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뚝배기 브레이커
“하북에 피는 매화꽃은…… 어이쿠, 꺾지도 말아라…… 에헤야라디야……”
문이 거칠게 열리며 들이닥친 소음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침실 구석, 대들보와 천장 기와가 만나는 어두컴컴한 틈새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강무혁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기척차단술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덕에 그의 호흡과 심장박동은 완벽히 지워져 있었지만, 귓가로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팽지혁의 만취한 콧노래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팽지혁은 금박 부채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팽개치며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거구의 몸이 비단 이불 위로 쓰러지자 먼지가 가볍게 피어올랐다.
“아으, 위장이 타들어 가는 것 같군. 청풍루의 독주가 오늘따라 왜 이리 매운지…… 콜록! 여봐라, 아무도 없느냐! 목이 마르구나!”
지혁은 허공을 향해 몇 번 헛손질을 하더니, 이내 대답할 시종도 기다리지 않고 침대 머리맡에 누워 대자로 뻗어버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천장을 울리는 거대한 코골이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누웠군.’
어둠 속에서 무혁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그의 시선은 팽지혁의 머리가 놓인 베개에서 오른쪽으로 정확히 세 치 비껴간 지점, 그리고 그 지점과 연결되어 카펫 밑으로 은밀하게 뻗어 나간 가느다란 작동 와이어로 향했다.
와이어의 끝은 무혁의 손가락에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팽지혁이 잠결에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뒤척이거나, 밤중에 요의를 느껴 침대 옆을 밟는 순간 이 와이어의 장력이 팽팽해지며 천장의 고정 핀이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천장 대들보 뒤편에 도르래로 매달아 둔 300근짜리 청강석 바위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소교주의 머리통을 완벽하게 으깨버릴 터였다.
‘낙석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사. 가문의 그 누구도 일류 살수의 흔적을 찾지 못할 것이다.’
무혁은 손가락에 감긴 실선의 미세한 감각을 음미하며 숨을 죽였다. 은퇴 자금 500냥을 받아 남쪽 따뜻한 시골에 온돌방을 들인 만두 가게를 차리는 꿈이 이제 단 한 번의 손가락 움직임 끝에 걸려 있었다.
그가 와이어를 살짝 당겨 장력을 시험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바스스.
지극히 미세한 소리였다. 만취한 팽지혁의 코골이 소리에 묻혀 일반 무인이라면 결코 눈치채지 못했을 은밀한 파공음. 하지만 일류 살수인 무혁의 예민한 청각은 침실 천장 기와 너머에서 들려온 이질적인 마찰음을 귀신같이 잡아냈다.
무혁의 전신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바람 소리가 아니다. 사람의 발걸음…… 그것도 경공의 극의를 익힌 자의 소리 없는 보법이다.’
소리는 정확히 팽지혁의 침대 바로 윗천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리릭, 서늘한 쇠붙이가 기와 틈새를 파고드는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리더니, 이내 천장의 기와 한 장이 소리 없이 들어 올려졌다. 어두운 밤하늘의 미약한 달빛이 틈새를 뚫고 침실 안으로 한 줄기 빛을 내리쬐었다.
그리고 그 틈새를 통해, 검은 야행복을 입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날렵한 체형의 사내가 소리 없이 하강했다.
그의 소매 끝은 기이할 정도로 길었고, 오른손에는 푸른빛의 독기가 서린 날카로운 독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사독(사독)……!’
무혁은 어둠 속에서 자객의 외형과 독특한 기척을 확인하는 순간, 그가 라이벌 살수 조직인 묵영각(묵영각)의 일류 자객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사독은 소리 없이 침투하여 표적에게 치명적인 음독을 주입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자였다.
사독은 허공에서 한 바퀴 부드럽게 회전하더니, 팽지혁의 침대 옆 바닥을 향해 소리 없이 착지했다. 그의 발끝이 바닥에 닿는 순간, 소음은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 가히 묵영각이 자랑하는 무음보(무음보)의 극의였다.
하지만 사독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가 착지한 지점은, 다름 아닌 무혁이 팽지혁의 야간 동선을 정밀하게 계산하여 작동 와이어를 가장 예민하게 묻어둔 카펫 바로 위였다.
툭.
사독의 발끝이 카펫 아래에 숨겨진 미세한 실선을 건드렸다.
무혁은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장력의 팽팽한 변화를 감지했다. 그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확장되었다.
‘안 돼, 이 미친 자식아! 거긴 내 타겟의 자리다!’
