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호방의 도전과 끓어오르는 살기
독고추가 머리카락이 통째로 뽑힌 채 성수현 관아로 압송되었다는 소식은, 하북팽가 내부에서 가주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방계 시기꾼 팽지찬의 심장을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두컴컴한 자신의 서재 안에서, 팽지찬은 손톱을 깨물며 방 안을 미친 듯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비단 장포를 적셨다.
“독고추…… 그 일류 자객마저 대머리로 만들어 생포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게다가 우물의 마기를 감지하고 밤새 정화 영천수로 바꾸어 놓다니……!”
팽지찬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와 피해망상으로 잘게 흔들렸다. 그는 이미 강무혁이라는 존재를 인간이 아닌 무언가 초월적인 괴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주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해 물밑에서 진행하던 사파 세력과의 밀수 거래와 음모를, 저 귀신같은 수석 호위무사 강무혁이 이미 전부 꿰뚫어 보고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놈이 내 목을 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해. 소교주 팽지혁을 장원 밖에서 납치하여 인질로 삼고 가문을 혼란에 빠뜨려야 한다!”
팽지찬은 품속에서 두둑한 은전 보따리를 꺼내 들었다. 그가 이 급박한 상황에서 떠올린 것은 성수현 뒷골목의 어둠을 지배하는 삼류 건달 조직이자, 하북성 인근 뒷골목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방파인 ‘흑호방(黑虎방)’이었다.
그는 즉시 사람을 보내 흑호방의 두목이자 거구의 괴력을 지닌 ‘흑살마웅(黑殺魔雄)’을 매수했다. 팽지혁을 장원 외곽에서 납치해 가문 외부의 비밀 거점으로 끌고 가기만 하면, 막대한 추가 보상과 함께 하북성 지하 상권의 독점권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
같은 시각, 하북팽가 본저의 호화로운 수석 호위무사 별채.
강무혁은 침대에 눕지도 못한 채, 방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앉고, 붉게 충혈된 눈을 한 사내가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암살 실패와 원치 않는 영웅 대접, 그리고 새벽의 우물가 소동까지 겹치며 그의 만성 불면증과 안구건조증은 그야말로 한계에 달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가주 팽자천이 하사한 특별 호위비 일만 냥짜리 수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무혁에게는 그 화려한 수표가 자신을 영원히 살수 업계에서 은퇴하지 못하게 묶어두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황금 사슬처럼 보였다.
“만두…… 고기만두를 빚고 싶다…….”
무혁의 입술 사이로 마른 한숨과 함께 뼛속 깊은 원망이 새어 나왔.
“왜 내가 죽이려 설치한 덫마다 진짜 자객들이 걸려 자멸하는 거지? 왜 내가 버린 독약이 기적의 영천수가 되고, 내가 설치한 제모 약품이 일류 살수를 대머리 광인으로 만드는 거냔 말이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극심한 분노와 현타가 그의 전신을 타고 짜릿하게 요동쳤다. 그의 심장 부근에서 억눌린 살의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몸속의 기혈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무혁은 이 터질 것 같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팽지혁의 침실로 들이닥쳐 놈의 목을 맨손으로 비틀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리고 가솔들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홀로 장원 외곽의 후방 담벼락 근처로 산책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야행복 대신 가벼운 회색 장포만을 걸친 채,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별채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하북팽가 장원 외곽, 쓰레기 냄새와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어둡고 좁은 골목길.
“모두 숨을 죽여라. 팽지혁 그 망나니 새끼가 기루로 향하기 위해 이 골목을 지날 때, 단숨에 포대자루를 씌워 납치한다.”
멧돼지 가죽을 거칠게 걸치고, 백근 무게의 거대한 가시 쇠몽둥이를 어깨에 멘 거구의 사내, 흑살마웅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뒤로는 몽둥이와 밧줄을 든 50명의 흑호방 단원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침을 삼키고 있었다.
흑살마웅은 일류 극성의 외공을 익힌 뒷골목의 강자였다. 팽가의 방계 자제인 팽지찬에게 거액의 은전을 받은 그는, 팽가의 삼엄한 내부 경비망을 피해 외곽 골목에서 기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두목, 저기 팽가의 뒷문이 열립니다!”
