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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추의 침투와 우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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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제1연무장에서 있었던 지옥 같은 무공 지도 사건 이후, 강무혁의 전신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아이고, 내 허리야…… 내가 왜 그 망나니 새끼들 앞에서 개처럼 자빠지고 뒹굴었단 말이냐."


무혁은 자신의 별채 침상에 누워 깊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온몸의 뼈마디와 근육이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가문의 무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급소를 노출하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삼류 낙법을 섞어 가르쳤건만, 방계 천재 팽지민에 의해 '적의 살기를 자연의 흐름으로 흘려보내며 퇴로를 확보하는 무위전술의 극의'로 포장되어 병법서로 기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가솔들은 그를 '일류 방어 대가'라 부르며 거의 신선처럼 떠받들기 시작했다.


이 끔찍한 오해의 늪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빨리 이곳을 탈출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처소 지하 비밀 보관함에 숨겨둔 실패작 독약, '만독칠야산' 폐기물 가루였다.


이 가루는 원래 팽지혁을 독살하려 했던 극독이었으나, 의원 설아가 섞어둔 약초 가루와 백화꿀이 결합하면서 정화되어 버린 골칫덩이였다. 만약 가문 내부 수색이나 경비병들의 점검 도중 이 정체불명의 독약 가루 주머니가 발견된다면, 아무리 가주 팽자천의 오해의 방패가 단단하다 해도 살수로서의 진짜 정체가 탄로 날 위험이 있었다.


'오늘 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이 독약 폐기물을 완벽하게 인멸해야 한다.'


무혁은 깊은 밤, 전신의 기혈을 잠그고 인기척을 지우는 기척차단술을 극성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가솔들이 모두 잠든 새벽 묘시(오전 5시 경), 품속에 검은 독약 주머니를 챙겨 팽가 장원의 가장 깊고 후미진 정원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이끼가 잔뜩 끼고 유독한 지하 가스가 고여 있어 가솔들의 출입이 금지된 '폐우물'이 있었다. 수량이 아주 깊고 물살이 지하 수로망과 연결되어 있어, 독가루를 던져 넣으면 흔적도 없이 희석되어 사라질 완벽한 쓰레기통이었다.


'여기에 던져 버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증거 인멸이 가능하겠지.'


무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을 가르며 우물가로 다가갔다.


***


한편, 같은 시각.


팽가 장원의 높은 담장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그는 흑월루의 일류 살수이자, 무혁의 오랜 라이벌인 독고추였다. 독고추는 무혁이 팽가를 배신하고 호위무사로 떵떵거리며 산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게다가 무혁이 낮에 보여준 검법이 '삼류 엉터리'라는 밀정의 보고를 받고, 드디어 배신자 강무혁의 실체를 밝히고 그의 목을 베어 길드의 포상금을 독차지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침투한 것이다.


'강무혁, 이 배신자 녀석. 네놈이 아무리 팽가의 수석 호위가 되었다 한들, 내 손바닥 안이다. 오늘 밤 네놈과 팽지혁, 그리고 가문 전체를 한 번에 몰살해 주마.'


독고추가 준비한 계책은 아주 비열하고 확실했다. 팽가의 모든 식수가 시작되는 중앙 우물(실제로는 무혁이 찾은 폐우물과 지하 영맥으로 연결된 식수원)에 혈린교로부터 입수한 치명적인 극독, '혈독(血毒)'을 타는 것이었다. 이 독은 물에 퍼지는 즉시 기혈을 부식시켜 몇 방울만 마셔도 내장이 녹아내리는 무서운 마도 극독이었다.


독고추는 복면을 쓴 채 우물가 근처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품속에서 붉은 유리병에 담긴 혈독을 꺼내 들었다.


'흐흐흐, 이제 이 우물에 독을 타기만 하면…… 어?'


그때, 독고추의 매서운 안광에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이 포착되었다. 검은 야행복을 입고 짙은 다크서클을 한 사내. 바로 강무혁이었다. 독고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니, 강무혁?! 이 야밤에 왜 저 녀석이 여기에 나타난 거지?'


독고추는 마른침을 삼키며 수풀 속으로 몸을 더 깊이 웅크렸다. 무혁은 우물 주변을 경계하는 듯한 차가운 눈빛(사실은 졸려서 눈을 가늘게 뜬 것)으로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우물 정면으로 걸어갔다.


수풀 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독고추의 머릿속 필터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내 침투 계획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건가? 내가 이 우물에 독을 타러 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새벽부터 이곳에서 매복 대기하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새끼인가! 역시 일류 살수 출신답게 경계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독고추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완벽하게 기습을 성공했다고 믿었으나, 무혁은 이미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우물가를 선제 방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독고추는 숨을 죽인 채 무혁의 다음 행동을 관찰했다.


