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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에게 독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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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 본저의 호위무사 별채. 강무혁은 자신의 침상에 걸터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찌릿하게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아이고, 내 척추뼈가…… 완전히 박살이 났구나.”


무혁은 이빨을 악물며 허리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전날 연무장 단상 위에서 혈린교 자객의 무음 독침을 피하겠다고 온몸을 기괴하게 비틀며 뒤로 자빠진 부작용이었다. 일류 살수로서 단련된 유연한 신체라 할지라도, 척추를 뒤로 구십 도나 꺾으며 목검을 휘두르는 기행은 무리였다.


하지만 무혁을 진정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육체의 통증이 아니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극심한 인지부조화와 절망감이었다.


‘삼류 사기꾼으로 찍혀서 가문에서 쫓겨나려 했는데, 왜 내가 천하제일의 수호검법 창시자가 되어 있는 거냔 말이다!’


참관인으로 왔던 화산파의 거두 백운도장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무혁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고, 가주 팽자천은 대성통곡을 하며 가문의 영광이라 외쳤다. 심지어 경도에서 온 황실 사신은 무혁을 황실 수석 경호원으로 임명하겠다는 추천서 작성을 끝마치고 교지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황실에 끌려간다면 은퇴는커녕 평생 황실의 노예 경호원으로 썩을 것이 뻔했다. 무혁의 유일하고 소박한 꿈은 오직 하나, 은퇴 자금 오백 냥을 챙겨 조용한 시골에서 뜨끈한 온돌방을 들이고 고기만두를 빚으며 평화롭게 사는 것뿐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황실 사신이 가문에 머무는 동안, 내 손으로 직접 대역죄를 저지르는 것.”


무혁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황실 사신을 시해하려 시도한 대역죄인이 된다면, 아무리 팽가가 쉴드를 쳐주려 해도 즉시 참수형에 처해지거나 최소한 변방으로 영구 유배를 당해 가문에서 쫓겨날 터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유배지로 가던 도중 기척을 지우고 도망쳐 신분을 세탁하면 그만이었다.


무혁은 허리의 통증을 참아가며 품속의 비밀 주머니를 뒤적였다. 손가락 끝의 지문이 닳아 없어져 감각이 무뎠지만, 마침내 그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냈다.


만독곡(萬독곡) 깊은 곳에서 목숨을 걸고 채취한 백색의 극독 가루로 조제한 비전 독약, 만독칠야산(萬독칠야산)이었다. 일곱 밤 동안 장기를 천천히 부식시켜 가장 고통스러운 폐사를 유발하는 무색무취의 극독이었다. 무혁은 이 독가루를 사신의 전용 찻잔에 통째로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청동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독가루를 듬뿍 털어 넣으려던 바로 그 순간,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대장님! 허리 통증은 좀 어떠십니까?”


단아한 하얀 의복을 입고 약초 향기를 풍기며 들어온 이는 팽가의 천재 의원 설아였다. 무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독약 주머니를 소매 속으로 쑤셔 넣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허리가 굳어 뻣뻣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설아의 눈에는 ‘어떠한 고통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고고한 무사의 기상’으로 보였다.


“설 의원…… 어쩐 일인가.”


무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아는 약함을 내려놓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무혁을 바라보았다.


“어제 비무에서 보여주신 그 신화경의 신법은 전신의 기혈을 극단적으로 소모하는 비기임이 틀림없습니다. 대장님의 허리 근육이 완전히 뒤틀려 있군요. 어머, 그런데 책상 위의 이 주전자는 무엇인가요?”


설아의 시선이 무혁이 독가루를 타려던 청동 주전자로 향했다. 무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살수로서의 정체가 발각되는가 싶어 품속의 단검으로 설아의 혈도를 제압해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 설아가 주전자 주둥이 근처에 묻은 미량의 백색 가루를 손끝으로 살짝 찍어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설아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이, 이 성분은…… 백야봉의 약초 가루와 만독곡의 비방이 결합한 극독무해화 공식(極독무해화 공식)의 결정체가 아닙니까! 대장님, 설마 소교주님의 만성 위염을 완치시켰던 그 기적의 이뇨 치료제를 다시 조제하고 계셨던 건가요?”


무혁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자신이 조제한 만독칠야산은 분명 장기를 부식시키는 극독이었으나, 지난번 설아가 위벽을 보호한답시고 섞어 넣은 백야봉 약초 가루와 팽지혁이 마신 백화꿀이 기이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영약으로 세탁된 적이 있었다. 설아는 그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무혁을 ‘독을 초월한 신의’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소.”


무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역시 대장님이십니다! 이번에 가문에 머무시는 황실 사신 조 대감께서 평소 황실의 극심한 음모와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 통풍과 전신 마비성 고질병을 앓고 계신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사비로 이 귀한 영약을 직접 달이고 계셨던 것이군요! 대장님의 그 숭고한 자비심에 온 가문이 울 것입니다!”


