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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검법, 완벽한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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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 본저의 중앙 연무장은 아침부터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상 위에는 황실에서 파견된 고위 사신이 화려한 비단포를 걸친 채 위엄 있게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하북팽가의 가주 팽자천이 호랑이 같은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앙에는 흰 수염을 신선처럼 휘날리는 화산파의 거두, 백운도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황실 사신이 직접 무혁의 무공 수위를 평가하기 위해 정파 무림의 살아있는 전설을 참관인으로 초빙한 것이었다.


단상 아래에 선 강무혁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눈 밑에 짙게 가라앉은 다크서클이 그의 피로와 고뇌를 대변하고 있었다.


‘여기서 합격하면 끝장이다. 황실 수석 경호원이 되는 순간, 내 은퇴 계획은 영원히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무혁의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이 지긋지긋한 호위무사 생활을 청산하고, 은퇴 자금 500냥을 챙겨 남쪽 따뜻한 시골에서 고기만두를 빚으며 평화롭게 사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비무 평가에서 아주 철저하고 처참하게 ‘무능한 삼류 fraud’임을 증명해야 했다. 가주가 자신을 향해 혀를 차며 당장 호위패를 빼앗아 쫓아내고 싶을 만큼, 형편없는 삼류 검술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태상호법 후보 강무혁, 단상 위로 오르라!”


황실 사신의 묵직한 목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무혁은 일부러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덜터덜 단상 위로 걸어 올라갔다. 그의 손에는 가문 무기고 구석에서 굴러다니던, 습기를 먹어 약간 휘어지고 이가 빠진 조잡한 목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무사들의 엄숙한 시선이 그에게 쏠렸으나, 무혁은 개의치 않고 가장 비굴하고 엉성한 자세로 목검을 쥐었다. 마치 밭을 매는 농부가 괭이를 잡은 듯한, 검법의 기초조차 모르는 삼류 무인의 꼴이었다.


하지만 단상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운도장의 눈빛이 일순간 크게 흔들렸다.


‘저, 저 자세는……!’


백운도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눈에 비친 무혁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아무런 방어 태세도 갖추지 않고 급소를 완전히 노출한 채 흐느적거리는 그 기묘한 자세. 그것은 무학의 극의에 달해 살의와 경계심을 완전히 지워버린 고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반박귀진(返樸歸真)’의 경지였다.


‘어떠한 투기(鬪氣)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대자연의 바람처럼 서 있구나. 검을 잡은 손끝에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다. 오직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無爲)의 극치만이 저 청년의 전신을 감싸고 있도다!’


백운도장은 속으로 깊은 전율을 느끼며 무혁의 발끝을 예리하게 노려보았다.


무혁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뼈가 없는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삼류 검법을 보여주마. 하북십삼검의 고결한 초식을 아주 걸레짝으로 만들어 주겠어.’


무혁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목검을 대충 휘두르며 단상 위에서 갈지자(之) 행보를 보였다.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상체를 흐느적거리고, 다리가 풀린 것처럼 비틀거리며 제자리걸음을 전개했다. 그것은 흑월루 살수 시절, 밤중에 기습을 당했을 때 자존심을 다 버리고 구르며 도망치기 위해 쓰던 비겁한 ‘흑야보법’의 변형이자 생존 몸부림이었다.


휘익, 터벅, 쿵.


목검 끝이 허공을 엉성하게 가르며 흙바닥을 툭툭 쳤다. 무혁은 일부러 발이 꼬인 척 뒤로 자빠지며 한 바퀴 굴렀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실력이 형편없는 사기꾼의 몸짓이었다.


그러나 단상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방계 천재 무사 팽지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붓을 들어 종이에 미친 듯이 받아적기 시작했다.


‘대장님의 저 기괴한 발걸음……! 옆구리를 완전히 비워두고 자빠지는 저 초식은, 적의 공격 궤도를 허공으로 흘려보낸 뒤 무게중심을 역이용해 도망치듯 반격하는 고도의 방어 기하학이다! 이것이 바로 대장님이 창안하신 ‘비겁한 축지법’의 실전 초식이로구나!’


백운도장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뻔한 충격을 억누르고 있었다.


‘저것은…… 화산파의 자하신공을 능가하는, 흐르는 물처럼 유연한 양의(兩儀)의 보법이다! 넘어지는 듯하나 그의 신형은 언제나 적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검로가 완전히 망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천지자연의 바람을 타고 기운을 흘려보내는 도가 최고의 신법이로다!’


