 부작용: 소교주와의 끈끈한 의리가 강조되어 암살 시도 시 극심한 양심의 가책과 도덕적 사슬을 차게 됨.


무혁은 은장도를 손에 쥔 채,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허탈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이 무거운 쓰레기는 또 왜 주는 거야…….’


그때, 가주 팽자천이 엄숙한 걸음으로 다가와 무혁의 어깨를 단단히 짚었다. 그의 호랑이 같은 수염이 감격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강 무사…… 아니, 이제 내 양아들이라 불러도 되겠구나! 아들의 망나니 짓을 교쳐준 것도 모자라 목숨을 구하고 고질병까지 고쳐주다니, 가문 전체가 너에게 빚을 졌다! 오늘부로 너를 하북팽가 최고의 무력직이자 소교주의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팽가 수석 호위무사’로 임명하노라!”


가솔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무혁의 이름을 연호했다.


“수석 호위무사 강무혁! 수석 호위무사 강무혁!”


무혁은 군중들의 환호성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수석 호위무사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팽지혁의 등 뒤에 24시간 밀착 감시망처럼 붙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암살은커녕 혼자 도망칠 틈조차 주어지지 않는 ‘신뢰의 감옥’에 완벽하게 갇혀버린 것이다.


그때, 금란정 입구 쪽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문의 전령이 거대한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왔다.


“대장님! 가주님! 가주님께서 보낸 특별 포상이 도착했습니다!”


가주 팽자천이 호탕하게 웃으며 상자를 가리켰다.


“무혁아, 수석 호위무사가 된 너를 위해 내가 직접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란다. 열어보거라!”


무혁은 멍한 표정으로 나무 상자의 뚜껑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무혁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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