행동대장의 다급한 전음에 흑살마웅이 눈을 번뜩이며 쇠몽둥이를 꽉 쥐었다.
끼이익.
무거운 나무 문이 열리며, 어두운 골목길 안으로 한 사내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자는 그들이 기다리던 화려한 비단옷의 소교주 팽지혁이 아니었다. 회색 장포를 대충 걸치고, 머리를 산발한 채 소리 없이 걸어 나오는 사내.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는 순간, 골목길에 매복해 있던 50명의 흑호방 단원들은 일제히 숨을 멈췄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극도의 불면증으로 인해 붉게 충혈된 눈동자는 마치 피를 갈망하는 흡혈귀처럼 번뜩였고, 광대뼈까지 내려앉은 짙은 다크서클은 구천을 떠도는 악귀의 음영 같았다. 무엇보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멸절시키고 자신마저 파멸시키겠다는 듯한 극도의 빡침과 원망이 서린 검은 기류가 골목길의 공기를 실시간으로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강무혁이 실패한 암살 계획들을 떠올리며 이마에 힘을 주고, 눈앞의 흑호방 무리들을 향해 매섭게 살기를 살포한 것이었다.
쿠우우우웅!
무형의 거대한 압력이 골목길 전체를 강타했다. 무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극심한 살기는 살의역전결의 왜곡 보정 부작용과 천도의 기운이 얽히며, 단순한 살기가 아닌 주변의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리는 가공할 ‘성스러운 패기’로 오해받을 오라를 형성했다.
지이이잉!
골목길 석벽의 축축한 이끼 위로 하얗게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고, 흑호방 단원들이 쥐고 있던 몽둥이 표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 이게 무슨……!”
흑살마웅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어깨에 메고 있던 백근 무게의 쇠몽둥이가 천근의 무게가 되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의 눈앞에 서 있는 회색 장포의 사내는, 무공을 겨룰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대자연의 천재지변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절정 고수……! 아니, 화경(化境)의 반열에 도달한 신선이 분노한 것인가?! 검을 뽑지도 않았는데, 오직 눈빛과 존재감만으로 내 기혈을 완벽하게 동결시키고 있어!’
흑살마웅의 이마에서 주먹만 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의 발끝이 바닥의 서리 위에서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적 우세와 자신들의 거친 완력 따위는, 저 붉은 안광의 절대자 앞에서는 먼지 한 톨의 가치도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무혁은 눈앞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삼류 건달들을 보며 속으로 깊은 짜증을 느꼈다.
‘이 멧돼지 가죽을 쓴 새끼들은 또 뭐야? 팽지혁이 보낸 새로운 호위대인가? 아니면 나를 또 구세주라고 부르러 온 동네 거지들인가? 제발 다 꺼져라…… 나 좀 쉬자…….’
그는 이 귀찮은 상황을 단 한 마디의 대화조차 섞지 않고 눈빛만으로 정리하기 위해, 이마에 주름을 깊게 잡으며 흑살마웅의 눈을 뚫어지라 째려보았다. 그리고 턱밑까지 차오른 만성 피로를 담아, 골목길이 떠나가라 깊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한숨 소리는 좁은 골목길의 석벽을 타고 웅장하게 공명하며, 흑살마웅과 50명 단원들의 귓전을 대종의 울림처럼 강타했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중생들의 죄악을 꾸짖는 대협의 준엄하고도 자비로운 탄식처럼 그들의 뇌리에 내리꽂혔다.
툭.
흑살마웅의 손가락에서 힘이 풀렸다. 그가 평생 자랑해 마지않던 백근 무게의 가시 쇠몽둥이가 차가운 돌바닥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졌다. 거구의 두목이 무기를 버리자, 뒤에 서 있던 50명의 단원들 또한 사시나무 떨듯 떨며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무혁이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천천히 흑살마웅을 향해 한 걸음 내딛자, 골목길의 서리가 그의 발끝에서 파스스 깨어지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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