정작 무혁은 바닥에 구르느라 전신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이고, 내 허리! 어제 하수구 청소하느라 근육이 뭉쳤는데 무리하게 몸을 꺾었더니 척추가 부러질 것 같다! 제발 사신 새끼야, 나한테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당장 이 가문에서 쫓아내란 말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연무장 구석의 울창한 대나무 숲 그늘 속에서, 기이한 파공음이 아주 미세하게 울려 퍼졌다. 일반 정파 고수들은 무혁의 현란한(?) 몸짓에 한눈이 팔려 전혀 감지하지 못했으나,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온 일류 살수 무혁의 예민한 청각은 그 불길한 쇠 마찰음을 귀신같이 잡아냈다.


‘……독침?!’


파공음의 궤적은 단상 위가 아니었다. 관중석 맨 앞줄에서 무혁을 향해 “형님! 최고다!”라며 멍청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던 팽지혁의 목덜미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혈린교의 잔당이 황실 사신이 참관한 공식 비무를 깽판 치고 팽가를 파멸시키기 위해 쏜 무색무취의 무음 독침 세 발이었다.


무혁의 전신에 살수 고유의 생존 본능이 번개처럼 몰아쳤.


‘저 멍청한 망나니 새끼가 죽는 건 상관없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죽으면 수석 호위무사인 내가 책임을 지고 목이 잘린다! 게다가 살수계 제1철칙, 타겟 이외의 무고한(?) 가솔을 내 눈앞에서 죽게 둘 수는 없다!’


무혁은 본능적으로 날아오는 독침의 궤적을 피하기 위해, 전신을 기괴한 각도로 뒤틀며 뒤로 크게 자빠졌다. 그는 바닥에 넘어지는 척하며 목검을 쥔 오른손을 허공을 향해 패닉 상태로 세차게 휘둘렀. 독침에 찔려 죽기 싫어서 몸부림치며 비겁하게 도망치려 자빠지던 궤적이었다.


깡! 깡! 깡!


달빛조차 튕겨낼 듯한 맑은 쇠 마찰음이 연무장 허공에 세 번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무혁이 비명을 지르며 휘두른 이 빠진 목검 끝이, 정확히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독침 세 발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때려 맞추었다.


물리 법칙과 천도의 저주가 기막히게 얽혀 들어갔다. 무혁의 휘두른 내력이 실린 목검에 부딪힌 독침 세 발은, 원래보다 세 배는 빠른 속도로 궤도가 완전히 꺾여 역방향으로 날아갔다.


푸학!


“끄아아악!”


관중석 뒤편 대나무 숲속에서 처참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숲속에서 은신한 채 독침을 쏘았던 혈린교의 정예 자객이, 자신이 쏜 독침 세 발이 이마에 정확히 박힌 채 수풀 너머로 굴러떨어졌다. 자객은 자신이 쏜 마독의 치명적인 중독에 걸려 전신을 부르르 떨며 기절했고, 그의 손에서 무음독침 발사기가 툭 떨어졌다.


연무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무혁은 바닥에 완전히 뒤로 자빠진 채, 허리의 극심한 근육통 때문에 일어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굳어 서 있었다.


‘……아이고, 내 척추뼈가 완전히 어긋난 것 같다. 왜 또 독침이 검 끝에 맞아서 저기로 날아가는 건데?’


백운도장은 그 광경을 보고 사정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 이것은…… 무위(無爲)의 검로가 아니더냐……!”


백운도장은 단상 아래로 걸어 내려와,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으로 굳어 있는(남들의 눈에는 깊은 명상에 잠긴 듯한) 무혁의 앞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강 대장…… 자네는 일부러 엉망진창이고 비겁해 보이는 검로를 펼쳐 적의 방심을 유도하고, 그들이 살의를 드러내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도다. 눈으로 보지도 않고, 오직 바람의 진동만으로 보이지 않는 무음 독침 세 발을 목검 끝으로 정확히 역저격하여 자객을 격멸하다니……! 태극의 무위이치를 검법으로 완벽하게 승화시킨, 천하제일의 수호 검법이로다!”


“오오오! 대장님!”


팽지혁과 수백 명의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단상 위의 황실 사신은 감격에 겨워 붓을 쥐고 황실 추천서에 무혁의 이름을 황금빛으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혁은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등 뒤로, 천도의 푸른 인과율 실선들이 비웃듯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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