무혁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기계 장치는 살수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실선이 당겨지는 순간, 천장 대들보 뒤편에 장치되어 있던 도르래의 청동 고정 핀이 *딸깍*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다. 300근 무게의 거대한 청강석 바위를 지탱하고 있던 강철 와이어가 도르래를 타며 맹렬한 속도로 풀려나갔다.
슈우우우욱!
공기를 찢는 묵직한 파공음이 침실의 정적을 깨부수었다.
사독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질량의 압박감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어둠을 뚫고 초고속으로 낙하하는 거대한 푸른빛 화강암의 형체가 가득 찼다.
“……!!”
일류 자객다운 반사 신경으로, 사독은 즉시 신형을 옆으로 꺾어 피하려 했다. 하지만 팽지혁의 침대 주변은 화려한 비단 캐노피와 목조 기둥으로 가로막힌 극도로 협소한 공간이었다. 더군다나 낙하하는 바위의 속도는 정교한 도르래 장치 덕분에 자유 낙하보다 훨씬 더 빨랐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퍼억!
쿠우우우웅!
둔탁하고 무거운 타격음과 함께, 침실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300근의 청강석 바위는 사독의 머리통을 정확히 수직으로 내리찍으며 바닥의 목재 디딤판까지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사독은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의 손에 쥐여 있던 독단검이 바닥에 떨어져 댕그랑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무거운 바위 밑으로 붉은 선혈이 빠르게 배어 나와 카펫을 검붉게 적셨다.
침실 안은 순식간에 피비린내와 부서진 석회 가루의 매캐한 먼지로 가득 찼다.
“으, 으아아악! 지진이다! 가문에 지진이 일어났다!”
엄청난 충격음과 진동에 잠에서 깬 팽지혁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튀어 올랐다. 그는 만취했던 정신이 단숨에 날아간 듯, 사들거리는 다리로 침대 모퉁이를 붙잡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침대 바로 옆, 자신이 불과 몇 초 전까지 발을 내딛으려 했던 카펫 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청강석 바위가 떡하니 박혀 있었고, 그 바위 밑에는 검은 야행복을 입은 사내의 형체가 으스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푸른빛의 독단검이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자, 자객?! 머리가 깨진 자객이 왜 내 침대 옆에……?”
팽지혁은 이빨을 딱딱 마주치며 극심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만약 자신이 밤중에 목이 말라 평소처럼 오른쪽으로 발을 내딛고 일어났다면, 저 바위에 대가리가 깨진 것은 자객이 아니라 자신이었을 터였다.
지혁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부서진 천장 대들보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낮에 있었던 기이한 사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소교주님의 침실 천장에 묵은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하여 기와가 흔들리고 있었다. 소교주님께서 수면 중에 석회 가루를 들이마시거나, 낡은 기와가 떨어져 옥체에 상처라도 입으시면 가문의 큰 재앙이 아니더냐. 내 밤낮으로 소교주님의 안위를 걱정하여, 야간 특별 순찰 도중 천장을 직접 보수하고 먼지를 털어내던 중이었다.”]
낮에 온몸에 거미줄을 뒤집어쓴 채 천장에 매달려 땀을 흘리던 신참 호위무사, 강무혁의 매섭고도 진지했던 눈빛.
‘낡은 기와가 떨어져 옥체에 상처라도 입으시면…… 직접 보수하고 먼지를 털어내던 중이었다…….’
팽지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뇌리가 번개라도 맞은 듯 찌릿하게 각성했다.
“대, 대장님…… 설마 낮에 천장을 보수하신 진짜 이유가…… 나를 노리는 자객의 침투 경로를 미리 예견하시고 이 거대한 낙석 덫을 설치해 두신 것이었단 말인가……!”
공포는 순식간에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경외감과 감격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지혁의 눈동자에 붉은 핏발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모습을 천장 구석의 어둠 속에서 지켜보던 강무혁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극심한 분노와 황당함에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아니야, 이 멍청한 자식아! 저건 널 죽이려고 내가 사흘 밤낮을 노가다해서 매달아 둔 내 소중한 청강석 바위란 말이다!’
무혁은 으스러진 사독의 시체와 눈물을 흘리는 팽지혁을 번갈아 보며 깊은 현타에 빠졌다. 자신의 완벽했던 은퇴 계획과 500냥의 꿈이, 엉뚱하게 굴러들어온 라이벌 자객의 대가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 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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