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Sakuya2

조서의 행간, 균열의 시작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법관 대기실의 무거운 참나무 문이 닫히자마자, 얼음 같던 정적은 산산이 조각났다.


“민 판사!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강인호 부장판사의 고함이 대기실 벽면에 부딪쳐 날카롭게 울렸다.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그의 이마에 굵은 핏대가 솟아올랐고, 금테 안경 너머의 눈빛은 당장에라도 지안을 집어삼킬 듯 타올랐다. 사법부 내부에서 한성그룹의 청탁을 충실히 이행하며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만을 바라보던 그에게, 지안의 돌발적인 재판 연기 결정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민지안은 법복 자락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자리에 꼿꼿이 섰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기 없이 창백했지만, 안경 너머의 눈동자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재판장님. 저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법관의 양심과 절차적 정당성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을 뿐입니다.”


“법관의 양심? 절차적 정당성?”


강 부장판사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지안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가 풍기는 고압적인 위압감이 대기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피고인 본인이 자백했고, 변호인도 다 인정한 사건이야! 세간의 이목이 쏠린 한성그룹 사건을 이렇게 질질 끌어서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셈인가? 자네 우배석 판사로서의 인사 평정이 어떻게 나올지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지?”


명백한 인사 불이익 협박이었다. 지안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그녀는 떨림을 감추기 위해 양손을 법복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만성 불면증으로 지친 뇌가 날카로운 통증을 보냈지만, 이성만큼은 칼날처럼 번뜩였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좌배석 판사 임도현이 강 부장판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부장님,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민 판사님의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오른손잡이인 피고인이 왼손잡이 각도로 찔렀다는 자백은 상소심에서 유능한 변호인을 만나면 독수독과 원칙이나 자백의 보강법칙 위반으로 걸고넘어지기 딱 좋은 맹점입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재판부의 안전을 위해서도 낫습니다.”


임도현은 평소 소심한 모범생 스타일이었지만, 법리적 완벽성을 추구하는 성정답게 지안의 논리에 은밀히 동조하고 있었다. 강 부장판사는 임도현까지 지안의 편을 들자 이빨을 부득 갈았다.


“좋아. 재판을 2주 연기했으니 그동안 자네가 그 ‘물리적 모순’인지 뭔지를 확실히 증명해 오게. 만약 다음 공판 기일인 10월 14일까지 명백한 물증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자네가 작성한 선고서 초안 그대로 판결을 내릴 테니 그리 알아. 선고서 대필은 내일까지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강 부장판사는 으름장을 놓으며 대기실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가 지안의 귓가를 때렸다. 지안은 어깨에 쌓인 무거운 피로감을 느끼며 겨우 숨을 내쉬었다.


* * *


그날 밤, 서울 서초동의 한적한 오피스텔.


지안의 사적 공간은 감정이 배제된 법정만큼이나 차갑고 건조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넓은 책상 위에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복사해 온 하진우 사건의 ‘현장 검증 조서 복사본’과 피해자 서현수 검사의 부검 감정서 원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안은 얇은 은테 안경을 고쳐 쓰며 책상 스탠드 불빛 아래로 몸을 숙였다. 만성적인 두통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지만, 그녀는 약을 먹는 대신 차가운 생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오직 증거와 논리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차가운 이성이 그녀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진우야. 네가 왜 스스로 살인범이 되려는 건지, 그 자백 뒤에 숨겨진 균열을 내가 반드시 찾아내겠어.’


지안의 천재적인 ‘수사 기록 행간 분석안’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조서의 텍스트들을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정렬했다. 한 번 본 문장과 수치들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복기하는 그녀의 순간 기억력이 조서의 행간을 샅샅이 훑어 내렸다.


먼저 하진우의 현장 검증 조서를 펼쳤다.


[피고인 진술: “당일 오후 10시 15분경, 피해자 서현수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펜션 거실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피해자의 복부를 세 차례 찔렀습니다.”]


지안은 이 문장을 붉은색 색연필로 그은 뒤, 옆에 놓인 피해자 서현수 검사의 부검 감정서 원본을 대조했다. 부검서의 사체 소견 항목이 지안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체 소견: 위 내용물(Stomach Contents) 분석 결과, 미소화된 음식물(육류 및 채소류)이 약 150g 잔존함. 피해자는 사망 전 마지막 식사로 삼겹살과 쌈 채소를 섭취한 것으로 확인됨. 소화 진행 상태로 보아, 최종 식사 후 최소 1시간에서 최대 1시간 30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


지안은 미간을 좁히며 펜을 들고 사건 당일의 타임라인을 하얀 용지 위에 적어 내려갔다.


사건 당일인 9월 15일, 피해자 서현수 검사의 카드 결제 내역에 따르면 그는 오후 6시 30분에 펜션 인근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부검서에 기록된 위 내용물의 소화 상태를 대입하면, 서현수의 실제 사망 추정 시간은 오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가 된다.


그러나 하진우가 자백한 범행 시간은 오후 10시 15분이었다.


두 시간의 거대한 공백.


“말이 안 돼…….”


지안의 입술에서 나직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진우가 칼을 들고 서현수를 찔렀다고 주장한 그 시간에는, 서현수는 이미 두 시간 전에 사망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진우는 이미 죽어 있는 시체를 찔렀거나, 아니면 아예 범행 현장에 없었으면서 누군가 짜놓은 각본에 따라 거짓 자백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현장 조서와 부검서의 타임라인 불일치.’


이것이야말로 검찰의 완벽해 보이던 기소 구도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균열이었다. 하진우가 스스로 유죄가 되려 했던 그 견고한 거짓의 성벽에 마침내 틈새가 벌어진 것이다.


지안은 가슴을 짓누르는 정서적 카타르시스와 함께 펜을 내려놓았다. 진우가 이토록 완벽한 가짜 자백을 설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가 지키려 한 배후의 실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지안은 숨을 고르며 부검 보고서의 다음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 피해자의 사체 사진과 현장 혈흔 패턴이 담긴 흑백 사진들이 나타났다.


그 순간, 지안의 시야가 기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진 속 어두운 아스팔트 위에 흩뿌려진 붉은 혈흔의 궤적. 축축하게 젖은 도로의 질감. 그리고 보고서 텍스트 너머로 환청처럼 밀려드는 거센 파도 소리.


‘이건…….’


지안의 뇌리 속에서 굳게 잠겨 있던 10년 전의 안개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머릿속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이명과 함께, 차가운 바닷바람의 감각이 피부를 스쳤다.


지안이 부검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던 순간, 10년 전 삼척 용화해변 도로의 짙은 안개 속에서 흘렸던 피의 궤적이 기시감처럼 뇌리를 스쳤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