무혁은 우물 난간에 기대어 품속에서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실패작 독약인 만독칠야산 가루가 가득 들어있었다.


'귀찮은 쓰레기는 빨리 버리고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무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주머니의 주둥이를 풀고, 검푸른 빛이 감도는 만독칠야산 가루를 우물 안으로 가차 없이 쏟아부었다. 스르르륵. 수십 냥 어치의 독약 가루가 우물의 검은 수면 위로 눈가루처럼 흩뿌려졌다.


수풀 속의 독고추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저 녀석이 우물에 뭔가를 뿌리고 있잖아?! 설마…… 독에는 독으로 맞서겠다는 건가? 아니면 우물 자체에 자신만의 방어 약재를 투입해 내 독을 무력화하려는 계책인가?!'


독고추가 혼란에 빠져 부르르 떨던 그 순간, 우물 깊은 곳에서 기이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부글부글부글!


갑자기 우물 바닥에서 엄청난 기포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원래 이 우물은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바닥에 유독한 석회질과 황화수소 등 유독 가스가 고여 있던 죽은 우물이었다. 하지만 무혁이 버린 만독칠야산 폐기물에는, 지난 에피소드에서 설아가 섞어둔 백야봉의 신비한 해독 약초 가루와 백화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이 성분들이 우물 속의 유독 석회 가스 분자들과 접촉하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극독무해화 공식(極毒無害化 公式)의 화학적 정화 반응이 일어났다. 독성과 오염 물질이 결합하여 서로를 완벽하게 상쇄하고 정화하는 기적의 연쇄 반응이었다.


치이이이익!


우물물에서 뿜어져 나오던 시큼하고 매캐한 냄새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깊은 산속의 매화 향기와 달콤한 꿀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물 깊은 곳에서부터 눈부신 은색과 에메랄드빛의 황금 신광(神光)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물속에 고여 있던 흙탕물과 이끼가 실시간으로 분해되어 사라지고, 투명하다 못해 신성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정화된 영천(靈泉)으로 우물 전체가 탈바꿈한 것이다.


"……어?"


무혁은 우물 안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아니, 이게 왜 정화가 되는 건데? 난 그냥 독약을 버린 건데?!'


무혁의 뇌리가 다시 한번 하얗게 탈색되었다. 자신이 버린 치명적인 독약이, 우주의 억까와 천도의 인과 보정 법칙에 의해 가문의 식수를 만병통치약급 영천수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


그때, 수풀 속에서 이 기적을 목격한 독고추는 완전히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말도 안 돼! 죽은 우물을 단 한 줌의 가루로 영천수로 바꾸다니! 저 녀석은 살수가 아니라 신선이 된 건가?! 아니야, 속아서는 안 된다! 저 녀석이 방어벽을 쳤다면, 내 혈독으로 그 방어막을 뚫어버리면 그만이다!'


독고추는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수풀 속에서 번개처럼 뛰쳐나왔다. 그는 무혁의 등 뒤를 향해 살기를 뿜어내며 우물 난간으로 돌진했다.


"강무혁! 죽어라!"


독고추는 품속의 혈독 병을 우물 안으로 억지로 던져 넣으려 했다. 하지만 정화가 완료된 우물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양의 정화 기운(極陽之氣)은 사악한 마도 극독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을 형성하고 있었다. 독고추가 병을 던지려는 순간, 우물에서 피어오른 맑은 영기가 독고추의 손에 들린 붉은 유리병의 마기와 충돌했다.


콰드득!


기이한 마찰음과 함께 혈독 병이 허공에서 스스로 균열을 일으키며 산산조각 났다. 병 속에 담겨 있던 치명적인 혈독 액체가 독고추의 손등과 얼굴로 사정없이 튀었다.


"끄아아아악!!!"


독고추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자신의 독에 스스로 중독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의 손등이 검붉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무혁은 비명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복면을 쓴 자객이 바닥에 뒹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흑월루의 라이벌 독고추였다.


'아니, 얜 또 왜 여기서 자빠져서 울고 있는 거야?'


무혁은 황당함과 깊은 빡침이 뒤섞인 눈빛으로 독고추를 내려다보았다. 독고추는 중독의 고통 속에서도 무혁의 그 차갑고 무표정한 눈빛(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보고 깊은 공포를 느꼈다.


'저…… 저 무서운 녀석. 내가 침투할 것을 알고 우물을 정화해 내 독 병을 역으로 터뜨리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저놈의 계산대로였구나!'


독고추는 손등의 독을 억제하며 비틀거리며 담장 너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혁은 잡으러 가기도 귀찮아 그저 한숨을 내쉬며 서 있었다. 그 순간, 우물에서 피어오른 상쾌한 매화 향기가 바람을 타고 팽가 장원 전체로 퍼져나갔고, 잠에서 깬 가솔들이 횃불을 들고 우물가로 몰려오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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