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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으면 바위가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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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싶다. 진심으로.”


하북팽가 장원 후방, 어두컴컴한 자재 창고 구석에서 강무혁은 300근 무게의 청강석 바위를 어깨에 짊어진 채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일류 살수로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단검을 휘두르고 와이어를 조율해 왔지만, 설마 은퇴를 위한 마지막 임무에서 이런 혹독한 ‘막노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며칠째 제대로 자지 못해 짙어진 다크서클은 이미 턱밑까지 내려올 기세였다.


이 모든 고난은 오직 하나, 은퇴 자금 500냥을 모아 남쪽 시골 마을에 뜨끈한 온돌방을 들여놓은 작은 만두 가게를 차리겠다는 소박한 꿈 때문이었다.


“내 반드시 이 망나니 소교주 팽지혁을 흔적도 없이 제거하고, 이 지옥 같은 호위무사 생활을 청산하리라.”


무혁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하북팽가의 가주 팽자천과 장로들의 무력은 화경에 이른 괴물들이었다. 살수계의 대선배이자 가문의 시조인 강조포 어르신이 남긴 가르침에 따라, 철저하게 자연스러운 ‘사고사’로 위장해야만 했다.


그를 위해 선택한 무기가 바로 이 ‘청강석 낙석’이었다. 하북성 청강산에서 채굴된 이 푸른빛의 화강암은 단단하기가 무쇠와 같아, 천장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 어떤 일류 무인이라도 머리통이 수박처럼 깨질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둔기였다.


무혁은 기척차단술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전신의 기혈을 잠그고 호흡과 심장박동을 주변 공기와 동화시키자, 그의 거대한 신형과 어깨 위의 바위조차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순찰을 돌던 팽가의 무사들이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허공을 지나가는 거대한 바위의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했다.


***


소교주 팽지혁의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평소 기루 청풍루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탕진하는 그의 방탕한 생활 습관 덕분이었다. 무혁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침실 안으로 은밀히 숨어든 무혁은 즉시 문을 잠그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난밤 확인했던 대로, 대들보 주변의 기와 장식에는 미세한 균열이 가 있었다. 조금만 힘을 가해도 무너져 내릴 부실한 구조였다.


무혁은 소매 속에서 정교하게 조립된 도르래와 강선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청강석 낙석 기어’를 꺼냈다. 그의 손끝이 예리하게 움직였다. 살수 시절 수천 번도 넘게 함정을 설계했던 감각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대들보 중앙의 균열 부위에 도르래를 고정하고, 강선 와이어를 침대 옆 카펫 밑으로 연결한다. 팽지혁이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가 특정 범위를 밟는 순간, 고정 핀이 빠지며 300근짜리 청강석이 낙하한다.’


이것이 바로 일류 살수 강무혁의 비기, ‘동선 예측 낙석술’이었다. 무혁은 팽지혁이 침대 위에서 잠을 잘 때 왼쪽으로 몸을 꺾는 버릇과 야간에 요의를 느껴 일어나는 동선까지 며칠 동안 정밀하게 관찰하여 계산해 두었다. 낙하 지점은 소교주의 머리가 놓이는 베개 정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정확히 세 치 비껴간 곳이었다. 뒤척이는 찰나를 노린 완벽한 저격각이었다.


무혁은 고장력 와이어를 대들보 틈새에 단단히 고정하고, 300근짜리 바위를 천장 대들보 뒤편의 어두운 공간에 매달기 시작했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려 눈을 찔렀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정밀한 수치 계산에 집중했다.


“조금만 더…… 각도를 두 치만 오른쪽으로 틀어야……”


그가 도르래의 톱니바퀴를 조율하며 땀을 흘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복도 끝에서 불길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최소 두 명,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이 침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스슥.


무혁의 전신이 굳어졌다. 하필이면 이 완벽한 타이밍에 불청객이라니!


문고리가 덜컥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무혁은 뇌를 풀가동했다. 지금 천장에 매달려 바위를 고정하고 있는 모습을 들킨다면, 아무리 소교주의 신뢰를 받는 신참이라 해도 대역죄인으로 몰려 즉시 처형당할 터였다. 그렇다고 밑으로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달컥.


문이 활짝 열리며 횃불의 붉은 광선이 침실 안을 비추었다. 방 안으로 들어선 이는 먼지털이와 빗자루를 든 시녀 명월과,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짚신을 끌고 들어오는 호위대의 신참 무사 아강이었다.


“어머나!”


명월이 먼지 섞인 천장을 올려다보며 비명을 질렀다. 횃불의 불빛 끝에, 대들보에 원숭이처럼 매달려 한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붙잡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정확히 포착된 것이다.


무혁의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뛰었다. 살수계 제1철칙이 뇌리를 스쳤다.