‘아니야, 난 그냥 그 영감을 죽여서 사형수가 되고 싶을 뿐이야.’


무혁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설아가 약함을 챙겨 서둘러 방을 나가자마자 주전자에 만독칠야산 가루를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두고 봐라. 이번엔 벌꿀 같은 촉매제도 없으니 무조건 즉사다. 사신이 죽는 즉시 난 대역죄인이다!”


***


황실 사신 조태강이 머물고 있는 귀빈 처소.


사신 조태강은 침상에 뻣뻣하게 앉아 신음하고 있었다. 평생을 황실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속에서 보낸 탓에, 그의 몸에는 과거 정적들이 보낸 자객들의 음독 찌꺼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로 인해 전신의 혈맥이 막혀 만성적인 통풍과 관절 마비로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산송장 같은 상태였다.


똑똑.


“사신 대감, 하북팽가의 호위대장 강무혁입니다. 대감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특별한 차를 올리러 왔습니다.”


문이 열리며 무혁이 찻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허리의 극심한 통증 때문에 무혁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아주 느리고 일정한 보폭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뻣뻣하고 무거운 걸음걸이는, 조태강의 눈에는 ‘천하를 짊어진 대협의 흔들림 없는 패기’로 보였다.


‘과연, 백운도장이 극찬한 천하제일의 수호 고수로군. 걸음걸이 하나에도 빈틈이 전혀 없어.’


조태강은 속으로 감탄하며 뻣뻣한 손을 겨우 움직여 무혁이 내민 찻잔을 받았다. 찻잔 속에서는 맑은 은색의 기운이 감도는 차가 상쾌한 매화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무혁이 만독칠야산 독가루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죽음의 독배였다.


‘마셔라. 마시고 당장 피를 토하며 자빠져라! 어서 밖의 금군들을 불러 나를 포박하란 말이다!’


무혁은 속으로 은퇴의 기쁨을 미리 만끽하며 조태강의 입술로 향하는 찻잔을 예리하게 노려보았다.


꿀꺽.


조태강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 순간, 조태강의 눈동자가 뒤집어질 듯 커졌다. 그는 찻잔을 떨어뜨리며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끄으으, 하는 기괴한 신음과 함께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검푸른 빛으로, 이내 짙은 보라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대역죄 확정이다! 사형이다! 고기만두 가게 만세!’


무혁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우주의 거대한 억까 시스템인 천도의 저주는 무혁의 사악한 살의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조태강의 체내로 들어간 만독칠야산의 강력한 비소 성분은, 조태강이 평소 마시던 황실 비전 찻잎의 천연 탄닌 성분과 만나는 순간 기이한 화학적 대폭발을 일으켰다. 극독의 부식성이 조태강의 전신 혈맥을 옭아매고 있던 마도 음독의 찌꺼기들을 표적 타격하여 완벽하게 녹여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드득! 드드득!


석실 내부에 기이한 뼈 맞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조태강의 뻣뻣하게 굳어 있던 어깨와 무릎 관절이 스스로 요동치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막혀 있던 임독양맥이 폭발적인 정화 기운과 함께 뚫리며, 전신의 모공을 통해 시커먼 오물과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 어어?!”


조태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평소라면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질렀을 터였으나, 지금 그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내, 내 손이 움직인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구나! 전신의 마비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감격에 겨운 조태강은 방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제국의 엄숙한 사신이 체통도 잊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며 눈물을 흘리는 기상천외한 광경이 펼쳐졌다.


무혁은 그 모습을 보며 영혼이 유체이탈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왜 안 죽어?! 왜 춤을 추고 있는 거냐고 이 미친 영감탱이야!’


무혁은 절망했다. 이대로는 대역죄인이 될 수 없었다. 그는 최후의 발악으로 소매 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독가루 주머니를 꺼내 조태강의 입에 강제로 털어 넣으려 도약했다.


“아직 약효가 부족한 듯하니 더 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조태강은 무혁의 절박한 손길을 보고 오열하며 그의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오오! 강 대장! 나를 위해 이 귀한 천하의 영약을 아낌없이 더 베풀려 하다니! 그만두시오, 이미 내 몸은 완벽하게 나았소! 평생 나를 괴롭히던 통풍과 마비가 단 한 잔의 차로 완치되다니……!”


조태강은 무혁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강 대장, 그대는 정녕 황제 폐하의 고질병을 고칠 천하제일의 약선(藥仙)이오! 내 당장 황궁으로 복귀하여 폐하께 상소할 것이오. 그대를 황실 주치의 겸 수석 경호원으로 임명하여 황실로 직접 모시겠소!”


무혁은 먼 산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형수가 되어 평화롭게 은퇴하려던 그의 마지막 도망로가, 제국에서 가장 삼엄하고 위험한 황실 직행 열차라는 최악의 족쇄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천도의 푸른 인과율 실선들이 비웃듯이 찬란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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