‘타겟 이외의 무고한 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


명월과 아강을 이 자리에서 처단하는 것은 살수의 자조적인 규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기만뿐이었다.


무혁은 찰나의 순간 품속에서 먼지떨이용 깃털 장식을 꺼내 들고, 천장의 대들보를 격렬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고, 전신에서는 흙먼지와 거미줄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콜록! 거기 서서 무엇들을 하느냐.”


무혁이 천장 위에서 서늘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밤샘 작업으로 인한 극도의 피로와 분노가 섞여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범접할 수 없는 중압감을 느끼게 했다.


아강이 깜짝 놀라 짚신을 바로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대, 대장님! 이 깊은 밤에 천장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무혁은 속으로 침을 삼키며, 미리 준비해 둔 위장용 명분을 차갑게 뱉어냈다.


“소교주님의 침실 천장에 묵은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하여 기와가 흔들리고 있었다. 소교주님께서 수면 중에 석회 가루를 들이마시거나, 낡은 기와가 떨어져 옥체에 상처라도 입으시면 가문의 큰 재앙이 아니더냐. 내 밤낮으로 소교주님의 안위를 걱정하여, 야간 특별 순찰 도중 천장을 직접 보수하고 먼지를 털어내던 중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진지했고, 눈빛에서는 팽지혁을 향한 불타는 ‘살의(오해받은 충성심)’가 안광이 되어 뿜어져 나왔다. 전신에 거미줄을 뒤집어쓴 채 300근짜리 바위를 지탱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가문을 위해 온몸을 바쳐 헌신하는 위대한 호위무사의 표상 그 자체였다.


명월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순식간에 감격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 대장님……!”


명월은 먼지털이를 꼭 쥐며 가슴을 떨었다.


“소교주님께서 매일 밤 청풍루에서 방탕하게 술을 마시며 대장님의 속을 썩이시는데도, 대장님께서는 소교주님의 호흡기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이 깊은 밤에 홀로 천장에 매달려 먼지를 털고 계셨다니…… 이 얼마나 자상하고 꼼꼼하신 배려이옵니까! 가문에 이런 충신이 계셨다니, 돌아가신 가주 부인께서 하늘에서 보셔도 눈물을 흘리실 것입니다!”


‘아니, 나는 그냥 이 망나니의 뚝배기를 깨버리려고 돌을 매달고 있는 건데.’


무혁은 속으로 피를 토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더욱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대꾸했다.


“호위무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사소한 일에 호들갑 떨지 마라.”


그의 차갑고 츤데레 같은 태도에 명월은 더욱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옆에 서 있던 신참 아강 또한 감격 어린 눈빛으로 무혁을 우러러보았다.


“대장님! 저 아강, 대장님의 그 숭고한 가문 방어 정신과 세심한 호위 비법에 뼈가 저리도록 감복했습니다! 저에게도 돌을 나르고 천장을 보수하는 특별 제자 훈련을 허락해 주십시오! 뼈가 부서져라 돕겠습니다!”


“……필요 없다. 너희는 어서 나가서 내일 아침 연무장 정비나 해라.”


무혁은 귀찮음과 인지부조화로 대가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억지로 그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명월은 연신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대장님의 세심한 성품을 가문 내의 모든 시녀들과 가솔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며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복도 너머로 명월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무혁은 대들보 위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제발…… 그냥 나를 의심해 주면 안 되는 거냐……”


무혁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품속에서 춘자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소교주 수호 일기(사실은 암살 계획서)’를 떠올렸다. 가문 내부의 오해 필터링은 날이 갈수록 정교하고 견고해지고 있었다. 이 저주 같은 상황을 깨부수려면 기필코 이번 낙석 함정을 성공시켜야만 했다.


무혁은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은 곳에서 팽지혁을 향한 뜨겁고 순수한 살의를 불태웠다. 그가 살의를 품자, 천장의 푸른 인과율 실선들이 미세하게 요동치며 낙석 기어의 고정 핀을 완벽한 균형 상태로 맞물리게 도왔다.


딸깍.


마침내 침대 옆 카펫 밑에 깔아둔 미세한 와이어와 천장의 청강석 낙석 기어가 기가 막힌 장력으로 연결되었다. 팽지혁이 오늘 밤 기루에서 돌아와 침대에 눕고, 내일 새벽 요의를 느껴 오른쪽으로 몸을 뒤척이는 바로 그 순간, 300근의 바위가 그의 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질 것이다.


“완벽하다.”


무혁은 어둠 속에서 천장의 바위를 바라보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500냥을 손에 쥐고 평화로운 은퇴를 맞이할 순간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침실 창문 너머로 밤하늘의 달빛이 은빛 와이어를 조용히 비추며, 다가올 비극적인(?) 운명의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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